위드 카일러 117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4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17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5권 - 17화
후바의 눈초리에 남자 아이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을 보고 위드는 후바에게 그만하라고 말을 하고는 남자 아이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
“원하면 고기를 줄 테니까 굳이 그렇게 숨기지 않아도 된다.”
위드의 부드러운 음성에 남자 아이가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작게 대꾸했다.
“동생에게 줄 거예요.”
“동생?”
“예, 동생도 3일 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거든요…….”
“흥! 거짓말!”
후바의 말에 남자 아이는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이에요. 정말로 동생이 3일 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단 말이에요.”
남자 아이의 말에 못마땅한 눈초리로 바라보던 후바는 위드의 눈짓에 불만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동생은 어디에 있는데?”
“저쪽 동굴에 있어요.”
“혼자?”
“예.”
“일어나. 동생에게 가자.”
위드가 몸을 일으키자 남자 아이가 눈물이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동생 혼자 동굴에 있으면 위험하잖아.”
그제야 남자 아이가 몸을 벌떡 일으키고는 동생이 있다는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데려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위드의 말에 피에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르멜라! 르멜라!!”
남자 아이는 동굴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동생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오빠?”
위드가 동굴로 들어서니 한쪽 구석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던 작은 여자 아이는 몸을 일으켜 남자 아이에게로 달려왔다.
“오빠!”
여자 아이는 남자 아이를 끌어안았다. 그러다 위드를 바라보고는 경계어린 눈으로 오빠의 옷을 꽉! 움켜쥐었다.
“괜찮아. 좋은 형이야.”
“그래, 르멜라. 오빠 나쁜 사람 아니란다.”
위드는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르멜라의 경계어린 눈초리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런 모습에 위드는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르멜라,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렴.”
위드의 말에 르멜라는 그를 힐끔 바라보고는 자신의 오빠의 곁으로 몸을 움츠려 트렸다. 그 모습을 보고 후바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핫!! 위드 네가 꽤나 무섭게 보이는 모양이다!”
후바의 말에 위드가 간단하게 대꾸했다.
“그래도 눈조차 마주치지 않으려는 너보다는 낫지.”
“크하하하…….”
후바는 웃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떨궜다.
“고맙습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남자 아이는 위드를 바라보며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동생은 르멜라고, 너는 이름이 뭐니?”
“플라키에요.”
“그렇구나. 그런데 왜 너희 둘만 이런 곳에 있었던 거니? 부모님은?”
플라키는 쉬지 않고 고기를 먹는 르멜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없어요.”
“없어? 왜?”
플라키가 후바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는 둘 다 고아예요. 원래는 효엘트 성에서 살며,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살았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변해서…….”
위드는 대충 어떻게 된 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의 것을 챙기기에도 급급해진 사람들이다. 그 동안은 이런 아이 둘 먹을 것 정도는 아무런 부담도 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그것조차도 아까워진 상황.
“성 안에서는 아무것도 구할 게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성 밖으로 나와 나무 열매들을 따서 먹었는데 그것조차도 사람들이 나타나 모두 가져가버려서……. 사냥을 하려고 했는데 그게 쉽지가 않아서 3일 동안 아무것도 먹질 못했어요.”
플라키는 미안하다는 듯 르멜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위드는 문득, 플라키와 르멜라가 친남매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남매라고 하기엔 닮은 곳이 너무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너희 친남매가 맞니?”
위드의 물음에 플라키는 흠칫 놀라며 대답했다.
“마, 맞아요. 우리는 친남매에요.”
누가 봐도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굳이 그것을 들춰내서 추궁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위드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플라키와 르멜라는 둘 다 잘 먹지 못해서인지 너무 말라 볼품없는 몸이었다. 그래도 플라키의 눈빛만큼은 맑고 힘이 있었으며,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행동하는 몸짓도 다부져 보였다. 그 반면, 르멜라는 일곱 살이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모든 것을 플라키에게만 의지하려는 모습이 강했다.
“오빠…….”
자신의 손에 들려 있던 음식을 다 먹고 나자 르멜라는 플라키의 옷깃을 잡으며 작게 입을 열었다. 아직도 배가 차지 않았는지 더 먹었으면 하는 모습이었다.
“자.”
피에나가 고기를 건넸다.
르멜라는 피에나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플라키가 ‘고맙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받으라고 말을 하자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다 손을 내밀었다.
“고, 고맙습니다.”
피에나는 르멜라를 향해서 빙긋 웃었다.
“쟤들은 왜 데려가는 거야?”
후바는 피에나와 함께 뒤따라 걸어오는 플라키와 르멜라를 돌아보며 말했다. 하지만 귀찮거나, 싫어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불쌍하잖아.”
“그렇긴 하지만, 우리가 어디 놀러가는 것도 아니고 우리는…….”
“우리 놀러가는 거 맞아.”
“뭣?!”
위드는 후바를 바라보며 웃었다.
“우리 놀러가는 거 맞다고.”
“언니는 왜 귀가 머리 위에 있어?”
르멜라가 피에나의 머리 위에 난 귀를 신기한 듯 바라보며 물었다.
“응? 그건…….”
피에나가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하자 곁에서 플라키가 대신 말했다.
“피에나 누나는 인간이 아니라서 그런 거야.”
플라키의 대답에 르멜라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다.
“언니가 사람이 아니야? 그럼 언니는 뭐야?”
“저기 앞에 있는 후바 아저씨처럼 인간이 아닌 인간과 비슷한 종족이야. 그렇죠, 누나?”
“응.”
피에나가 빙긋 웃으며 플라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칭찬이 좋은 것인지 그녀의 손길이 좋은 것인지 플라키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르멜라는 문득 앞에 걸어가는 후바와 위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언니는 위드 오빠랑 결혼한 거야?”
“응? 아니.”
“그럼?”
피에나가 위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내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야.”
“와-! 그럼 언니랑 오빠랑 결혼하는 거네?”
르멜라의 물음에 피에나가 확신 없다는 듯 대답했다.
“위드가 원하면…….”
그녀의 대답에 플라키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만약, 자신이라면 피에나처럼 예쁜 여자가 결혼하자고 하면 벌써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언니랑 오빠는 뽀뽀도 해봤어?”
궁금하다는 듯 두 눈을 반짝거리는 르멜라의 물음에 피에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도 우리 오빠가 나한테 가끔씩 뽀뽀 해주는데!”
“르, 르멜라!!”
플라키가 화들짝 놀라자 피에나가 빙긋 웃었다.
“르멜라, 누나랑 형은 우리가 하는 그런 뽀뽀가 아니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는 그런 뽀뽀야.”
“오빠도 나 사랑한다고 했잖아?”
르멜라의 말에 플라키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 그게 그러니까 내가 르멜라 너를 사랑하는 거랑, 형이랑 누나가 서로를 사랑하는 거랑은 조금 다른 거야. 그러니까 그건…… 그, 그게……. 어쨌든 달라!”
플라키의 말에 르멜라가 여전히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라도 피에나가 설명을 해주지 않을까? 하고 바라봤지만 그녀 역시도 설명을 해주기는 무리였다.
* * *
제국력 1385년 3월 18일.
키에브 제국의 타리카 지방.
한층 뜨거워진 태양빛에 위드와 일행들은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서 잠시 지친 몸을 쉬고 있었다.
여러 날을 같이 여행했기 때문인지 처음과는 달리 위드과 후바도 플라키, 르멜라와 상당히 가까워져 있었다.
“그럼 엘프들이 세상에서 가장 깐죽거리는 종족이에요?”
플라키의 물음에 후바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우라질 엘프들은 모든 일에 깐죽거리기 일쑤지! 겉으로는 자신들만 고고한 척,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척 해대지만 말이야. 아! 나는 엘프가 똥 싸는 모습도 본 적이 있다! 결국은 그놈들도 겉으로만 그럴 뿐이지 알고 보면 똑같은 놈들이야!”
“엘프는 굉장히 아름답다고 하던데요? 피에나 누나만큼이나.”
후바가 ‘흥!’하며 코웃음을 쳤다.
“엘프가 조금 이쁘장하게 생긴 건 맞지만 피에나만큼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엘프는 남자건, 여자건 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구역질이 날 정도지!”
위드는 후바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드워프와 엘프가 오래전부터 사이가 좋지 못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굳이 아이에게까지 저런 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또, 후바는 한 가지 사실을 잊고 있었다. 엘프라면 남자, 여자 모두 아름답게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구역질 날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드워프는 뭔가? 드워프 역시 남자, 여자 모두 똑같이 생기지 않았던가?
쫑긋!
후바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피에나가 귀를 움직이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바라보는 곳에는 약 5명가량 정도 되는 건장한 사내들이 더위에 지친 모습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사내들의 모습에 피에나는 서둘러 후드를 깊이 눌러썼다. 후드라고는 하지만 마법사 로브였기에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녀를 영락없이 마법사로 생각하기 쉬웠다.
한창 침을 튀겨가며 엘프들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을 담아 이야기를 하던 후바 역시도 건장한 사내들, 한 눈에 봐도 용병으로 보이는 그들의 접근에 입을 다물었다.
“여기 괜찮은 그늘이 있군.”
얼굴에 깊은 칼자국이 있는 날카로운 인상의 용병은 위드 일행을 힐끔 보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무가 커서 모두를 수용할 수 있어서 다행이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용병들의 행동으로 보아 강제적으로 비키라 협박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용병들의 등장에 플라키와 르멜라는 바짝 긴장한 얼굴로 각각 후바와 피에나의 곁으로 달라붙었다.
“더럽게 덥군. 그렇지?”
짜증스럽다는 듯한 용병이 위드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여름이니까요.”
위드의 대꾸에 용병은 피식 웃다가 후바를 바라보며 물었다.
“용병인가?”
“여행자다!”
도끼를 보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었던 용병은 당장 눈에서 불이라도 쏴댈 듯 치켜뜨는 후바의 모습에 살짝 눈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드워프는 흔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엘프처럼 보기 힘든 종족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드워프는 타고난 힘이 강한 종족이었기에 웬만큼 싸움을 할 줄 안다면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아무리 거침없는 용병이라 하더라도 드워프와 싸우는 일은 피하는 편이 좋았다.
“그나저나 큰일이군. 이대로 타리카 성으로 간다고 별다른 방법이 생기지도 않을 것 같은데.”
상대적으로 동료들에 비해 작은 체구의 용병이 걱정스럽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러게 말이야. 빌어먹을! 연금술사의 탑 사건으로 인해서 모든 나라가 제 상태가 아니니 이거 원!”
“이미 그라다 왕국은 르완, 지르모우, 하우트, 림텔튼 지방을 포기했다면서?”
“그렇다고 하더군. 그라다 왕국뿐만이 아니라 페르만 왕국도 프레타 지방과 라네시 지방을 포기했다고 하더군.”
“그럴 수밖에 없지! 당장 먹고 살기에도 급급한 상황인데 전쟁을 할 여력이 어디에 있겠어? 또, 전쟁을 한다고 하더라도 누가 수호 기사단을 상대할 수 있겠어? 대륙 최강이었던 드래곤 기사단마저도 수호 기사단에 의해서 전멸을 당했는데.”
용병들의 말에 위드는 씁쓸한 미소를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