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02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2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02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5권 - 2화
가일이 우물쭈물 거리자 휴앙이 대신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드래곤 기사 한 명은 일반적으로 지방 영주의 기사단 전체와 맞먹는 전력이오. 때에 따라서는 왕국 기사단이나, 제국 기사단이라고 하더라도 절반 이상에 가까운 피해를 입어야 할 것이오.”
“허!”
“말도 안 돼!”
휴앙의 말에 커닝은 물론이고, 가일마저도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뭐, 따지고 보면 드래곤 기사는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며 공격하니 활동 범위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고, 무엇보다도 반격을 제외하면 공격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
즉, 일방적으로 공격만 한다는 소리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드래곤 기사 한 명이 웬만한 기사단 전체와 맞먹는다는 말은 쉽게 와 닿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휴앙이 말했다.
“드래곤 기사단의 힘은 무엇보다도 드래곤의 브래스에 있소. 웬만한 마법사라 하더라도 쉽게 막을 수 없는 것이 드래곤의 브래스요. 트랜트 아머를 착용한 기사라 하더라도 브래스에 정통으로 맞으면 무사할 수 없소. 또, 브래스가 아니더라도 드래곤을 타고 불시에 공격하고, 도망가고 하는 식으로 정면 대결을 펼치지 않는다면 어떻겠소?”
“…….”
“…….”
커닝과 가일은 할 말이 없었다.
휴앙은 빙긋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이처럼 드래곤 기사의 위력은 대단하오. 그럼 보나마나 너도나도 각 나라에선 자국의 기사들을 드래곤 기사로 만들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동원할 것이고, 그렇게 드래곤 기사들이 늘어나면 결국 피해는 누가 입겠소? 전쟁이 일어나면 병사들과 드래곤이 없는 기사들만 고스란히 그 피해를 입는 것이오. 무엇보다도 그렇지 않아도 그리 많지 않은 드래곤의 개체수가 급감할 것은 분명한 일. 결국은 또다시 인간들은 자신의 손으로 하나의 생명체를 멸종시키는 꼴이 되고 말 것이오.”
커닝과 가일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또, 휴앙의 말대로 드래곤 기사가 생겨나기 시작하면 두 제국은 거의 독식하다시피 드래곤 기사들을 늘려 나갈 것이 분명했다.
최악의 경우, 드래곤 산맥 자체를 자국의 영토로 만들기 위한 정복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결국 드래곤 산맥 자체를 영토 경계로 두고 있는 페르만 왕국은 키에프 제국의 정복 전쟁에 많은 피해를 입어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드래곤 기사단의 초대 단장님이셨던 알하이머 님께서는 어느 나라에도 적을 두지 않은 것이오. 자신이 섣부르게 움직이면 결국 드래곤 기사단은 물론이고, 모든 나라에서 드래곤을 강제로 잡아들이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프라디아 대륙을 수호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동반자인 드래곤을 지키기 위함이기도 하오.”
휴앙의 말에 커닝은 잘 들었다는 듯 빙긋 웃었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군요. 고맙소.”
“별말씀을.”
보기 좋은 미소와 함께 휴앙은 눈짓으로 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렸다.
휴앙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일이 중얼거렸다.
“거, 무지 폼 잡네. 쳇!”
* * *
“……총 병력은 117,977명입니다.”
“후우!”
바스틱 백작의 보고에 알레이스 후작은 그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아주 짧은 순간에 무려 1만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것이다. 무엇보다도 1만이라는 병력과 맞바꾸었다고 할 수 있는 몬스터의 수는 고작 오백도 되지 않았다.
그나마도 드래곤 기사단이 도움을 주었기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드래곤 기사단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 피해는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했을 것임을, 막사에 모인 사람들 중 모르는 이는 없었다.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드래곤 기사단이 앞으로 저희 왕국군을 돕기로 한 이상 이 정도의 피해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페바난 남작의 말에 알레이스 후작을 비롯한 몇몇 귀족들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저런 식으로 말을 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모인 이들이 귀족들이고, 지휘관들이니 다행이지 만약, 수만 명의 병사들이 듣고 있었다면 마음 속 가득 커다란 불만을 품었을 것이고, 사기 역시 크게 떨어졌을 것이다.
알레이스 후작의 얼굴이 찌푸려지는 것을 보고 페바난 남작은 속으로 자신이 뭘 그렇게 잘못했냐는 듯 불만을 터트렸다.
“몬스터들의 수는 파악이 되었나?”
바스틱 백작이 고개를 저었다.
“지상 몬스터의 수는 변함이 없습니다만, 비행 몬스터의 수는 파악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일반 척후병들로는 파악하기 힘든 지형에 모여 있고, 총사령관님도 아시다시피 드래번은 비행 몬스터들을 극도로 두려워하기에 드래번 척후병조차도 보낼 수가 없어 엘리언 님께 도움을 요청해 놓은 상태입니다.”
모두가 엘리언에게로 시선이 모아졌다.
“그렇지 않아도 드래곤 기사 몇을 정찰로 보냈습니다. 조금 후면 몬스터들의 수를 파악해서 돌아올 것입니다.”
“고맙소.”
알레이스 후작은 간단하게 인사를 건네고는 막사 내의 지휘관들을 바라봤다.
“뜻밖의 기습을 당해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오늘 전투가 벌어질 것임은 변하지 않을 테니 모두들 준비를 단단히 해놓도록 하게.”
알레이스 후작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베케일 백작이 물음을 건넸다.
“총사령관님, 오늘 전술에는 변화가 없습니까?”
베케일 백작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지휘관들이 궁금하게 여기고 있던 사항이었다. 병사의 수가 줄어든 것은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비행 몬스터에 대한 대응책, 드래곤 기사단의 활용책은 반드시 의논을 해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행 몬스터와 드래곤 기사단이라는 변수는 위드가 내놓은 전술을 전면 수정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고, 그렇게 된다면 그가 부참모장이라는 자리에 앉은 걸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던 이들은 당장에 그를 끌어 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알레이스 후작은 베케일 백작의 생각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전술의 변화는 없네. 카일러 부참모장의 전술을 그대로 사용할 것이며, 비행 몬스터는 드래곤 기사단에서 맡아 주기로 하였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네.”
곁에서 엘리언이 고개를 끄덕이자 베케일 백작이 스치듯 눈가를 일그러트렸다. 고작 60명뿐이라고 하지만 밤중에 일어난 비행 몬스터들의 기습에 대적하는 드래곤 기사단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하였고, 그들이라면 얼마든지 비행 몬스터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아니, 비행 몬스터 전부를 상대할 수 없다 하더라도 많은 부분을 담당하게 될 테니, 비행 몬스터에 대한 부담감은 털어내 버릴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전술의 변화가 없다는 것 즉, 여전히 위드를 부참모장에 앉혀 놓아야 한다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었다.
“간밤에 있었던 피해를 생각한다면 결코 이번 전투에서는 그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할 거네. 모두 이 점을 분명히 명심해서 전투에 임해 주길 바라네.”
알레이스 후작의 말에 지휘관들은 알겠다는 대답을 했고, 정확하게 30분이 지난 후에 정찰을 나갔던 드래곤 기사들이 돌아왔다.
해가 머리 꼭대기에 이르렀을 때, 전투를 알리는 나팔 소리와 진군의 북소리가 라네시 영지의 마울틴 평원에 울리기 시작했다.
* * *
제국력 1385년 1월 26일.
그라다 왕국 미엔 지방 동부 전선.
지르모우 지방을 바로 코앞에 두고 벌써 몇 달째 지루하다 싶을 정도의 전투를 벌이고 있는 연합군은 대대적인 대전투에 돌입하기 위해 모든 병사들과 지휘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빨리 빨리 움직여!!”
“거기! 오늘 있을 전투에서도 그렇게 멍청하게 있다가 죽을 거냐!!”
“여기란 말이야! 여기!!”
“그건 저쪽이잖아!!”
“네, 넷!!”
전투가 벌어지기 전부터 목에 핏대를 세우며 휘하 병사들을 다그치는 지휘관들과 재빠르게 움직이는 이들과 달리 허둥대는 병사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당연하다는 듯 벌어지고 있었다.
목에 핏대를 세우는 지휘관들이나, 자신의 일을 알아서 척척 해나가는 병사들이나, 허겁지겁 지휘관들의 고함소리에 움직이는 병사들이나 하나 같이 긴장감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그들이었다. 그동안 여러 차례나 전투를 해 왔지만 오늘만 한 대전투를 준비하긴 처음이었다.
드래곤 기사단의 합류!
연합군에 있어서 드래곤 기사단의 합류는 이제야말로 몇 달을 끈질기게 버틴 지르모우 영지의 몬스터들을 일거에 몰아낼 수 있는 기회 중의 기회였다.
총사령관 막사 안.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르모우 영지로 들어서야 합니다.”
“정말로 그 많은 히드라와 바질리스크를 확실하게 상대할 수 있는 것입니까?”
오란 왕국의 귀족 지휘관의 물음에 연합군의 참모장을 맡고 있는 카르타 제국의 세스크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를 이곳에 묶어 놓은 히드라와 바질리스크도 오늘만큼은 확실하게 처리가 될 것입니다.”
세스크 백작은 말을 마치며 한쪽에 느긋하게 앉아 있는 백발의 노인을 바라봤다.
백발의 노인은 자신을 바라보는 세스크 백작과 다른 이들의 시선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보든지 말든지 관심도 없다는 듯, 앞에 놓인 김이 모락모락 피는 찻잔을 들어 후루룩 마실 뿐이었다.
이제 곧 벌어진 대전투와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노인의 행동에 몇몇 사람들이 보이지 않게 눈을 찌푸렸지만 대놓고 그에게 뭐라고 할 용기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휴식이라면 취할 만큼 취했으니 오늘은 모두가 하나가 되어 전투에 임하도록 합시다. 모두들 각자 본국에서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오. 연합군이 만들어지고 이렇다 할 성과를 한 번도 올리지 못했으니 오늘이야말로 모두 힘을 내서 연합군의 저력을 보여 주도록 합시다. 다시 말하지만 오늘 이후로는 지휘관들끼리의 분란은 어떠한 경우라도 용서하지 않을 테니 반드시 명심하도록 하시오.”
50대 중반의 남자는 웨이브진 갈색 머리카락이 꽤나 잘 어울렸다. 선해 보이는 인상과 다르게 순간순간 번뜩이는 눈동자에 막사 안의 귀족 지휘관들은 저마다 눈을 돌리며 그의 시선을 피하기에 바빴다.
에베렐 마르치 후작.
현 연합군 총사령관이 바로 그였다.
“히드라와 바질리스크라…….”
백발의 노인의 중얼거림이 막사 안에서 고요하게 울렸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몬스터이기에 수십만에 달하는 연합군의 발걸음을 이리도 꽁꽁 묶어 놓고 있는지 궁금하군.”
의미가 없다면 의미가 없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연합군 귀족 지휘관들은 백발의 노인이 명백히 자신들을 비웃고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백발의 노인 앞에 나서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눈빛만으로도 지휘관들을 사로잡은 마르치 후작조차 침묵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허허허!”
백발의 노인은 지금의 상황이 우습다는 듯 껄껄 웃었고, 각 나라의 대표로 연합군에 가담한 귀족 지휘관들은 얼굴만 찌푸렸다.
“페레이라 님께서 히드라와 바질리스크를 상대해 보시면 아시게 될 것입니다, 얼마나 강력한 몬스터인지.”
마르치 후작의 조용한 음성에 백발의 노인 페레이라 프라디아가 그를 바라보며 대꾸했다.
“히드라와 바질리스크가 아무리 강력한 몬스터라 하더라도 수십만이나 되는 연합군이 이리도 꽁꽁 얼어붙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오?”
어디 변명이라면 얼마든지 해보라는 듯 도발적으로 따져 묻는 페레이라 프라디아.
“히드라 한 마리의 힘은 일반 병사 천 명과도 맞먹습니다.”
“마르치 후작의 말대로라면 현재 우리의 앞에 있을 히드라와 바질리스크의 수가 백여 마리는 훌쩍 넘겠구려?”
“…….”
마르치 후작은 싸늘한 눈동자로 페레이라 프라디아를 노려보기만 했다.
현재 연합군의 앞을 막아서고 있는 히드라와 바질리스크의 수는 대략 십여 마리였다. 연합군의 병력이라면 얼마든지 뚫어 버릴 수 있었지만 그러질 못하고 있었다. 만약, 제국군이나 한 나라의 왕국군이었다면 벌써 지르모우 영지로 들어섰을 것이다. 하지만, 연합군은 그러질 못하고 있었다.
연합군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카르타 제국과 오란 왕국, 하라 왕국의 병력이 합쳐진 병력이었기에 서로 자국의 병력을 희생시키지 않으려고 하고 있었다. 더욱이 자신들의 나라도 아닌 그라다 왕국이었기에 더욱더 병력의 희생을 조심하고 있었다.
마르치 후작은 이러한 점들이 총사령관으로서의 자격에 대해 말하는 것 같아 더욱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만약, 상대가 프라디아 대륙 최강의 기사단 단장만 아니라면, 최강의 소드 마스터라 불리지만 않는다면 당장이라도 검을 뽑아 들었을 것이다.
페레이라 프라디아.
드래곤 기사단의 제14대 단장직을 맡고 있는 인물로서 최강의 소드 마스터란 영광스런 자리 또한 잇고 있는 존재였다.
드래곤 기사단이 생기고부터 프라디아 대륙 최강의 검사는 어디까지나 드래곤 기사단의 단장 몫이었다. 물론, 드래곤이라는 몬스터를 제 몸처럼 부리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였지만 실제로도 검술 실력도 대륙 최고라 손꼽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막강했다.
“패잔병이라도 그들을 이끄는 지휘관이 뛰어나면 정예병이 되는 것이 전쟁이지.”
중얼거리는 페레이라 프라디아의 음성에 마르치 후작의 눈에 핏발이 섰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리고 그건 막사 안에 모인 각국의 귀족 지휘관들도 마찬가지였다.
막사 안의 공기가 팽팽한 긴장감으로 숨조차 쉽게 쉴 수 없을 지경이었지만 페레이라 프라디아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차 맛은 일품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