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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137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5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37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6권 - 12화

 

 

금발의 청년은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청년이 향한 곳은 제법 커다란 막사 앞이었고, 그 앞을 몇 명의 병사들이 막아서고 있었지만 청년의 얼굴을 알고 있는지 제지하지 않고 들여보내주었다.

막사에 들어선 청년은 상당히 두꺼운 책을 집중해서 들여다보고 있는 금발의 여인에게로 다가갔다.

“에…… 욱!”

“이 녀석! 여긴 또 웬일이야!!”

금발의 여인은 갑작스런 소란에 책을 읽던 시선을 돌렸다. 금발의 청년은 누군가에게 목을 감싸여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어서 불어! 여긴 왜 왔어어어!!”

청년의 목을 팔로 휘감은 사람은 놀랍게도 여자였다. 

갈색 머리를 한 시원시원하게 생긴 미인이었다. 제법 풍만한 가슴에 얼굴이 닿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목을 조르는 힘이 상당히 세게 때문인지 청년의 얼굴은 잔뜩 붉어져 있었다.

“우우우욱!!”

“어서 불어라! 여길 정탐하러 온 목적이 뭐야!!”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았기에 금발의 여인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만해요.”

“어서 불어! 어서 불란 말이야!!”

“우우우욱!!”

“그만해요!!”

금발 여인이 제법 커다랗게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목을 조르던 여인이 두 눈을 깜빡이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만해요.”

“칫! 운 좋은 줄 알아!”

여인은 선심이라도 쓰듯 팔을 풀었고, 청년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심하게 기침을 해댔다.

“콜록! 콜록!!”

“괜찮아?”

금발 여인의 물음에 청년은 쉬지 않고 기침을 해대면서도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재미없다고 중얼거리던 여인이 짓궂게 웃으며 청년의 허리를 갑자기 걷어찼다.

퍽!

“크에엑!!”

“으히힛!!”

“라샤 언니!!”

“우왁! 도망가자!!”

금발 여인의 외침에 그녀는 곧바로 막사를 도망치듯 빠져 나갔고, 허리를 걷어차인 청년은 울 듯한 표정으로 바닥에 널브러져서 고통스러워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고통이 잦아든 청년이 몸을 일으켰다.

“라샤는 왜 날 괴롭히는 거지?”

청년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고, 그의 말에 금발 여인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심심해서 그러는 거겠지.”

“…….”

청년은 할 말이 없었다. 심심하다고 이렇게까지 자신을 심하게 괴롭히다니!

“나 아무래도 여기 오는 거 자제할까봐.”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아.”

진지하게 대답하는 금발 여인.

“아! 그것보다도 에리카도 들은 거야?”

“듣다니? 뭘?”

“5일 안으로 이렇다 할 전술이 없으면 병력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무조건적인 공격으로 메니아 영지로 들어간다는 총사령관님의 말.”

청년의 말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들었어.”

“내 생각으로는 정말로 무모한 일인데. 그렇게 메니아 영지로 들어선다고 해서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잖아? 어디까지나 이 전쟁은 장기전이라고. 그렇게 극단적으로 전쟁을 벌이면 결국은 다 죽는 일밖에 안 남을 텐데…….”

청년은 진정으로 걱정스럽게 말을 했다.

여인은 그저 가만히 있었다. 자신이 여기서 뭐라고 해봐야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기라도 한다는 듯.

“그보다도 가르시아 님께서는 어딜 가신 거야?”

“총사령관님 막사에 가셨어.”

“총사령관님 막사에? 무슨 일로?”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어.”

“그렇구나…….”

그 말을 끝으로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흠흠, 그나저나 그 녀석 소식은 아직 없는 거지?”

“……응.”

급격하게 어두워지는 여인의 얼굴에 청년은 자신이 괜한 소리를 꺼냈다고 속으로 자책했다.

‘도대체 어디서 뭘 하는 거냐? 위드!’

청년. 세월이 지난 만큼 성장한 트레제는 하루 빨리 위드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그의 그러한 바람도 너무나도 눈부시도록 아름다워진 에리카의 마음과는 비교 할 수 없었다.

‘빌어먹을 자식, 3년이라고 해놓고…….’

에리카는 돌아오지도, 연락조차 없는 위드가 너무나 야속할 뿐이었다.

 

“역시! 자르오 씨는 부지런하다니까! 알반 씨도 자르오 씨를 좀 본받도록 해요! 그렇게 매일 같이 게으름만 피우다가는 몬스터한테 뜯겨 먹힌다고요!”

여자치고는 상당히 큰 키에 늘씬하고 풍만한 몸의 매력적인 여인. 이제는 완전히 성숙한 한 여인으로 변한 라샤는 막사 사이사이를 휘젓고 다니며 병사들에게 그녀만의 방식으로 인사를 건넸다.

“뭐야? 라샤냐? 쳇! 나는 원체 강해서 몬스터 따위에게 뜯겨 먹을 일이 없다고!”

“그래서 저번에는 오우거한테 잔뜩 겁먹어서 뒷걸음질을 쳤던 거예요?”

“그, 그건! 오, 오우거니까!”

“그러니까 훈련을 해야죠!”

“쳇! 알았다고!”

“역시 라샤한테는 못 당한다니까! 하하핫!!”

“라샤를 당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 크하하핫!!”

주변 병사들이 왁자지껄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라샤 역시도 시원시원하게 웃었다.

“라샤! 나중에 나랑 밥이라도 한 끼 같이 하는 게 어때?”

“어이! 엘루! 라샤는 내가 점찍었다고!”

“무슨 소리야! 라샤가 너희들 따위를 좋아할 것 같냐? 최소한 나 정도는 돼야 가능하지! 안 그래, 라샤?”

제법 젊은 병사들이 라샤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서 다투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라샤는 혀를 살짝 내밀고는 말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이미 임자 있는 몸이라고요.”

“뭐?! 도대체 어떤 놈이야?”

“어떤 운 좋은 놈이기에 라샤의 마음을 빼앗은 거야?”

“그 자식 누구야? 내가 남자답게 싸워서 이겨버리겠어!”

짓궂은 병사들의 말에 라샤는 그저 피식 웃기만 했다. 그리고는 제법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아쉽게도 여기 있는 그 누구도 그 사람을 이길 수 없을 것 같네요.”

“뭐? 무슨 소리! 내가 사실, 실력을 숨기고 있어서 그렇지 마음만 먹으면 오우거도 두렵지 않다고!”

“고작 오우거냐? 나는 히드라도 두렵지 않다!”

“저 자식 또 허풍 떤다!”

“허, 허풍이라니! 내가 참아서 그렇지 제대로 실력을 보이면 히드라 따위는 단숨에 죽일 수 있다고!”

“그러는 놈이 히드라를 보기가 무섭게 오줌을 질질 싸댔냐?”

“이 자식이 보자보자 하니까!”

“어쭈? 덤비는 거냐?”

“푸하하하!!”

“하하하핫!!”

투닥 거리는 병사들의 모습을 웃는 얼굴로 지켜보던 라샤는 이어서 가보겠다는 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렸다. 

그러자 투닥 거리던 병사들도 라샤를 향해서 인사를 건넸다.

삭막한 전쟁터에서 그녀 정도의 미인을 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 거기에 붙임성 좋고, 검술 실력도 뛰어난 라샤는 병사들에게 있어서 상당한 인기인이었다.

병사들과 짧은 이야기를 나눈 라샤는 이어서 병기 부딪히는 소리와 기합 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으로 다가갔다.

“차하아앗-!!”

채앵!

“그 정도로는 어림없지!”

빠른 속도로 공간을 베는 한 자루의 검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철렁거렸다.

깡!

“저 역시 그 정도에 쓰러질 정도로 약하지 않습니다!”

검을 막은 청년은 그렇게 외치며 빠르게 공격을 펼쳤다. 상당한 수련을 쌓은 듯 청년의 검은 또래에 비해 월등하다 싶을 정도로 빠르고, 정교했다. 

다만, 힘이 약간 부족하다는 것이 아쉬울 뿐. 하지만, 그러한 아쉬움을 지니고도 훌륭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청년의 검은 빼어났다.

그러한 청년의 공격을 일일이 받아내는 사내는 연신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내가 말했잖아. 그 정도로는 이 가일 님의 상대가 아니라고!”

파파팟-!

눈부신 속도로 이뤄진 연속 베기에 청년은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하하하하핫!!”

자신의 승리를 만끽하는 가일.

“가일, 제법 많이 늘었는데? 나랑 한 판 어때?”

한쪽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사내가 어슬렁어슬렁 걸어오자 승리를 만끽하고 있던 가일의 얼굴이 잔뜩 구겨졌다. 그리고는 재빨리 검을 검집에 넣어버렸다.

“하고 싶지만 급한 볼일이 생각나서 오늘은 안 되겠어요.”

“급한 볼일? 네깟 놈이 무슨 볼일이 있다는 거야?”

웃기지 말라는 듯 말하는 사내의 빈정거림에 가일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그리고는 떼었던 검자루에 손을 올려놓았다.

“오호-! 그 행동은 한 판 붙어보자는 거겠지?”

사내가 빙글빙글 웃자 가일은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거침없이 발걸음을 내딛었다.

“아쉽지만, 오늘은 날이 아니니 다음에 정식으로 붙어보도록 하죠!”

가일은 그렇게 자리를 떴고, 사내는 아쉽다는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

“루카! 내가 말했잖아, 이제 그런 방법은 안 통한다니까. 킥킥!”

“쳇!”

사내, 루카는 아쉽다는 듯 몸을 돌렸다.

그 모습을 보고 가일에게 패배를 한 청년이 고개를 흔들며 검집에 검을 집어넣었다.

툭.

“또 졌어?”

청년은 자신의 옆구리를 치며 나타난 라샤를 바라보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가일 형님은 정말로 강하거든.”

“그래봤자 루카 아저씨에게는 상대도 안 되잖아.”

“그야…….”

청년도 도무지 그 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가일이 유독 루카에게만 패배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루카와 비슷한 실력의 커닝이나, 가스파, 월터 등과는 이기는 것보다 지는 것이 많기는 했지만 어쨌든 이기는 날도 있었다. 그런데 유난히도 루카에게만큼은 단! 한 번도 승리를 못하고 있었다.

“심적인 압박감이 그렇게 강한 건가?”

청년이 중얼거리자 라샤가 무슨 소리냐는 듯 물었다.

“아니, 아무것도.”

청년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오-! 라샤!”

한쪽에서 커닝과 뭔가를 이야기하던 루카가 뒤늦게 라샤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인사했다.

“이제야 본 거예요?”

“그게 다 가일 탓이다!”

“루카 아저씨는 왜 항상 가일 오라버니만 괴롭히는 거예요?”

“그야…… 그 녀석이 제일 만만하거든! 크하하하핫!!”

“어휴-! 못 말린다니까!”

루카의 말에 라샤는 고개를 설래설래 저었다. 그리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또 아일린 찾아온 거냐?”

루카의 물음에 라샤가 고개를 힘주어 끄덕였다.

“물론이죠! 제가 아일린 언니가 아니면 여길 왜 오겠어요?”

“그러시겠지.”

곁에 있던 커닝이 루카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루카, 너 혹시 라샤가 널 찾아오길 바란 거냐?”

“뭐? 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너나 나한테 라샤는 어디까지나 꼬맹이일 뿐이잖아.”

“누가 꼬맹이라는 거예요! 난 26살이나 된 다 큰 아가씨라고요!”

라샤의 외침에도 루카와 커닝은 여전히 키득거렸다. 

곧이어 라샤는 검을 뽑아들고 두 사람을 공격했고, 그 둘은 여유 있게 피하며 여전히 웃고 떠들었다.

“또 저러네. 휴우우…….”

청년, 티스는 고개를 저으며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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