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25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0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25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5권 - 25화
“제가 드래곤 산맥으로 가겠습니다.”
샤프가 차분하게 말했다.
“네가?”
사르페이의 물음에 샤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다른 엘프가 안 될 말이라는 듯 극구 만류했다.
“샤프 님은 장차 사르페이 님의 뒤를 이을 중요한 존재입니다. 만에 하나라도 드래곤 산맥으로 갔다가 무슨 일이라도 당한다면 어쩌란 말입니까? 샤프 님께서는 가실 수 없습니다.”
그러자 샤프가 그 엘프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이 내가 과연 왕의 자격이 있는지를 시험할 좋은 기회라고 여깁니다.”
“사르페이 님의 자식이며, 엘리언트로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왕의 자격을 지닌 것입니다. 굳이 위험한 일을 자초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것만으로는 왕의 자격을 따질 수 없습니다. 왕이란 무릇, 그 능력이 반드시 필요한 법입니다. 이번에 제 능력을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샤프의 말에 엘프는 다시 뭐라고 반박을 하려고 했지만 사르페이가 막았다.
“정말로 네가 가겠느냐? 상황에 따라서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목숨을 잃는다면 제가 왕의 재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흔들림 없는 샤프의 말에 사르페이는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네 뜻대로 하거라.”
몇몇 엘프가 안 된다고 했지만 사르페이와 샤프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어느 정도 회의가 진정되자 위드가 입을 열었다.
“제가 샤프와 함께 가도록 하겠습니다.”
“자네가?”
“예, 어차피 이제는 떠날 때도 되었다고 생각하는 중이었습니다. 이왕이면 샤프와 함께 드래곤 산맥으로 가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수호 기사단은 언제고 저와 싸워야 할 적들입니다. 기회가 있다면 미리 그들을 상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위드의 말에 사르페이가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부탁?”
“예.”
“무엇인가?”
“제가 데려왔던 아이들을 키워주셨으면 합니다.”
말이 끝나자 또 다시 엘프들이 저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엘프 숲에서 인간을 키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부탁은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결정할 만한 사항이 아니네. 그 아이들이 엘프라면 몰라도 인간이기에 쉽지 않은 일이네.”
위드는 충분히 이해를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최소 두 아이가 혼자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만이라도 보살펴 주셨으면 하고 바라는 것입니다.”
“자네의 생각은 잘 알겠네. 그 일은 신중하게 생각을 해보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위드는 되도록 플라키와 르멜라가 엘프 숲에서 걱정 없이 자라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3일이 지나고 나서야 위드의 부탁은 수락되었다.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피에나와 뜻밖에도 이로라까지 나서서 부탁을 하고, 아이들 역시도 남길 간절히 원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플라키는 어린 나이임에도 위드에게 크면 반드시 이 모든 신세를 갚겠다고 다부진 약속을 했다. 르멜라는 피에나와 헤어진다는 사실이 슬퍼서인지 쉽게 눈물을 그치지 못해 한참 동안이나 고생을 해야만 했다.
많은 엘프들은 위드와 특히 피에나와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반면, 후바가 떠난다는 사실에 엘프들은 춤이라도 출 것처럼 기뻐했다.
물론, 후바는 그런 엘프들과 헤어진다는 사실에 그 자리에서 기쁨의 춤을 추어 엘프들과의 감정을 더욱더 싸늘하게 만들고 헤어졌다.
그렇게 위드 일행은 엘프들의 환대를 받으며 엘프 숲을 벗어났다.
* * *
프라디아 대륙 동쪽에 일직선으로 코노 왕국의 남부에서부터 시작되어 페르만 왕국과 키에브 제국의 경계가 되어버린 거대한 줄기가 바로 드래곤 산맥이다.
드래곤이라는 최강 몬스터의 서식지로 수천 개의 산들이 모여 이뤄진 드래곤 산맥은 몬스터 땅, 엘프 숲과 더불에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몬스터 땅이 험난하고 위험한 자연이라면, 엘프 숲은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자연이고, 드래곤 산맥은 웅장하고 신비로운 자연이라 할 수 있다.
대륙 내에서 가장 높은 산, 가장 깊은 산, 가장 험한 산, 가장 아름다운 산, 가장 웅장한 산…… 모든 종류의 산이 드래곤 산맥 내에 존재했다.
까마득한 높이의 절벽, 가장 오래된 나무, 세상에서 제일 큰 바위, 세상에 그 이름을 알리지 않은 수백 종류의 식물과 동물까지 드래곤 산맥은 프라디아 대륙의 보물 창고라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륙의 여행자라 자처하는 자들이라면 드래곤 산맥을 둘러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해도 거짓이 아닐 정도로 이미 드래곤 산맥은 모든 이들에게 있어서 필수 여행 지역으로까지 손꼽히고 있었다.
“뭐, 뭐라고?”
“드래곤 산맥이 지금까지 자연의 상태 그대로 보존될 수 있는 이유는 너희 흙쟁이들의 더러운 손이 묻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라질 말라깽이가!!”
도끼를 꺼내드는 드워프.
“해보겠다는 거냐?”
날카롭게 선 검을 빼드는 엘프.
“오늘도 시작한 거냐?”
지쳤다는 듯 한숨을 내쉬는 인간과 그 곁에 바짝 달라붙어 흥미롭다는 듯 두 눈을 반짝이는 타이먼 족 여성까지.
드래곤 산맥에 참으로 다채롭고 재밌게만 보이는 새로운 손님들이 도착했다.
이들은 당연 위드 일행이었다.
드래곤 산맥에 도착한 위드 일행은 어디서부터 수호 기사단을 찾아야 할지 걱정하지 않았다. 괴 몬스터를 타고 다니는 수호 기사들이었기에 그저 드래곤 산맥을 여행하듯 돌아다니다보면 자연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드래곤 산맥을 와본 경험이 있는 샤프와 후바는 각각 자신이 가본 곳으로 위드를 이끌려고 했다. 샤프는 그 나름대로 험한 드래곤 산맥에서 최대한 일행들을 안전하게 이동시키기 위함이었고, 후바는 그저 자신이 가본 곳을 자랑하기 위함이었다.
“이쪽으로.”
“우라질! 그쪽은 볼 것도 없어! 위드! 이쪽으로 가야해! 이쪽으로 가면…….”
“흙쟁이, 설마 드래곤 산맥 곳곳에 네놈의 더러운 손때를 묻혀 놓은 건 아니겠지?”
“소, 손때?! 이 우라질 말라깽이가 무슨 헛소리야!!”
후바의 고함소리에 샤프는 그를 싸늘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흙쟁이들은 재주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더러운 손때일 뿐이지. 자연은 자연 본연의 모습일 때가 가장 아름다운 법.”
대륙에서 가장 뛰어난 손기술을 자랑하는 드워프의 재주를 더러운 손때라고 비하하는 샤프.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후바는 도끼를 빼어 들었고 두 종족은 또 다시 으르렁거렸다.
“그만 좀 하자. 언제까지 그렇게 싸우기만 할 거야?”
“우라질! 처음부터 저 말라깽이와 함께 다닌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지금이라도 헤어져야 한다니까!”
후바의 말에 샤프는 코웃음을 쳤다.
“흙쟁이 너만 꺼지면 된다.”
“으아아아-!!”
후바가 두 눈을 부릅뜨고 도끼를 휘둘렀다.
샤프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불꽃이 일며, 후바와 샤프의 싸움이 벌어졌다. 처음에는 고개를 흔들며 물끄러미 바라보던 위드였지만 어느 하나가 크게 다칠 정도로까지 싸움이 치열해지자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만! 그만!”
후바는 여전히 씩씩거렸고, 샤프는 가빠진 호흡을 진정시키며 싸늘하게 노려봤다.
“더 싸우겠다면 나와 피에나는 여기서 빠지겠어.”
위드의 말에 후바와 샤프는 표정을 일그러트렸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한 발씩 물러났다. 그제야 위드가 깊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드워프하고 엘프가 친하게 좀 지내면 얼마나 좋을까.”
위드의 말에 후바와 샤프가 동시에 말했다.
“우리 위대한 드워프 일족은 결코 저 우라질 말라깽이와 친하게 지낼 수 없다!!”
“저런 더러운 흙쟁이들과 친하게 지내느니 삶을 포기하는 게 낫겠군.”
또 다시 서로를 노려보는 샤프와 후바.
위드는 계속해서 이들과 함께 다녀야 한다는 사실에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다.
피에나는 위드와 둘만 다닐 수 없을 바에야 후바와 샤프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저쪽인가?”
“이쪽이잖아!”
“저쪽이 맞군.”
“이쪽이라니까!!”
“저쪽으로 가면 된다.”
“이 우라질 말라깽이야!! 이쪽이라니까!! 이쪽이라고오오오-!!”
후바는 샤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욕설을 뱉어내며 결국엔 도끼를 빼어들고 쫓았다.
“크하하하하핫!! 역시 산에서 먹는 야생의 고기야 말로 일품이지!!”
“…….”
“말라깽이! 너도 좀 먹고 살 좀 쪄!”
“…….”
“좀 먹어보라니까!”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멧돼지의 뒷다리를 강제적으로 내던지는 후바의 모습에 샤프는 몸을 일으키며 싸늘하게 페이실린을 빼어 들며 말했다.
“죽여 버리겠어.”
“크하하하하!! 역시 맛있어! 이 맛이야! 이 맛!!”
수염에 고기에서 흘러내리는 기름기를 잔뜩 묻혀가며 쉬지 않고 고기를 뜯는 후바. 그러다 어디서 따왔는지 모를 과일을 먹고 있는 샤프를 바라보고는 또 다시 고기 덩어리를 잘라 그에게 내던졌다.
“그렇게 과일 따위나 먹어대니까 네가 비쩍 마르는 거야! 이 위대한 드워프 후바 님께서 주는 거니까 곱게 받아 쳐 먹어!”
날아오는 고기 덩어리를 피하려던 샤프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뒤이어 날아온 고기 덩어리에 맞아 옷이 더럽혀졌다.
“그것도 못 받냐? 크하하핫!!”
좋아 죽겠다는 듯 웃어젖히는 후바의 모습을 보며 냉랭한 살기를 풀풀 풍기며 일어난 샤프. 그의 모습에 후바는 서둘러 도끼를 움켜잡았다.
일촉즉발의 순간!
샤프는 페이실린의 손잡이를 잡고 후바를 향해서 뚜벅뚜벅 걸었다.
“뭐, 뭐야! 해보겠다는 거야?!”
후바가 벌떡 일어나며 도끼를 들었다.
뚜벅뚜벅 걸어간 샤프는 후바를 싸늘하게 노려보다 갑자기 발을 차올렸다.
촤아아악-!
샤프의 발끝에 엄청난 흙더미가 잘 익혀진 고기를 뒤덮었다.
“흙쟁이니까 흙 정도는 털어 먹어라.”
온통 흙이 묻어 먹기 힘들어진 고기를 바라보던 후바가 부들부들 떨다가 눈을 까뒤집으며 도끼를 휘둘렀다.
“으아아아악-!!”
향긋한 꽃향기와 나무 냄새에 취한 샤프는 아주 작은 미소를 그리며 눈을 감고 있었다. 나무들 사이로 내려쬐는 햇볕을 받으며 바위에 앉아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긴 샤프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저 말라깽이가 왜 저 지랄이야?”
멀리서 못마땅한 얼굴로 바라보던 후바는 갑자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벌떡 일어나서는 샤프를 향해서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어이! 말라깽이!!”
후바의 부름에 샤프는 머금고 있던 미소를 깨끗하게 지워버렸다. 그리고는 왜 재수 없게 다가오냐는 듯 쌀쌀한 눈초리를 보냈다.
후바는 개의치 않고 입가에 함박미소를 머금고 다가갔다. 그런데 어느새 빼어든 도끼가 곁에 있던 나무들을 퍽퍽! 찍어대고 있었다.
“어이쿠! 이거 내가 나무에 흠집을 냈네?”
말을 하면서 후바는 예쁘게 피어난 꽃들을 짧고 굵은 다리로 마구 밟아댔다.
“어이쿠! 꽃들이 왜 여기 있나?”
누가 봐도 악의적인 행동들.
위드는 피에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저쪽으로 가자.”
“응.”
이제는 질려버렸다는 듯 위드는 맘대로 하라고 내버려두고 피에나와 함께 아예 자리를 떠나버렸다.
“어이! 말라깽이! 내가 말이야…… 어어어어!!”
괜히 친한 척을 해대며 손까지 흔들며 다가가던 후바가 중심을 잃고 앞으로 넘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의 손에 들린 도끼가 아주 위력적으로 휘둘러졌다.
“……!”
깜짝 놀라며 앉아 있던 바위에서 훌쩍 뒤로 물러나는 샤프.
콰앙!
도끼는 바위를 잘게 부숴버렸다.
“어이쿠! 풀에 걸렸나? 이런! 이런! 바위가 작살이 났네?”
후바가 고개를 쓰윽 들며 히쭉 웃었다.
샤프는 나무, 꽃, 풀, 바위를 바라보다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흙쟁이…… 흙속에서 살게 해주마.”
페이실린이 뽑히고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우라질 말라깽이! 덤벼라아아앗-!!”
후바의 도끼가 거센 바람을 몰며 날았다.
이들이 오고부터 드래곤 산맥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위드 카일러 6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