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44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9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44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6권 - 19화
“이쪽이 맞는 건가?”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실버 드래곤의 위에 새하얀 망토를 펄럭이고 있는 사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그의 곁에 작은 체구의 한없이 귀여운 여인이 두 손으로 사내의 한쪽 팔을 꼭! 쥐고 있었다.
“이쪽이 맞겠지?”
사내는 결국 그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 실버 드래곤을 타고 가는 조각보다 정교하고, 아름다운 존재에게 물었다.
“맞을 것 같다.”
“그렇지? 그럼 맞겠지.”
그의 대답에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을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봤다. 아주 먼 곳의 작은 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중얼거렸다.
“이렇게 우리끼리 먼저 가도 괜찮으려나?”
사내의 중얼거림에 그의 팔을 꼭 붙들고 있던 여인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무슨 말이냐는 듯 그를 올려봤다.
“응?”
사내는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후바 말이야. 너무 우리만 앞서 가는 거 아닌가 싶어서.”
“렉턴은 냄새를 잘 맡아서 괜찮아. 우리가 먼저 가더라도 따라올 수 있어.”
“그런가?”
“응!”
여인이 해맑게 웃으며 대답하자 사내는 그런 여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마주 웃었다. 그러자 너무나도 여인은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나저나 우리가 너무 늦어버려서 모두 화가 났을지도 모르겠는데?”
“괜찮을 거야.”
여인의 대답에 사내는 ‘그렇겠지?’란 말을 했다.
“앞쪽에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사내는 급히 앞쪽을 바라봤다. 정말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수호 기사단!”
하늘에서 지상을 향해 공격을 퍼붓고 있는 이들을 알아본 사내는 얼굴을 굳혔다. 그러자 그의 우측에서 실버 드래곤을 타고 비행하던 존재 역시도 얼굴을 딱딱하게 만들며 안장에서 크로스 보우를 꺼내들었다.
“이렇게 만난 거 절대로 살려서 보내지 않겠다.”
그는 다짐을 하듯 말했고, 크로스 보우에 쿼럴을 장전하기 시작했다. 사내 역시도 전투 준비를 하며 앞을 바라봤다. 그러다 그의 눈이 급격하게 커졌다.
“샤프! 피에나! 나 먼저 가볼게! 블링크!!”
감쪽같이 사라진 사내는 두 눈을 질끈 감고 검을 세운 여인의 앞쪽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크가가가캉!!
“크으으으…….”
온몸이 찌릿찌릿할 정도의 엄청난 충격에 사내는 절로 신음을 흘리며 뒤로 밀려났다.
티잉.
등 뒤에 있던 여인의 검이 등에 닿는 느낌이 들었지만 트랜트 아머를 착용한 상태라 베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누, 누구?”
여인의 놀란 음성에 글레이브를 완벽하게 막아낸 사내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멍하니 있다가는…… 큭! 다친다고, 라샤.”
‘역시 글레이브는 쉽게 막을 만한 게 아니군.’
온몸이 얼얼할 정도였다.
“영주님!!”
“영주니이이이임-!!”
눈물겹도록 반갑게 외치는 음성에 사내는 슬쩍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봤다.
‘가스파 경, 루카 경, 커닝 경! 모두 잘 지내셨군요. 그리고 월터 경, 가일 경, 오브라이언 님과 다른 분들도 잘 계셨군요.’
“허허허허!”
‘가르시아 님!’
사내는 히덴 가르시아와 그린 형제를 향해서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도, 돌아온 거지?”
‘에리카.’
“많이 늦어버렸네.”
“빌어먹을 자식…….”
비록, 눈물로 범벅된 얼굴이지만 에리카의 아름다움은 여전했다.
“너…….”
뒤에 있던 여인이 작은 목소리로 더듬거렸다.
“너…… 위, 위드야?”
사내, 위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오랜만이야, 라샤.”
위드의 인사에 라샤가 그의 이름을 길게 부르며 목을 껴안았다.
“위드으으으으-!!”
그리고 라샤는 울었다.
‘라샤, 울 것까지는 없잖아?’
위드는 괜히 당황스러워졌다.
그렇게 위드는 5년 만에 돌아왔다.
***
끼아아아아악-!!
꾸아아아아악-!!
“드래곤?”
웨스턴은 갑자기 나타난 두 마리의 드래곤을 가만히 바라봤다. 흔히 볼 수 없는 실버 드래곤이라는 점과 무엇보다도 그 드래곤들을 누군가가 타고 있다는 점이 가장 의문스러웠다.
“드래곤 기사?”
생각을 하고나서 웨스턴은 헛웃음을 흘렸다. 두 마리의 드래곤 위에는 각각 엘프와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 작은 체구의 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드래곤도 신경이 쓰였지만 정작 웨스턴의 눈길을 잡아끄는 존재는 다름 아닌 위드였다. 케일루의 일격을 막아낸 위드 카일러 준남작!
‘케일루의 일격을 맨 몸으로 받아 내다니…… 그의 실력이 대단한 것인지, 그가 착용한 트랜트 아머가 소문대로 특별한 것인지 모르겠군.’
자신이라고 하더라도 결코 혼자서는 막아낼 수 없는 공격이었다. 그런데 그런 것을 막아냈으니 웨스턴으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뭐, 확인해보면 되겠지.”
그렇게 중얼거린 웨스턴은 곧바로 수호 기사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수호 기사들의 공격에 위드는 곧바로 라샤와 에리카 등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고는 블링크로 아르티엔에 타고 있던 피에나까지도 그녀들 곁으로 데려다 주었다.
“피에나아아-!!”
피에나를 향해서 반갑게 달려드는 라샤.
“라, 라샤다…….”
자신을 와락 끌어안는 라샤의 행동에 피에나는 얼굴을 예쁘게 찡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라샤는 피에나의 몸을 끌어안고 놓아주질 않았다.
“피에나! 그 동안 잘 있었어? 나 많이 보고 싶었지? 피에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네? 나만 잔뜩 늙어버린 것 같아. 히잉!”
“…….”
끝없이 이어지는 라샤의 말에 피에나는 정신이 쏙 빠질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라샤는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위드와의 사랑 진행 상황, 드래곤에 대한 것까지 끊임없이 묻고, 물었다.
‘시끄러워…….’
피에나의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만이 둥둥 떠다녔다.
그러는 사이 위드와 샤프는 각자 아르티엔과 실비나를 타고 수호 기사단을 상대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실버 드래곤의 브레스가 허공에서 공간을 가르고, 로드라의 포이즌 브레스가 갈라진 공간을 메웠다. 같은 길이의 포샤르와 글레이브가 어지럽게 부딪히며 불꽃을 토해냈으며, 드래곤과 로드라는 근접하면 서로 발톱을 세우거나, 입을 벌려 상대를 물어뜯으려 했다.
그렇게 팽팽하기만 할 것 같던 전투가 점점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수적인 열세를 극복하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현실이었다. 아무리 마법사들과 궁병들이 위드와 샤프를 돕고 있다지만 상황을 변화시키기란 무리였다.
후아아앙!
깡! 까아앙!
무수히 날아드는 글레이브를 일일이 튕겨낸 위드는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들이 패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급하게 샤프를 불렀다.
“샤프!”
위드의 외침에 샤프는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블링크!”
위드의 몸이 사라지자 샤프는 곧바로 휘파람을 불었다. 음의 높낮이가 독특했는데 놀라운 점은 그 휘파람 소리에 맞춰 아르티엔이 실비아의 곁에 바짝 붙어 로드라와 수호 기사단을 상대로 싸움을 벌인다는 점이었다.
반면, 블링크를 이용해 한 수호 기사의 로드라 위로 이동한 위드는 곧바로 검을 휘둘렀다.
번- 쩍!
마나가 가득 담긴 위드의 검이 허공을 가로질러, 바람을 가르며 로드라의 가죽을 베어버렸다.
츄아아아아악-!
솟구치는 핏물에 온몸을 뒤틀며 발버둥치는 로드라.
쉬아아악! 쉬아아악! 쉬아아악-!!
“지, 진정해!! 진정!!”
당황한 수호 기사가 그렇게 외치며 로드라의 목에 걸린 줄을 힘껏 잡아 당겼지만 그런다고 진정될 로드라가 아니었다.
츄아아악!!
촤아아아악-!!
“…….”
“…….”
활을 쏘던 궁병도, 마법을 준비하던 마법사도, 긴장한 얼굴로 두 마리의 드래곤과 수십 마리의 로드라를 바라보던 병사들도…… 모두 싸우던 손길을 멈추었다.
툭.
“……어?”
한 병사의 이마에 붉은 점이 찍혔다.
투둑. 후두두두둑!!
엄청난 양의 핏물이 하늘에서 떨어져 병사들을 적셔나갔다. 열 마리도 넘는 로드라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핏물의 양은 마치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것만 같았다.
어떻게 대처할 기회도 없이 순식간에 열 마리가 넘는 로드라가 위드의 검에 큰 상처를 입고 통제 불능이 되어버리자 수호 기사들이 크게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상상도 해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당황하는 사이에도 위드는 부지런히 움직였고, 그럴 때마다 가죽이 찢어지고, 살이 갈라져 뼈까지 훤히 드려다 보일 정도로 상처입고 발버둥치는 로드라의 수는 점점 늘어만 갔다.
“으아아아아-!!”
“우와아아악!!”
통제 불능이 되어 몸을 뒤틀고, 포이즌 브레스를 아군에게까지 뿜어대는 로드라로 인해서 몇 명의 수호 기사들이 견디지 못하고 비명과 함께 땅으로 추락했다.
눈에 보이는 거리에 있는 이상은 위드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공포에 웨스턴은 도주보다는 착지만이 살 길이라고 여겼다.
“모, 모두 착지한다!! 착지해라!!”
하지만, 그 역시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텅텅!
“크헉!”
착지를 하던 몇몇 수호 기사가 중심을 잃고 로드라의 몸에서 비틀거렸다. 그리고 또 다시 무언가가 빠르게 공간을 뚫고 날아와 그의 몸을 로드라 위에서 밀어내버렸다.
“으아아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땅으로 떨어지는 수호 기사의 가슴, 허벅지에는 쿼럴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놀랍게도 고가인 미스릴 트랜트 아머를 꿰뚫은 것이다.
“에, 엘프!!”
미스릴 트랜트 아머까지도 꿰뚫어버리는 엄청난 위력의 크로스 보우를 정확하게 쏘는 샤프.
블링크 마법으로 눈부시게 움직이며 로드라의 몸에 깊은 상처를 내는 위드.
브레스를 뿜어대는 드래곤까지!
수호 기사단은 현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드래곤 기사단을 무너트리고 대륙 최강의 존재들이라 자부했던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죽음의 그림자가 급격하게 자신의 목을 조여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이럴 수는 없어…….”
웨스턴은 마른침을 삼키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죽음의 그림자는 그런 웨스턴의 목을 강하게 움켜쥐고 놓아주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