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08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4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08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5권 - 8화
“시작되었습니다!”
“한 시간.”
중년 남성이 낮게 외쳤다.
“알겠습니다.”
벌써부터 뜨거워진 흥분을 사내는 가라앉히며 대답했다.
* * *
“뒈져 버렷!!”
꾸이이이익!!
서걱!
오크의 몸을 반으로 가르고도 모자라 연신 검을 휘둘러 고기 조각으로 만들어 버리는 가일의 모습에 핏물이 뚝뚝! 흘러 떨어지는 도끼를 어깨에 걸친 후바가 눈을 찡그리며 다가왔다.
“또 오크냐?”
후바의 물음에 가일은 검에 묻은 오크의 더러운 핏물을 털어내며 대답했다.
“말했듯이 프라디아 대륙의 모든 오크를 멸종시켜 버릴 겁니다!”
꿈이라 하더라도 이룰 수 없는 말을 뱉어내는 가일의 모습에 후바는 가볍게 혀를 차고는 오른쪽에서 접근하던 리저드맨의 가슴에 도끼를 박아 주며 대꾸했다.
“오크는 그렇게 쉽게 멸종될 몬스터가 아니야! 그건 내가 그 빌어먹을 말라깽이와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고 걸어가는 것보다도 힘든 일이라고!!”
퍼억!!
짧은 다리로 놀랍도록 높이 도약하며 트롤의 머리를 단번에 갈라 버린 후바는 이어서 거대한 도끼를 장난감 다루듯 휘둘러 트롤을 완전히 끝장내 버렸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가일이 말했다.
“왜 드워프와 엘프는 그렇게 사이가 좋지 못한 겁니까? 에잇! 귀찮게!!”
가일이 자신에게 다가와 어디서 주웠는지 모를 쇳조각을 들고 휘두르는 고블린을 죽이는 사이 후바가 대답을 했다.
“우리 위대한 드워프 일족은 항상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 떠돌아다녔지. 뭐, 우리가 창조신이 아닌 이상 허공에다 뭔가를 창조하기란 어려운 일이잖아. 그래서 우리 위대한 드워프 일족은 뻣뻣하기만 한 나무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단단한 돌덩이를 깎고, 다듬어 새롭게 창조하기 시작했지.”
말을 해 나가면서도 쉬지 않고 도끼를 휘둘러 몬스터를 죽이는 후바의 곁에서 가일도 귀를 쫑긋 세우고 검을 휘둘렀다.
“나무로 나무를 깎고, 돌로 돌을 깎다 땅 속에 묻힌 금속은 돌로 깎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은 우리 위대한 드워프 일족은 금속을 이용해 새로운 도구를 만들었고, 본격적으로 세상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만들었다.”
흐르는 피가 점점 강이 되어 가고, 죽은 시체가 작은 언덕이 되어 갈 정도로 치열한 전장 속에서 후바는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물론, 곁에 달라붙은 가일 역시도 조금도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부단히도 노력을 했다.
“그렇게 세상에 공헌하던 우리 위대한 드워프 일족 앞에 재수 없게 생긴 깐깐한 놈들이 나타나서는 나무를 훼손하지 마라, 돌과 금속을 파내지 마라, 자연을 망치지 말라는 등등 시답잖은 잔소리나 늘어놓기 시작했지. 그놈들이 바로 빌어먹을 말라깽이와 같은 엘프라는 족속들이다.”
“아하!”
가일이 재밌다는 듯 감탄사까지 터트리며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자 후바는 이야기 하는 입장에서 더욱더 신이 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엘프들은 잔소리를 늘어놓았지만 우리 위대한 드워프 일족은 결코 그런 것들에 굴복하지 않고 열심히 세상을 위해 많은 것들을 창조해 나갔다. 그러다 결국 분쟁이 일어나고 말았다. 아니, 그 빌어먹을 족속들이 우리 위대한 드워프 일족의 일을 훼방 놓기 시작하면서 싸움이 벌어진 거다. 우라질 놈들!!”
퍼억!
화풀이를 괜한 오크에게 해대는 후바.
“그럼 그때부터 두 종족이 싸움을 시작한 것입니까?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것이고요?”
가일의 물음에 후바가 짧고 굵어 볼품없는 목을 열심히 흔들었다. 어느새 그의 수염엔 몬스터들의 핏물이 묻어 지저분하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이런 우라질!”
수염에 묻은 핏물을 투박한 손바닥으로 쓱쓱 닦아내며 후바가 특유의 말버릇을 뱉어냈다.
“어쨌든 그게 시작이다. 우리 위대한 드워프 일족과 그 빌어먹을 재수 없는 엘프들과의 싸움이. 지금은 서로 죽이고자 병기를 휘두르지는 않지만.”
가일은 후바의 이야기에 또 하나의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것에 만족스런 웃음을 머금었다.
“그런데 넌 왜 자유 기사가 되려고 하는 거냐? 보통 인간들은 욕심이 많아서 어딘가에 정착해 재물을 모으거나 하잖아?”
후바의 물음에 가일이 트롤의 공격을 옆으로 피하며 검을 휘둘렀다.
서걱!
타앗-!
곧바로 후바가 땅을 박차고 뛰어 올라 트롤의 어깨에 도끼를 박아 넣었다. 그리고 이어진 가일의 공격이 트롤의 두 다리를 잘랐고, 어느새 뽑혀진 후바의 도끼가 트롤의 머리통을 반으로 쪼갰다.
손발이 척척! 맞아 떨어지는 후바와 가일의 협공이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세상을 돌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도우며 이름을 떨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 자유 기사가 되면 내가 원하고자 하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오오오! 너는 역시 내가 인정한 인간답구나!”
“하하하핫!! 후바 님께서 그리 봐주시니 기쁩니다!”
“우리 주제곡이나 불러볼까?”
후바의 말에 가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크하하하핫! 좋아! 좋아! 내가 먼저 부른다!”
“좋습니다!”
이어서 후바가 자신의 주제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룰루- 랄라- 룰룰- 랄랄- 룰룰 랄랄!
프라디아 대륙 최고의 위대한 드워프!
프라디아 대륙 최고의 천재 드워프!
프라디아 대륙을 빛낼 드워프!
모든 이들의 꿈과 희망, 경외의 대상이 될 드워프!
그게 바로 나! 후바! 후바 쿠에바스 카힐 드로브 쿠빌리에 님이시다!
길쭉하고, 멍청하고, 약해빠진 엘프들은 길을 비켜라!
재수 없고, 틱틱대고, 거짓스런 엘프들은 길을 비켜라!
자유 드워프! 천재 드워프! 위대한 드워프! 후바! 후바!
후바 님이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크하하하하하핫!!”
자신의 주제곡을 흡족하게 부른 후바는 이어서 가일을 바라보며 어서 너의 주제곡도 힘차게 부르라는 듯 바라봤다.
그리고 가일이 자신의 주제곡을 불렀다.
후바와 가일은 서로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피가 튀고, 살이 갈리며, 뼈가 잘리는 치열하고 잔인한 전장 한쪽에선 종족을 초월한 우정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chapter 4 괴몬스터 기사단!
“…….”
전장을 바라보는 에리카의 눈은 복잡한 감정이 뒤범벅되어 있었다. 그녀가 바라보는 곳엔 히드라를 상대로 싸우는 위드가 있었다.
그리고 위드의 곁엔 그와 함께 히드라를 상대하는 피에나와 프레타 기사들이 있었다. 또, 이제는 자신보다 그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진 월터까지. 모두가 하나가 되어 히드라를 상대하고 있었다.
“하아…….”
도움이 되고 싶지만 자신의 힘은 너무나도 미약했다.
마음이 아플 정도로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그의 곁에서 함께 몬스터를 상대로 싸우고 싶었다.
“에리카.”
히덴 가르시아의 따뜻한 음성이 그녀를 불렀다.
“예, 사부님.”
“그렇게 매번 전투가 있을 적마다 마음을 아파해서 되겠느냐?”
“…….”
에리카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히덴 가르시아는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마나 고갈로 인해서 얼굴은 창백했지만 표정과 손길만큼은 더없이 따스했다.
“네겐 재능이 있다. 몇 년만 지나면 카일러 준남작에게 너는 커다란 도움이 될 거다. 그때까지만 참고 기다리도록 해라.”
어느새 다가온 슈비츠 그린이 에리카를 달래듯 말했다. 슈란츠 그린 역시도 걱정하지 말라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예.”
히덴 가르시아와 그린 형제에게 마법을 배우고 있는 에리카였다.
대륙에 6인밖에 없는 6클래스 상급 마법사인 히덴 가르시아와 5클래스의 그린 형제에게 집중적으로 마법을 배우고 있음에도 3클래스를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럽게 느껴지는 에리카였다.
몇 년이라고 하지만 그 몇 년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며, 그때쯤에는 몬스터 혈풍도 모두 종결된 이후가 될 수 있었기에 에리카로서는 답답하고 조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시 고개를 돌려 위드를 바라보는 에리카.
‘내가 네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그녀는 자신의 마음만이라도 위드에게 전해지길 간절히 원했다.
“피에나!!”
위드의 외침에 피에나는 날렵하게 땅을 박차고 좌측으로 튕기듯 몸을 이동시켰다.
쾅!
굉음과 함께 히드라의 머리 하나가 땅을 후려치고 돌아갔다.
“모두 조심해요!”
위드는 그렇게 모두에게 경고를 하고는 검을 가슴까지 끌어당겼다.
싸울 적마다 느끼지만 히드라와 바질리스크는 보통 까다로운 상대가 아니었다. 아니, 까다롭다는 표현보다는 위험한 상대였다. 조금만 방심을 하면 그대로 목숨을 내놓아야 할 만큼 너무나도 위험한 상대!
“같은 작전으로 나갈 테니 준비들 하세요!”
위드의 외침에 피에나가 불만스런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도 위드는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위험하더라도 어쩔 수 없어.’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 누군가가 다치거나, 죽을 수 있었기에 위드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차라리 자신이 다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에 매번 히드라와 바질리스크를 상대할 적마다 사용하는 전투 방식을 고집할 수밖에 없었다.
“영주님! 조심하십시오!!”
가스파의 외침에 고개를 끄덕인 위드는 모두가 들으라는 듯 크게 외쳤다.
“블링크!”
사라진 위드는 곧바로 독을 뿜어내는 히드라의 머리 정중앙 위에 나타났다. 동시에 커닝, 가스파, 루카, 월터, 피에나는 서둘러 다른 히드라의 머리를 유인했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히드라의 머리 하나를 유인하는 것. 하지만, 그것조차 일반 병사는 물론이고 트랜트 아머가 없는 기사들 역시 할 수 없는 일이기에 그나마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었다.
“하아아압!!”
커다란 기합성을 터트리며 검을 휘두르는 위드.
서걱!
트랜트 아머가 2차 성장을 이루고 나서 그 속도와 힘이 두 배 이상 상승한 상태였기에 힘껏 검을 휘두르면 마치 빛이 뿜어져 나가듯한 착각마저 일 정도였다.
머리 정중앙이 갈라진 히드라는 다른 두 머리를 좌우에서 각각 움직여 위드를 노렸다. 거대한 동굴처럼 벌어진 아가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간담을 서늘케 만들었지만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니고, 한 번은 직접 물려보기도 했기에 위드에겐 더 이상 두려운 일이 아니었다.
“블링크!”
벌어졌던 히드라의 입이 닫혀졌지만 입 안에 걸리는 것은 없었다. 이미 위드의 몸은 또 다른 머리 위에 가 있었다.
아무리 블링크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아홉 개의 머리를 상대로는 위드라 할지라도 이길 수가 없었다. 히드라나 바질리스크 정도의 몬스터는 위드의 움직임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기 때문이었다.
그 일례로 알린 평원 대전투에서 블링크를 믿고 홀로 히드라와 싸우다 물리면서 큰 부상을 입을 뻔했다. 사방팔방으로 움직이는 아홉 개의 머리 앞에서는 제아무리 블링크라 하더라도 속수무책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기에 커닝, 루카, 가스파, 월터, 피에나가 각각 하나의 머리씩을 유인하며 위드가 쉽게 히드라를 상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