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05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6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05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5권 - 5화
후비적, 후비적.
“우라질! 왜 이렇게 귀가 가려운 거야!!”
후비적! 후비적!
신경질적으로 귀를 후벼 대는 그의 모습에 곁에 있던 가일이 꽤나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갑자기 귀가 간지러운 거죠?”
귀를 후비던 그가 그렇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으음…….”
깊게 고민하는 사람처럼 침음을 흘리는 가일의 모습에 무지막지하게 귀를 후비던 그가 왜 그러냐는 듯 퉁명스럽게 물었다.
“왜?”
가일은 그를 바라보며 여전히 한껏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는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제가 듣고, 경험한 바에 의하면 죽을 때가 되면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냥 귀가 간지럽다고 합니다.”
“……무슨 헛소리야!”
화를 버럭 내는 루카의 모습에도 가일은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정말입니다. 제가 떠돌던 때 한 용병과 함께 일을 했던 적이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 용병이 귀가 간지럽다면서 막 후비고 있었죠. 그러다 갑자기……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에 목이 그대로 꿰뚫려 죽고 말았죠. 바로 제 눈앞에서!”
“그건 누군가 공격을 했으니까…….”
“이상한 일은 이후로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거죠! 단 한 발의 화살이 날아와 귀를 후비던 그 용병을 죽이고, 이후로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한참을 기다려도 그 어떤 몬스터나, 사람의 공격이 없었다는 겁니다!”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가일의 말에 그는 거짓말하지 말라는 듯 말했지만 왕방울만 한 눈동자는 어느새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연신 쉬지 않고 귀를 후비던 손도 슬그머니 내려놓고 있었다.
“이 이야기를 한 마을에서 했더니 자신도 그런 사람을 몇 봤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아무런 이유 없이 귀가 간지러운 것은 자신의 죽음을 경고하기 때문이라고…… 크악!”
퍽!
“어디서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진지하게 말하던 가일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갈긴 루카는 어느새 자신의 몸통보다도 커다란 도끼를 꺼내 주변을 살피는 그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아씨! 왜 때려요!!”
“네가 되지도 않는 소리를 지껄이니까 그러잖아!”
“무슨 소리에요! 정말이라고요! 정말로 죽을 때가 되면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귀가 간지럽다고 했단 말이에요!!”
“자꾸 헛소리 지껄일래?”
“헛소리 아니라니…….”
자신의 모닝스타를 쥐고 흔드는 루카의 모습에 가일은 입을 꾹! 다물며 시선을 돌려 버렸다. 그러면서도 그를 향해서 조용히 말했다.
“조심하세요. 내 말은 정말이니까.”
가일의 경고에 그는 짧고 굵은 목을 굳건하게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고 루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 참, 가일도 저 녀석도 문제지만…… 어쩌다 저런 놈과 비슷한 수준의 후, 후…….”
“후바 쿠에바스 카힐 드로브 쿠빌리에.”
커닝의 참견에 루카가 그를 돌아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래, 너 잘났다!”
“고맙다. 킥킥!!”
두리번, 두리번.
도끼를 손에 꽉! 쥐고 걸어가는 후바의 모습은 꽤나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다가도 풀숲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면 누구보다도 먼저 도끼를 휘두를 태세를 갖추는 그의 모습에 앞장서서 걷던 위드가 다가왔다.
“후바, 왜 그래?”
위드의 물음에 후바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누군가가…… 날 노리고 있어.”
그리고 주변을 매섭게 살피는 후바의 모습에 위드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결국 루카에게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웃을 수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후바는 여전했다. 그러고는 가일의 곁으로 다가가 진지한 눈동자로 말했다.
“너는 참 아는 게 많은 인간이구나.”
“뭐, 그런 이야기 좀 듣기는 하죠. 하하하핫! 아! 제 주제곡 있는데 한번 들어보실래요? 아마 후바 님도 좋아하실 겁니다.”
“오오오! 주제곡이라니! 역시 너는 다른 인간들과는 확실히 다르군!!”
“이 정도는 기본 아니겠습니까? 하하핫!!”
“크하하하하하하!! 역시 넌 마음에 드는 인간이야!!”
“저도 후바 님과는 말이 잘 통해서 아주 좋습니다!!”
후바와 가일은 서로가 너무나 좋았다.
그 후, 이틀이 지나고부터 병사들은 가일의 주제곡을 그대로 따라한 후바의 주제곡을 들으며 괴로워해야만 했다.
* * *
제국력 1385년 2월 22일.
페르만 왕국 라네시 너트 평원.
드래곤 기사단의 합류를 시작으로 승리에 승리를 이끌며 어느새 라네시 성을 코앞에 둔 페르만 왕국군. 그들의 사기는 그라다 왕국의 영토를 수복 중인 연합군이나, 왕국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세 차례의 대전투.
마울틴 평원 대전투.
알린 평원 대전투.
라이시 언덕 대전투.
각각 수만 마리의 몬스터를 상대로 큰 승리를 거머쥔 페르만 왕국군은 드디어 네 번째 대전투의 장소가 된 너트 평원에서 승리하면 라네시 성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에 기대와 흥분으로 크게 부풀어 있었다.
병사들의 얼굴엔 피곤함보다도 높은 사기로 인한 전의와 투지가 가득했다. 멀리 보이는 몬스터들의 모습도 더 이상은 위협적이지 않았다.
총사령관 막사 안.
“현 우리 왕국군의 병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촤라락.
참모장인 바스틱 백작이 페르만 왕국군의 병력 상황을 자세하게 기록한 종이를 크게 펼쳤다.
기병 : 7,456명.
궁병, 투척병 : 24,954명.
방패병, 창병 : 17,694명.
보병 : 20,041명. [중장보병 : 7,857명]
마법병단 : 246명.
기사단 : 1,052명. [트랜트 아머 소유자 : 140명]
총 병력 : 70,391명. [기사단 제외]
드래곤 기사단 : 60명. [전원 트랜트 아머 소유]
용병단 : 2,081명. [트랜트 아머 소유자 : 18명]
페르만 왕국군의 병력 상황을 바라보는 지휘관들의 얼굴엔 흡족함이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수차례나 이어진 전투에서 매번 승리를 해왔고, 병력의 피해도 이 정도면 정말로 대단하다 싶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번 너트 평원의 전투만 승리하게 되면 라네시 성이 바로 코앞이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만 해오면 열흘 아니, 5일 안으로 우리는 라네시 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네.”
알레이스 후작의 말에 모든 지휘관들이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든 것이 총사령관님의 탁월한 지휘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페바난 남작의 아부성 짙은 발언에도 누구 하나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다. 그만큼 현재의 상황이 좋았고, 왕국군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정도로 충만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라이시 언덕에서 있었던 대전투에서 드래곤 기사단의 도움이 없었다면 정말로 지금의 반 정도밖에 병력이 남지 않았을 것입니다.”
프레드 남작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시 언덕 대전투는 페르만 왕국군에게 있어서 최고로 힘든 전투였다. 만약, 드래곤 기사단이 비행 몬스터들을 제쳐 두고 왕국군을 지원하지 않았다면 정말로 커다란 타격을 입었을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그 대가로 드래곤 기사 다섯이 처음으로 부상을 당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다시 전투에 나설 수 있을 정도의 경상에 불과했다.
“드래곤 기사단이 어째서 프라디아 대륙 최강의 기사단이라고 불릴 수 있는지 라이시 언덕 전투에서 똑똑히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하하!”
한쪽에 앉은 엘리언 프라디아는 그저 희미하게 웃음을 머금고 있을 뿐이었다.
“연합군과 그라다 왕국군 역시도 드래곤 기사단이 합류를 하고 나서부터 모든 전투에서 승리를 해나가고 있다고 하니 드래곤 기사단이야말로 프라디아 대륙의 평화와 질서를 수호하는 기사단인 셈입니다.”
“그렇습니다! 드래곤 기사단이 아니라면 어떻게 우리 왕국군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도 한번 변변하게 세우지 못한 연합군이 그토록 승승장구 할 수 있겠습니까? 이 모든 것들이 드래곤 기사단의 위력이지요!”
계속되는 칭찬에 엘리언은 몸을 일으켜 가볍게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표하고는 입을 열었다.
“드래곤 기사단만 있었다면 어떻게 이곳까지 올 수 있었겠습니까? 이곳에 모인 모든 분들과 그라다 왕국에서 목숨을 바쳐 가며 싸우는 모든 이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앞으로도 우리 드래곤 기사단은 몬스터 혈풍을 완전히 종결시킬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부디, 페르만 왕국군과 연합군, 그라다 왕국군의 모든 분들도 뜻이 변하지를 않길 빌겠습니다.”
엘리언의 말이 끝나자 모든 이들이 입을 모아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다짐했다.
잠시 들떴던 분위기가 가라앉길 기다린 후에야 알레이스 후작이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대전투라 부를 수 있는 전장은 세 곳이었네. 마울틴 평원, 알린 평원, 라이시 언덕.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곳 너트 평원에서 치러질 전투야말로 가장 큰 전투가 될 것이며, 앞으로 우리 왕국군의 진로를 결정지을 것이네.”
“진로라 하신다면?”
델라스 백작의 물음에 알레이스 후작이 그를 바라보다 이내 한쪽에 조용히 앉아 있는 위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몬스터들에게 빼앗긴 또 다른 우리 페르만의 영토! 프레타를 되찾아야지!”
‘총사령관님!’
위드의 눈빛에 알레이스 후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걱정하지 말라는 듯, 반드시 프레타 영지를 되찾게 해주겠다는 듯 희망을 담은 고갯짓이었다.
“지금의 병력으로는 프레타 지역까지 되찾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베케일 백작의 말에 위드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그 눈빛에 알게 모르게 주눅이 든 베케일 백작이었지만 자신의 뜻을 굽히지는 않았다.
“프레타 지역은 이미 몬스터들에게 완전히 장악된 상황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이곳 라네시 지역보다도 훨씬 힘든 전투가 될지 모를 아니, 분명 그럴 곳입니다. 이곳에서 전투를 벌이고 라네시 성을 되찾고 난 후, 얼마나 남을지도 모를 병력으로는 솔직히 무리라고 판단됩니다.”
베케일 백작의 말에 곁에 있던 야쿠 백작과 사르비에 백작 등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이 위드와의 관계가 나쁜 것을 배제하더라도 그 판단만은 현실적으로 옳다 할 수 있었다.
몬스터 혈풍이 아니더라도 프레타 지역은 최악의 땅이었다. 그런 곳이 이제는 몬스터들의 소굴이나 마찬가지로 변해 버렸다.
처음 페르만 왕국군의 병력이라고 하더라도 쉽지 않을 텐데 그보다도 더 적은 병력으로 진군을 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모두 죽자고 지옥길로 걸어가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알레이스 후작도 베케일 백작의 의견에 뭐라고 반박할 말이 없었다. 그 역시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프레타 지역을 저대로 방치해 둘 수는 없었다. 그건 위드를 위해서가 아니라 페르만 왕국의 국민으로서, 이번 몬스터 혈풍에 참전을 한 지휘관으로서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때가 되면 내가 국왕폐하께 지원군을 요청하겠네. 아무리 힘든 곳일지라도 우리의 영토일세. 저대로 방치할 수는 없지 않겠나?”
“맞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몬스터 혈풍으로 인해서 프레타 성이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도 우리는 똑똑히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 카일러 준남작이 프레타 성에서 몬스터들을 막아 주지 않았다면 본국 역시 그라다 왕국과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것이 분명한 사실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프레타 성을 되찾아야 합니다.”
바스틱 백작까지 동의를 하자 콜러 백작과 멀린스 자작 역시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흥! 그런다고 프레타 성을 순순히 되찾을 수 있을 줄 아나 보지? 어림도 없지!’
베케일 백작은 프레타 성은 라네시 성보다도 훨씬 되찾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우습기만 할 뿐이었다. 그는 이미 프레타 지역을 몬스터 땅의 일부라 생각하고 있을 정도였다.
정말로 알레이스 후작이 프레타 지역을 되찾기 위해서 지원군을 요청하면 자신이 스스로 그것을 제지할 생각이었다. 프레타 지역을 되찾기 위해 병력을 소모하느니 차라리 레켄 영지를 굳건하게 다지는 편이 백번 나으며, 자신의 이런 의견이 알레이스 후작의 지원군 요청보다도 더 잘 먹혀 들어갈 것임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