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27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6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27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6권 - 2화
“해냈어! 내가 해냈어! 크하하하핫-!!”
후바는 손에 쥔 샤인스톤을 볼에 부비며 기뻐했다.
사실, 그가 이 최상급의 샤인스톤을 발견한 것은 2달도 넘었다.
지금까지 많은 재료를 다듬어본 후바였지만 최상급 샤인스톤은 난생 처음이었다. 그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최상급 샤인스톤은 어렸을 적 마을 촌장 집에 몰래 들어갔다가 벽장 한 쪽을 멋스럽게 장식되어 있던 것을 본 것이 전부였다.
당시 너무 아름다워 좀 더 가까이서 보려고 집어 들었다가 촌장에게 걸려 얼마나 얻어맞았던가?
후바의 일생동안 그때처럼 무자비하게 맞아본 적은 다시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맞은 대가로 최상급 샤인스톤을 제대로 구경을 한 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그러기라도 했다면 최소한 가슴에 응어리로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후바였기에 처음 최상급 샤인스톤을 발견하자 흥분된 가슴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잘못 다뤄서 망칠까하는 마음에 드래곤 산맥에서 발견한 최하급 샤인스톤을 이용해서 조각 기술을 더욱더 가다듬었다.
그러길 2달 만에 드디어 최상급 샤인스톤을 이처럼 완벽하게 조각해내기에 성공한 것이다. 그 성취감은 후바의 일생동안 영원히 기억될 정도로 벅찼다.
“좋아하겠지?”
후바는 그렇게 말을 흘리고는 짧고 굵은 목을 이리저리 돌려 사방을 훑기 시작했다.
위드의 품에 안겨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피에나를 발견하고는 급히 그곳으로 내달렸다.
“피에나! 피에나!!”
우렁찬 외침과 함께 다가온 후바의 모습에 피에나는 그를 돌아봤다.
위드 역시도 갑자기 소리를 지르듯 이름을 부르며 다가온 그를 바라봤다.
“완성했어! 크하하하!!”
후바는 손에 쥐고 있던 최상급 샤인스톤을 내밀었다.
“이게 뭐야?”
위드의 물음에 후바가 직접 보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뭐 길래 그러는 거야?”
위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후바의 손에서 샤인스톤을 건네받았다.
그리고는 살펴보기가 무섭게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탄성을 터트렸다.
“와!”
또 한 명의 피에나인 것처럼 그녀의 모습이 아주 똑같이 조각된 샤인스톤이었다. 무엇보다도 최상급 샤인스톤이라서 그런지 반짝이는 빛깔이 눈부실 만큼 아름다워 위드는 멍하니 조각상을 바라봐야만 했다.
“예쁘다!”
피에나 역시도 자신과 똑같은 모습의 조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크하하하핫-!!”
둘의 모습에 후바는 기쁨의 웃음을 다시 한 번 터트렸다.
위드와 피에나가 눈을 떼지 못하며 감탄하는 모습만으로도 그 동안의 노력에 대한 대가를 보상받는 것과 같았다.
“이건 피에나에게 주는 선물이야.”
후바의 말에 피에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선물?”
후바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예전부터 피에나에게 선물 하나 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땅한 게 없었거든. 마음에 들어 하니 아주 기쁘군!”
주는 선물을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는 위드의 말에 피에나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샤인스톤 조각상을 받았다.
“어차피 피에나에게 준 선물이지만 이왕이면 그 누구에게도 주지 않았으면 좋겠어. 설령 그것이 위드라 하더라도 말이야.”
곧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는 피에나를 대신해서 위드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을 했고, 후바는 그런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
투두둑! 투두둑!
소름끼치는 소리가 방 안을 맴돌았다.
꾸이이이이익-!!
철장 안에 갇힌 한 마리의 오크가 바닥을 뒹굴며 고통에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오크의 녹색 피부의 단단한 팔뚝은 세포 하나하나가 마치 살아 있는 양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팔뚝만이 아니었다. 신체의 모든 부위가 마치 무언가가 녹색 피부를 뚫고 나오려는 것처럼 징그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벌써 마흔 번도 넘게 실패를 했네. 자네는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철장 안의 오크를 찡그린 얼굴로 바라보며 묻는 제브리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곁에 선 로제는 제브리와는 다르게 처음 실험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처음과 똑같이 무엇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두 눈 가득 오크를 담고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바이텐 님께서 확신을 하셨으니 믿어봐야지요.”
로제의 대답에 제브리는 고개를 가볍게 좌우로 흔들었다.
“이런 말은 그렇지만 나는 바이텐 님께서 이번만큼은 크게 착각을 하시고 계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 트랜트 아머만 하더라도 그 제작 방식을 천 년이 넘는 세월동안 단 한 번도 바꿔보지 못했네. 그 말은 처음부터 트랜트 아머의 제작 방식이 완벽하다는 것이지. 그것과 이것을 결부시키려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내 생각으로는 몬스터에게 트랜트 아머를 착용한 것과 같은 효과를 바란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인 것 같군. 벌써 실험도 실패만 계속되고 있기도 하고…… 으윽!”
그렇지 않아도 징그러운 생김새인데 실험으로 인해서 더욱더 봐줄 수 없을 정도로 변해가는 오크에게서 시선을 거둬들이는 제브리였다.
제브리가 어떤 말을 하던 상관하지 않겠다는 듯 로제는 유심히 오크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제브리는 고개를 흔들었다.
“로제, 자네도 참 대단하군.”
“무슨 말씀입니까?”
“실패만 계속해온 실험에 이토록 매달리는 걸 보면 자네 역시도 바이텐 님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아.”
“바이텐 님과 같다는 말씀은 칭찬이겠군요.”
“자네 생각이 그렇다면.”
제브리는 피식 웃고는 양팔을 쭉! 뻗으며 기지개를 폈다.
“아무리 봐도 이번에도 실패 같군. 나는 먼저 쉬도록 하겠네. 자네도 웬만하면 그냥 쉬도록 하게.”
“예.”
고개도 돌리지 않는 로제의 모습에 제브리는 그가 오늘도 밤을 새워 실험에 몰두할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 여기며 그는 몸을 돌렸다.
“수고하게.”
제브리가 실험실 문을 열고 나가자 혼자 남은 로제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굳게 닫힌 실험실 문을 바라보고는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엄지손가락만큼이나 작은 약병을 꺼냈다.
약병을 손에 쥔 로제는 괴로움에 몸부림을 치는 오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비율이 틀렸으니 실패를 할 수밖에.”
약병을 쥔 로제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몇 번 더 실패로 끝나면 바이텐 님과 아르마다가 직접 실험에 참여를 하겠지. 그 전에 성공을 시켜야 하나? 후우…….”
로제는 성공에 대한 조급함이 아닌 다른 의미로 깊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계속되는 실험으로 인해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던 제브리는 복도 끝에서 마주 걸어오는 루스티 히에브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리가 좁혀지자 제브리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물었다.
“가신 일은 모두 마치신 것입니까?”
제브리의 물음에 루스티 히에브는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다 간단하게 대답을 했다.
“그렇네.”
그 말을 끝으로 루스티 히에브는 잠시 멈추었던 발걸음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마치, 너와는 길게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표정과 말투였다.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루스티 히에브의 모습에 제브리는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혼자 잘난 척 해봐야 어차피 우리의 도움에 의해서 움직일 뿐이지!’
고개를 돌려 루스티 히에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흘린 제브리는 이내 자신의 방을 향해서 걸었다.
“그렇지 않아도 변변한 저항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곳들이 더욱더 힘들게 되었군.”
어느덧 방문 앞까지 도착한 제브리는 웃는 얼굴로 중얼거리고는 방문을 열었다.
***
끼아아아아악-!!
꾸아아아아악-!!
“…….”
“…….”
위드 일행은 누구 하나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거대한 절벽!
태어나서 처음 보는 엄청난 크기와 높이를 자랑하는 절벽은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마치 하늘과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거대한 절벽 곳곳엔 커다란 구멍이 듬성듬성 뚫려 있었다. 웬만한 집보다도 커다란 크기의 구멍이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뚫려 있는 절벽은 그 모습만으로도 보는 이의 눈을 잡아끌기 충분했다.
수직으로 하늘까지 뻗은 거대한 절벽과 절벽 곳곳에 뚫려 있는 거대한 구멍은 세상천지 그 어딜 둘러봐도 다시 못 볼 절경이었다.
하지만, 위드 일행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바라보는 것은 그러한 절벽이 아니었다.
끼아아아아악-!!
꾸아아아아악-!!
절벽 주변을 비행하는 십여 마리의 드래곤!
벌써 몇 달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오랜 시간을 드래곤 산맥에서 보냈지만 드래곤의 모습을 보긴 오늘이 처음인 위드 일행이다.
대부분의 드래곤들은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하늘에서 유연하게 방향을 뒤틀고, 몸을 한 바퀴 회전하는가 하면, 심지어 아슬아슬하게 서로를 교차해 지나가는 등 보기엔 너무나도 아찔하고도 위험천만한 비행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고 있었다.
십여 마리의 드래곤들의 비행.
어쩌면 그들만의 놀이일지도 모르는 그러한 행위들이 위드 일행의 시선을 한순간도 돌려놓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대, 대, 대단해!!”
후바는 드래곤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정말로 그래. 그리고 드래곤 기사단의 드래곤들과 저 드래곤들은 뭔가 달라 보여.”
“다르다고?”
“분명히 달라.”
후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르다니? 뭐가 다르다는 거야? 똑같은 드래곤일 뿐인데.’
분명히 그랬다.
드래곤 기사단의 드래곤들은 분명 머리 위의 드래곤들과 마찬가지로 생김새부터 시작해서 무엇 하나 다르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강력한 브레스를 토해내고, 어마어마한 힘으로 상대를 움켜쥐거나, 후려 칠 것 같은 강함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위드의 말대로 드래곤 기사단의 드래곤과 이곳의 드래곤들은 분명 달랐다.
“자유로움.”
샤프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웬만해선 웃질 않는 샤프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걸려 있었다.
“무슨 헛소리…….”
샤프를 면박 주려던 후바는 손뼉을 짝! 치며 외치는 위드로 인해서 하려던 말을 급히 멈추었다.
“맞아! 자유로움!”
곁에 있던 피에나 역시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후바도 샤프가 말하는 자유로움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자유로움.
드래곤 기사단의 드래곤과 다린 점은 바로 자유로움이었다.
“드래곤 산맥의 드래곤은 이곳에만 사는 모양이군.”
샤프의 말에 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까지 드래곤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설명되질 않았다.
“우라질! 드래곤이 여기만 살면 여기만 드래곤 산맥이라고 해야 할 것 아냐! 왜 이 넓은 산맥 전체를 죄다 드래곤 산맥이라고 하는 거야! 이건 분명 인간들의 고약한 심보가 틀림없어!”
후바의 말에 위드는 피식 웃고 말았다.
“후바, 드래곤 산맥은 아주 오래전부터 드워프 대지, 엘프 숲과 함께 불려왔다고.”
“그, 그럴 리가…….”
후바가 고개를 젓자 샤프가 말했다.
“엘프 숲, 드워프 대지, 드래곤 산맥, 몬스터 땅. 이 네 곳은 아주 예전부터 불리던 지명이지.”
“그렇지, 몬스터 땅도 있었지.”
위드는 희미하게 웃었다.
‘우, 우라질! 위드가 저 말라깽이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이건 신의 장난이야!’
후바는 심각한 얼굴로 위드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그를 점점 이상하게 만들고 있는 샤프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저기!”
피에나가 남쪽 하늘을 가리켰다. 위드, 샤프, 후바는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냥 드래곤이잖아?”
“저거 피 아냐?”
후바의 말처럼 남쪽 하늘에서는 한 마리의 드래곤이 날아오고 있었는데 허공에 붉은 액체를 상당량 뿌려대고 있었다.
절벽 주변의 드래곤들은 피를 뿌리며 다가오는 드래곤의 모습에 저마다 소리를 내지르며 더욱더 어지럽게 비행을 해댔다.
그러는 사이 피를 뿌리며 다가오던 드래곤은 점점 아래로 하강을 하더니 절벽과 멀지 않은 곳으로 추락을 해버렸다.
“가보자!”
위드의 말에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둘러 드래곤이 추락한 곳으로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