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73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9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73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7권 - 23화
‘으아아-! 라샤, 너 도대체 뭐하는 거야! 이건 너답지 않단 말이야! 라샤답게 행동해! 라사답게!!’
앞으로 걸어가며 라샤는 그렇게 스스로를 질책했다.
“솔직히 놀랐어요.”
뛰어가던 라샤는 갑작스런 음성에 몸을 멈췄다.
뒤쪽에서 에리카가 따라오고 있었다.
“응? 뭐가?”
라샤가 무슨 말이냐는 듯 묻자 에리카가 희미하게 웃었다.
“나는 언니가 사랑한다거나, 좋아한다고 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친구라니…… 으음. 정말로 그것뿐이죠?”
에리카의 말에 라샤가 ‘히익!’하며 놀란 얼굴을 나타냈다. 마치, 숨기고 싶은 일을 들킨 사람처럼 그녀는 꽤 당황스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정말로 그것뿐인 모양이네.”
에리카의 이어진 말에 라샤가 발작하듯 외쳤다.
“아니야!”
“아니에요?”
“당연하지! 절대절대 아니야! 그러니까 괜한 오해는 하지 마!”
강하게 부정하는 라샤의 모습에 에리카는 재밌다는 듯 킥킥거렸다.
“하지만, 분명 언니가 직접 그랬잖아요? 친구 사이라고. 그래서 무시 받는 건 참을 수 없다고. 아니에요?”
놀리듯 묻는 에리카의 모습에 라샤는 또 다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 그야 당연히…….”
“내가 괜히 걱정했나 보네. 나는 또 혹시라도 언니가 좋아한다거나,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에리카의 말에 라샤는 불만스럽다는 듯 양볼을 부풀리고 서 있다 갑자기 ‘흐흐’거리며 웃었다.
“그러니까 뭐야? 내가 위드에게 고백이라도 할까 봐 조마조마했다는 거였군! 하긴, 내가 위드에게 고백만 하면 위드랑 나는 정식으로 연인 사이가 될 테니까 에리카 네가 가슴을 졸이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가지.”
라샤의 말에 이번에는 에리카가 당황한 듯 얼굴까지 빨갛게 변해 손사래를 쳤다.
“그, 그런 거 아니에요!”
“에이- 그런 거 같은데? 지금도 무척이나 당황하고 있잖아? 히히힛!!”
“그, 그게 아니라 나는 단지…… 언니가 고백이라도 했다가 위드에게 거절당할까 봐 걱정됐을 뿐이라고요!”
“거, 거절이라니! 내가 왜 거절을 당한다는 거야? 위드는 이미 나한테 넘어왔다고!”
라샤의 말에 에리카가 진짜로 웃기기라도 한 듯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에요? 넘어가다니요? 위드가 왜 언니한테 넘어가요?”
“왜라니? 에리카, 너는 모르겠지만 위드는 이미 내 달콤한 입술과 부드럽고, 풍만한 가슴에 흠뻑! 그것도 아주 흠뻑! 빠져 있다고! 하긴, 네가 이런 걸 알 리가 없지. 호호호홋-!!”
“…….”
에리카는 웃다가 석상처럼 굳어 버렸다. 그리고는 귀까지 빨갛게 변한 얼굴로 라샤를 바라봤다.
“어디까지나 언니가 일방적으로 위드에게 달려드는 것뿐이잖아요!”
“그렇다 하더라도 위드는 나를 거부하지 않고 있잖아? 그게 뭘 뜻하는 거겠어? 나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소리잖아!”
“무,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그건 거부하지 않는 게 아니라 거부하지 못하는 거잖아요! 어느 누가 깊은 잠에 빠져 있는데 그걸 거부해요! 그건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예요!”
“어쨌든 이미 내 몸과 마음은 위드에게 다 줬으니까 위드는 내 남자야! 그게 그렇게 부럽거나, 억울하면 에리카도 나처럼 하든가.”
“누, 누가 그런 짓을!!”
그런 그녀의 모습이 재밌다는 듯 이번에는 라샤가 크게 웃었다.
“칫! 그건 그렇다 치고, 언니 말대로 위드가 언니에게 흠뻑! 빠져 있다면 왜 부탁 하나도 제대로 들어주지 않을까요? 그거 참 이상하지 않아요?”
에리카의 말에 라샤는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는 듯 혀를 찼다.
“이래서 너는 아직 멀었다니까! 원래 나와 위드처럼 찐한 남녀 사이에는 밀고 당기는 보이지 않는 사랑 다툼이 있는 법이라고! 하긴, 일방적인 짝사랑만 하는 에리카 네가 알 리가 없지.”
“그건 언니도 마찬가지잖아요!!”
에리카의 고함에 라샤는 여전히 웃기만 했다.
* * *
“제5군을 막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사내의 물음에 50대 중년 남성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겠지.”
“이번 전투에서도 진다면 알티아 지방은 깨끗하게 포기를 해야만 합니다. 그렇게 되면 그 이후는 벨로크가 될 것입니다.”
“알고 있네.”
사내가 답답하다는 듯 물었다.
“정말로 수호 기사단은 나설 수 없는 것입니까? 아무리 위드 카일러가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그렇지 어떻게…….”
“그만. 더 이상 말해서 좋을 것 없네.”
사내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 기사단을 비방해서 좋을 것 하나 없다는 것은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우선은 몬스터의 수를 두 배 이상으로 증원시키게.”
“전체적인 수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렇네.”
“알겠습니다.”
중년 남성이 말을 이었다.
“또, 키메라의 수도 두 배로 늘리도록 하게. 거기에…… 블랙 키메라의 수를 네 마리로 늘리도록 하게.”
“예?!”
사내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지금까지 어떤 전장이건 블랙 키메라를 한 마리 이상 투입한 적이 없었다. 이유는 블랙 키메라의 수가 다른 키메라에 비교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도 했지만, 한 마리만으로도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블랙 키메라 네 마리면 이곳에 있는 블랙 키메라 수의 절반입니다. 한 전투에 그 절반이나 투입한다는 것은…….”
“투입하라면 그렇게 하게.”
바뀌지 않을 중년 남성의 의지에 사내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비행 몬스터도 추가시키도록.”
사내는 이번 전투에서 프라디아 대륙 연합군 제5군의 병력을 대부분 소모시키겠다는 중년 남성의 의지를 알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 * *
“바, 방금 뭐라고 했나?”
“10만이라고 했습니다.”
“10만? 정말로 10만이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프라비오 백작의 말에 니드먼 후작은 입을 벌린 상태로 다물 줄을 몰랐다. 그런 그에게 또다시 충격적인 이야기가 이어졌다.
“히드라와 바질리스크의 수도 어림잡아 20마리에 이른다는 보고도 들어왔습니다.”
“허!”
니드먼 후작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한 얼굴로 프라비오 백작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몬스터를 본 적은 없었다.
“총사령관님! 총사령관님!”
막사 밖에서 다급하게 들려오는 음성에 니드먼 후작은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누구냐!”
“방금 동북 방향으로 정찰을 나갔던 정찰병들이 돌아와서는 긴급하게 보고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합니다!”
니드먼 후작과 프라비오 백작은 서로를 바라보다 얼굴을 굳혔다. 동북 방향은 몬스터가 없었다. 그런데 정찰병이 긴급하게 보고해야 할 일이라면 한 가지뿐이었다.
“당장 들여보내라!”
곧바로 막사 안으로 정찰병이 들어섰다.
“총사령관님을 뵙습니다!”
정찰병의 인사에 니드먼 후작은 쓸데없는 소리 제외하고 본론만 말하라 소리쳤다.
“동북 방향 칼르든 언덕 부근에 엄청난 수의 비행 몬스터를 발견하였습니다!”
“비행 몬스터?!”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프라비오 백작과 니드먼 후작은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다 생각했다. 10만으로 추정되는 몬스터에 엄청난 수의 비행 몬스터라니!
“그 수가 얼마나 되더냐?”
정찰병은 죄송하다는 듯 말했다.
“접근이 어려워 정확한 수를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대략적으로 말해라!”
니드먼 후작의 호통에 정찰병이 움찔하고는 대답했다.
“약 2만에서 3만 정도로 추정됩니다.”
“……!”
“……!”
털썩!
니드먼 후작이 의자에 주저앉고 말았다.
“총사령관님!”
괜찮다는 듯 손을 들어 프라비오 백작을 제지한 니드먼 후작이 급히 말했다.
“당장 긴급 회의를 소집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 * *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
루카와 커닝은 갑작스럽게 이뤄진 지휘부 긴급 회의에 궁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비단,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위드의 막사에 모여 있는 모든 일행들은 어느 누구 한 사람도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루카와 마찬가지로 티스가 라샤에게 조용히 물었다.
“뭐, 몬스터라도 엄청 많아진 거 아니야? 아니면, 히드라나 바질리스크의 수라도 엄청 늘었다거나, 그도 아니면 갑자기 비행 몬스터가 대규모로 나타났다거나…… 뭐,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겠지? 히히힛!”
장난스럽게 말하는 라샤의 모습에 일행들이 저마다 고개를 저었다.
“라샤, 허튼소리라도 그런 말은 말아라!”
“그래!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가?”
혀를 삐쭉 내미는 라샤의 행동에 일행들은 피식 웃고 말았다.
“단장님!”
그러는 사이 위드가 막사 안으로 들어섰다.
“갑자기 무슨 긴급 회의가 소집된 것입니까?”
“무슨 큰일이라도 벌어진 겁니까?”
위드가 일행들을 바라보며 간단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일행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라샤를 바라봤다.
당황한 라샤가 양손을 황급히 저었다.
“내, 내가 한 짓 아니야!”
당황한 마음에 라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뱉어 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장난스럽게 말했던 것들이 하나도 아닌 모두 맞았기 때문이다.
“라샤, 정말로 대단하다. 어떻게 하나도 아니고 그걸 모두 맞출 수가 있는 거야?”
“그러게 말이에요.”
라샤는 억울하다는 듯 볼멘소리로 중얼거렸다.
“내가 뭘 어쨌다고 나한테 그러는 거야. 쳇!”
오브라이언이 물었다.
“회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위드는 오브라이언을 바라보며 간단하게 대답했다.
“후퇴는 없습니다.”
그 말에 오브라이언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고, 가스파는 대머리를 매만졌다.
“결국 전진이군요.”
“그래서 말인데…… 샤프.”
한쪽에 잠자코 서 있던 샤프가 자신을 바라보자 위드가 부탁했다.
“미안한 부탁이지만 이번 전투에는 참가를 해 줘야겠어.”
“물론이지.”
인간들의 싸움에 끼어들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워낙 전투가 어려웠기에 샤프는 마땅히 그러겠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위드는 고맙다는 말을 했고, 샤프는 그럴 필요 없다며 간단하게 대꾸했다.
물론, 그 모습을 보고 후바가 쏘아붙였다.
“말라깽이 따위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다고!”
“적어도 흙쟁이 네놈보다 한 만 배쯤은 낫겠지.”
“…….”
“…….”
샤프의 말에 일행들은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샤프가 저런 농담도 했던가?
그 반면, 후바는 두 눈을 부릅뜨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피에나.”
“응?”
“마찬가지로 이번 전투에 렉턴과 함께 움직여 줘.”
“응!”
“미안해.”
위드의 말에 피에나가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세차게 도리질 쳤다. 그러다 말했다.
“대신 전투 끝나면 뽀뽀 열 번 해 줘.”
“헉!”
“큭!”
“아흑!”
피에나의 말에 여기저기서 알 수 없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나도 뽀뽀 열 번!!”
라샤가 득달스럽게 달려들며 외쳤다.
한쪽에서 에리카가 고민스런 얼굴로 중얼거렸다.
“뽀뽀 열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