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7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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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5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76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8권 - 1화
Chapter 1 3차 성장!
“이제는 더 이상 늦출 이유도, 그럴 수도 없습니다!”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음성엔 물러날 수 없다는 의지가 완연했다.
“왕국의 앞날을 위해서 그를 확실하게 잡아두셔야만 합니다!”
다시 한 번 음성이 터져 나오자 반대편에서 질책에 가까운 말소리가 흘러 나왔다.
“분명, 국왕폐하께서 이 일은 더 이상 거론하지 말라 하셨던 걸로 기억하고 있소. 테오르만 후작은 국왕폐하께 반역을 하는 것이오?”
알리안 후작의 음성에 테오르만 후작은 그를 향해 눈을 부릅떴다.
“닥치시오! 알리안 후작은 사사건건 말도 되지 않는 소리만 지껄이는 것이 취미였소? 그렇다면 이곳에 있지 말고 주점이나, 여관으로 가시오!”
귀족인 자신을 떠돌이인 바드 취급하는 테오르만 후작의 말에 알리안 후작의 얼굴은 수치와 모멸감으로 잔뜩 붉어졌다.
“테, 테오르만 후…….”
“그만 하시오.”
카엘 르만 페르만 폰 페얼 국왕의 중지에 알리안 후작은 분한 마음을 억눌러야만 했다. 그러나 사납도록 뜨겁게 타오르는 눈빛만큼은 거두질 못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페얼 국왕은 물끄러미 테오르만 후작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테오르만 후작.”
“예! 폐하!”
조용한 페얼 국왕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테오르만 후작의 음성.
몇몇 귀족 대신들은 그런 테오르만 후작의 큰 목소리에 눈과 얼굴을 찌푸렸지만 페얼 국왕은 조금도 표정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카일러 준남작에 대한 일은 분명 더 이상 거론하지 말라 일렀던 걸로 기억하는데, 테오르만 후작 그대는 잊었는가?”
“똑똑히 기억하고 있사옵니다!”
터질 듯한 테오르만 후작의 음성 때문인지, 그의 대답 때문인지 페얼 국왕의 얼굴이 미묘하게 변했다.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테오르만 후작의 행동은 전혀 그렇지 못한 사람 같군. 아니, 그대의 말대로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면 이건 명백히 나를 무시하는 일이 아닌가?”
말을 하면서 음성에 힘을 싣는 페얼 국왕이었다.
알리안 후작을 비롯한 몇 몇 귀족 대신들의 얼굴에 비웃음이 배어 나왔다.
“제가 감히 어찌 국왕폐하를 무시할 수 있단 말입니까!”
조금도 지지 않는 테오르만 후작의 모습에 대부분의 귀족 대신들이 작게 탄성을 터트렸다. 어처구니없다는 뜻이었다.
“허!”
“허어!”
“테오르만 후작! 그게 무슨 짓인가!”
“국왕폐하! 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테오르만 후작님!”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귀족 대신들의 말에 페얼 국왕이 가볍게 손을 들었다.
“모두 조용하시오.”
“국왕폐하!”
“알리안 후작, 그대마저도 나를 무시하겠다는 것이오?”
“…….”
페얼 국왕의 조용한 분노에 알리안 후작은 굳게 닫힌 조개처럼 입을 꾹! 다물어야만 했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페얼 국왕의 모습에 모든 귀족 대신들이 숨을 죽였다. 하지만, 이 사태를 야기 시킨 테오르만 후작은 당당한 얼굴로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있었다.
페얼 국왕은 테오르만 후작의 모습에 장시간 침묵하다 나지막한 어조로 말했다.
“어째서인가?”
모호한 질문이었지만 그 질문에 대답하는 테오르만 후작의 답변은 명확했다.
“나라가 있어야 국왕폐하께서 존재하며, 국왕폐하께서 존재하셔야 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페얼 국왕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지금 이 나라를, 나 카엘 르만 페르만 폰 페얼을 부정하는 것인가?”
“아닙니다! 하지만!”
잠시 말을 끊은 테오르만 후작. 그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듯 숨을 고르다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상황에 따라서는 부정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
“……!”
페얼 국왕은 물론이고, 모든 귀족 대신들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다. 몸이 경직될 정도로 놀란 그들의 모습을 테오르만 후작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반역이라 하더라도 할 말이 없는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곧! 반역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테오르만 후작으로써는 변명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심각한 말이었다.
국왕을 전면에 두고 반역을 입에 올렸다.
아니, 그 뜻이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알리안 후작을 비롯해 테오르만 후작을 눈엣가시처럼 생각하는 정적들이라면 얼마든지 그를 반역죄로 몰아붙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테오르만 후작!”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페얼 국왕이 벼락처럼 외쳤다.
테오르만 후작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와 페얼 국왕의 정면에 마주선 그는 두 눈을 부릅뜨고 서 있다 ‘쿵!’소리와 함께 두 무릎을 꿇었다.
“…….”
“…….”
갑작스런 테오르만 후작의 돌발행동에 모두가 침묵했다.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던 알리안 후작과 귀족 대신들 또한 앞으로의 사태를 지켜보기 위해 눈조차 깜빡거리지 않았다.
“국왕폐하!”
목에서 피를 토해내듯 커다랗게 외치는 테오르만 후작의 음성에 몇 몇 이들이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다른 때였다면 알리안 후작을 비롯한 몇 몇 귀족 대신들이 당장에 무슨 짓이냐며 테오르만 후작에게 소리쳤겠지만 그들도 지금 상황에서는 나서지 않음이 이롭다는 것쯤은 너무나 잘 알 수 있었다.
“국왕폐하!”
“국왕폐하!”
“국왕폐하!”
쉬지 않고 ‘국왕폐하’라는 말을 외치는 테오르만 후작의 두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페르만 왕국은 결코 그라다 왕국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됩니다! 그 열쇠는 오직! 위드 카일러 준남작뿐입니다! 어째서 모르시는 것입니까? 왜 외면하시는 것입니까!”
“국왕폐하 앞에서 그게 무슨 헛소린가!!”
알리안 후작이 벌떡 일어나 삿대질과 함께 소리쳤다. 당장이라도 그는 왕국 근위병을 부를 기세였다.
“알리안 후작은 나서지 말라!”
“국왕폐하!”
“나서지 말라!”
당장에 목이라도 칠 기세로 외치는 페얼 국왕의 모습에 알리안 후작은 떨리는 다리로 주저앉고 말았다. 더 이상 개입했다가는 테오르만 후작의 화까지도 고스란히 떠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다행이도 페얼 국왕의 분노는 다시금 테오르만 후작에게로 돌아갔다.
“모른다? 아니, 외면한다? 내가! 이 나라의 왕인 내가 무엇 때문에 외면한단 말인가! 테오르만 후작! 그대는 지금 내가 누굴 두려워해 이 일을 외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쉽게도 그렇습니다!”
“허! 허허! 허허허…….”
기가 막히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던 페얼 국왕은 이내 힘없이 웃음을 흘렸다. 그러다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테오르만! 네가 죽고 싶은 모양이로구나!!”
페얼 국왕은 분노로 양손을 부들부들 떨 지경이었다. 이대로는 테오르만 후작의 죽음이 기정사실화 되는 상황이었다.
“아니십니까?”
너무나도 차분하게, 조용하게 묻는 테오르만 후작.
“결코 아니다!”
핏대를 세우며 부정하는 페얼 국왕.
두 사람의 상황이 뒤바뀌었다.
테오르만 후작은 페얼 국왕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양옆으로 숨죽이고 있는 귀족 대신들을 하나, 둘 바라보았다.
“국왕폐하께선 이들을 두려워하시는 것입니다. 준남작이라 하나, 그 근본조차 없는 평민을 후작. 아니, 그 이상의 작위에 올린다는 것이 이들에게 얼마나 큰 분노를 사게 될 것인지를 두려워하시는 것입니다. 페르만 왕국 또한 프라디아 대륙의 그 어떤 곳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썩어빠진 귀족 중심의 나라일 뿐입니다.”
테오르만 후작은 페얼 국왕이 침묵하자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위드 카일러 준남작이 이 나라의 중심이 된다는 사실이 싫습니다. 하지만! 그가 없으면 이 나라도 없고, 이 나라가 없으면 저 역시 더 이상 없습니다. 제가 존재하기 위해서, 이 나라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평민이니, 귀족이니 하는 것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모두 평등한 세상이었습니다. 지금 우리의 삶도 후대에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일입니다. 신분이라는 틀에 갇혀 이 나라와 제 자신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테오르만 후작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다 했다는 듯 두 눈을 감았다. 이제 어떠한 처분을 하던 달게 받아 들이겠다는 표정이었다.
‘카일러 준남작이 없는 페르만 왕국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가슴 속의 모든 말을 뱉어내자 오히려 홀가분해진 테오르만 후작이었다.
페얼 국왕은 두 눈을 감고 자신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테오르만 후작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늘까지 치솟았던 분노는 어느새 싸늘하게 식어버린 후였다.
“한 가지만 묻겠소. 테오르만 후작은 카일러 준남작을 본 적이 있소?”
테오르만 후작은 눈을 감은 상태에서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는 상대를 위해 목숨까지도 내걸 수 있다는 것. 페얼 국왕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위드 카일러…… 그대를 정말로 만나보고 싶군.’
***
제국력 1391년 1월 1일.
페르만 왕국 에다 전선.
“벌써 또 일 년이 지났구나!”
“그러게 말이야, 이 지긋지긋한 전쟁은 도대체 언제나 끝날지…….”
“우리 에바도 한 살 더 먹었으니 더욱 예뻐졌을 텐데.”
“내 아들 바르샤도 이제는 말도 곧잘 할 것 같단 말이야.”
“미르히는 잘 있는지 모르겠군. 내가 전쟁에 참가한다고 했을 때만 하더라도 안 된다고 그렇게 울었었는데…….”
“네 약혼녀?”
“그래. 우리 마을에서 미르히만큼 예쁜 여자는 없어서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하하하! 이 빌어먹을 전쟁을 끝내고 나면 그녀와 결혼해서 마을에 가장 큰 옷가게를 차릴 생각이거든!”
“그래, 반드시 이 전쟁에서 살아남아 큰 돈을 받아 네 마을에서 가장 큰 옷가게를 열길 바란다!”
“물론이지! 그런데 너는 어머니가 아프셔서 이 전쟁에 참가했다며?”
“맞아. 덕분에 지금쯤이면 어머니가 많이 나으셨을 거야.”
동쪽 하늘을 바라보는 한 병사의 눈동자에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잔뜩 묻어져 나오고 있었다. 비단, 그 뿐만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병사들은 어느 때보다도 오늘 하루만큼은 전쟁터로 향하면서 헤어져야만 했던 소중한 이들의 생각으로 가득했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그나마 행복한 일이지.”
병사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커닝이 씁쓸하게 웃었다.
“누가 들으면 너는 돌아갈 곳도 없는 아주 불쌍한 놈으로 알겠다!”
루카가 웃기지도 않는 다는 듯 말하자 커닝이 ‘킥!’거리며 웃었다.
“뭐, 틀린 말도 아니잖아?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은 프레타 영지뿐이니까.”
커닝의 말에 루카가 입을 다물었다.
커닝이 태어난 곳은 다른 곳이지만 그가 돌아갈 곳은 프레타 영지뿐이었다. 그리고 그건 루카와 가스파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걱정마라. 곧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
다짐을 하듯 말하는 가스파의 음성에 루카가 당연하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쥐고 대꾸했다.
“누가 걱정 따윌 한다는 거야. 내년 첫 날은 반드시 프레타 성벽 위에서 저 태양을 볼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