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5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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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2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57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7권 - 7화
테오르만 후작은 고개를 저었다.
“틀렸소!”
알리안 후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틀렸다니?”
일그러진 알리안 후작의 얼굴을 바라보며 테오르만 후작은 한층 여유로워진 표정으로 좌중을 둘러보며 느긋하게 말을 했다.
“예전에 니드먼 후작이 내게 한 말이 있소. 그게 무엇인줄 아시오?”
자신에게 불리해질 것 같아 알리안 후작은 듣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테오르만 후작이 들려주지 않을 리 없었다.
“니드먼 후작은 내게 직접 자신은 바이저 플로렌 백작처럼 군을 통솔할 수 없다고 말했소. 또한, 바이저 플로렌 백작은 전 대륙을 통틀어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큼 대단히 뛰어난 명장이라고 했소! 이 말이 무슨 뜻이겠소? 스스로 바이저 플로렌 백작보다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동시에 이 나라를 물론이고, 대륙 전체를 통틀어도 그보다 뛰어난 이는 손에 꼽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 것이 아니오!”
“……그, 그럴 리가 없소!”
테오르만 후작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내가 뻔히 탄로 날 거짓말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시오?”
“…….”
알리안 후작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런 그를 향해서 테오르만 후작이 또 다시 말했다.
“니드먼 후작의 말대로라면 이 나라에 바이저 플로렌 백작을 뛰어 넘거나 그와 동격인 존재는 오직 한 사람!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뿐이었소. 그런데 그런 알레이스 후작 역시 위드 카일러 준남작을 아주 높게 평가했소! 구국의 영웅이라고 직접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을 했을 정도로!”
“그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단 말이오!”
발악하듯 외치는 알리안 후작의 모습을 보며 테오르만 후작이 말했다.
“알레이스 후작의 최측근이었던 바스틱 백작과 콜러 백작이 직접 내게 말을 한 사실이오. 이 역시 궁금하다면 당장이라도 제5군의 그들에게 묻도록 하시오!”
“…….”
완전하게 전세가 역전되어버렸다. 알리안 후작이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하자, 테오르만 후작은 자신이 하고자 했던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알레이스 후작의 말처럼 위드 카일러 준남작은 구국의 영웅이오! 그런 그의 가치를 알기에 키에브 제국의 바벨 공작이 그토록 집요하게 망명을 제의한 것이오! 더욱이 키에브 제국의 백작의 자리를 약속까지 하며 말이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바벨 공작 개인의 약속일뿐입니다. 키에브 제국 황제의 정식 약속이 아니니 신뢰할 수 없는 것이며, 그러한 것에 흔들릴 이유는 조금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귀족의 말에 테오르만 후작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물론! 바벨 공작만의 약속이기는 하지만 그는 얼마든지 위드 카일러 준남작을 백작에 오를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힘이 있소!”
“그건 확신할 수 없는 일입니다. 바벨 공작은 제3군의 총사령관을 맡으면서 키에브 제국 내에서 정치적으로 상당 부분 밀려난 상태입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회복 단계에 올라섰다고 하지만 당장 위드 카일러 준남작을 제국 내의 백작에까지 올릴 수 있을 만큼의 영향력은 없습니다.”
“자신하는가?”
“무슨 말씀이십니까?”
테오르만 후작이 낮은 어조로 물었다.
“정말로 위드 카일러 준남작이 키에브 제국으로 망명을 했을 시 백작의 위치에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하는가? 만약, 위드 카일러 준남작이 키에브 제국으로 망명을 하고 백작의 위치에 오르면 그때는 어쩔 텐가? 대륙 전체적으로 본국은 웃음거리가 될 것이네. 더불어! 대륙의 영웅으로까지 불릴 수 있는 최고의 인재를 놓치는 뼈아픈 실수를 저지르게 될 것이네! 그렇다면 그때! 페르토 백작! 자네가 모든 책임을 지겠는가?”
“그, 그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대책일 뿐이지만 페르토 백작은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로 위드 카일러 준남작이 키에브 제국으로 망명해 백작에 오른다면?
생각 만해도 끔찍했다. 그렇다고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 중 선뜻 나서는 이 하나 없었다. 그러다보니 홀로 그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억울하고 분한 마음도 들었다.
테오르만 후작의 의견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알리안 후작 역시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시선을 외면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페르토 백작에게서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자 테오르만 후작이 그것보라는 듯 노골적으로 비웃음을 날렸다. 비단, 페르토 백작에게만 향한 비웃음이 아니었다.
“다시 말하도록 하겠소. 위드 카일러 준남작은 구국의 영웅이오. 그가 아니었다면 본국 역시 그라다 왕국과 비슷한 처지에 빠졌을 것이 분명할 것이오!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앞으로의 전쟁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그를 영원히 페르만 왕국의 귀족으로 앉혀 놓기 위해서는 당장이라도 후작의 자리에 앉혀야 할 것이오!”
“하지만 굳이 후작의 작위는 과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그의 나이 이제 고작 25세입니다. 더욱이 출신 자체가 평민이니 후작보다는 백작이나 자작 정도가 어울릴 것입니다.”
“백작이나 자작이라면 저도 찬성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완강하게 반대하던 이들이 하나, 둘 찬성하자 알리안 후작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임을 나타냈다.
하지만, 테오르만 후작은 오히려 눈을 찌푸렸다.
“제국의 백작과 왕국의 백작! 과연 무엇을 택하겠소?!”
“테오르만 후작! 왜 자꾸 확정되지도 않은 일을 걸고넘어지는 것이오!”
“그렇다면 알리안 후작이 모든 책임을 지겠소?”
“…….”
“책임을 질 자신이 없다면 더 이상 반대하지 마시오! 이 일은 내가 직접 국왕폐하께 아뢸 것이니 쓸데없이 반대해 국왕폐하의 귀를 어지럽히는 이는 이후 있을 모든 사태의 책임자로 알고 있겠소!”
더 이상은 할 말이 없다는 듯 테오르만 후작이 몸을 돌려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이대로 두고 보고 계실 겁니까?”
페르토 백작의 물음에 알리안 후작이 급히 말했다.
“어서 이 사실을 니드먼 후작과 가르샤 후작께 전하도록 하게! 다급한 일이니 어떠한 식으로든 답변을 가져와야만 하네!”
“알겠습니다. 지금 즉시 사람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Chapter 4 6년이라는 시간
제국력 1390년 7월 22일.
키에브 제국 에르토 전선.
위드 일행이 도착하자 22만 명의 대륙 연합군 제1군의 병사들은 환호했다. 이미 위드 일행은 제3군과 제2군을 거쳐 오면서 구국의 영웅으로 떠오른 상태였다.
총사령관 막사 안.
“거의…… 6년 만이로군.”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의 말에 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6년이 흘렀습니다.”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은 그 6년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불과 6년 전만하더라도 위드는 자신의 손아귀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햇병아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과 위드였다.
“라인하르트 공작이 자네 덕을 톡톡히 보았더군.”
제2군이 제1군보다 먼저 영지를 수복한 일은 오직 위드 네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듯 라인하르트 공작을 비꼬았다.
“라인하르트 공작님의 군 통솔 능력은 제가 본 그 누구보다 뛰어났습니다. 제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위드의 말에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이 희미하게 웃었다.
“분명, 라인하르트 공작의 군 통솔 능력이 뛰어난 것만큼은 인정하지. 하지만, 제2군이 아이티 지방을 수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자네 아닌가? 자네가 수호 기사단을 상대하지 않았다면 제아무리 뛰어난 통솔 능력을 지녔다 하더라도 어떻게 라인하르트 공작이 아이티 지방을 수복할 수 있었겠나? 그러니 자네의 공이 가장 큰 것이지.”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의 말에 위드는 그와 라인하르트 공작의 경쟁심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똑똑히 알 수 있었다.
“듣기로 이번 전투에서 수호 기사단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위드의 물음에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의 얼굴에 떠올랐던 희미한 웃음이 싹! 사라졌다. 그리고 눈초리가 매섭게 변했다.
“그렇더군.”
딱딱한 대답소리에 위드는 빙긋 웃으며 대꾸했다.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이 그랬던 것처럼 위드가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을 대신하듯 비꼬자 그의 눈가가 보일 듯 말듯 일그러졌다. 그런 것을 알면서 위드는 더욱더 웃었다.
‘햇병아리 같았던 놈이 이제는 와이번이 되었다고 내 앞에서 하늘 무서운 줄을 모르는구나!’
막사 안의 분위기는 더욱더 팽팽하게 변해갔다.
***
“위드 카일러.”
총사령관 막사를 바라보는 한 사내. 금발에 누구라도 제법 잘 생겼다는 감탄사를 터트릴 만큼 뛰어난 외모를 소유한 그는 탄탄하게 균형 잡힌 몸매에 걸 맞는 검술 실력을 지녔을 것처럼 보였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설마 싸움이 벌어지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그런 일을 할 만큼 무모하지 않다는 걸 알잖아요?”
사내는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고개를 돌렸다.
“저들은 분명.”
기억 속에 분명히 존재하는 이들이었다. 사내는 주저 없이 발걸음을 내딛었다.
“아아-! 답답해! 나 그냥 들어 가볼까?”
“에엑? 제발 그런 생각은 그만둬.”
“맞아요.”
“하지만 너무 답답하잖아! 그리고 뭔가 위험한 상황이라도 발생한다면?”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네가 들어가서 큰 도움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뭐라고!!”
갈색 머리의 매력적인 여자, 라샤가 눈을 사납게 치켜뜨며 목소리를 높이자 티스가 급급히 손으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조용! 이대로 들키고 싶은 거야?”
“읍읍읍!!”
“조용한다면 풀어줄게.”
“읍읍읍읍!!”
고개를 끄덕이는 라샤의 모습에 티스는 고개를 흔들며 손을 놓았다.
“퉤퉤퉤!! 뭐하는 짓이야! 아우 짜!”
“그러니까 곤란한 상황이 만들어질 만한 일은 자제하라고.”
“그건 어디까지나……!”
말을 하던 라샤가 입을 벌린 상태로 얼어붙었다.
“왜 그래?”
“언니?”
티스와 에리카는 갑자기 멈춰버린 라샤의 모습에 의문을 표했지만 피에나는 단번에 고개를 돌려 자신들에게 다가온 사내를 바라봤다.
“오랜만이군.”
사내의 인사에 티스와 에리카가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라샤와 마찬가지로 입을 벌리며 놀란 모습을 보였다.
10분 후.
“그럼 난 이만.”
사내는 가벼운 인사와 함께 몸을 돌려 걸어갔다.
“혹시 우리 이야기 들은 거 아냐?”
“그거야 모르지.”
“들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뭐…… 어쨌든 들어도 별로 관계없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에리카의 말에 라샤와 티스는 생각해보니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들의 이야기가 들리는지도 모르고 걱정을 하는 그들의 대화소리를 들으며 사내는 빙긋 웃었다. 그러다 쓸쓸하게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나는 저런 친구들조차 사귀지 못했군.”
걷던 그가 잠시 멈춰 서서 고개를 돌려 총사령관 막사를 바라봤다.
“여러모로 나보다 났군.”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카인 클라우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