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72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9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72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7권 - 22화
위드의 음성이 막사 안을 울렸다. 다른 때라면 하극상이라며 고함이라도 내질렀을 이들이지만 지금 위드의 표정이 너무 무섭고, 그의 능력이 두려웠기에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흐른 후에야 위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자이언트 타이거 역시 드래곤과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 인간들의 싸움에 나서는 것을 결코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전장에서 렉턴이 싸움에 끼어들었던 이유는 단순히 피에나를 보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피에나가 움직이지 않으면 렉턴 역시 특별히 움직이지 않습니다. 제가 억지로 강요할 문제가 아닙니다.”
위드의 말에 잠시 서로의 눈치를 보다 한 젊은 귀족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자네의 말 한마디면 피에나라는 여성을 움직이게 할 수 있지 않은가?”
위드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피에나는 제가 사랑하는 여성입니다. 어느 누가 사랑하는 여자를 억지로 강요에 의해 전장터로 내보내겠습니까? 휴일 자작님이시라면 사랑하는 이를 전장터로 보낼 수 있으십니까?”
“…….”
위드의 물음에 그는 입을 다물었다.
물론, 위드의 말은 억지성이 충분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다른 전장에서는 왜 피에나가 싸우도록 방치했단 말인가? 하지만, 억지성 다분한 말이라 하더라도 일반론적으론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었기에 지휘관들은 분한 기색으로 그를 노려보기만 할 뿐, 뭐라 대꾸할 말은 없었다.
“모든 분들이 착각하시고 계시는 것 같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익스퍼트 상급의 검사일 뿐이며, 실력이 있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을 뿐입니다. 여기 계신 분들 모두가 아시겠지만 전쟁은 어느 개인 간의 전투가 아닌 집단과 집단의 전투입니다. 그 말인즉, 일반적으로 한 사람의 힘이 전장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는 사실입니다. 분명 많은 분들의 생각대로 자이언트 타이거인 렉턴이 전장에 참여했다면 분명 많은 병사들이 죽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매번 렉턴에게 의지를 할 수는 없습니다. 드래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점을 분명히 알고 계시길 부탁드립니다. 또, 저에 대한 소문은 말 그대로 소문일 뿐입니다. 제가 이곳에서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수호 기사단을 상대할 수 있다는 것뿐입니다. 그 이상의 것들. 저로 인해 이기지 못할 전투를 이긴다거나 하는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말을 마친 위드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침묵이 흘렀다.
고요한, 너무나도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지휘관들은 자신들이 너무 소문이 민감했다는 것과 그것을 맹신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위드의 실력을 모두 본 것은 아니니 그의 말 또한 그대로 믿을 수는 없었다.
정말로 그의 말대로 그가 그저 그런 익스퍼트 상급의 검사일 뿐이라면 어째서 키에브 제국에서 그를 백작의 작위를 약속하며 망명을 원하겠는가?
중요한 것은 이 전쟁은 자신들의 힘으로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위드 카일러라는 존재가 대단하다 하더라도 결국 전투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자신들이라는 사실! 그 변함없는 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위드 카일러는 결코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그들 모두 절실히 깨달았다. 나이가 어리다고, 작위가 낮다고 함부로 볼 수 없다는 것을 그들 모두 똑똑히 깨달았다.
‘프레타 영지에서 자라서 그런 건가? 만만한 놈이 아니로군!’
‘전쟁을 많이 겪어 그런가? 거참, 어린 나이임에도 이 정도라니!’
‘나이가 조금 더 들면 정말 무섭게 변할지도 모르겠어!’
‘어린놈이 실력 좀 있다고 자신만만하군!’
‘흥! 언제까지 네놈에게 오르막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인생은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이뤄진 굴곡이다! 네놈에게도 분명 뼈저린 내리막이 있을 테니 그때 가서 두고 보자!’
각자 그렇게 위드에 대해 생각을 하는 사이 장내 상황이 조금 진정되자 니드먼 후작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보면 상황을 이렇게까지 만든 것은 그의 책임이라 볼 수 있었지만 그는 조금도 그런 죄책감 따윈 없다는 듯 태연하게 말했다.
“카일러 준남작의 말대로 이 전쟁은 우리 프라디아 대륙 연합군 제5군의 전쟁이네. 여러 전장에서 카일러 준남작이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고 하지만 그도 인간인 이상 매번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니 너무 깊게 생각들 하지 말게.”
위드는 니드먼 후작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웃어야만 했다. 겉으로는 별 의미 없이 하는 것 같지만 그 속뜻은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피해가 있었다 하더라도 우리는 전투를 훌륭하게 끝냈고, 승리를 했네. 여기서 분명히 말을 하지만 우리의 1차 목표는 앞으로 한 달 안으로 알티아 영지 내로 들어서는 것이네. 그리고 세 달 안으로는 알티아 영지를 완벽하게 수복하는 것이네!”
니드먼 후작의 말에 한 귀족이 깜짝! 놀란 얼굴로 외쳤다.
“총사령관님! 조금 급박한 일정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알티아 영지를 되찾기 위한 첫 전투를 마쳤을 뿐입니다. 또, 병사들의 피해도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한 달 안으로 알티아 영지로 들어서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만 세 달 안으로 알티아 모든 영지를 수복하는 것은 무리한 목표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세 달 안에 알티아 영지 전체를 수복한다니…….”
여러 곳에서 터져 나오는 반발에도 불구하고 니드먼 후작은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모두 알겠지만 그동안 우리 제5군만이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네. 그저 몬스터들의 공격을 막는 것에만 모든 힘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네. 그렇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제5군의 힘이 타 연합군에 비해 형편없을 정도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 이제는 그게 아님을 보여야 할 때라고 생각하네!”
니드먼 후작의 말에 무리한 목표라 주장하던 이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 제5군이 제1, 2군이나 제3군에 비교를 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은 영지를 수복하기 위한 전투를 벌였고, 자신들은 영지를 지키기 위한 전투를 벌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제5군은 다른 연합군에 비해 약하고,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평가였다.
니드먼 후작이 그 점을 자극한 것이다.
“계속해서 이대로 무능력하다는 평가를 받아야겠나? 나와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이 무능력자라 손가락질 받는 것이 마땅하다 보는 건가? 나는 아니라고 보네! 이제는 우리 제5군도 다른 연합군에 비해 전혀 뒤짐이 없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할 것이네! 아니, 오히려 이제부턴 우리를 대단하다 말하게 될 것이네!”
잠시 말을 멈춘 니드먼 후작은 혀로 입술을 적시고는 말을 이었다.
“한 달 안에 알티아 영지로 들어서고, 세 달 안에 알티아 지방을 모두 수복하는 것은 분명 무리한 일이 될 수도 있네. 하지만, 그걸 해 낸다면 사람들은 우리를 어떻게 평가하겠나? 내 말대로 모두 우리를 잘못 판단하고 있었다고 할 것이네. 우리라면 충분히 가능하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 또 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하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할 필요가 있네!”
니드먼 후작의 긴 연설에 지휘관들은 단순하다 싶을 정도로 감격하거나, 자신감 가득한 얼굴로 분분히 일어섰다.
“알겠습니다!”
“이제 우리 제5군의 위력을 보일 때입니다!”
“총사령관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보여 줘야 합니다!!”
“제1군, 2군은 우리의 비교 대상이 아닙니다!”
순식간에 열광하듯 외치는 그들의 모습.
단순하지만 그게 세상이다.
위드는 그런 그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우습기도 했고, 단순하기도 했지만, 중요한 것은 분명 그의 가슴 한쪽 구석에서도 뭔가가 타오르는 듯한 느낌이 있다는 것이다.
전의? 자존심? 사명감? 기백? 분한 마음?
무엇인지 정확하게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위드는 자신 역시 조금이지만 마음이 움직였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었다.
‘니드먼 후작…….’
어쩌면 말 몇 마디로 이러한 마음을 만들어 낸 니드먼 후작이 대단한 것일지도 몰랐다.
* * *
전투는 계속해서 이어졌고, 제5군은 승리했다.
대단하다 싶을 정도의 대승을 거둔 적은 없었지만 분명 제5군은 계속해서 승리를 거뒀으며, 니드먼 후작과 지휘부의 다짐처럼 한 달이 지나가기 전에 알티아 지방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 기간 동안 희생한 병력의 수만 5만에 달했다. 첫 전투 이후에도 위드는 소문처럼 대단한 활약을 보이지 않았고, 지휘부와 병사들은 더 이상 그에 대한 환상을 갖지 않았다.
소문은 소문일 뿐이라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대신, 불사조 기사단은 점점 강해져 가고 있었다. 계속되는 전투 속에서 그 수는 줄어 있었지만 그만큼 살아남은 이들은 정예화되어 가고 있었다.
다른 연합군들이 탈취당한 영지를 수복할 당시 위드 일행의 힘을 얻었다면 제5군은 순수하게 자신들만의 힘으로 알티아 지방을 수복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럴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수호 기사단의 부재였다.
수호 기사단은 제5군이 계속해서 알티아 지방을 수복해 나가는 과정에서도 조금도 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상관없다는 듯.
그로 인해 샤프와 두 마리의 드래곤은 렉턴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전투가 벌어지면 그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존재들처럼 멀뚱히 그 모습을 구경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고, 춥기만 한 12월도 점점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Chapter 10 변화
“이번 한 번만!”
“싫다니까.”
“한 번만! 응? 한 번만!”
“난 분명 싫다고 했어.”
“그럼 뭐, 해 줄 때까지 계속해서 이렇게 따라다니면서 귀찮게 할 수밖에!”
위드는 한숨을 내쉬며 라샤를 바라봤다.
“그걸 봐서 뭐하겠다는 건데?”
“뭐하긴! 그 대단했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을 뿐인데! 그리고, 이제는 한번 정도 보여줄 필요가 있잖아? 안 그래?”
“전혀.”
“아니야. 지금까지 잘 참아왔어. 이제는 한번 보여 줘서 널 무시하는 사람들을 한 방 먹여줄 필요가 있어! 그러니까 이번 전투에서는 꼭 보여줘? 응?”
위드는 라샤의 말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런 걸 보여줘서 뭐하게? 그리고 날 무시하든 말든 내가 무시당하는 거지. 라샤, 너랑은 아무 상관없잖아?”
라샤가 무슨 그런 섭섭한 소리냐는 듯 대꾸했다.
“상관이 없다니? 어째서 상관이 없다는 거야? 너랑 나는…….”
잠시 말을 멈추는 라샤.
“뭐?”
“그러니까 나랑 너는…….”
“전혀 라샤답지 않군, 할 말을 못하다니. 아닌가? 마땅히 할 말이 없는 건가?”
위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돌렸다. 돌아서서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라샤가 가볍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친구니까!”
“뭐?”
“친구! 너랑 나는 아주아주아주 친한 친구사이니까! 그러니까 위드 네가 무시받는 건 내가 참을 수 없어! 그러니까 이번만큼은 꼭 사람들에게 네 진정한 모습을 보여줘!”
말을 하고 몸을 돌려 빠르게 걸어가는 라샤.
“뭐야?”
위드는 라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