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65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9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65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7권 - 15화
“으응…….”
뒤척이며 몸을 끌어안는 피에나의 행동에 위드는 자다 말고 눈을 떠 그녀를 바라봤다. 언제나처럼 너무나도 맑고, 귀여웠다.
‘타이먼 족은 대륙의 모든 종족들을 통틀어 가장 낮은 생존율과 번식률을 자랑합니다. 그 이유는 타이먼 족은 결혼을 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또, 결혼을 하더라도 같은 타이먼 족끼리 결혼을 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으며, 그렇다 하더라도 아이를 낳고 10살이 되면 강제로 홀로 살도록 버리고 떠나기 때문입니다.’
‘타이먼 족과 인간을 같이 생각하면 안 됩니다. 10살의 인간은 한없이 약하지만 타이먼 족은 다릅니다. 10살이라고 하더라도 웬만한 인간 성인보다도 강력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홀로 외로이 험한 곳에서 살다보니 생존율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타이먼 족의 여성은 평생 한 번밖에 아이를 가지지 못합니다. 그것에 대한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만 무엇도 확실한 것은 없으니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피에나 양이 카일러 준남작님의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타이먼 족 여성의 경우는 사랑을 하면 가장 먼저 상대의 아이를 낳고 싶어 합니다. 상대의 아이를 낳는 것만이 가장 안전한 사랑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타이먼 족 여성의 경우는 13세만 되어도 아이를 충분히 낳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카일러 준남작님도 이제는 성인이 아니십니까? 요즘 젊은 귀족들 사이에서는 20세 이전에 자식을 낳는 것이 유행이라고도 합니다만…… 허허허!’
갑자기 히덴 가르시아가 했던 말들이 연속적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아이를 낳고 싶다고 했던 피에나의 모습도 생생하게 기억났다.
벌써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해온 피에나였다.
그녀는 처음처럼 아니, 그보다도 더욱 위드를 사랑했다. 종족 특성상 태어나서 평생 한 번 사랑을 하는 타이먼 족이었으니 위드에 대한 피에나의 사랑은 죽는 그 순간까지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러한 점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위드는 더욱더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만약, 대륙에 이러한 혼란이 일어나지 않았고, 무난하게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프레타 영지를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면 과연 피에나와 결혼을 했을까?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았을 것이다. 최소한 지금처럼 피에나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진 않았을 것이다.
“피에나,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부드럽게 머리를 매만지자 잠결임에도 그런 것을 느끼는지 그녀가 행복하게 웃었다.
쪽.
고개를 숙여 그녀의 얼굴에 입맞춤을 한 위드는 살짝 그녀를 껴안았다. 그러자 작게 웅얼거리며 피에나가 더욱더 품으로 파고들었다.
피에나의 체온을 느끼며 위드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작게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피에나, 사랑해.”
“응, 나도 사랑해.”
“……!”
등 쪽에서 느껴지는 물컹거리는 작은 압박감과 자신의 말에 대답하듯 속삭이는 음성에 위드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히히히…….”
“또 야?”
고개를 돌리자 입가에 웃음을 매단 라샤가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 위드는 이미 한 번, 두 번 경험한 일도 아니라는 듯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잠꼬대 하는 그녀를 바라봤다.
잠시 후, 위드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슬쩍 그녀를 밀어냈다.
“히이이잉!!”
우는 소리를 내며 다시 달라붙는 라샤.
다시 밀어내는 위드.
“히이이이잉!!”
다시 달라붙는 라샤.
“……라샤, 정말로 자는 거 맞아?”
위드는 의심스런 눈초리로 라샤를 바라봤지만 그녀는 분명 잠을 자고 있었다.
“잠버릇 참 특이하다.”
고개를 저으며 위드는 다시 한 번 라샤를 밀어냈고, 그녀는 또 다시 우는 소리와 함께 달라붙었다. 그리고는 팔과 다리로 위드를 휘감아 버렸다. 마치, 딱! 달라붙어 절대로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정말로 자는 거 맞아?”
위드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라샤는 분명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히히히…….”
***
키에브 제국의 프라디아 대륙 연합군 제1군을 떠난 지, 정확하게 30일 만에 위드 일행은 페르만 왕국 크라시아 전선에 주둔하고 있는 제5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위드 카일러입니다.”
위드의 인사에 총사령관인 알리하 니드먼 후작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반갑네. 자네와 같은 페르만 왕국 출신으로 현재 프라디아 대륙 연합군 제5군의 총사령관인 니드먼 후작이네.”
사람 좋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 있지만 이미 위드는 그에 대해서 짧게나마 알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가스파와 루카 등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였지만.
이어서 프라비오 백작, 데일리 백작, 사르토 백작 등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위드에게 니드먼 후작이 자리를 권했다.
“자리에 앉게. 아! 그 전에 우선 축하한다는 말부터 하겠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위드의 물음에 니드먼 후작이 빙긋 웃었다.
“국왕폐하께서 자네에게 백작의 작위를 하사하신다고 하더군. 준남작에서 백작으로 작위를 상승한 사람은 자네가 대륙 역사상 최초일 것이네. 하하하!”
자신에게 백작의 작위를 하사한다는 니드먼 후작의 말에 위드는 물론이고, 곁에 있던 일행들 모두가 놀랐다.
“너무 놀란 모양이로군. 하하하하!”
“놀라지 않을 수가 없지 않습니까? 하하하!”
“준남작에서 백작이라니…… 참으로 대단한 일입니다!”
니드먼 후작과 주변 귀족들이 그렇게 말했다.
“솔직히 뜻밖의 일이라 놀랐습니다.”
위드의 대답에 니드먼 후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놀랐다네. 하긴, 자네가 한 일들을 생각하면 백작의 작위를 하사하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지! 자네는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프레타 영지를 오랜 시간 지켜냄으로써 본 왕국의 위험을 늦추지 않았나?”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을 했을 뿐입니다.”
“물론,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었던가? 그라다 왕국이 저토록 쉽게 멸망의 길로 들어서는 것도 따지고 보면 명장이라 불리던 바이저 플로렌 백작이 르완 성을 너무 쉽게 빼앗겼기 때문이 아니던가? 그런 바이저 플로렌 백작에 비하면 자네는 정말로 커다란 일을 해낸 것이네! 그러니 어디서든 자부심을 가질 만하네! 하하하!”
니드먼 후작의 말에 위드는 물론이고, 일행들 모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그 이유는 당연히 에리카 때문이었다.
바이저 플로렌 백작의 유일한 혈육인 에리카 플로렌을 앞에 두고 그를 모욕하는 니드먼 후작의 행동은 일행들 중 어느 누구도 좋게 볼 수 없었다.
“그 말씀 사과하시길 바랍니다.”
눈이 벌겋게 변한 사내, 월터가 니드먼 후작을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
“자네는 누군가!”
“허! 감히 지금 이 자리가 어떤 자리라고 함부로 나서는 건가!”
사르토 백작과 데일리 백작이 눈을 치켜뜨며 호통을 쳤다.
하지만 그럼에도 월터는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월터 경!”
“월터 형님!”
에리카와 루카가 급히 그를 불렀지만 월터는 여전히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듯 굳은 음성으로 말했다.
“아가씨. 백작님은 결코 모욕을 받으실 분이 아닙니다. 저는 백작님만큼 훌륭한 분을 본 적이 없습니다. 대륙 어딜 가더라도 백작님은 존경을 받으실 분입니다. 타국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돌아가신 백작님을 모욕하는 행위는 절대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월터는 눈도 깜빡거리지 않았다. 그 모습에서 일행들은 그가 얼마나 바이저 플로렌 백작을 존경했는지를 똑똑히 알 수 있었다.
“허!”
“총사령관님 더 이상 두고 볼 것도 없습니다. 이건 명백한 귀족 모독입니다!!”
“당장 사죄하지 못하겠나!!”
오히려 주변 귀족들이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니드먼 후작은 월터의 첫 말에 황당함과 분노를 머금다가 그의 이어지는 말에 그제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이저 플로렌 백작을 섬기던 기사인가?”
“그렇습니다.”
월터는 여전히 잔뜩 충혈 된 눈으로 대답했다. 사과를 받지 못하면 결코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가 굳게 담긴 음성에 니드먼 후작은 살짝 기분이 가라앉았다.
바이저 플로렌 백작은 니드먼 후작도 인정하는 명장 중의 명장이었다. 스스로도 그보다 못하다 생각하고 있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월터의 행동이 그의 비위를 건드렸다.
“바이저 플로렌 백작이 뛰어난 명장이었다는 것은 인정하지. 하지만, 그가 몬스터들의 침공을 막아내지 못했기에 그라다 왕국이 저토록 쉽게 무너져 내린 것은 사실이 아닌가?”
“사실이 그렇다 하더라도 백작님을 모욕할 수는 없습니다. 백작님은 죽는 그 순간까지도 왕국을 생각하셨고, 백성을 생각하셨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받쳐 몬스터들과 마지막까지 싸우신 분입니다. 그 누구도 백작님을 모욕할 순 없습니다.”
“그런가? 자네의 말대로 바이저 플로렌 백작이 그렇게 죽었다 하더라도 그가 힘없이 르완 성을 빼앗겼기에 그라다 왕국이 멸망의 길로 들어선 것은 지울 수 없는 사실이지. 설령, 그가 자신의 목숨을 바쳐 마지막까지 몬스터와 싸웠다 하더라도 결과는 결과일 뿐이네.”
“맞습니다!”
“르완 성이 어느 정도만 몬스터들을 막았어도 그라다 왕국이 그렇게까지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니드먼 후작과 주변 귀족들의 말에 월터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결과론적으로만 말한다면 니드먼 후작의 말도 일리가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월터와 에리카에겐 달랐다. 자신들을 위해 목숨을 바쳐 장렬하게 죽은 사람이다.
존경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최소한 비난을 받을 정도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몬스터를 막아내지 못해 왕국의 멸망을 앞당겼다고만 몰아붙이니 도저히 참으려고 해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런 월터의 모습을 보며 니드먼 후작이 입을 열었다.
“왜 또 할 말이라도 있나? 바이저 플로렌 백작이 어떠한 행동을 하였던 르완 성을 빼앗긴 것과 그라다 왕국이 저 지경이 된 것은 명백한 사실이네. 누구라 하더라도 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란 소리네. 자네의 마음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네. 하지만, 그렇게 따진다면 세상 사람들 모두 몬스터와 싸우다 죽은 병사들의 이름 하나, 하나까지도 기억해 존경해야만 하네. 하지만, 그건 아니지 않는가?”
니드먼 후작의 말에 월터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떨리는 손으로 검자루를 쥐려 했지만, 그보다 에리카가 아니, 위드가 빨랐다.
“니드먼 후작님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바이저 플로렌 백작님은 분명 존경받아 마땅하신 분입니다. 그리고 그라다 왕국의 멸망이 굳이 르완 성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만은 볼 수 없습니다. 그라다 왕국이 멸망하기에까지 이른 가장 큰 이유는 어디까지나 에르셀 티모슈크 그자 때문입니다. 결코 바이저 플로렌 백작 때문이 아닙니다. 그 점을 분명히 아셔야 합니다. 또한, 저는 바이저 플로렌 백작님을 뵌 적이 없지만 알 수 있습니다. 저보다 훨씬 대단하신 분이라는 사실을. 프레타 영지에서 몬스터를 막을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마법사 길드와 히덴 가르시아 님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만약, 프레타 영지가 아닌 르완 영지에 히덴 가르시아 님과 마법사 길드의 도움이 있었다면 충분히 몬스터들을 막아내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카일러 준남작, 그렇게까지 말 할 필요 없네! 바이저 플로렌 백작이 르완 성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것은 사실 아닌가?”
“르완 성에 히덴 가르시아 님과 마법사 길들의 마법사들이 있었다 하더라도 막았을지, 막지 못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네.”
위드는 사르토 백작을 바라보며 대꾸했다.
“바이저 플로렌 백작님이셨다면 그 누구보다 훌륭히 몬스터들을 막아내셨을 것입니다.”
“허!”
에리카는 눈물이 흐르는 얼굴로 위드를 바라봤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자신의 아버지를 변호하는 그가 너무나도 고마웠다. 만약, 그가 막지 않았다면 스스로 무슨 말과 행동을 했을지 모를 그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