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03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0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03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5권 - 3화
쾅!
금발의 남성이 자신 앞에 탁자를 내려치며 분통을 터트렸다.
“아무리 대륙 최강의 기사단이라고 하지만 저 오만한 태도는 무엇입니까!”
“맞습니다! 연합군을 무엇으로 보았기에 그토록 조롱 섞인 말들을 뱉어낸단 말입니까!”
반대편에 앉은 귀족 지휘관 역시도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한쪽에 있던 40대 후반의 중년인이 마르치 후작을 바라보며 따지듯 물었다.
“이대로 참고 넘어가야만 하는 것입니까?”
마르치 후작을 대신하듯 30대 후반의 하라 왕국 귀족이 대꾸했다.
“그럼 어쩌겠소? 행동이야 어쨌든 명분상으로는 우리를 돕겠다고 온 것 아닙니까? 게다가 드래곤 기사단의 힘은 우리 연합군에 반드시 필요한 힘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당하고만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까?”
“그런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드래곤 기사단의 힘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 아닙니까. 어떻게 행동을 하던 우리는 우리의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런 행태를 계속해서 지켜볼 수만은 없습니다!”
“그럼, 도움은 필요 없으니 돌아가라고 말이라도 할 참입니까?”
“하라면 못할 것도 없습니다!”
“그 말은 앞으로의 전투에서 오란 왕국이 선봉에 선다고 보아도 되는 것이겠지요?”
당황하며 급히 대꾸하는 지휘관.
“그, 그건 아닙니다! 다만, 나는 이대로 비웃음을 당하고만 있기엔 우리 모두의 체면이 말이 아니니…….”
마르치 후작은 각 나라의 대표로 선발되어 온 이들의 행동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마르치 후작과 마찬가지로 한쪽 구석에서 귀족 지휘관들의 결론 없는 설전을 지켜보던 사내가 몸을 일으켜 막사를 빠져나왔다.
“하나같이 한심한 인간들뿐이군.”
막사를 빠져나온 사내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내가 도착한 곳은 드래곤 기사단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곳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30대 초반의 드래곤 기사가 사내를 바라보고는 물었다.
“페레이라 프라디아 단장님을 뵙고 싶습니다.”
드래곤 기사가 물었다.
“신분을 밝혀 주십시오.”
“연합군 제1군단 소속 제3대대 보병대장 카인 클라우드입니다.”
* * *
“올해 나이가 몇인가?”
페레이라 프라디아의 물음에 카인이 대답했다.
“스무 살입니다.”
스무 살이라는 대답에 페레이라 프라디아는 놀랍다는 듯 카인을 바라봤다. 나이에 걸맞지 않는 성장을 이루고 있으니 놀랍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 날 찾아온 목적이 무엇인가?”
“대화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대화?”
카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륙 최강의 기사단인 드래곤 기사단의 단장이시며, 무엇보다도 모든 검사라면 꿈꾸길 바라는 최고의 검사와의 대화. 이 정도면 제가 찾아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당찬 카인의 말에 페레이라 프라디아가 껄껄 웃었다.
“과연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의 후계답군!”
“아버님을 아시고 계십니까?”
“두어 번 정도 만난 적이 있네.”
“페레이라 님께서는 아버님을 어찌 평가하십니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질문이라 그런지 페레이라 프라디아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과연 페레이라 님과 같은 분께 아버님이 어떤 모습으로 보이실지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웃으며 말하는 카인의 모습에 페레이라 프라디아는 그제야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조금도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 곧바로 입을 열어 클라우드 공작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내가 보기에 자네의 아버지인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은 대륙 전쟁이 벌어지면 그 누구보다 혁혁한 공을 세울 사람이네.”
“그 말씀은…….”
“자네가 누구보다 잘 알리라 생각하네만?”
말을 끊어버리는 페레이라 프라디아를 카인은 가만히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아버님은 그런 분이십니다.”
카인의 말에 페레이라 프라디아는 희미하게 웃었다.
‘정말로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 누구도 자신의 위에 앉히실 분이 아니시죠.’
‘그 누구보다 야망이 커서 황제라 할지라도 기회가 된다면 제거할 사람이지.’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속으로만 삼키는 카인과 페레이라 프라디아였다.
“두 번 만나신 것치고는 아버님에 대해서 정확하게 아시고 계신 듯싶습니다.”
“만난 것은 두 번이지만 클라쉬 클라우드 공작의 이야기는 수없이 들었다네. 또, 이쯤 나이를 먹게 되면 한 번을 보더라도 사람을 보는 눈이 제법 정확해지기도 한다네.”
페레이라 프라디아가 껄껄 웃자 카인이 마주 웃음을 머금고 있다 물었다.
“말씀이 가능하시다면 제가 어떻게 보였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순간 날카로워진 카인의 눈동자를 페레이라 프라디아는 희미한 웃음으로 바라보며 대꾸했다.
“사자의 새끼는 결코 늑대가 될 수 없는 법이네. 하지만…… 같은 사자라 하더라도 다른 점은 있겠지.”
그 뜻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말과 같았지만 카인은 어느 정도 알아차렸는지 희미하게 웃었다.
“아버님은 절 아버님과 같이 만드시고 싶은 모양입니다.”
“자네가 이곳에 있는 이유로군.”
“예.”
대륙 최고의 검사인 페레이라 프라디아 앞에서도 카인은 당당했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은 하나도 빼놓지 않았다. 또한, 이러한 카인의 모습을 페레이라 프라디아는 조금도 이상하게 여기거나, 대범하다 생각지 않았다.
자연스러움.
페레이라 프라디아와 카인 클라우드는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들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었다.
“검이란 무엇입니까?”
“이거 내가 선수를 빼앗겼군.”
그렇게 말을 하고 페레이라 프라디아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도구.”
“예?”
“검이란 도구일 뿐이네.”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아니, 대륙 최고의 검사에게서 나올 법한 대답이 아니었기에 카인은 처음으로 당황한 얼굴로 페레이라 프라디아를 바라봤다.
검이 도구 즉, 병기라는 것을 모르는 이가 있을까?
카인이 원한 대답은 이러한 대답이 아니었다. 최소한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아니 생각하고 있었던 수많은 답들 중에서 제법 그럴싸한 답을 그럴싸한 설명과 함께 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게 바로 대륙 최고의 검사에게서 바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내 대답이 이상한가?”
“이상한 것보다는 솔직히 당황스럽습니다.”
카인의 솔직한 대답에 페레이라 프라디아가 빙긋 웃었다.
“아무래도 내가 조금이라도 더 그럴 듯한 말을 하길 원한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허허허!”
잠시 웃음을 터트리고 나서야 페레이라 프라디아가 말했다.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도구가 바로 검이네. 그 검을 어떻게 사용하고, 얼마나 제대로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어찌 보면 검은 마음의 도구라네.”
“…….”
“여전히 모르겠다는 아니, 내게서 나올 법한 답은 아니라는 듯한 표정이로군.”
“죄송합니다.”
“무리도 아니지. 허허허!”
고개를 숙이는 카인의 모습을 바라보며 페레이라 프라디아는 기분 좋게 웃었다.
“나는 현자가 아닐세. 그저 남들보다 검이라는 마음의 도구를 조금 더 잘 사용할 뿐이네. 내게서 대단한 답이 나오길 원했다면 애초부터 너무 큰 기대였을 것이네. 나는 그저 드래곤 산맥에 처박혀 어떻게 하면 남보다 더 빠르게 검을 휘두를까, 어떻게 하면 더 강한 힘으로 상대를 제압할까를 고민하며 살아갈 뿐이네. 어쩌면 이런 내 삶이 남들보다 검에 투자하는 시간이 길었기에 지금에 이르렀을지도 모르지. 어떤가?”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무슨 질문인지 모르겠다는 카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페레이라 프라디아가 아주 재밌는 장난을 준비 중인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드래곤 기사단의 일원이 되어 나와 함께 평생을 이런 고민을 하며 살아가 보고 싶지 않나?”
카인이 픽 웃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제 것은 아니라지만, 아버님께서 힘겹게 평생을 받쳐 이룩한 것들을 제 손으로 버리기란 쉽지 않을 듯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아버님께서 결코 허락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럴 테지!”
무릎을 탁! 치며 맞장구치는 페레이라 프라디아의 모습을 보고 카인은 누가 이런 백발의 노인을 대륙 최강의 기사단을 이끌고 있는 최고의 검사라고 생각할까? 하는 의문을 떠올리곤 피식 웃고야 말았다.
뿌우우우우우우-!!
“전투를 알리는 나팔 소리로군.”
페레이라 프라디아의 말에 카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깊숙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귀중하신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기회가 된다면 찾아뵙고 이런 귀중한 시간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나 같은 노인의 말상대가 되어 준다니 나야 고마운 일이지. 허허허!”
카인은 페레이라 프라디아라는 사람이 참으로 허물없이 깨끗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자신이 느끼는 것들이 오랜 연륜에서 시작된 거짓된 행동들이라면 자신이 완벽하게 속아 넘어가는 것이겠지만 굳이 그가 자신에게 그런 거짓 연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서둘러 돌아가 봐야겠습니다.”
“그러도록 하게.”
“그럼.”
인사를 마치고 카인이 막사를 빠져나가자 곧바로 드래곤 기사 한 명이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어떠셨습니까?”
기사의 물음에 페레이라 프라디아가 웃으며 대답했다.
“적어도 제2의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은 되지 않겠더군.”
“아직 세상 경험이 부족해 그리 보일 수도 있습니다.”
부정하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페레이라 프라디아.
“그렇기도 하겠지.”
chapter 2 비극의 서막!
제국력 1385년 2월 6일.
그라다 왕국 프링스 지방 동부 전선.
그라다 왕국의 페드로 웨인 공작이 이끄는 그라다 왕국군은 하우트 지방을 수복하기 위해서 일진일퇴를 수차례나 반복하고 있었다.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하우트 지방의 50퍼센트에 가까운 땅을 수복했지만 지금은 프링스 지방까지 완전히 밀려난 상태였다.
히드라와 바질리스크를 중심으로 뭉친 몬스터들의 저항이 강력한 것도 문제였지만 실질적으로 반이나 수복했던 영토를 다시금 빼앗겨야 했던 중요한 원인은 비행 몬스터들의 대대적인 공격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비행 몬스터에 대한 대응책은 마련해 놓고 있었지만 그 수가 너무나도 많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수복했던 영토를 모두 포기해야만 하고 말았다.
하지만, 드래곤 기사단이 합류를 하고부터는 상황이 뒤바뀌고 있었다. 더욱이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던 연합군이 지르모우 영지로 들어섬과 동시에 연승을 기록하며 몬스터들을 토벌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부터는 왕국군의 움직임이 더욱더 바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점들로 인해서 그라다 왕국군의 군영은 팽팽한 긴장감과 투지로 살벌하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총사령관 막사 안.
“더 이상은 시간을 끌 수 없습니다! 오늘이야말로 반드시 하우트 지방을 다시 되찾아야 합니다!”
“맞습니다! 연합군보다 늦게 하우트 지방을 되찾으면 두고두고 우리 왕국군은 어디서도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을 것입니다!”
“드래곤 기사단이 비행 몬스터만 제대로 잡아 준다면 지상 몬스터 따위는 결코 우리 왕국군의 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미 하우트 지방의 절반을 수복했던 경험이 있는 왕국군입니다. 오늘부터라도 제대로 전투를 벌이기 시작한다면 얼마든지 연합군보다 빠른 시간 내에 하우트 지방을 완전히 수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병사들 또한 수차례나 전투를 치러 낸 경험이 있기에 정예 중의 정예라 할 수 있을 만큼 단련이 된 상태입니다. 명령만 내려지면 당장이라도 하우트 지방을 수복하기 위해 앞장설 것입니다!”
모두가 자신감 넘치는 얼굴들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연합군과 다르게 우리 왕국군은 그동안 하우트 지방 수복을 위해 수많은 대전투를 벌임으로써 많은 병력을 잃은 상태입니다.”
“병사의 수는 적을지 몰라도 정예병으로 거듭난 왕국군입니다. 어느 나라의 병사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그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정예병이라 하더라도 오랜 전투로 인해 체력적인 부담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전쟁을 어째서 숫자 놀음이라고 하는지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한 귀족 지휘관의 말에 들떠 있던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그의 말대로 몸을 사리며 병력의 피해를 최소화한 연합군과 다르게 왕국군은 병력의 피해를 충분히 감수해가며 무리하다 싶을 전투도 몇 차례나 치러 왔기 때문이다.
30만에 달하는 연합군과 다르게 왕국군은 20만에 불과했고, 무엇보다도 프링스 지방과 라우스 지방으로 병력을 분산시켜 놓은 상황이었기에 실질적인 병력은 10만 뿐이었다.
“또한, 더 이상 왕국의 지원군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실 것입니다.”
“으음…….”
“허허!”
모두가 난감하다는 듯 서로의 얼굴만을 바라봤다. 몬스터 혈풍이 대단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영토 수복을 위해서 왕국의 모든 병력을 쏟아 부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당장 키에브 제국에서 정복 전쟁을 벌이지는 않겠지만 몬스터 혈풍이 잠잠해지고 나서도 최소한의 병력은 남아 있어야만 왕국을 지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몬스터 혈풍을 막지 못하면 왕국의 모든 병력을 동원해야겠지만 아직까지 그럴 만한 시기는 아니었다.
벌써 몬스터 혈풍으로 인해서 그라다 왕국의 병력이 20만이 소모되었다. 왕국을 든든하게 지켜 주던 20만의 병력이 고스란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거기에 현재 몬스터들에게 빼앗긴 영토를 수복하기 위해서 20만의 병력이 여전히 싸움을 이어 나가고 있었으니 그라다 왕국으로서는 이 이상의 추가 병력 지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