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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113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1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13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5권 - 13화

 

 

페바난 남작은 오들오들 떨며 사비에르 백작에게 달라붙었다. 트랜트 아머가 없으니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꼼짝없이 죽을 것이라는 공포심이 그의 머릿속을 짓눌렀다.

알레이스 후작은 페바난 남작의 모습을 바라보다 아주 힘겹게 말했다.

“후퇴하도록 하세.”

“후퇴한다!! 전군 후퇴한다!!”

이미 절반 이상이 죽은 페르만 왕국군은 후퇴라는 목소리에 너도나도 등을 돌려 죽자 살자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이미 이곳에는 질서도, 체계적인 후퇴 작전도 없었다.

오로지 살기 위해 버둥거릴 뿐이었다.  

“총사령관님, 어서 가셔야 합니다! 앞으로 15분 이상을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멀린스 자작의 말에 알레이스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서둘러 후퇴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이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는 걸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참모장님! 총사령관님께서 후퇴를 명령하셨습니다!!”

부관의 보고가 아니더라도 이미 알레이스 후작의 후퇴를 보고 있는 바스틱 백작이었다.

“당장 모든 부대에 총사령관님을…… 아니, 이미 늦었어. 지금은 어떤 작전 명령도 소용이 없어지고 말았어!”

지휘관이고, 병사고 어떠한 직위, 신분도 소용없이 무조건적으로 군영을 향해 후퇴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바스틱 백작은 자신의 능력이 한 없이 나약하게만 보였다.

분명 이번 전투의 전략 전술을 훌륭했다.

“저들만 아니었어도…….”

바스틱 백작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괴 몬스터의 기사들을 노려봤다.

“저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나?”

“알 수가 없습니다.”

부관의 대답은 곧바로 나왔지만 그 역시 저들이 나타났을 때부터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서 부단히도 노력을 해봤다.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지만 결과는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정말로 하늘에서 갑작스럽게 날아온 이들이었다.

본국에 연락을 넣어도 꽤나 많은 시일이 필요한 일이었다.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전장 속에서 알아낼 만한 일이 아니었다.

“차, 참모장님!!”

부관의 눈이 터질 듯 팽창되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총사령관인 알레이스 후작을 노리는 괴 몬스터의 기사들이 비췄다.

“당장 총사령관님의 위험을 알리도록 하게!!”

“예, 옛!!”

부관은 허겁지겁 달려갔다.

“총사령관님!”

바스틱 백작의 얼굴에 다급함이 어렸다.

뿌우우! 뿌우우! 뿌우우우우우우-!!

짧게 두 번, 그리고 길게 한 번의 나팔 소리가 전장을 떠돌았다. 동시에 바람처럼 나부끼던 하얀 깃발이 감쪽같이 사라지며 붉은 깃발과 푸른 깃발이 교차하며 이리저리 휘날렸다.

총사령관에게 위기가 닥쳤다는 신호였다.

허겁지겁 후퇴를 하던 지휘관과 병들들 중엔 그 신호를 알아보고는 달리던 발걸음을 멈추고 등을 돌렸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병사들과 지휘관들이 더욱 많았다.

히덴 가르시아와 그린 형제, 에리카를 구하기 위해서 빠르게 달려가던 위드는 총사령관의 위기 신호에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렸다.

“하필이면…….”

괴 몬스터의 기사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당하는 알레이스 후작과 그 일행들이었다. 아직까지는 기사들과 지휘관들이 남아 있었지만 안전하다고는 장담할 수 없었다.

“위드.”

피에나의 음성에 위드는 잠시 고민하다 나아가던 발걸음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총사령관의 목숨도 중요했지만 위드에게는 히덴 가르시아와 그린 형제, 그리고 에리카의 목숨이 더욱 중요했다. 소중한 이들을 더 이상은 잃을 수 없다는 다짐을 지키기 위해서.

위드와 피에나는 몬스터와 병사들을 지나쳐 한참이 지나서야 히덴 가르시아와 그린 형제, 에리카를 발견할 수 있었다.

“피에나! 먼저 갈께!”

“응!”

위드는 피에나의 대답을 듣자마자 블링크를 사용했다. 그리고는 에리카의 좌측에서 달려들던 리저드맨의 앞에 나타나 그대로 벼락같이 검을 휘둘렀다.

서- 걱!!

위드가 리저드맨의 몸을 반으로 가르고 다시 수차례 검을 휘두르고 나자 에리카는 그에게 달려들어 품에 안겼다.

“위드!!”

언덕을 내려오면서 마음속으로 수없이 불렀던 이름. 정말로 위기의 상황에서 꿈속의 기사처럼 나타나 자신을 구해주니 에리카는 참을 수가 없었다.

“에리카?”

에리카의 갑작스런 행동에 위드는 당황스러웠지만 그녀가 얼마나 힘겹게 언덕을 내려왔을지 짐작을 하고는 부드럽게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괜찮아. 걱정하지마.”

위드의 위로가 있자 그제야 에리카가 몸을 떨어트리며 얼굴을 떨궜다. 히덴 가르시아와 그린 형제가 있는 곳에서 낯부끄러운 행동을 했기에 시선을 둘 곳이 마땅히 바닥 밖에 없었다.

언덕을 내려오면서 그나마 없던 마나를 거의 대부분 소모해가며 마법을 펼쳤기에 히덴 가르시아와 그린 형제, 에리카의 얼굴은 그야 말로 정상이 아니었다.

특히, 히덴 가르시아는 당장 쓰러지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지쳐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위드가 나타났기 때문인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는 것을 그린 형제가 좌우측에서 부축했다.

“이제부터는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위드의 음성에 히덴 가르시아가 답했다.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위드는 앞장서서 길을 트기 시작했고, 어느새 다가온 피에나는 자연스럽게 뒤를 맡아 히덴 가르시아와 그린 형제, 에리카를 보호하며 나아갔다.

피에나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웬만한 몬스터들은 쉽게 접근을 하지 않았다. 타이먼 족이라는 것과 이미 그녀의 손에 많은 몬스터들이 죽은 흔적이 몸 곳곳에 있었기에 몬스터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병사들에게로 손을 뻗었다.

그렇게 제법 안전하게 후퇴를 하던 위드는 갑자기 들려오는 찢어지는 비명 소리에 시선을 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 사람도 아닌 여러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터트렸기 때문이다.

“총사령관니이이임-!!”

“으아아아악-!!”

위드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

“총사령관님…….”

위드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곳엔 한쪽 팔이 잘려나간 알레이스 후작이 비틀거리고 서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트랜트 아머도 착용이 해제된 상태였다.

그때였다.

괴 몬스터의 기사 하나가 빠른 속도로 하강하며 글레이브를 휘둘렀다. 사신이 휘두르는 낫처럼 하얀 궤적을 그린 글레이브는 비틀거리던 알레이스 후작의 목을 깨끗하게 훑고 지나갔다.

허공으로 떠오르는 알레이스 후작의 머리!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비명!

위드의 눈엔 모든 것이 느리게만 보였다. 소드 마스터이자 지금까지 페르만 왕국군을 이끌며, 알게 모르게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 그의 죽음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털썩!

머리가 없는 알레이스 후작의 몸이 땅에 쓰러지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어진 괴 몬스터 기사들의 일방적인 지휘관 살육! 트랜트 아머 착용 시간이 해제된 기사들과 지휘관들로서는 이들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위드의 의견에 사사건건 방해를 하던 페바난 남작의 몸이 반으로 갈리고, 매번 탐탁지 않게 바라보던 사비에르 백작의 머리가 터져 나가는 등 하나, 하나 죽어나가고 있었다.

괴 몬스터 기사들은 살인에 미친 악마들 같았다.

“카일러 준남작!!”

히덴 가르시아의 따끔한 외침에 위드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그를 돌아봤다.

히덴 가르시아는 고개를 젓고 있었다.

“가봐야 소용없는 일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위드는 그렇게 대답을 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묵묵히 앞으로 걸었다.

앞으로, 앞으로…….

“저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위드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chapter 6 잠시만 이별

 

제국력 1385년 2월 28일.

카르타 제국 수도 키마유.

프라디아 대륙의 양대 제국으로써 그 위치가 하늘에 맞닿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카르타 제국. 그런 제국의 수도인 키마유는 화려함으로는 그 어느 곳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았다.

딱히 비교할 곳이 있다면 키에브 제국의 수도 뿐.

한번 찾으면 그 화려함에 매료되어 다시금 꼭 한 번 더 찾게 된다는 사치스럽도록 화려한 키마유는 현재 공황상태에 빠져 있었다.

시민들은 무언가를 사거나, 구하기 위해서 정신없이 도시 전체를 돌아다녔고, 상인들은 자신이 가진 물건을 팔기보다는 숨기기에 급급했다. 심지어는 상인이 가진 물건을 강제로 빼앗기 위해서 주먹다툼에 칼부림까지도 일어날 정도였다.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던 수도의 거리도 관리를 하지 못해 쓰레기로 지저분했고, 건물들은 곳곳에서 벌어진 싸움으로 인해서 여기저기가 손상된 상태였다.

강도와 소매치기, 도둑 등의 범죄자들은 제 세상을 만난 듯 활개치고 다녔고, 거리의 건달들은 연신 무언가를 지키거나, 빼앗기 위해서 싸움을 쉼 없이 벌였다.

착하고 선량하던 시민들조차도 어느새 강도가 되거나, 도둑이 되어 도시를 누볐다.

이런 상황에서도 수도 치안병들은 나서지 않았다. 아니, 치안을 담당해야 할 병사들조차 알게 모르게 싸움판에 끼어들거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하기 위해서 거침없이 병기로 사람들을 위협할 정도였다.

제국의 수도가 이런 상태가 되기까지 고작 2, 3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야 말로 순식간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자유자재로 거래하던 키마유 시에 더 이상 외부의 물건이 유입되지 않게 되었다. 먹는 것에서부터 입고, 몸을 치장하거나,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품들까지도!

사람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물건들이 순식간에 유입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처음에는 모두 코웃음을 치며, 곧 해결 되리라 믿었다. 

하지만, 연합군과 그라다 왕국군, 페르만 왕국군의 패배와 드래곤 기사단의 전멸 등 몬스터 혈풍을 잠재우기 위한 전쟁의 잇단 패배와 연금술청의 폐쇄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저 우려일 뿐이라고 여기던 이들의 마음을 다급하게 만들었다.

그로 인해 시민들은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런 사태까지 벌어지게 된 것이다. 

아니, 이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살기 위해서는 최대한 남보다 많은 식량, 필수품을 지니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은 비단, 키마유 뿐만이 아니었다. 대륙의 모든 도시에서는 이곳과 비슷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대륙의 모든 물품을 운송하던 상회들은 연금술청의 폐쇄와 그들이 부리고 있던 드래번, 만티곤, 켈피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한꺼번에 죽어버림으로써 운송 수단을 잃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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