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51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9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51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7권 - 1화
Chapter 1 완전 사기잖아!
“돌겨어어억-!!”
희망을 떠안은 힘찬 외침에 수천의 기마병이 지금까지 가슴 깊은 곳까지 억누르던 흥분을 터트리며 앞을 향해 내달렸다.
두두두두두-!!
수천 마리에 이르는 말이 동시에 내달리자 그 진동이 막을 수 없는 전염병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가 땅을 흔들었다.
번쩍! 번쩍! 번쩍!!
이제는 기본형이 되어버린 기형의 랜스가 겨울 햇살에 눈부시도록 빛을 토해냈다.
“이랴아앗-!!”
“차아아압!!”
“하앗! 하앗-!”
저마다 미친 듯이 달려 나가는 것 같지만 한 점의 흐트러짐도 없이 열을 맞춰 달리는 기마병들의 모습은 그야 말로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로 명장면이었다.
수천의 기마병이 움직이자 마치 대지가 불안과 흥분에 떠는 듯 커다란 소리를 냈다.
꾸이이익!! 꾸이이이익-!!
므우우우우!!
크와아아악!!
기마병의 저돌적이 돌격에 몬스터들은 저마다 괴성을 내지르며 마주 달려들거나, 제자리에서 방방 뛰거나, 허겁지겁 뒤로 물러났다.
콰자아악!!
퍼어억!
쿠아앙! 퍼어어억-!!
기마병들의 랜스에 꿰뚫리는 리저드맨, 달려오는 말에 짓밟히는 오크와 고블린, 차지에 부딪혀 뒤로 튕겨 날아오르거나, 밀려나는 트롤. 그 외에 저돌적으로 밀고 들어오는 기마병에 의해 비명인지 괴성인지 알 수 없는 소리를 질러대며 날뛰기 시작하는 몬스터들.
푸아아악!
촤아아악-!
“후우우우……!”
몬스터의 역겨운 핏물이 깨끗하게 닦아 놓은 헬름을 더럽혔다. 기마병은 아주 잠시 몬스터의 핏물이 번진 역겨운 세상을 바라보다 차분한 호흡과 함께 고개를 흔들어 핏물을 털어냈다.
수십 차례나 치열한 전장 속에서 살아남은 그였다. 매번 전투가 벌어질 적마다 가슴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머리가 핑핑 돌며, 온몸이 바르르 떨렸지만 한번 달리기 시작하면 멈춘 적이 없었다.
그게 그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다.
이번 전투에서도 달린다.
죽지 않는 한 달린다.
살아 있기 위해 달린다.
지쳐 쓰러져 죽는 것이 훨씬 영광스러운 죽음이기에 달린다.
“비켜어어어-!!”
온몸의 흥분을 터트리며 기마병은 힘을 줘 랜스를 잡았다. 그리고 말의 허리를 차 더욱더 달리는 속도를 높였다.
빠르게! 힘차게! 그리고, 멈추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모든 전투를 떠올리며 몬스터들 사이를 뚫으며 내달렸다.
지나간 몬스터는 죽일 필요 없다. 좌측, 우측의 몬스터도 죽일 필요 없다.
오로지 앞! 정면에 선 몬스터를 랜스로 찌르고, 부딪치며 방해물만 제거하면 된다.
그게 기마병인 그가 해야 할 일이자, 전투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차하아앗!”
콰자자작!!
랜스에 오크의 머리통이 잔인하게 박혀 있었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고 달리기만 했다. 그리고 깨끗하게 닦아 놓았던 랜스는 다시금 몬스터의 피를 머금으며 겨울의 매서운 바람보다도 차갑게 번들거렸다.
“기동력과 저돌성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군.”
오브라이언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자신의 눈앞의 기병들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기병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했다. 진정으로 빠르고, 강했다.
수천의 몬스터 무리를 거리낌 없이 뚫고 지나가는 기병의 모습은 대도시를 떠도는 바드(Bard : 유랑시인, 음악가)의 입에서나 흘러나오는 노래의 한 구절처럼 웅장했다.
저들 중 세상에 이름을 떨칠 대단한 기사나, 용사라도 있다면 당장 이 전투가 내일이라도 바드들을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질 것이다.
“저 정도는 돼야 그 대단하다 싶을 정도의 자신감이 납득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기도 하군.”
수호 기사단만 아니라면 벌써 아이티 지방을 되찾고도 남았을 거란 자신감. 프라디아 대륙 연합군들 중 가장 뛰어난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제2군이다. 물론, 제1군 역시도 제2군에 뒤지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군의 과감성과 기동성, 추진력 등을 생각하면 제1군은 제2군에 밀리는 감이 있었다.
때문에 제2군이 제1군보다 병력의 피해가 많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오직 결과만을 놓고 보면 병력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는 제1군이 제2군보다 전투를 효율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어찌 보면 병력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1군이 제2군과 같은 과감한 전투를 벌이지 않은 것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제1군이나, 제2군이나 다른 연합군과 비교해 그 전투력이 월등히 뛰어난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라인하르트 공작이나, 클라우드 공작이나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이들입니다.”
“그렇지.”
오브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니클의 말에 동의했다.
순수하게 군을 통솔해 전투를 벌이는 총사령관의 자리에 있는 사람만을 놓고 보았을 때, 두 공작은 대단히 뛰어난 지휘관들이다. 그 우위조차 명확하게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라인하르트 공작이 직접 기사단을 준비시키고 있어요.”
아일린의 말에 그제야 제2군 기병의 모습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던 오브라이언이 고개를 돌렸다.
제2군의 모든 기사단이 질서정연하게 모여 있었다. 그 선두에는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이 다소 거만스럽게 보이는 자세로 말 위에 앉아 전방의 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시크는 그런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단장님 생각에는 라인하르트 공작이 얼마나 강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검술만을 놓고 보면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소드 마스터 중의 일인이다.”
“그건 단장님도 마찬가지 아니십니까?”
니클이 히죽 웃었다.
이제 갓 소드 마스터에 오른 자신과 이미 몇 년 전부터 소드 마스터에 올라가 있는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을 비교하는 니클의 말투에 오브라이언이 아주 오랜만에 피식 웃었다.
“킥!”
아일린도 웃었다. 아시크도 뒤늦게 니클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하고는 짧게 웃었다.
단순히 무력만으로도 이미 대륙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강한 위치에 올라가 있는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이다. 거기에 대륙에 미치는 정치적 영향력까지 놓고 보자면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은 엄청난 존재임이 분명하다.
프라디아 대륙에서 그 영향력이 20위 안에 들어갈지도 모를 정도로 대단한 존재다. 아니, 어쩌면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지 모를 일이었다.
“그럼, 카일러 준남작은 어떻습니까?”
자신들과 마주볼 수 있는 언덕에 올라가 있는 위드 카일러 준남작을 바라보며 니클이 물었다.
두 마리의 드래곤과 한 마리의 자이언트 타이거의 존재감은 수백여 명으로 이루어진 기사단보다도 강렬했다.
특히, 몬스터들을 돌파하는 기병들을 심드렁한 눈으로 바라보는 자이언트 타이거 렉턴의 모습은 마치 따분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10년, 아니 5년…….”
오브라이언의 뜬금없는 대답에 니클이 무슨 말이냐는 듯 그를 돌아봤다. 아시크와 아일린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프라디아 대륙 내에 카일러 준남작의 앞을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없을 거다.”
“예?”
“그게 무슨?”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들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오브라이언은 확신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원한다면……. 위드 카일러 그 자신이 원한다면…… 그를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없을 것이 분명해.’
위드 카일러.
마법 능력이 포함된 무력만 놓고 보더라도 이미 대륙 내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막강했다. 그런 그의 주변에 모여 있는 인물들과 앞으로의 전투를 벌이며 그가 쌓을 명성들을 모두 종합해 보면, 그의 섣불리 측정할 수 없었다.
‘전설을 만들어 낼 사람일지도…….’
전설로 남을지 모르는 남자와 함께 있다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해짐을 느끼는 오브라이언이었다.
한때 전설의 영웅이 되고자 꿈꾸었던 남자, 오브라이언. 이제는 전설의 영웅의 곁에 있는 것에 불과하지만, 후회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몬스터들을 이리저리 휩쓸고 다니는 기병들을 바라보던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은 슬쩍 좌측 언덕을 바라봤다.
제2군의 궁병과 투척병. 그리고 약 1만의 중장보병대가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 중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의 시선을 붙잡은 존재는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선 오브라이언이었다.
소드 마스터에 오른 용병, 오브라이언.
정식 검술이 아닌 용병만의 검으로 그 정점에 오른 자. 한때, 천 명이 넘는 용병들을 다스리던 용병단의 단장.
한 명의 소드 마스터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이었다. 그렇기에 오브라이언의 합류는 두 손을 들고 반겨줘야 할 만큼 기쁜 일이었다.
“볼수록 탐나는 인재야.”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의 시선은 어느새 우측 언덕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리고 소드 마스터라는 존재를 따르게 만드는 인물, 위드 카일러를 바라봤다.
“바벨 공작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겠어. 하하하!”
때 아닌 웃음에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의 뒤로 대기 중인 기사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총사령관님.”
제1기사단장의 음성에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오른쪽 가슴에서 하얀 빛무리가 새어나왔다.
머리 위에서 아공간이 열리며 은빛의 액체가 쏟아져 나와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의 전신을 감싸기 시작했다.
2차 성장한 트랜트 아머를 착용한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이 검을 빼들며 외쳤다.
“오늘이야 말로 아이티 땅에서 잠을 자도록 한다! 대륙의 평화를 위하여!”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의 선창에 기사단 전체가 검을 치켜들며 힘차게 외쳤다.
“대륙의 평화를 위하여!!”
***
“기사단이 움직이는군.”
고함과 비명, 절규와 괴성이 어지럽게 퍼져 나오는 전장을 바라보던 샤프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후바!”
위드의 외침에 어느새 번쩍이는 도끼를 꺼내 든 후바가 짧은 다리로 땅을 박차고 한가하게 엎드려 있던 렉턴의 등 위에 올랐다.
“크하하하핫! 이제야 말로 진정으로 나와 렉턴이 활약할 때가 왔군! 렉턴! 가서 너와 나의 힘을 세상에 알려주도록 하자! 가자!!”
후바는 렉턴의 등에서 도끼를 휘두르며 외쳤다.
한 차례 크게 포효하고 거대한 금빛으로 빛나는 몸으로 땅을 박차 언덕에서 뛰어 내린다. 그리고 기병들로 인해 우왕좌왕거리는 몬스터 무리의 한가운데로 뛰어 든다.
거대한 발로 짓밟고, 후려치고, 할퀴어 조각내고, 거대한 이빨로 물어뜯어 버리고, 꼬리를 휘둘러 멀리 날려버리며 몬스터들을 사정없이 죽인다.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미노타우로스, 지상 최강이라는 오우거, 공포의 존재로 자리 잡은 히드라와 바질리스크까지 렉턴의 앞을 막지 못한다.
프라디아 대륙 연합군 제2군의 모든 병사들이 두 눈이 튀어 나올 듯 크게 뜨며 후바와 렉턴의 활약을 숨죽이고 지켜본다.
몬스터들은 저마다 몸을 부들부들 떨며 비명과 함께 도망을 간다. 다시 한 번 렉턴이 포효하며, 그 위에서 몬스터의 핏물로 번들거리는 도끼를 들고 하늘이 진동할 만큼 크게 웃는 후바!
이것이 후바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전장 상황이다.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