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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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7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04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5권 - 4화
그뿐만이 아니었다.
전쟁은 돈이다.
지금까지 움직인 40만에 병력을 유지하기 위해 쏟아 부어야만 했던 돈과 무엇보다도 대륙에서 알아주는 용병단을 통째로 고용함으로써 들어간 돈만 하더라도 그라다 왕국의 재정을 통째로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만약, 연합군의 병력까지 재정적인 지원을 해야만 했다면 이미 돈이 바닥을 들어내 이번 몬스터 혈풍을 막아낸다 하더라도 그라다 왕국이 회생하기란 엄청난 시간이 걸리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최대한 피해를 줄여 나가면서 하우트 지방을 수복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옳은 소립니다!”
“누가 몰라서 그러는 것입니까? 하지만, 병력의 피해를 어찌 줄여 나간단 말입니까? 알다시피 검은 표범 용병단과 붉은 사자 용병단은 이미 대다수 목숨을 잃은 상황입니다. 남은 인원이라고 해 봐야 두 용병단을 합쳐 고작 백여 명도 되지 않습니다. 그건 우리뿐만이 아니라 제2군도 마찬가지라 들었습니다. 어쨌든 그 많은 돈을 들여 고용한 용병단마저도 이제는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그렇다고 또 다른 용병단을 고용하기란 어려운 상황. 아무리 생각해도 피해를 줄이면서 하우트 지방을 수복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승승장구하며 나아가는 연합군과 비교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당장 하우트 지방을 수복해야 할 입장이었지만 그러자니 병력의 수가 적었다. 또한, 모든 병력을 잃어도 큰 문제가 없는 연합군과 다르게 왕국군은 최소한의 피해만을 입은 후에 다시 왕국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었기에 이래저래 상황은 최악이라 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더 이상 용병단의 고용도 어려운 현실이었다. 돈도 문제였지만 대륙 10대 용병단이라 불리던 검은 표범 용병단과 붉은 사자 용병단의 피해를 보고서도 어떤 용병단이 이 전투에 참가를 하려고 하겠는가?
“그렇다고 이대로 있을 수는 없겠지.”
지금까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있던 금발의 남성이 양손으로 깍지를 낀 상태에서 턱을 괴고 입을 열었다. 귀 부근은 하얀 눈이라도 내린 듯 백발이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약간은 주름진 얼굴과 깊게 가라앉은 두 눈동자는 세월의 연륜을 뿜어내고 있었다.
페드로 웨인 공작!
현재 그라다 왕국군을 이끌고 있는 총사령관으로서 그라다 왕국 최고의 검사이자, 프라디아 대륙 10대 검사로써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인물이다.
페드로 웨인 공작은 깊게 가라앉은 눈동자로 막사 안에 모인 지휘관들을 둘러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의 전쟁은 연합군보다 빠른 시간 내에 영토를 수복하느냐가 아니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 몬스터를 토벌하는 것이네. 몬스터를 토벌하면 영토는 자연적으로 수복되는 전쟁이란 소리지. 모두 이 점을 명심하도록 하게.”
모르는 말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연합군보다 뒤쳐져 영토를 수복하고 싶진 않았다. 그게 바로 체면과 자존심이었다.
“스콘티 백작.”
“예.”
참모장을 맡고 있는 스콘티 백작은 50대 초반의 남성으로 검사로서 강인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단정한 옷차림과 검이라고는 한 번도 잡아 본 적이 없는 듯 부드러운 손. 그는 그라다 왕국 아카데미에서 군사학과에서 자국의 인재들을 가르치던 선생님이었다.
“몬스터의 수가 4만이라고 했었나?”
“그렇습니다. 소형 몬스터의 수가 3만이며, 중형 몬스터의 수가 약 8천 가량이고, 대형 몬스터의 수가 남은 2천에 해당합니다. 그중 히드라와 바질리스크의 수는 도합 6마리에 이릅니다. 또한, 비행 몬스터의 수는…….”
“대략 2천 마리입니다.”
막사 한쪽에 자리를 잡고 있던 드래곤 기사가 스콘티 백작을 대신해서 대답을 해주었다. 스콘티 백작은 고맙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이야기를 이었다.
“총 몬스터의 수는 지상 몬스터 4만에 비행 몬스터 2천을 합쳐 4만 2천 마리지만, 지상 몬스터를 제외한 비행 몬스터는 드래곤 기사단이 상대를 하게 될 것이니 우리 왕국군이 상대해야 할 몬스터는 총사령관님 말씀처럼 4만 마리가 맞습니다.”
스콘티 백작의 자세한 설명에 페드로 웨인 공작이 다시 물었다.
“전술 작전은 생각을 해놓았나?”
“몇 가지를 생각해 놓았습니다만, 어느 것도 피해를 최소화 한다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히드라와 바질리스크 때문인가?”
“그렇습니다. 지금까지의 전투에서 우리 왕국군이 해치운 히드라와 바질리스크의 수는 30마리가 넘습니다만, 그중 총사령관님과 호위 기사단이 직접 처리한 수가 절반 이상일 정도로 두 몬스터에 대해서는 총사령관님과 호위 기사단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번 전투 역시도 그 점을 감안해 전술을 짜내다 보니 일반 병사들의 피해를 줄일 수가 없었습니다.”
스콘티 백작의 말에 다른 지휘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히드라와 바질리스크는 결코 일반 병사들로 상대할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었다. 기사단이라 하더라도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할 만큼 강력한 존재였기에 왕국군으로서는 소드 마스터인 페드로 웨인 공작과 그의 호위 기사단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남은 용병단의 용병들이 히드라와 바질리스크를 상대한다 하던데?”
“그렇습니다. 현재 남은 두 용병단의 용병들은 용병단을 이끌던 수뇌부들뿐입니다. 또한, 10명의 용병들이 트랜트 아머를 착용하고 있기에 적어도 그들에게 두 마리 정도는 맡길 수 있습니다.”
잠시 생각을 하던 페드로 웨인 공작이 말했다.
“전술을 새로 짜도록 하게.”
“예?”
“나와 호위 기사단의 안전을 배재한 상태로 전술을 짜도록 하게. 최대한 병사들의 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전술을 맞춰 보도록.”
페드로 웨인 공작의 말에 스콘티 백작이 고개를 저었다.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히드라와 바질리스크를 상대하는 총사령관님과 호위 기사단에 커다란 위험이 가중됩니다.”
“이미 많은 전투를 치르면서 히드라와 바질리스크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네.”
“하지만…….”
“명령이네!”
명령이라는 소리에 스콘티 백작은 얼굴을 찌푸렸다. 아무리 명령이라고 하지만 그대로 따르다가 만약 운이 나빠 총사령관인 페드로 웨인 공작의 신변에 이상이라도 생긴다면 왕국군은 그대로 끝이었다.
차라리 병사들이 피해를 입더라도 총사령관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스콘티 백작이었다. 하지만, 결코 번복하지 않을 것 같은 페드로 웨인 공작의 얼굴 표정에 스콘티 백작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연합군 측의 상황은 그렇다고 치고, 페르만 왕국군은 어떤가?”
페드로 웨인 공작의 물음에 정보를 담당하고 있는 바벨 자작이 대답을 했다.
“페르만 왕국군 역시 드래곤 기사단의 합류가 있은 이후부터는 크고 작은 전투에서 승리를 일궈 내며 현재 라네시 영지의 절반 이상을 수복한 상태입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점은 병력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빠르게 영지를 수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허!”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영지 수복을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다니!”
“혹시, 우리와는 다르게 상대하고 있는 몬스터들의 수가 적은 것 아닙니까?”
“하긴, 그렇다면 놀라울 것도 없겠지.”
주변의 소란스러움을 잠시 방관하던 페드로 웨인 공작이 자세히 설명을 해보라는 말을 건네자 바벨 자작이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페르만 왕국군과 우리 그라다 왕국군의 상황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병력의 수, 상대하고 있는 몬스터의 수와 합류한 드래곤 기사단의 수까지 모두 동등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그게 사실이오!”
“그런데 어떻게 라네시 영지를 그토록 빠르게 수복할 수 있단 말입니까?”
“사실이라면 정말로 믿기 힘든 일이군!”
저마다 놀랍다는 듯 한마디씩 뱉어내는 지휘관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바벨 자작이 다시 입을 열었다.
“모두 사실입니다.”
“역시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인가.”
페드로 웨인 공작의 말에 몇몇 인물들이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백발의 폭풍이라 불리는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은 전쟁에 있어서는 대륙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명장 중의 명장이다.
그런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이 이끄는 페르만 왕국군이 승승장구하며 영토를 수복해 나가는 일은 따지고 보면 그리 놀라울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자리에 앉아 있는 페드로 웨인 공작이 결코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이 군을 하나로 잘 이끌어 내는 것도 무시할 순 없습니다만…… 실질적으로 이번 페르만 왕국군이 이처럼 빠르게 영토를 수복해 나가며,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일에는 몇몇 사람들의 활약이 크기 때문입니다.”
바벨 자작의 말에 모두가 그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궁금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페드로 웨인 공작 역시도 얼굴 가득 호기심을 빛내고 있었다.
잠시 뜸을 들인 바벨 자작이 입을 열었다.
“우선 이번 페르만 왕국군에는 페르만의 젊은 영웅이라 불리는 위드 카일러 준남작이 자신의 프레타 성을 잃은 직후 곧바로 가담을 하였습니다. 그런 그가 현재 모든 전략 전술을 짜내고 있다 합니다.”
“위드 카일러 준남작?”
“이제 고작 20살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네드벨 아카데미를 1년 다니고 나서 휴교령이 발동되는 바람에 자신의 영지로 돌아갔다고 했습니다.”
“허허! 그런 어린 자가 그 대군의 참모장 행세를 한단 말인가?”
“대군을 자신의 전술대로 움직이는 위드 카일러 준남작도 대단하지만 그런 어린 자에게 대군을 맡긴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도 대단하군!”
물론, 그 누구도 위드 카일러 홀로 모든 전술을 생각해 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가 실질적인 참모장과 함께 전술을 기획하더라도 그런 위치까지 올랐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위드 카일러 준남작은 전투에서도 그 누구보다 뛰어난 활약을 한다고 합니다. 그의 손에 쓰러진 히드라의 수가 벌써 3마리나 된다고 합니다.”
“헉!!”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히, 히드라를 죽이다니요! 그자가 소드 마스터라도 된다는 말입니까!”
막사 안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페드로 웨인 공작이라도 홀로 히드라를 죽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페드로 웨인 공작 역시도 바벨 자작의 말에 믿을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만약,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이 죽였다면 그나마 믿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드 카일러가 죽였다는 말은 도저히 믿을 만한 말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그 사실은 과장되거나, 허위로 조작된 소문 같군.”
직접 히드라와 싸워 봤기에 냉정하게 내릴 수 있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뒤이어 들려온 바벨 자작의 음성엔 어떠한 거짓도, 어떠한 과장도 섞이지 않았음을 자신 있게 말하고 있었다.
“믿기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만, 절대로 과장되거나, 허위로 조작된 사실이 아닙니다.”
페드로 웨인 공작의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모두 아실 것입니다. 위드 카일러 준남작이 트랜트 아머를 착용한 상태에서 블링크라는 이동 마법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또한, 트랜트 아머 역시 벌써 2차 성장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벌써 2차 성장이라니…… 과연 페르만의 젊은 영웅이라 불릴 만한 인물이군. 그렇다 하더라도 히드라는 소드 마스터가 아니면 상대할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네.”
페드로 웨인 공작은 여전히 자신의 생각을 꺾지 않았다. 이는 위드 카일러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히드라를 상대했기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총사령관님의 생각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으며, 그것은 결코 틀린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위드 카일러 준남작은 그러한 생각을 완벽하게 뒤집어 놓고 있습니다.”
바벨 자작 역시도 믿을 수 없다는 듯 표정이었지만 자신의 정보는 믿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소리군.”
“그럴 수 있습니다.”
페드로 웨인 공작은 처음으로 위드 카일러를 만나 보고 싶어졌다.
‘페르만의 젊은 영웅, 위드 카일러. 꼭 만나 보고 싶군.’
“위드 카일러 준남작은 그렇다 치고 다른 이들은 누구입니까?”
한 귀족 지휘관의 물음에 바벨 자작이 대답했다.
“대륙 최고의 마법사라 할 수 있는 6클래스의 히덴 가르시아 님과 극소수만이 남은 오브라이언 용병단, 피에나라는 타이먼 족 여성을 비롯한 위드 카일러 준남작의 기사단이라고 할 수 있는 기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