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52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2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52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7권 - 2화
“렉턴! 가자! 어서 가자니까!!”
후바의 외침에 렉턴은 개가 짖느냐는 듯 크르렁 거리며 여전히 엎드려 언덕 아래 펼쳐진 인간과 몬스터의 싸움만을 지켜보고 있었다.
“렉턴! 렉턴!!”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샤프의 모습에 후바의 얼굴은 노을보다도 붉게 물들어갔다. 방방 뛰며 렉턴을 자극해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렉턴이었다.
“우라질! 왜 안 움직이는 거야! 왜에에에-!!
그 모습을 보고 위드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고는 곁에 있던 피에나에게 말했다.
“피에나.”
피에나는 짐짓 화난 듯한 얼굴로 위드를 바라봤다.
위드는 그런 피에나에게 미안하다는 듯 웃으며 살짝 안아주었다.
“피에나는 아르티엔 타는 거 싫잖아? 그리고 렉턴은 피에나 말만 듣기도 하고. 나는 걱정할 필요 없으니까 피에나가 후바와 함께 라인하르트 공작님을 좀 도와줘. 부탁할게.”
위드의 말에 피에나가 가만히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열었다.
“그럼 전투 끝나고 뽀뽀 열 번해줘.”
“…….”
상상도 하지 못한 피에나의 요구에 위드가 잠시 멍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엊그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싫어! 싫어!’
‘싫어도 할 수 없어. 이건 장난이 아니라고.’
‘물론이지! 그건 나도 알아! 그래서 더, 나도 같이 싸우고 싶단 말이야!’
‘안다면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혼자보다는 둘이 더 낫잖아!’
‘아니. 오히려 혼자가 더 나아.’
‘아니야! 혼자보다는 둘이 더 나아!’
‘방해만 될 뿐이야.’
‘그, 그렇게 심하게 말하다니! 흑흑흑!!’
‘우는 척 하지 마.’
‘쳇! 어쨌든 나도 같이 싸울 거야!’
‘난 분명히 안 된다고 했어.’
‘싫어! 싫어! 싫단 말이야아아!!’
‘억지 부리지 마. 아무리 억지를 부려도 안 되는 일은 안 되는 거야. 이건 장난이 아니야. 목숨을 걸어야 하는 싸움이라고. 계속해서 그렇게 억지 부리면 정말로 실망할 거야.’
‘……치! 좋아! 그럼, 대신 이번 전투 끝나면 뽀뽀 열 번!’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쳇! 아홉 번!’
‘…….’
‘좋아! 다섯 번! 대신 더 이상은 안 돼! 안 그러면 실망을 하던 말던 억지로라도 따라 갈 거야!’
‘……라샤. 제발 그런 억지 좀…….’
‘결정해. 전투 끝나고 뽀뽀 다섯 번 해주던가, 아니면 나도 아르티엔을 타고 함께 수호 기사단을 상대하게 해주던가!’
“열 번이 안 되면…… 아홉 번?”
조심스럽게 묻는 피에나의 모습에 위드는 피식 웃고는 볼에 쪽! 하고 뽀뽀를 해주었다.
“피에나가 해달라는 만큼 다 해줄게.”
“정말?”
환하게 웃으며 좋아하는 피에나.
“그런데 피에나.”
“응?”
“웬만하면 라샤가 하는 건 따라 하지 마.”
“왜?”
“그건…… 그냥 좀…… 좋은 건 아니거든. 알았지?”
피에나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위드는 그런 그녀가 너무나 귀여워 꼭 안아주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심해졌다.
다시 만난 라샤는 예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행동들을 하고 있었다.
자고 있을 때, 몰래 볼에 뽀뽀를 하려고 한다거나, 시도 때도 없이 등에 매달려 곤란하게 만든다거나, 피에나와 마찬가지로 같이 자려고 한다거나 하는.
‘그래도 에리카가 적당하게 막아주니 다행이지만…….’
문제는 피에나가 라샤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나쁜 건 아니었지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살벌한 전장상황에서 할 만한 행동들은 아니었다.
위드는 이번 전투가 끝나면 라샤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라질! 렉턴! 가자! 좀 가자! 영혼으로 이어진 나의 말을 왜 이렇게 안 듣는 거냐!!”
터질 듯 달아오른 후바의 모습에 위드는 피에나를 바라봤고, 그녀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상황은 너무나도 순조로웠다.
렉턴은 피에나의 말을 충실하게 따랐고, 곧바로 거대한 몸을 일으켜 언덕을 뛰어 내려갔다.
이후로는 후바가 머릿속에 그리던 상황이 그대로 이뤄지고 있었다.
“우라질! 네 주인은 나란 말이야!!”
하지만 정작 후바는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
아이티 지방을 되찾기 위한 대륙 연합군 제2군의 전투는 시간이 지날수록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특히, 기병대와 기사단의 활약은 대단했다.
쉴 새 없이 몬스터들의 전열을 흩트리는 기병대.
대형 몬스터를 위주로 빠르게 치고 나가는 기사단.
기병대로 인해서 궁병대와 투척병대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 만큼 보병대는 수월하게 전투를 치러나갈 수 있었다.
거기에 기사단이 대형 몬스터를 노리며 전투를 벌이고 있었기에 가장 피해가 극심해야 할 보병대의 피해가 엄청나게 줄어들고 있었다. 그렇다고 기병대와 기사단의 피해가 극심한 것도 아니었다.
정예.
이미 수십 차례나 계속된 전투로 인해서 현재 살아남은 기병대와 기사단은 정예 중의 정예라 할 수 있었다. 두드릴수록 단단해지는 쇠처럼 그동안의 수많은 전투에서 싸우고, 또 살아남은 이들이었기에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전투를 벌여오다 보니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이 이끄는 대륙 연합군 제2군은 그 어느 대륙 연합군보다도 빠른 시간 내에 전투를 끝낼 수 있는 속도전에 능했다.
거기에 적은 수일지라도 위드 카일러와 함께 제2군에 합류한 이들의 전투력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소드 마스터인 오브라이언과 익스퍼트 상급인 아일린을 비롯해 그에 준하는 월터, 아시크, 니클과 완숙한 중급의 경지를 이룩한 가스파, 커닝, 루카, 가일 등이 모두 트랜트 아머를 착용하고 있었기에 그 영향력은 막대하다 할 수 있었다. 기동력에 전투력까지 몇 천의 병사가 부럽지 않은 그들이었다.
보태어 자이언트 타이거인 렉턴의 전력은 상상을 초월하고도 남았다.
크어어어어엉!!
대지와 하늘을 떨리게 만드는 거대한 포효!
거대한 금빛의 자이언트 타이거 렉턴이 움직일 적마다 수십 마리의 크고 작은 몬스터들이 짓눌려 터지거나, 하늘로 날아올랐다.
몇 백 년 전까지 조금도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자이언트 타이거다. 신의 애완동물이라며 많은 이들의 입에만 오르내렸던 자이언트 타이거의 위력은 그저 상상 속에만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게 상상 속에만 존재하고 있던 자이언트 타이거의 위력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이들은 모두 입을 벌려 멍하니 서 있어야만 했다.
가볍게 휘둘러진 앞발에 거대한 미노타우로스의 몸이 이리저리 뜯겨진 천 조각처럼 변해 대지에 널브러졌다. 지상 최강이라 불리던 오우거는 자이언트 타이거의 눈빛에 오들오들 떨다 짓눌려 형체조차 제대로 알아볼 수 없게끔 변해버렸다.
무엇보다도 모두를 놀라게끔 한 것은 히드라와의 싸움이었다.
소드 마스터라 할지라도 쉽사리 상대할 수 없는 히드라와 자이언트 타이거의 싸움은 그야 말로 충격과 경악 그 자체였다.
결과만 말하자면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진 히드라는 자이언트 타이거의 상대가 아니었다. 아니, 애초부터 자이언트 타이어에게 히드라는 싸움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놀랍게도 렉턴은 15미르(m)에 이르는 히드라를 마치 가지고 놀듯 괴롭히다 싫증났다는 듯 처참하게 아홉 개의 머리를 물어 뜯어버리고, 몸통을 거대하고도 날카로운 발톱으로 갈기갈기 찢어버리고는 바질리스크에게로 어슬렁거리며 다가갔다.
바질리스크 역시도 앞서 죽은 히드라와 마찬가지로 렉턴에게 이리저리 장난감 취급을 당하다 처참하게 온몸이 찢겨져 죽임을 당했다.
일반 병사들에게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공포의 존재, 기사라 할지라도 트랜트 아머가 없다면 감히 대항할 수 없었던 존재인 히드라와 바질리스크다. 그런 존재들이 한낱 장난감 취급을 당하다 죽어버렸으니 렉턴의 존재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져버렸다.
어째서 신의 애완동물이라는 말까지 나왔을지 이해가 갔다. 신이 아니라면 그 누가 자이언트 타이거를 길들일 수 있겠는가!
신은 없다. 이 자리에 분명 신은 없다. 하지만, 고대부터 자이언트 타이거를 거느리던 타이먼 족이 있다.
자이언트 타이거는 신의 애완동물이 아닌 타이먼 족의 애완동물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인간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표현 방식으로 말을 했을 경우 애완동물이지 실제로는 영혼이 연결되어 있는 친구 혹은, 가족이나 다름이 없었다.
처음부터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렉턴은 피에나에게 호감을 표현했다. 그것이 복종으로도 보였지만 자이언트 타이거인 렉턴에게는 어디까지나 호감의 행동일 뿐이었다.
피에나 역시도 렉턴을 처음보고 두렵다거나, 놀랍다는 감정보다는 친근하다는 감정이 앞섰었다. 자연 친화력이 그 어느 종족보다도 뛰어난 샤프조차 처음 렉턴을 보았을 때 할 말을 잃고 숨을 죽였어야 했다. 대륙 최고의 종족이라 자부하던 후바는 도끼를 꺼내들고 부들부들 떨어야 했으며, 위드 역시 마른침을 삼키며 싸울 준비를 취했었다.
본능적인 두려움이 모두의 마음속에 싹텄지만 오로지 피에나만이 여유로웠다. 그건 그녀의 영혼이 렉턴의 영혼과 감응하기 때문이었다.
끈.
보이지 않고, 볼 수 없는 정체불명의 끈이 피에나와 렉턴의 영혼을 서로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야 샤프가 고대의 이야기를 생각해 내고 나서야 모든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크어어어어엉-!!
또 한 마리의 히드라를 발로 짓밟은 렉턴은 전장이 떠나가라 포효했다. 그 포효에 몬스터, 인간 할 것 없이 수십만의 존재가 몸을 떨었다.
단 한 마리의 자이언트 타이거로 인해 전장은 급격하게 그 상황이 변해버렸다. 맥케이 라인하르트 총사령관과 제2군의 지휘관들은 수십, 수백만의 병사를 얻은 것보다도 든든했다.
이대로 몬스터의 땅까지 진격해 대륙 전체를 공포와 혼란으로 몰아넣은 연금술사의 탑을 무너트려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자이언트 타이거 렉턴의 등장은 신의 축복이라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전장 상황이 대륙 연합군 쪽으로 완전히 기우는가 싶을 때, 저 멀리 하늘에서 수십 개의 그림자가 빠르게 날아들고 있었다.
한 병사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아, 악마의 기사단이다아아아-!!”
***
“아, 악마의 기사단이다아아아-!!”
한 병사의 찢어지는 고함 소리에 샤프와 위드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곧바로 자신의 드래곤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날아올랐다.
“샤프!”
“걱정 마.”
전투 방식은 언제나처럼 같다.
위드가 블링크로 수호 기사단의 로드라를 공격해서 그들을 추락시키는 것에 전념하면, 샤프는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아르티엔까지 통제시키며 위드를 지원한다.
비록, 세 차례뿐이었던 전투였지만 위드와 샤프는 수호 기사단을 상대로 대승을 거둬왔고, 수호 기사단은 이렇다 할 저항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러니 같은 방법이라 하더라도 수호 기사단을 상대함에 있어서는 가장 완벽한 전투 방식이었다.
“카일러 준남작님이시다!!”
“와아아아아-!!”
“힘내십시오!!”
샤프와 위드를 태운 두 마리의 드래곤이 자신들의 머리 위로 날아오르자 병사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그렇다고 모든 병사들이 열렬히 환호를 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정말로 고작 둘이서 저 많은 적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이잖아?”
“이거 또 악마 기사단 때문에 다 이긴 전투에서 지는 거 아니야?”
“자이언트 타이거라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무리야! 아무리 자이언트 타이거라고 하더라도 저 높은 하늘에서 공격하는 악마 기사단을 어떻게 상대하겠어?”
“그렇기는 하지…….”
일부에서는 그저 소문만을 들었기 때문에 우려 섞인 목소리와 시선으로 그들을 쫓기도 했다. 개 중에는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도 포함되어 있었다.
“보여 보게.”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은 트롤의 피가 묻은 검을 털어내며 위드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