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14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7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14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5권 - 14화
키마유 황성.
프라디아 대륙에서 가장 호화스럽고 사치스러운 곳이라 언제나 음악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이곳에도 몬스터 혈풍의 여파가 찾아왔다.
“도시 전체가 아니! 제국 전체가 극도의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사태가 한 달 이상 지속된다면 제국도 커다란 위기에 빠질 것입니다!”
하얗게 샌 머리카락의 늙은 대신은 목소리를 높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늙은 대신의 목소리에 젊은 대신이 대꾸했다.
“우리 제국뿐만이 아닙니다. 가까운 키에브 제국부터 코노 왕국이나, 페르만 왕국까지도 모두 한꺼번에 겪고 있는 대륙 전체의 위기입니다!”
“그렇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이 사태를 해결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현재 모든 상회들의 발이 꽁꽁 묶여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이 모든 일들이 연금술사의 탑에서 계획적으로 조작한 것들입니다. 대륙 모든 운송 수단은 연금술청의 드래번, 만티곤, 켈피입니다. 연금술청의 폐쇄와 각 상회에서 보유하고 있던 운송 키메라들의 의문의 죽음은 그들이 애초부터 이러한 사태를 계획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저 역시 오르티스 백작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악마 같은 연금술사의 탑은 대륙 전체의 몰락을 불러일으키고자 이렇게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입니다. 잘 생각해보면 3년 전부터 연금술청에서는 대륙 모든 운송 수단을 자신들의 키메라로 대처하길 원했습니다. 사용료도 대폭 줄여가면서 말입니다. 그 결과 많은 상회들이 너도나도 기존의 운송 수단이었던 말을 버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그 어떤 상회도 말을 이용하는 상회가 없습니다. 심지어는 말의 쓰임이 대부분 군사용으로만 사용되면서 그 수도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지금은 말 한 마리의 가격이 시간이 다르게 인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번을 기회라 여겨 자신의 말을 쉽게 팔지 않아 상회들로써는 더욱더 운송이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금발에 가지런한 콧수염이 인상적인 베이셀 자작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도 틀린 말이 없었다.
3년 전부터 모든 상회는 운송 수단으로 드래번과 만티곤, 켈피만을 사용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튼튼하고 빠른 말이라고는 죄다 군사용으로 사용되었고 나머지는 가차 없이 죽어나가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때문에 지금 말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웠고, 설령 말을 보유한 업자들이 있다 하더라도 시시각각 올라가는 말의 가격으로 인해서 쉽게 구매를 하기도 힘든 상태였다.
“운이 좋아 말을 구했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단독으로 운송을 시작하는 상회가 생겨나기 시작하면 그들은 이번을 기회라 여겨 많은 이익을 남기려고 할 것입니다. 이는 장사꾼이기에 당연한 일입니다. 이런 저런 정황으로 보았을 때, 이번 사태는 쉽게 가라앉을 만한 일이 아닌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렇네. 이번 사태는 분명 대륙 그 어느 나라라 하더라도 쉽게 이겨낼 만한 일이 아니지.”
60대 초반의 남자는 조용한 음성으로 그렇게 말했다.
네자티 아테스 공작으로 카르타 제국 7공작 중의 일인이다. 그는 클라우드 공작이나 라인하르트 공작과는 다르게 오로지 정치력으로만 자신의 입지를 다져온 인물이었다.
네자티 아테스 공작은 슬쩍 고개를 돌려 갈색 머리의 카비돈 바르테나 공작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 역시 카르타 제국 7공작 중의 한 사람이었고, 무엇보다도 네자티 아테스 공작과는 오랜 친분을 돈독하게 쌓고 있는 사이였다.
“지금의 안건을 제외하고 또 중요한 것이 있다고 하던데……?”
카비돈 바르테나 공작이 좌중을 둘러보고는 대답했다.
“그렇네. 우선 지금 이야기 중인 상회의 발이 묶임으로써 모든 물품의 운송 정지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으로 시급한 일이지. 하지만, 그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더 이상은 몬스터 토벌 아니, 연금술사의 탑과의 전쟁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네.”
카비돈 바르테나 공작의 말에 네자티 아테스 공작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생필품과 식량의 운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 물자를 모은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겠지. 무엇보다도 연금술청이 사라지면서 병기의 생산에 아주 큰 차질이 생겼겠지. 그러고 보니…… 트랜트 아머 역시도 생산이 불가능해졌군.”
“그렇네. 또한, 전쟁 물자가 제대로 보급 된다고 하더라도…… 연금술사의 탑과의 전쟁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네. 대륙 최강을 자랑하던 드래곤 기사단마저 연금술사의 탑에서 양성한 수호 기사단에 의해서 전멸을 당한 상황이네. 수호 기사단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그들을 대적할 만한 기사단이 대륙 내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네!”
“제국의 3대 기사단이라고 하더라도 상대가 될 수 없다는 말입니까?”
카비돈 바르테나 공작이 얼굴을 가볍게 찌푸렸다.
“대륙 최강이라 불리던 드래곤 기사단마저도 전멸을 당했네. 아무리 제국의 3대 기사단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그들에게는…….”
“바르테나 공작은 지금 강철의 기사단을 무시하는 건가?”
회의실 문이 열리며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이 당당한 발걸음으로 들어섰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드 마스터의 기세는 순식간에 방 전체의 분위기를 휘어잡기에 충분했다.
카비돈 바르테나 공작은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을 바라보며 대꾸했다.
“강철의 기사단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네. 다만, 현실을 말하는 것뿐이네.”
“현실? 무엇이 현실이지?”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의 뜨거운 눈빛에 카비돈 바르테나 공작은 살짝 움츠러들었지만 그렇다고 하고자 하는 말을 멈추지는 않았다.
“강철의 기사단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네. 하지만, 드래곤 기사단마저 무너진 마당에 어찌 수호 기사단을 상대할 수 있단 말인가? 아니면, 강철의 기사단엔 하늘을 날아다니는 그들을 상대할 뾰족한 방법이라도 있다는 건가?”
“강철의 기사단은…….”
“현실은 인정할 줄 알아야 하는 법이지.”
회의실로 또 한 명의 남자가 들어섰다. 그는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이 뿜어내는 기세에도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똑같이 투기를 뿜어내며 대항할 정도였다.
“강철의 기사단의 무력이야 잘 알지만 바르테나 공작의 말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는 그들을 상대할 방법은 없지 않던가?”
“…….”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은 두 눈을 차갑게 빛내며 상대를 노려봤다.
하지만, 상대는 그런 눈빛에도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희미한 웃음까지 머금을 정도였다.
“말로 떠드는 것보다 직접 보여 주는 게 더 낫겠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는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
“기회가 된다면 꼭 보고 싶군.”
한 마디도 지지 않고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의 바로 맞은편에 앉는 사람은 다름 아닌,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이었다.
* * *
제국력 1385년 3월 4일.
페르만 왕국 라네시 리타산.
조금만 더 물러나면 마울틴 평원으로 돌아가게 될 처지에 놓인 페르만 왕국군은 모든 전의를 상실한 패잔병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병사들의 얼굴엔 어떠한 비장함도, 투지도, 열의도 없었다. 피곤함과 두려움만이 깃들어 있는 병사들에게선 그저 어서 빨리 이 지긋지긋한 전장에서 탈출하고 싶어 하는 모습뿐이었다.
그들에게 라네시 땅은…… 지옥일 뿐이다.
임시 총사령관 막사 안.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이 죽은 이후 총사령관은 참모장이었던 바스틱 백작이 임시로 맡을 수밖에 없었다.
“몬스터…… 아니! 적들은 이미 우리의 뒤를 바짝 쫓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여 브리자스 성으로 퇴각해야만 합니다!”
“그렇습니다! 여기서 이렇게 휴식을 하기보다는 서둘러 움직이는 편이 더 낫습니다!”
상대는 더 이상 몬스터 따위가 아니었다. 믿기 힘든 사실이지만 몬스터를 부리는 이들은 연금술사들이었다. 그들이 직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내 몬스터를 부리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이미 연금술사의 탑으로 인해 대륙 전체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는 것쯤은 이들도 알고 있었다.
그로인해 브리자스 성에서 꾸준히 보내지던 보급품이 끊긴지도 벌써 7일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제는 병사들의 식량도 완전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었다.
연이은 패배와 추격전에 의해 전의를 상실한 병사들은 식량마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하나, 둘 탈영을 시작하고 있었다.
바스틱 백작은 착잡한 얼굴로 콜러 백작을 바라봤다. 자신을 대신해서 참모장 자리를 맡고 있는 콜러 백작은 고작 32명만이 남은 마법병단의 단장이기도 했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브리자스 성으로 돌아가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내가 왜 모르겠습니까.”
바스틱 백작의 힘없는 음성에 막사 안에 모인 지휘관들은 저마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까지 처참했던 전쟁 경험은 누구도 없다.
“서둘러 브리자스 성으로 퇴각하도록 합시다.”
“예.”
“알겠습니다.”
지휘관들은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막사를 빠져나갔다. 홀로 남은 바스틱 백작은 의자에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는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의 이름을 되뇌었다.
“알레이스 후작님…….”
“결국은 이렇게 되는군요.”
짐을 챙기며 말하는 가일을 향해서 루카가 얼굴을 찌푸렸다.
“조용히 짐이나 싸.”
“이대로 브리자스 성으로 돌아간다고 뾰족한 방법이라도 있는 건지 모르겠군.”
커닝의 말에 가일이 재빨리 대꾸했다.
“방법이 있긴 뭐가 있겠습니까? 당장 연금술사의 탑으로 인해서 대륙의 모든 나라, 도시들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는데……. 아마 모르긴 몰라도 전쟁 자체가 힘들 겁니다.”
가스파와 커닝 등이 자신을 바라보자 가일이 다시금 말을 이었다.
“생각해 보십시오. 당장 먹을 식량, 생활에 필요한 필수품조차 구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하는데 전쟁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나 할 수 있겠습니까? 당장만 하더라도 꼬박꼬박 보내져오던 보급품이 딱! 끊기지 않았습니까? 아시겠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병기들도 연금술청과 연계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생산 자체가 완전히 중단되었을 겁니다. 아!!”
갑작스럽게 소리를 지르는 가일의 모습에 루카가 눈을 찌푸렸다.
“왜 그래?”
“제기랄!”
욕설을 뱉어내는 가일의 모습에 루카는 물론이고, 가스파와 커닝, 월터까지도 무슨 일이냐는 듯 그를 바라봤다.
“트랜트 아머 말입니다!”
“트랜트 아머?”
“예! 이제는 트랜트 아머도 제작되지 않을 것 아닙니까? 병기나, 물품 같은 것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해결이 될 것들이지만 트랜트 아머는 연금술사가 없으면 제작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가일의 말에 그제야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맞는 말이군. 일반 병기 같은 것들이야 대장장이들이 만들 수 있다지만, 트랜트 아머는 연금술사가 없으면 만들 수 없는 것이니.”
“그렇긴 그렇지.”
가일은 자신의 머리를 양손으로 부여잡으며 절규했다.
“제기랄!! 나는 트랜트 아머 없이 평생 지내야 하는 거 아냐? 으아아아악-!!”
가일의 절규에 루카와 커닝 등은 그저 피식 웃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