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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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3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28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6권 - 3화
Chapter 2 마지막 드래곤 기사
이건…… 악몽이겠지?
그래, 이건 악몽이야.
우리는…… 우리는 드래곤 기사잖아.
나 혼자 살아남았다는 건…… 악몽이야.
아주 끔찍한…….
나는 어려서부터 영웅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영웅은 드래곤 기사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드래곤 기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꿈.
“꿈이란 아주 소중한 것이란다. 이곳, 바로 가슴에 담아야 한다. 절대로 어떤 일이 있어도 버리지도, 포기하지도 말아야 할 것이 바로 꿈이다.”
아버지는 내게 꿈이란 인생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소중히 간직하라고 하셨다. 꿈이야 말로 인생에 있어서 돈, 명예, 권력, 우정, 사랑…… 그 어느 것들보다도 중요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드래곤 기사는 내 또래의 모든 아이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존재였다. 인간이되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 신적인 존재.
거대한 드래곤을 타고 하늘을 날며 몬스터와 악당들을 물리는 드래곤 기사는 내게 있어서 가슴속 깊이 새겨진 최고의 영웅이었다.
내가 나이가 들었을 때, 나처럼 어린 아이들의 가슴속에 영웅으로 자리 잡고 싶었다.
드래곤 기사가 되겠다는 나의 꿈에 아버지는 넉넉지 않은 형편임에도 나를 레일만 아카데미에 보내주셨다. 키에브 제국에 존재하는 많은 아카데미 중의 그저 그런 아카데미이지만 나와 같은 어려운 형편의 평민들에게 있어서 아카데미란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가 될 수 있었다.
나는 오로지 드래곤 기사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열심히 검술을 익혔다. 효르만 선생님께서는 내게 재능이 있다고 하시며 웃었다. 그 말은 내 꿈에 더욱더 가까이 다가가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까지 알지 못했다. 평민이 관심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도 주재 넘은 일인지를.
재능은 없지만, 권력을 지닌 귀족 신분의 또래들에게 나와 같은 평민들은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미천한 평민 주재에 기사는 무슨!”
몸을 웅크리고 엎드려 쏟아지는 주먹질과 발길질 속에서 눈물을 삼키며 들었던 말. 멸시와 조롱 섞인 눈빛을 받으며 죄인처럼 들어야만 했던 말.
아카데미의 생활은 하루, 하루가 견디기 힘들 만큼 힘들었다. 거기에 아버지께서 무리하게 돈을 벌려 하다가 탐욕스런 귀족의 손에 비참하게 돌아가셨다.
재능이 있어도 돈이 없으면 아카데미는 다닐 수가 없었다. 거기에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아버지까지 돌아가시니 더 이상 아카데미에서 버틸 힘이 없었다.
아카데미를 떠나는 날, 내게 재능이 있다고 칭찬을 해주고, 유일하게 관심을 기울여 주셨던 효르만 선생님조차도 말 한마디 해주지 않았다. 그 흔한 잘 가라는 말조차도.
아카데미를 떠나니 갈 곳이 없었다.
무작정 드래곤 산맥으로 향했다. 더 이상 아카데미를 다닐 돈도, 든든한 버팀목으로 용기를 주던 아버지도 없었지만 드래곤 기사가 되겠다는 꿈은 가슴속에 남아 있었다.
꿈을 좇아서 그렇게 드래곤 산맥으로 향했다.
드래곤 산맥을 해매다 트롤을 만났다. 꼼짝없이 죽을 상황에 처했을 때였다.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나 나와 트롤을 덮쳤다.
“괜찮으냐?”
고개를 들었을 때, 한 줄기 햇살에 눈부신 금발을 휘날리며 한 사내가 서 있었다.
끼아아아아악-!!
사내의 곁엔 날 죽이려고 했던 트롤을 처참하게 짓밟고 있는 검붉은 드래곤이 두 눈동자를 빛내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키셀입니다. 드래곤 기사가 되고 싶습니다!”
내 말에 사내는 잠시 멍하니 날 바라보다 빙긋 웃었다.
“트리테 프라디아다.”
그날, 내 가슴속의 영웅, 드래곤 기사를 만났다.
그리고 나는 영웅이 되었다. 드래곤 기사가 되었다.
그런데…….
“도망쳐! 키셀! 도망쳐어어어-!!”
트리테 형의 외침에 나는 루엔리를 타고 허겁지겁 도망쳤다. 고개를 돌렸을 때, 트레테 형을 태운 화이런이 추락하고 있었다.
“트리테 형…… 트리테 형어어어어어엉-!!”
“트리테 형…… 트리테 형…… 트리테 형…….”
위드 일행은 심각한 부상을 입고 쓰러져 눈물을 흘리며 작게 중얼거리는 사내를 바라보고는 급히 다가갔다.
“부상이 심각해!”
위드의 말에 후바가 샤프를 돌아봤다.
“말라깽이! 엘프 마법 좀 써봐.”
샤프는 말없이 가만히 사내를 바라보기만 했다.
“말라깽이! 엘프 마법 좀 써보라니까!”
사람을 구하지 않는 샤프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인지 후바는 소리를 버럭 내질렀다.
샤프는 여전히 못 들은 척, 아니 안 들리는 척 미동도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샤프?”
위드가 바라보자 샤프가 고개를 저었다.
“나와 이로라는 다르다.”
“쓸모없는 말라깽이!”
후바의 말에 샤프의 눈이 꿈틀거렸다. 그런 것이 기쁜지 후바가 당장이라도 도끼를 꺼내들 준비를 하며 샤프를 바라봤다.
샤프는 몸을 돌려 다른 한쪽에 추락해 생명의 기운이 점점 사라져가는 드래곤을 바라봤다. 놀랍게도 드래곤의 허리에는 작지 않은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곳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상처를 보니 수호 기사단 놈들의 짓이군.”
후바의 말에 위드 역시도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상처를 낼 수 있는 것은 수호 기사단이 사용하던 글레이브 뿐이야. 아! 그것보다도 우선 이분부터 살려야지!”
위드 일행은 다급하게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쉬지 않고 중얼거리며 눈물을 흘리는 사내에게 응급처지를 해주기 시작했다.
***
“저 인간은 벌써 며칠째 멍하니 있는 거야?”
후바가 눈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다 죽어가던 놈을 가까스로 살려놨더니 고맙다는 말은커녕,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 있기만 했다.
더군다나 부패하기 시작한 드래곤의 시체 곁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덕분에 피에나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드래곤 시체를 먹기 위해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위드 일행은 심심찮게 싸움을 벌여야만 했다.
“아무리 봐도 드래곤 기사단 중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는 저분뿐인 거 같아.”
위드는 사내를 측은하게 바라봤다. 그의 말대로 드래곤 기사단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라면 다른 이들은 몰라도 위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입장이었다.
“욕망이 없는 인간이란 한심할 정도로 나약해.”
샤프는 차가운 얼굴로 사내를 바라보며 말했다.
“누구나 견디기 힘들 고통을 당하면 저렇게 될 수밖에 없어.”
위드의 말에 샤프가 그를 바라보며 대꾸했다.
“우리는 결코 저렇지 않다.”
“우리 위대한 드워프 일족 역시 마찬가지지!”
후바까지 나서자 위드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굳이 이 자리에서 무엇이 더 옳고 그른가를 따지기란 너무나도 의미 없는 논쟁일 뿐이었다.
드래곤의 시체가 완전히 부패해 더 이상 곁에 다가가기 힘들 정도가 되었을 때에야 사내는 커다랗게 목 놓아 울었다.
그렇게 하루를 꼬박 울고 나서야 사내는 정신을 잃었고, 낮과 밤이 세 번 바뀌었을 때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놀랍도록 달라진 모습으로 위드 일행을 맞이했다.
“목숨을 구해주신 것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사내는 위드 일행 한 명, 한 명에게 깊이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제야 후바는 커다랗게 웃으며 당연히 잊지 말아야 하는 일이라는 둥, 힘들어도 위대한 드워프 일족처럼 용기 있게 맞서 싸워야 한다는 둥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대며 사내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위드가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자 사내도 실수를 했다는 듯 서둘러 자신을 소개했다.
“키셀 프라이드입니다. 드래곤 기사단의 수련 기사입니다.”
“역시 드래곤 기사셨군요.”
위드의 말에 키셀은 씁쓸하게 웃었다.
“수련 기사일 뿐입니다.”
수련 기사라 하더라도 일반적인 기사단의 수련 기사와는 그 수준이 다르다는 걸 키셀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기에 일행들 중 그 누구도 그를 무시할 수 없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되셨습니까?”
조심스런 물음에 키셀의 얼굴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모두…….”
키셀은 드래곤 기사단에 일어난 일을 설명해주었다.
위드 일행의 예상대로 드래곤 기사단은 수호 기사단의 공격에 무너져 내렸다.
당연한 일이었다. 최강이라 자부하던 드래곤 기사단이었지만 이미 단장을 비롯해서 정예 기사들이 전장에서 완벽하게 패배를 한 상황이었다.
전장으로 떠나지 않은 소수의 정식 기사들과 수련 기사들만 남은 드래곤 기사단이 정예 기사들로 이뤄진 수호 기사단의 공격을 막아내기란 불가능한 일.
예정된 수순처럼 수호 기사단의 공격에 드래곤 기사단은 완벽하게 무너져 내렸다.
그 과정에서 수련 기사들 몇 몇이 탈출을 시도했지만 살아남은 이는 키셀이 유일했다.
말 그대로 키셀을 제외하면 드래곤 기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담담하게 말을 하는 키셀의 모습은 위드를 놀래게 만들었다.
자신이라면 과연 그처럼 말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을 해봤다.
‘힘들겠지.’
프레타 성의 많은 이들이 죽었지만 아직까지 피에나를 비록해서 루카, 커닝, 가스파 등이 살아 있었다.
만약, 그들마저 다 죽고 정말로 자신 혼자만 살아남았다면 위드는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는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위드의 물음에 키셀은 곧바로 대꾸했다.
“복수를 할 것입니다.”
말을 하는 키셀의 음성은 여전히 담담했지만 눈빛과 꽉! 쥔 두 주먹은 그의 심정을 대신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혼자서? 어림도 없을 텐데?”
후바의 말에 위드는 그를 바라보고는 눈을 찌푸렸다.
현재 키셀에겐 용기를 줘도 모자랄 판이었다. 그런데 그러지는 못 할망정 오히려 기를 꺾어 놓았다.
키셀은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모든 것을 잊고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작정입니다.”
“오오! 인간 치고는 제법 마음에 드는 말을 하는군!”
후바는 놀랐다는 듯 키셀을 바라보며 말했고, 위드는 고개를 저으며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러다 자신과 상황이 같다는 것을 알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다면 저희와 함께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위드의 물음에 키셀이 무슨 말이냐는 듯 바라봤다.
위드는 자신들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고, 그 설명을 모두 듣고 난 후에야 키셀은 잠시 고민을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카일러 준남작님과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드래곤 산맥을 떠날 수 없습니다.”
드래곤 산맥을 떠날 수 없다는 말에 위드가 어째서냐고 물었다.
키셀은 우선 수호 기사단에 의해 죽은 드래곤 기사들의 시신을 수습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복수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복수에 필요한 것이라면?”
“우선은 드래곤입니다. 제 반쪽이었던 루엔리가 죽었으니 다른 드래곤을 길들여야 합니다.”
“아…….”
드래곤 기사인 키셀에게 드래곤이 없다면 그게 무슨 드래곤 기사겠는가?
위드는 샤프를 바라봤다.
무슨 의미로 자신을 바라보는지 알기에 샤프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들이 이미 떠났다면 어쩔 수 없는 상황. 그렇다고 몬스터 땅으로 그들을 찾아 간다거나, 이대로 엘프 숲으로 돌아갈 수도 없으니 이곳에서 지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샤프의 말에 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저희도 돕도록 하겠습니다.”
위드의 말에 키셀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