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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121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6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21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5권 - 21화

 

 

사사삭!

조금 커진 발자국 소리에 위드, 피에나, 후바는 자신의 앞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모든 신경을 집중시켰다.

“인간! 그리고 드워프! 떠나라!!”

아름다운 선율과도 같은 고음이 경고처럼 숲을 울렸다.

“우라질! 엘프로군!”

드워프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도끼를 내리지 않았다. 그 반면 위드는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우리는 엘프 숲이 위험하다고 해서 그걸 알려주려고 온 겁니다. 뭐, 이미 늦어버렸지만.”

위드의 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엘프가 말했다.

“너희 인간들의 말은 절대로 믿지 않는다! 당장 숲을 떠나라! 이미 너희 인간들에 의해 파괴된 곳이 여러 군데다!”

엘프의 음성에는 적의가 가득했다. 떠나지 않으면 공격을 펼칠 수도 있다는 짙은 경고의 음성이기도 했다.

“이런 우라질 것들을 봤나! 니들의 어려움을 알려주려고 온 손님을 이런 식으로 대한단 말이냐! 이런 예의 없는 것들 같으니라고!!”

“후바!”

위드가 급히 후바를 말렸지만 이미 그의 말에 주변을 감싼 엘프들은 모두가 화가 난 상태였다.

“무식하고 덜떨어진 드워프! 맹약이 아니었다면 벌써 너의 목숨을 끊어놨을 것이다!”

“우라질! 맹약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할 수 있다면 어서 해봐! 나 위대한 드워프 일족의 후바 쿠에바스 카힐 드로브 쿠빌리에는 너희 약해빠진 엘프 따위들에게 순순히 목숨을 내주지 않는다!!”

“후바!”

위드는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서 후바를 말리려고 했지만 이미 한참이나 늦은 상태였다.

슈우우우-!!

따아아앙!!

“……!”

“그건 경고의 의미다! 당장 숲을 떠나라!”

후바는 자신의 도끼에 맞아 박살나며 파편이 되어 떨어져버린 화살 조각을 바라보며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렸다. 그리고는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뛰쳐나갔다.

“으아아아아압-!!”

“후바!!”

위드는 재빨리 후바를 뒤쫓았다.

“역시 파괴만을 일삼는 어리석은 드워프로군!”

패애앵! 패애앵! 패애앵!!

활시위가 당겨지는 소리와 함께 각기 다른 방향에서 세 대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속도와 위력, 방향으로 보았을 때 결코 경고가 아니었다.

“후바! 위험해!!”

위드의 외침이 아니더라도 후바 역시 날아드는 화살에 기겁을 하며 도끼로 몸을 보호하며 빙그르르 돌았다.

따앙! 따앙! 따앙!

아슬아슬하게 도끼에 맞아 떨어지는 화살.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슈슈슈슈-!!

이번에는 다섯 대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우, 우라질!!”

날아드는 화살에 후바는 욕설을 뱉어내며 급급히 몸을 굴렸다.

퍼퍼퍼퍽!!

“크윽!”

한 대의 화살이 후바의 허벅지를 관통했다. 그리고 또 다시 날아드는 화살들!

“우리는 당신들의 적이 아닙니다!!”

그 말을 하며 위드는 재빨리 트랜트 아머를 착용함과 동시에 후바의 앞을 막고는 검을 뽑아 들었다. 

맑은 금속음과 함께 뽑혀져 나온 위드의 검이 화려하게 호선을 그렸다.

투두두두둑!!

허공에서 호선에 걸려 힘없이 떨어지는 화살들.

“우리는 당신들의 적이 아닙니다! 못 믿겠으면 샤프! 샤프를 만나게 해줘요!!”

적의로 똘똘 뭉쳐 있던 엘프들 사이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인간! 어떻게 샤프 왕자님을 알고 있는 거냐!”

“나와 후바는 샤프와 함께 네드벨 아카데미를 다녔어요!”

“…….”

위드 일행을 포위하고 있는 엘프들의 수장인 듯한 엘프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위드는 피에나를 불렀고, 피에나는 플라키와 르멜라를 데리고 다가왔다.

“피에나! 아무런 말이나 좀 해봐!”

위드의 말에 피에나는 위드를 멀뚱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에니크르에다느 필리파르타 말에이자카오 알리타가샤 밀니디르냐.”

피에나의 말에 엘프 역시도 위드로서는 알아들어 먹을 수 없는 말을 해댔다.

“그쪽 타이먼 족 여성분이 아니었다면 결코 너를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 말과 함께 곳곳에 숨어 있던 엘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와!”

“와아아!”

플라키와 르멜라는 엘프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두 눈을 크게 뜨고 탄성을 내질렀다. 피에나도 분명 두 아이의 눈에 예쁜 것은 확실했지만 그녀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지닌 엘프들의 모습은 놀라기에 충분했다.

“날 따라와라!”

샤프와 그의 여동생인 이로라처럼 눈부신 금발머리를 허리까지 길게 늘어트린 남성 엘프가 싸늘한 시선으로 위드 일행을 바라보고는 등을 돌려 숲 속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위드와 그 일행은 주변 엘프들의 감시와 비슷한 보호를 받으며 걸음을 내딛었다.

“피에나.”

“응?”

“아까 뭐라고 했던 거야?”

위드의 물음에 피에나가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피에나에요. 위드는 나쁜 인간 아니에요.”

“아아…….”

그제야 위드는 어째서 대장 엘프가 ‘너희’가 아닌 ‘너’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잘 했어, 피에나.”

위드가 피에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칭찬하자 그녀가 행복한 미소를 그렸다.

“으으으윽! 우라질 엘프 놈들!”

다리를 쩔뚝거리며 걷고 있는 후바는 연신 엘프들의 욕을 했고, 그럴수록 주변의 엘프들의 눈빛은 사나워져만 갔다. 그럼에도 후바는 콧방귀도 끼지 않았다.

그 모습에 플라키는 제법 진지한 얼굴로 후바를 유심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늙은 노인처럼 생겨서 고집도 센 건가?’

 

 

chapter 9 성장의 나무 진액

 

“와…….”

엘프들에게 안내된 곳에 도착한 위드 일행은 어느 누구 하나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가 똑같이 입을 쩍! 벌리고 주변을 돌아보기에 바빴다.

엘프라면 바득바득 이를 가는 후바조차도 순간적으로 입을 벌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렸을 정도였다. 

아마, 한 엘프가 ‘드워프 따위가 어디서 이런 아름다운 곳을 구경해봤겠어!’라고 후바를 자극하지 않았다면 조금 더 놀란 모습을 이어나갔을 것이다.

굵고 커다란 나무 위에 아름답게 지어진 작은 집. 

곳곳에 잘 가꾸어진 꽃밭이 있었고,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냇물 소리와 숲 전체를 통틀어 이보다도 아름답게 내려쬐는 곳은 없을 것만 같은 햇볕. 그리고 숲 전체에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까지.

모든 것이 최상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어째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이라고 하는지 알겠군…….”

위드는 자신이 죽는 순간까지도 이보다 아름다운 곳은 구경하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 숲에 살아가니 엘프가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그렇게 숲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있는 사이.

“피에나 님!”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모두의 정신을 일깨웠다.

전설에서나 나올 법한 여신과 같은 모습의 엘프, 이로라가 피에나를 향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로라!”

놀랍게도 피에나가 손을 흔들며 반갑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마치, 오랜 시간을 헤어졌던 친구를 만나는 듯한 모습이었다.

난생 처음 보는 피에나의 모습에 위드는 놀라고 말았다.

‘피에나가 이로라와 이렇게 친했던가?’

잘은 모르겠지만 함께 지냈던 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던 것만큼은 확실했다.

“와아아아…….”

“엄청 예쁜 언니다…….”

플라키와 르멜라는 이로라의 모습에 완전히 넋을 잃고야 말았다.

언뜻 보기에 엘프들의 모습은 거의 비슷비슷했다. 그럼에도 이로라의 모습은 다른 엘프들과 다르게 눈에 확! 뜨일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로라는 피에나와 손을 마주잡고 말없이 미소를 짓다가 위드를 향해서 인사를 했다.

“위드 카일러 님도 오랜만에 뵙습니다. 건강해 보이셔서 다행입니다.”

“이로라도 건강해보이네.”

위드의 말에 이로라는 빙긋 웃고는 후바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놀란 얼굴로 다가가 화살이 관통했던 부근을 바라보며 말했다.

“부상을 입으셨네요.”

“우라질, 어떤 시답잖은 엘프…….”

“레이레디다 아로라이마 하나이스라다 아노이스마.”

상처 부위에 손을 대고 이로라가 마법을 사용하자 조금씩 상처가 아물어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상처가 깨끗하게 나았고, 이로라는 약간 창백해진 얼굴로 후바를 바라봤다.

“죄송합니다. 후바 님.”

이로라의 말에 후바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당신이 죄송할 건 없지. 내게 상처를 입힌 그 우라질 엘프 놈이 미안해해야지.”

“저희 종족의 실수니 제 실수이기도 하답니다.”

“…….”

이로라의 말에 후바는 더 이상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을 치료해준 것도 있지만 이상하게 아카데미를 다닐 적에도 이로라는 엘프임에도 불구하고 후바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묘한 거리감이 있었다.

단순히 이로라가 다른 엘프보다 아름답다고 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로라의 종족을 초월한 배려심과 그녀의 분위기가 이유라면 이유였다.

“여긴 드워프 따위가 올 곳이 아니다.”

냉정하도록 차가운 음성이 이로라로 인해서 가라앉았던 후바의 심장을 뜨겁게 만들었다.

“우라질! 저 빌어먹을 말라깽이!!”

 

*        *        *

 

“그러셨군요. 그래도 일찍 온다고 서둘렀는데도 이렇게 늦고야 말았습니다.”

위드의 말에 샤프와 똑같이 생긴 하지만,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엘프가 이해한다는 듯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사르페이. 정식 이름은 사르페이 세르카셀 세레카베르 노로라무엔 드르로 현재 엘프들의 왕을 맡고 있는 말 그대로 엘프 왕이다.

정확하게 8일 전이었다.

엘프 숲에 괴 몬스터를 탄 기사들의 침입은.

엘프 숲은 아주 오래전 고대 마도시절 이전부터 설치된 결계로 인해 외부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었다.

창조신이 각각의 하위 신들을 만들고, 그 하위 신들이 하늘을 만들고, 땅을 만들고, 바다를 만들고, 많은 종족을 만들고…… 그러다 한 신이 엘프를 만들었다. 엘프의 모습을 보고 너무 아름다워 창조신이 선물이라며 누구도 그 아름다움을 쉽게 더렵혀서는 안 된다며 엘프 숲 전체에 결계를 만들어 놓았다는 전설이 내려져오는 엘프 숲의 결계.

물론, 엘프 숲의 결계가 정말로 창조신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굳건하게 믿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엘프를 제외하면……. 

하지만, 분명한 것은 수천 년이 지나도록 엘프 숲의 결계는 깨어지지 않고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고대 마도 제국 시절 많은 마도사들이 엘프 숲의 결계를 깨보려 도전을 해봤지만 결국은 누구도 결계를 깨지 못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엘프 숲의 결계가 상당 부분 약해졌다는 것은 엘프들에게 있어서 하나의 재앙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게 약해진 엘프 숲의 결계는 세월의 흐름 속에 더욱더 약해져만 갔고, 결국 이번에 괴 몬스터를 부리는 기사들로 인해서 많은 부분이 완전히 깨져버리는 상황으로까지 변한 것이다.

“그들은 오로지 성장의 나무 진액만을 노리고 있네. 어째서 그들이 성장의 나무 진액을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성장의 나무 진액은 우리 엘프들에게도 아니, 이곳 엘프 숲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 절대로 내줄 수가 없는 것이지.”

사르페이는 참으로 난감하다는 듯 말했다. 벌써 괴 몬스터를 부리는 기사들과 엘프들 간의 싸움이 여러 차례나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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