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5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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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4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58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7권 - 8화
“오랜만입니다. 카일러 준남작님.”
“오랜만입니다.”
위드는 베르토를 바라보며 마주 인사했다. 베르토는 위드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빙긋 웃으며 말했다.
“짧은 시간 내에 그토록 대단한 성장을 하시다니…… 역시 마도사의 마법문신은 그 어떤 것으로도 비교를 할 수 없는 물건인 모양입니다.”
“그렇더군요.”
위드는 빙긋 웃으며 대꾸했고, 그 모습에 베르토는 6년 전의 그가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슬쩍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을 바라보니 그의 얼굴 표정이 결코 좋지 않았다.
‘그라면 공작님을 자극시켜 결코 좋을 일은 없음을 잘 알고 있을 텐데. 이상하구나.’
위드라면 분명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으리라 여겼다. 그럼에도 그는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데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그것이 이상하다 여겨지는 베르토였다.
하지만, 그도 모르는 한 가지 사실!
위드가 이미 두 사람의 모든 생각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 방법도 나름대로 생각을 해놓은 상태였기에 결과적으로 이 싸움은 위드의 승리라 할 수 있었다.
베트로는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어떻게 드래곤을 얻게 되었습니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말입니다.”
“누굴 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드래곤 산맥을 가게 되었고, 운이 좋아 드래곤을 길들이게 되었습니다.”
위드의 대답에 베르토는 물론이고, 웬만해서는 놀라는 일이 없는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의 얼굴까지도 순간적으로 굳어버렸다.
‘설마 내가 뒤쫓았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건가? 하지만, 어떻게?’
베르토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자신이 움직인 것은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의 명령으로 인해서 아주 은밀히 움직였었기 때문이다.
“그랬었군. 뭐, 어쨌든 드래곤 기사가 되었으니 결과적으로는 좋은 일이군.”
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혹시, 드래곤 산맥에서 드래곤 기사단을 만난 적은 없습니까?”
드래곤 산맥에서 드래곤을 길들이는 동안 드래곤 기사단을 만나지 못했다면 확실하게 그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는 것과 같았다. 대륙 내에 더 이상 드래곤 기사단이 없다는 것은 꽤 중요한 일이었다.
위드는 베르토와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의 눈치를 살피고는 대답했다.
“만났습니다.”
베르토가 의외라는 듯 되물었다.
“만났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말끝을 흐렸지만 위드는 베르토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저와 샤프가 드래곤을 길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드래곤 기사단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째서 드래곤을 길들일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습니다만, 분명 드래곤 기사단은 존재합니다. 그리고 드래곤 산맥 내에서 드래곤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또, 드래곤 기사단을 도와 드래곤을 보호하겠다고 샤프와 함께 다짐했습니다.”
대답을 다 듣고 베르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어째서 드래곤 기사단은 수호 기사단이 드래곤 산맥을 마음껏 휘젓도록 내버려 두었던 거지?”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은 도저히 드래곤 기사단의 존재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그리고 그건 대륙 정세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기울이면 당연시 될 의문이었다.
“클라우드 공작님께서는 드래곤 기사단이 수호 기사단의 상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전혀.”
단호하게 대답하는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의 얼굴을 보며 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드래곤 기사단은 수호 기사단을 상대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그들 앞에 몸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드래곤 기사단의 단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정예들이 수호 기사단에 의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드래곤 기사단을 계속해서 이어가기 위해서는 자존심과 명예가 상하더라도 몸을 숨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드래곤을 길들일 당시 드래곤 기사단이 제지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제가 수호 기사단을 상대할 것이라고 말을 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위드의 설명에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과 베르토는 한 점의 의심도 할 수 없었다. 위드의 말이 타당했기 때문이다. 대륙 최강이라 자부하던 드래곤 기사단의 단장인 페레이라 프라디아를 비롯해서 전쟁에 참여했던 정예 기사들이 모두 죽은 마당에 남은 이들이 복수랍시고 수호 기사단에 덤벼드는 것은 말 그대로 죽여 달라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위드는 두 사람이 자신의 말에 수긍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이 진정한 사실을 알게 되면 자신들을 속였다 화를 내겠지만 따지고 보면 위드는 속인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말을 약간씩 비틀었을 뿐.
결과적으로는 홀로 남았다 하더라도 키셀 프라디아는 드래곤 기사단이었고, 드래곤을 길들이기 직전 분명 수호 기사단을 상대할 것이라고 했다. 또, 샤프와 함께 드래곤 기사단을 도와 드래곤 산맥의 드래곤을 보호하겠다고 다짐했으니 거짓은 없었다.
혹시라도 생존해 있는 드래곤 기사단이 몇이나 되냐는 질문이 나올지 몰라 위드는 이야기를 돌렸다.
“전투는 언제쯤 있을 예정입니까?”
위드의 물음에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재가 변했다.
“카일러 준남작님과 일행 분들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조금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제1군의 사기는 최고 상태입니다. 이 상태일 때 전투를 벌여야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베르토의 말에 위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사실, 위드로서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 만약, 전투를 질질 끌려고 했다면 나서서 빨리 전투를 치르자고 제안을 할 생각까지 가지고 있었다.
“에르토 지방 수복 전투 때엔 수호 기사단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나타날 것 같습니까?”
“확신을 할 순 없지만 나타나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추측일 뿐이지만 위드 역시도 수호 기사단이 나타날 것이라고 여겼다. 그들이 나타나지 않으면 제아무리 많은 수의 몬스터와 키메라들이 나타난들 연합군의 발걸음을 막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몬스터들에게 밀린 것은 지난 5년간만으로도 충분했다. 당시는 경황도 없었고, 병사들도 제대로 된 경험이 없었기에 속수무책이라 할 정도로 밀렸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몬스터가 강해졌다고 하지만 이미 그러한 사실에 익숙해진 병사들이었다. 가끔 변종 몬스터들이 존재해 다수의 병사들과 기사들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지만 그 수가 그리 많지 않았기에 큰 문제가 될 수 없었다.
키메라의 존재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아직까지 그 진실한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기사들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상대하면 이기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수호 기사단이었다.
애초부터 궁병과 투척병들로는 견제도 되지 않았고, 트랜트 아머를 착용한 기사라 하더라도 마땅한 대응책이 없었다. 그나마 마법사만이 그들을 상대할 수 있었지만 그 역시도 그리 대단한 효과를 발휘하진 못하고 있었다.
상황이 그러하다보니 연합군의 발걸음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부득불 수호 기사단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자세한 전투 일정과 전술이 잡히면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도록 하게.”
위드는 그렇게 말하고 막사를 빠져나갔다. 그의 모습이 사라지자 베르토가 입을 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변했습니다.”
“그렇군.”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
위드 일행이 도착하고 열흘 만에 토바고 지방을 되찾기 위한 첫 전투가 벌어졌다. 그 열흘간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은 어떻게든 위드 일행들을 개인적으로 구속하려 했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이미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의 계획을 속속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다 위드 일행들은 제1군에서는 제2군에서처럼 병사들과도 쉽사리 어울리지 않고, 오직 자신들끼리만 똘똘 뭉쳐 있었다.
토바고 수복 첫 번째 전투.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이 이끄는 제1군의 자랑은 기사단과 마법병단이었다. 제1군의 주력 기사단이 강철의 기사단이었으니 그 막강함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또한, 마법병단은 타 연합군에 비해 그 수와 질에서 월등하다 싶을 정도로 뛰어났다.
그렇기에 제1군의 전투는 강철의 기사단을 중심으로 한 기사단과 마법병단을 주축으로 모든 전술을 만들어냈다. 기사단과 마법병단의 힘은 최대한으로 발휘되고, 또한 그들의 피해 역시 최소한으로만 발생한다. 덕분에 일반 병사들의 피해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제1군이 본격적으로 전투에 뛰어들고 나서부터 그 전장은 언제나 화려함으로 물들었다. 수십 가지의 마법은 보는 것만으로도 넋을 잃을 정도로 대단했다.
또, 제1군의 마법병단은 개별적인 마법을 사용하기보다는 각각 그룹을 만들어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30명까지 모여 한 가지 마법을 이중 마법진을 이용해 사용했다.
거기에 그룹 간 연계 마법을 펼쳤는데 그 효과는 적게는 두 배에서 세, 네 배까지도 나타났다. 간단하게 A라는 그룹에서 수십 개의 워터 스트라이크를 만들어 내면, B라는 그룹에서 라이트닝 웨이브(Lightning Wave)를 펼친다.
워터 스트라이크와 라이트닝 웨이브의 조합은 그 효과뿐만이 아니라 살상력 역시도 극대화시킬 수 있었기에 오우거라 하더라도 단번에 몸의 절반에 해당하는 기능이 상실된다. 또한, 그 범위 역시 엄청나게 넓어지기에 한 순간에 엄청난 수의 오크, 고블린 등의 소형 몬스터들의 숫자를 줄일 수 있었다.
그렇게 마법에 의해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이 쓰러지면 곧바로 강철의 기사단을 중심으로 제1군의 기사단 전체가 몬스터들을 휩쓸고 지나간다.
여느 연합군들처럼 중, 대형 몬스터를 주요 목표로 삼기에 이후 일반 병사들이 난전을 벌였을 시엔 큰 득을 볼 수 있었다.
키에에엑!!
검 면에 묻은 고블린의 핏물을 바닥으로 털어낸 가일은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후바가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도끼를 휘둘러대고 있었다.
꾸에에에-!!
콰자아악!
오크의 머리통이 도끼에 반으로 쪼개지거나, 고블린의 몸통이 위, 아래로 분리되어 바닥을 나뒹굴었다. 후바는 그런 몬스터의 모습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도끼질을 했고, 그럴 적마다 몬스터의 몸은 조각조각 분리되어 여러 줌의 고깃덩어리로 변해갔다.
그러기를 한참. 형체를 알 수 없는 처참한 시체 조각 사이에서 가빠진 숨을 크게 뱉어낸 후바는 문득, 한쪽을 물끄러미 바라보기 시작했다.
크어어어엉!!
전장을 울리는 거대한 렉턴의 포효.
“…….”
후바는 전장 한쪽을 제멋대로 짓밟고 파괴하는 렉턴의 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떨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