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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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51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20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5권 - 20화
제국력 1385년 3월 20일.
페르만 왕국 브리자스 성.
브리자스 성 역시도 대륙의 모든 곳들과 똑같이 부족해진 물자들로 인해서 성 전체가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거기에 몬스터들의 공격까지 막아내야 하니 그야 말로 죽음의 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패한 페르만 왕국군이 브리자스 성에 남아 수성을 돕고 있었지만 모두 하나같이 이 전투가 오래 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 명씩 브리자스 성을 떠나고 있었다.
그런 위기일발의 브리자스 성에 일단의 무리가 들어섰다. 그들은 동문으로 들어와 성문에서 그리 멀지 않은 허름한 집으로 들어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집으로 두 명의 사내가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사내들은 미리 집에 들어선 이들에게 기척을 보냈고, 문이 열리며 그들을 안으로 들였다.
“어떻게 됐소?”
40대 후반의 뚱뚱한 중년인의 물음에 후에 들어선 두 명의 사내 중 키가 큰 사내가 대답했다.
“찾을 수가 없었소.”
“완벽하게 모습을 감춘 것이오?”
뚱뚱한 중년인의 얼굴에는 다급함이 어렸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소.”
“우리가 한 발 늦어버렸군.”
뚱뚱한 중년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신, 함께 있던 이들의 행방은 알아냈소.”
“함께 있던 이들?”
“프레타 성에서 살아남은 기사들이오.”
“그렇다면 그가 자신의 기사들과 따로 행동을 한다는 거요?”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따로 행동을 할지는 몰라도 살아남은 유일한 기사들이니 연락은 할 것이오.”
날카로운 눈매의 중년인의 말에 뚱뚱한 중년인도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카일러 준남작의 성격으로 봤을 때, 분명 그럴 가능성이 있지!”
키 큰 사내와 동료인 또 다른 사내가 입을 열었다.
“그럼 그들을 쫓겠소?”
뚱뚱한 중년인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래야겠소. 지금으로써는 유일한 방법이니.”
사내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했다.
“알겠소.”
뚱뚱한 중년인이 물었다.
“그들은 현재 어디에 있소?”
키 큰 사내가 덤덤히 대답했다.
“마법사 길드요.”
“마, 마법사 길드?”
뚱뚱한 중년인, 변장한 베르토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우라질!!”
후바의 짜증스런 외침에 르멜라가 움찔거리며 피에나에게 바짝 달라붙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후바는 여전히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리고 분한 사람처럼 ‘우라질’이라는 욕설을 반복해서 뱉어냈다.
보다 못한 위드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까지 가기 싫으면 이쯤에서 헤어지면 되잖아?”
헤어지자는 위드의 말에 후바가 두 눈을 부릅떴다.
“그건 안 되지!”
“어째서?”
“너는 내 유일한 인간 친구니까!”
위드가 무슨 소리냐는 듯 바라보자 후바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이 후바의 유일한 인간 친구가 어려움에 처했는데 내가 나 몰라라 할 순 없는 거잖아!”
후바의 말에 위드는 피식 웃었다.
“가일은?”
“가일? 가일은…… 이 후바의 두 번째 유일한 친구지!”
자랑스럽게 외치는 후바를 향해서 위드는 ‘유일한’이라는 말의 뜻을 제대로 알고나 하는 거냐고 묻고 싶었다.
“그렇다면 그냥 좋은 마음으로 가자.”
“우라질!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인 줄 알아! 너는, 너라면 몬스터 땅에 좋은 마음으로 갈 수 있겠냐?”
“후바, 몬스터 땅하고 엘프 숲은 엄연히 다르잖아.”
“너는 다를지 몰라도 나한테는 같아!”
“…….”
할 말이 없었다.
엘프들이 후바의 말을 듣는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 * *
몬스터의 땅.
인간의 발길을 거부하는 아니, 허락하지 않는 몬스터의 땅 한 가운데 크고 높은, 그리고 너무나도 웅장한 탑이 우뚝 솟아 있었다.
도대체 누가 몬스터의 땅 한 가운데 이처럼 커다란 탑을 세웠을까?
탑의 주변으로는 몬스터는커녕 작은 동물들조차도 접근하지 않아 너무나도 고요한 곳이다.
마치, 몬스터의 땅 가운데 이곳만큼은 그 어떤 존재라 하더라도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 신의 영역과도 같은 그런 모습이었다.
탑의 상층부 중 한 곳.
둥그런 원형 탁자에 여섯 명의 사람이 앉아 있었다. 한 자리가 비어 있었기에 탁자는 애초부터 일곱 명이 앉을 수 있게 만들어 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탁자에 앉은 여섯 사람들은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니, 가장 상석에 앉은 한 사람을 향해서 보고를 하고 있었다.
“해서, 그라다 왕국의 라우스, 프링스, 지울, 지던, 미엔 지방은 한 달 안에 점령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카르무 리엔의 보고에 베논 바이텐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달이면 상당히 빠른 셈이군.”
“그렇습니다. 동시에 다섯 지방을 한 달 안에 점령을 한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대륙의 모든 역사를 통틀어 보더라도 한 달 만에 이러한 성과를 거둔 전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부심이 가득한 카르무 리엔의 얼굴에 베논 바이텐도 희미하게 웃었다. 그러다 크루거 아크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페르만 왕국의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크루거 아크가 웃으며 대답했다.
“페르만 왕국의 레켄 성과 브리자스 성 역시도 한 달 안으로 점령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모두들 열심히 수고를 해주고 있구만. 허허허.”
베논 바이텐은 흡족한 얼굴이 되어 기쁨의 웃음을 터트렸다.
“이 모든 것들이 바이텐 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그렇습니다. 홀로 오랜 세월을 준비하신 일이 아니십니까? 저희는 그저 바이텐 님께서 준비를 내놓은 일들을 그대로 실행에 옮길 뿐입니다.”
모두 베논 바이텐의 업적이라고 칭찬을 하는 순간에 로제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좋았던 분위기가 로제의 한 마디에 깨어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직접적으로 그를 탓하진 않았다. 그저 왜 하필 지금이냐는 듯 아쉬워할 뿐이었다.
베논 바이텐은 할 말이 있거든 얼마든지 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로제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할 말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몬스터만으로는 전 대륙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수 없습니다. 아니, 아무리 몬스터의 수가 많다고 하더라도 그 한계는 분명 존재하고 있습니다. 키메라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몬스터가 있어야 키메라 역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여기 계신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는 크게 의문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지만 이제는 저희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바이텐 님께서는 어떤 대책을 가지고 계시는 것입니까?”
로제의 물음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도 틀리지 않는 말이었다. 지금은 현재 부릴 수 있는 몬스터들만으로도 얼마든지 전쟁을 치러나갈 수 있었지만 한계는 분명 있었다. 전 대륙의 모든 인간들, 심지어는 다른 종족들까지 상대하기엔 몬스터의 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다.
베논 바이텐은 희미하게 웃었다.
“물론, 내게 두 가지의 방법이 있네.”
“그것이 무엇입니까?”
직시하는 로제의 눈을 마주하며 베논 바이텐이 입을 열었다.
“우선 그 첫 번째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인간들을 받아들이는 것이네. 이 정도는 모두가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네. 우리는 대륙에서 우리의 존재 가치를 그 누구보다도 높이기 위해서 이러한 전쟁을 벌이는 것이지, 모든 인간들을 멸망시키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니 말일세.”
“맞는 말씀이십니다.”
크루거 아크가 곧바로 맞장구를 쳤다.
“인간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그때는 상황을 봐서 받아들인 이들을 병사로 부릴 수도 있을 것이고, 혹은 어떤 특정 나라와 모종의 협약을 맺을 수도 있겠지. 인간의 욕심이란 다 같은 것이니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야.”
베논 바이텐의 말에 로제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바이텐 님께서 최선으로 생각하고 계시는 것을 알고 싶습니다. 그 정도는 제가 아니더라도 여기 모인 모두가 생각을 했을 일입니다.”
다소 도전적인 로제의 말에 크루거 아크와 제브리가 당황한 얼굴로 무슨 짓이냐며 핀잔을 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로제의 눈빛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어서 말하라고 감추고 있는 것을 말하라고 추궁이라도 하듯 베논 바이텐을 바라보고 있었다.
베논 바이텐은 로제의 눈빛을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커다랗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제법 커진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로제 자네로군! 좋네! 내 말하지 않았던 것들을 모두 말하겠네. 그리고 지금 내가 말하는 것이 바로 그 두 번째 방법이기도 하네.”
로제는 눈을 빛내며 베논 바이텐을 바라봤다.
“사실, 내가 이렇게까지 일을 꾸밀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한 가지 중요한 연구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네.”
베논 바이텐의 말에 모두가 숨이라도 멎은 듯 그를 바라봤다.
“그것은 바로…… 트랜트 아머와도 관련이 있는 일이지.”
“트랜트 아머라고 하셨습니까?”
제브리의 물음에 베논 바이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그게 무엇입니까?”
로제의 물음에 베논 바이텐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몬스터도 트랜트 아머를 착용할 수 있네.”
“헉!!”
“그, 그게 정말입니까?!”
“어떻게…….”
로제가 물었다.
“트랜트 아머는 마법사의 도움이 있어야 제작이 가능한 물건입니다.”
“알고 있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 말은 몬스터도 트랜트 아머를 착용한 것과 같이 만들 수 있다는 말이네.”
“어떤 방법입니까?”
베논 바이텐의 수제자인 아르마다가 잔뜩 흥분한 얼굴로 물었다.
“그 방법은…….”
* * *
제국력 1385년 4월 20일.
끈질긴 항전에도 불구하고 그라다 왕국은 다섯 지방(미엔, 지던, 지울, 프링스, 라우스)을, 페르만 왕국은 두 지방(브리자스, 레켄)을 몬스터들에게 아니, 몬스터를 부리는 연금술사들에게 빼앗기게 되었다.
그에 그라다 왕국과 페르만 왕국은 모든 병력을 총동원해 더 이상 영토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방어선을 구축하게 된다. 각 나라에서 두 나라를 돕기 위해서 병력을 지원하지만 그 지원 병력은 미미하기만 했다.
대륙의 모든 상회가 제아무리 발 빠르게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게다가 장사꾼들인 만큼 대륙의 위기를 자신들에게는 기회라 여겨 많은 이익을 챙기기에 급급해 모든 나라의 경제는 쉽게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가진 자들의 횡포는 더욱 심해지고, 가지지 못한 자들의 삶은 더욱더 비참해져만 갔다.
코노 왕국 엘프 숲.
세상에서 자연 경관이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누구나 주저하지 않고 엘프 숲을 말한다. 누구든 엘프 숲을 한번 구경하면 그 아름다움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한다고 한다.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거대한 나무들, 나무 곳곳에 둥지를 틀어 놓고 쉴 새 없이 지저기는 이름 모를 새들, 숲에 살아가는 크고 작은 동물들, 향긋한 풀 냄새, 흙냄새, 바람의 냄새까지도 맡아 볼 수 있는 천연의 숲!
그러한 천연의 숲 일부가 잔인하게 파괴되어 있었다.
나무는 부러지고, 시커멓게 죽어 있었으며, 이름 모를 새와 동물들의 시체가 처참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크고 작은 구덩이가 곳곳에 파였고, 바위는 조각나 사방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우리가 이미 늦은 건가?”
엘프 숲에 들어선 위드 일행은 파괴된 숲의 모습에 안타까운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엘프라면 자다가도 일어나 욕을 해대는 후바 역시도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렸다.
“우라질! 우리의 대지도 이렇게 된 건 아니겠지?”
엘프 숲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드워프 대지도 무사할 수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괴 몬스터를 부리는 기사들이 벌써 왔다 갔어.”
위드는 나무에서 풍겨져 나오는 악취에 코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시커멓게 썩어버린 나무의 주변에는 괴 몬스터가 뱉어냈던 시커먼 독물의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었다.
사사삭.
풀잎을 밟는 아주 작은 소리가 피에나의 청각에 잡혔다.
“위드!”
피에나의 외침에 위드는 재빨리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후바를 부르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도끼를 꺼내 들었다.
위드와 피에나, 후바가 각각 삼각형 형태로 자리를 잡고 그 가운데 플라키와 르멜라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