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31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2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31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6권 - 6화
“정말로 한 번 해볼까?”
생각을 하다 보니 진심으로 드래곤을 길들여보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졌다. 드래곤을 길들이면 앞으로 있을 전투에서도 그 만큼 활약이 커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 수호 기사단을 상대해야 할지도 모르는 입장에서 드래곤을 타고 있다면 보다 수월히 그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점점 더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번 말은 해봐야겠어.”
드래곤 기사단이 키셀을 제외하면 모두 죽었다. 그렇다보니 실질적으로 더 이상 드래곤 산맥의 드래곤을 관리할 수 없는 입장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자신의 주관대로 드래곤을 길들이겠다고 결정을 지어버리면 솔직한 말로 키셀로서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와의 전투? 마법이 있는 이상 위드는 자신이 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키셀의 도움을 받고 싶었다.
드래곤을 길들이고 드래곤 기사들처럼 자유자재로 전투를 벌일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서 그와 대립하고 싶지가 않았다.
끼아아아아악-!!
드래곤의 위에 매달리다시피 올라타 있는 키셀을 바라보며 그가 부디 자신의 욕심을 허락해주길 원했다.
“후우…….”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드래곤의 등에서 내려선 키셀은 곧바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울렁거리는 속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으으…….”
후바는 그 모습을 보고 질려버렸다는 듯 몸서리를 치고는 등을 돌렸다.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핑핑 돌아가고, 속이 울렁거리는데 정작 당사자인 키셀은 오죽하겠는가?
‘질기다 질겨!’
후바는 인간이 얼마나 질긴 종족인지를 새삼 깨달았다.
피에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녀 역시도 후바와 마찬가지였다. 타이먼 족 자체가 체질적으로 비행 몬스터에 올라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키셀의 행동은 보는 내내 얼굴을 찌푸려야만 했다.
피에나는 진작부터 다른 곳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키셀에게서 조금도 눈을 떼지 못하는 위드로 인해서 참고 견디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볼 것이 없다고 여기는데 정작 위드가 움직이지 않으니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 계속 있을 거야?”
드래곤 기사단이 있는 곳은 생각보다 구경할 곳도, 수련을 할 만한 장소도 충분했다.
피에나로서는 위드와 단 둘이 주변을 구경한다거나, 수련을 하는 것은 가장 큰 즐거움인데 그런 것이 지연되자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키셀 님에게 할 이야기가 있어.”
“무슨 말?”
“조금만 있으면 알게 될 거야.”
“나중에 하면 안 돼? 꼭 지금 해야 돼?”
“빠를수록 좋거든.”
“히잉, 나 심심한데.”
피에나는 양 볼을 부풀리며 투정을 부렸지만 위드는 미동도 없었다.
그렇게 되자 피에나로서는 그저 그의 곁에 멀뚱멀뚱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례적인 일이라면 샤프 역시도 자리를 뜨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샤프, 너도 키셀 님에게 할 말이 있는 거야?”
샤프는 대답 대신 고개만을 끄덕였다.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위드와 샤프는 키셀이 눈을 뜨기 기다렸고, 피에나는 이 지루한 시간이 조금이라도 빨리 지나가길 원했다.
명상을 통해서 속을 진정시킨 키셀은 눈을 뜸과 동시에 놀란 얼굴로 위드와 샤프, 피에나를 바라봤다.
“제게 할 말이라도 있습니까?”
몸을 일으키며 키셀이 묻자 위드와 샤프는 서로를 바라봤다.
“먼저 해라.”
샤프의 말에 위드는 알겠다는 듯 키셀에게로 시선을 주며 입을 열었다.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꽤나 조심스런 위드의 음성에 키셀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 이내 그가 무엇을 부탁하려고 하는지 쉽게 유추해 낼 수 있었다.
“드래곤에 관한 일입니까?”
키셀의 물음에 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제가 생각하는 그러한 부탁이라면 들어드릴 수 없습니다.”
키셀은 단번에 거절을 말했지만 그 정도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위드였다.
그리고 이대로 쉽게 물러날 일이었다면 지금까지 이렇게 기다리고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부탁드립니다.”
“드래곤을 길들인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계십니까?”
날카롭게 바라보는 키셀의 눈빛에 위드는 담담히 대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 말은 그것을 감수하겠다는 뜻입니까? 즉, 드래곤 기사단의 일원이 되겠다는 의지입니까?”
위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렇다면 더 이상 할 이야기 없습니다.”
키셀은 고개를 돌렸다.
“결심을 굳혔습니다.”
고개를 돌렸던 키셀이 눈을 사납게 치켜뜨며 위드를 노려봤다.
“비록 나 혼자 남았다고 하지만 드래곤 기사단의 일원입니다. 이 말은 카일러 준남작님께서 드래곤을 길들이시겠다면 혼자뿐이라 하더라도 나는 결코 가만히 방관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강경하게 나오는 키셀의 모습에 위드는 아주 잠시 마음이 흔들렸지만 결정을 돌리기엔 너무나도 힘들었다. 이미 드래곤을 길들이기로 확고하게 마음을 먹은 이상 뜻대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제 결심을 돌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
키셀은 두 눈에 힘을 줘 위드를 노려보고는 매몰차게 등을 돌렸다.
“그렇다면 우린 적입니다! 목숨을 빚졌으니 당장 이곳을 떠나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키셀이 말을 마치고 한 발 앞으로 내밀자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샤프가 입을 열었다.
“막겠다면 나 역시 막아야 할 거다.”
샤프의 말에 키셀은 고개를 돌리고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믿었던 이들에게 배신을 당한 기분이었기에 참기가 힘들었다.
“다, 당신들!!”
“혼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을 막을 수 있지?”
“뭐?!”
샤프는 여전히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이미 드래곤 기사단은 없다. 네가 남았지만 실질적으로 드래곤 기사단은 더 이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분명 누구든 드래곤을 길들이기 위해서 드래곤 산맥을 찾을 것이다. 그때마다 일일이 네 손으로 그들을 막을 텐가?”
“물론! 그게 드래곤 기사단의 사명이니까!”
키셀의 외침에 샤프가 다른 말을 꺼냈다.
“그렇다면 복수는 어쩔 셈이지? 포기할 셈인가?”
“그, 그건…….”
복수를 한다는 것, 드래곤을 지킨다는 것.
드래곤 기사단의 일원으로써 복수도, 드래곤의 수호도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었다.
무엇이 먼저고, 나중이라고 할 수 없는 문제다.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자 키셀은 할 말이 없었다.
“내가 너라면 조력자를 찾겠다.”
샤프의 말에 키셀은 입가를 일그러트렸다.
“바로 당신을 말하는 거로군.”
“그렇다.”
너무나도 당당하게 말을 하는 샤프의 모습이 키셀에게는 뻔뻔하게만 보일 뿐이었다.
“엘프 역시도 인간과 다르지 않군.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명백히 비꼬고 있었지만 샤프는 어떠한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가 어떤 말을 하던 엘프는 인간보다 나은 존재며, 지금 자신이 하는 행위는 탐욕스럽게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인간과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이기적인 생각일지라도 샤프는 그렇다고 믿었다.
무엇보다 키셀과 엘프와 인간에 대한 토론 따윌 벌이고 싶지 않았다.
“부탁드립니다. 샤프의 말대로 드래곤 길들이는 방법을 알려주신다면 언제든 드래곤 산맥의 드래곤들을 위해서 나서겠습니다. 제겐 책임져야 할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드래곤 기사단은 될 수 없습니다.”
위드가 고개를 숙이며 부탁했지만 키셀의 표정은 여전했다. 아무리 좋은 말을 해봐야 그에게는 자신의 욕망을 애써서 변명하려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괜한 피를 흘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분명, 너 혼자서는 드래곤 산맥의 드래곤을 지킬 수도 없으며, 복수를 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나와 위드가 가담해서 두 가지 모두가 성공한다는 보장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가능성 있는 일에 힘을 쏟는 것이 현명하다 생각할 뿐이다.”
샤프는 자신이 할 말은 다 했다는 듯 키셀을 바라봤다.
최후의 결정은 결국 키셀의 몫이고, 그 결정에 따라서 위드와 샤프는 각각 자신이 뜻대로 행동하게 될 것이다.
“절대로 실망시키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위드의 말에 키셀은 등을 돌렸다.
“당신들 말대로 나 혼자서 둘을 막기란 어려운 일이겠지. 당장은 막을 힘이 없으니 그대로 두고 보겠지만 그것이 끝이라고 생각하진 마라.”
“결국…….”
“어리석군.”
위드는 실망한 얼굴로 키셀을 바라봤고, 샤프는 냉담한 얼굴로 비웃었다. 자신이라면 결코 그런 선택 따위는 하지 않겠다는 듯.
키셀은 결국 허락하지 않았다. 다만, 당장 막을 힘이 없다는 것에 분해하며 등을 돌린 것이다.
“후우…… 역시 무리였나.”
“나는 우리가 결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혼자서는 드래곤 산맥의 모든 드래곤을 지킬 수 없어. 물론, 그렇다고 우리가 잘하고 있다고도 생각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지.”
위드는 씁쓸하게 웃었다.
샤프의 말 대로였다. 물론, 드래곤 기사단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면 결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 어떤 측면에서 보자면 비겁한 행동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런 좋은 기회를 이대로 날릴 수는 없잖아.’
남들이 뭐라고 욕을 하더라도 위드로서는 드래곤이 필요했다.
“키셀 님이 도와준다면 보다 빠른 시간 안에 드래곤을 길들일 수 있었을 텐데.”
위드의 말에 샤프는 처음으로 안타까운 표정을 스치듯 내비췄다.
“이렇게 되 버렸으니 더 이상 이곳에 머무는 것도 어렵겠지?”
위드의 말에 샤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왜 하필 드래곤이야.”
피에나만 위드의 곁에서 울상을 지어보였다. 어쩌면 그를 따라서 드래곤을 타고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절로 기분이 가라앉았다.
퍽!
“빌어먹을!”
키셀은 분한 얼굴로 벽을 후려쳤다.
위드와 샤프가 드래곤에 욕심을 부릴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애써 외면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었고, 그들이 드래곤을 원하면 실질적으로 막을 힘이 없었기에 외면했던 현실.
미끄러지듯 바닥에 주저앉은 키셀은 핏물이 흐르는 손은 아랑곳하지 않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