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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198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3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98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8권 - 23화

 

 

프레타 성 수성 책임자인 마르토엘 백작은 갑작스러운 한 인물의 방문에 이전과는 다르게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나도 높은 존재가 프레타 성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이게 전부인가?”

“예!”

그는 마르토엘 배작이 내민 서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류에는 현재 프레타 성을 수성하고 있는 바이텐 제국군의 병력과 몬스터들의 종류와 그 수가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또 다른 서류에는 위드 카일러의 불사조 기사단과 코노 왕국군의 병력 상황이었다.

“정확한가?”

“90% 정확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상태라면 수성에 큰 문제가 없을 것 같군.”

“그렇습니다! 더욱이 적들은 변변한 공성무기조차 없는 상태입니다. 우리 바이텐 제국군이 수성에 실패할 확률은 조금도 없습니다!”

자신만만한 마르토엘 백작의 음성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보기에도 이 수성전은 패배할 가능성이 조금도 없었다.

하지만.

“위드 카일러…….”

그의 음성엔 원한과 묘한 흥분감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수성 준비는?”

“이미 모두 마친 상태입니다!”

“적들의 공격 예상 시각은?”

“대략 이틀 뒤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렇군.”

그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몸을 돌리던 마르토엘 백작이 계속해서 가지고 있던 궁금증을 조심스럽게 풀어냈다.

“저…… 다른 분들은 언제쯤 오시는 것입니까?”

“다른 분?”

“그게 공작님께서는…….”

“아……. 나 혼자만 온 것이니 신경 쓸 필요 없네. 나는 내 볼일만 보면 곧바로 돌아갈 생각이니 내겐 신경 쓰지 말게.”

“예? 볼일이시라면?”

그런 것까지 너에게 보고를 해야 하냐는 듯 그의 눈빛이 차갑게 발하자 마르토엘 백작이 숨을 들이키며 급급히 몸을 돌려 방을 빠져나갔다.

“후우우…….”

방을 빠져나온 마르토엘 배작은 차가웠던 그의 눈빛을 떠올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혼자서 볼 일이 있다고? 도대체 무슨 볼 일이기에 여기까지 온 걸까?”

마르토엘 백작은 도대체 그가 무슨 이유로 프레타 성까지 왔는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지만 혼자서 아무리 생각을 해봐야 답을 알 수 없기에 이내 머리를 흔들며 복도를 걸었다.

“그나저나 신경 쓰지 말라고 했는데 이거 영 신경 쓰이네…….”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그라다 왕국의 남작이었던 마르토엘. 그는 그라다 왕국이 가망 없다 싶었을 때, 그 누구보다 과감하게 연금술사의 탑에 충성을 맹세하며 망명을 요청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바이텐 제국의 백작이 되었다.

옛 그라다 왕국 시절에는 꿈도 꿔보지 못할 백작의 권위를 누리며 사는 그였지만, 유독 몇몇 사람들 앞에서는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 중의 한 사람이 바로 프레타 성 영주실을 차지한 인물이다.

그의 이름은…….

루스티 히에브 공작!

대륙 최고의 기사단인 수호 기사단의 단장인 루스티 히에브 공작이 어째서 홀로 프레타 성을 찾아왔을까?

 

***

제국력 1392년 10월 15일.

결전의 날이 밝았다.

날은 잔뜩 흐렸다.

“이거 오후에 눈이 올 것 같은데…….”

가스파가 자신의 대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8년 만에 보는군.”

커닝은 프레타 성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성은 예전과 똑같았다. 약간 지저분하고, 성벽 위로, 해자 주변으로 몬스터들이 득실거리고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엊그제까지 잠자고, 먹고,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던 따뜻한 보금자리였다.

“씨팔! 저 역겨운 몬스터 시체를 치우려면 또 한참 걸리겠군! 가일! 청소는 깨끗하게 해야 한다, 알았냐?”

“또 왜 저를 걸고 넘어가는 겁니까? 그리고 제 밑에 애들이 몇 명인데 제가 직접 청소를 합니까? 이제는 저도 좀 편하게 지시를 내릴 처지라고요.”

“어쭈? 개기는 거냐?”

“개기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내 눈에는 개기는 걸로 보이는데?”

“후우…… 말을 말아야지! 답답해서 원!”

“너 이따가 전투 끝나고 보자!”

루카와 가일의 시시껄렁한 농담에 주변에서 키득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루카와 가일은 일부로 딱딱한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풀어보고자 그런 농담들은 주고받은 것이다.

“모두 정렬!!”

오브라이언의 외침에 불사조 기사단은 언제 웃고 떠들었냐는 듯 질서 있게 정렬했다.

“내가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오늘 전투가 어떤 전투인지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는 불사조 기사단이다. 너희도 잘 알다시피 난 용병 출신으로 어쩌다가 이렇게 기사단의 부단장을 맡게 되었다. 너희는 잘 알고 있으니 더 이상 길게 말하지 않겠다. 기사의 명예 보다는 동료의 목숨을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겨라! 그게 우리 불사조 기사단의 제일원칙이다!”

오브라이언은 투지에 가득 찬 단원들의 얼굴을 하나, 하나 바라보고는 등을 돌렸다. 그리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불사조 기사단이라면 살아남아라.”

 

“백작님.”

푸욘 자작은 프레타 성을 바라보는 밀레르노 백작의 곁으로 다가와 긴장 어린 음성으로 말했다.

“이 전투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프레타 성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던 밀레르노 백작이 고개를 돌려 푸욘 자작을 바라봤다.

“자신 없나?”

“그런 게 아닙니다. 백작님께 한 마디만 듣고 싶을 뿐입니다.”

어느새 세디에 자작과 지금까지 살아남은 코노 왕국 지휘관들이 모두 모여 들었다. 그들은 모두다 푸욘 자작과 같은 얼굴로 같은 대답을 원하는 듯 밀레르노 백작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 전투가 끝나면 과연 몇이나 살아남을까?

먼 타국에서 벌어지는 전투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위드 카일러 공작과 함께 한 전투는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나중에라도 코노 왕국으로 돌아갈 때를 생각하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우리는 지금까지 불가능에 가까운 전투들을 모두 가능하게 만들며 살아남았네. 오늘도 그 중의 하나일 뿐이네. 전투가 끝나면 우리끼리 모여서 배가 터지도록 먹고, 마시도록 하지.”

밀레르노 백작의 말에 그들은 하나같이 아이처럼 밝게 웃었다.

 

“가르시아 님. 그럼 부탁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위드가 고개를 숙이며 부탁하자 히덴 가르시아는 빙긋 웃었다.

“카일러 공작님이야 말로 조심하십시오. 공작님의 목숨은 공작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위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피에나와 에리카를 바라봤다.

“피에나, 가르시아 님과 에리카를 부탁할게.”

“응.”

피에나는 ‘응’이라는 아주 간단한 말로 모든 것을 대신했다. 그런 그녀가 에리카는 부럽기만 했다. 위드는 에리카를 향해 빙긋 웃고는 등을 돌렸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해! 에리카 플로렌! 뭐라고 어떤 말이든 하란 말이야!’

한 발, 두 발 앞으로 걸어가는 위드의 등을 보며 에리카가 힘껏 외쳤다.

“죽기라도 해봐! 내가 끝까지 따라가서 죽여 버릴 테니까!”

“…….”

에리카의 외침에 위드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은 노을처럼 붉게 변해 있었다.

“그래.”

웃는 얼굴로 간단하게 대꾸하고 다시 걸음을 걷는 위드. 그의 뒷모습을 보며 에리카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멍청이! 이 멍청이 에리카 플로렌! 겨우 한다는 말이 그거냐! 이 멍청이!!’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자책하는 에리카에게 히덴 가르시아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카일러 공작님은 에리카 네가 무서워서라도 죽지 못하겠구나. 허허허!”

“저, 그게…….”

창피해하는 에리카에게 피에나가 다가왔다.

“라샤 말이 맞구나.”

“응?”

“에리카도 위드를 사랑한다고 했거든.”

“그, 그게 무슨?”

“방금 그랬잖아. 죽으면 따라가서 죽이겠다고. 그건 위드가 죽으면 에리카도 따라서 죽겠다는 거 아니야?”

“아!”

“나도 위드가 없으면 못 살아.”

에리카는 피에나의 얼굴을 바라보다 조그맣게 말했다.

“미안해.”

“괜찮아. 위드는 인간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걸.”

어쩔 수 없다 말하는 피에나의 얼굴엔 슬픔과 안타까움이 짙게 깔려 있었다. 

만약, 위드가 인간이 아닌 자신과 같은 타이먼 족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아마 대륙의 변화와는 관계없이 어디선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지 않았을까 하고 피에나는 매번 생각했다.

 

***

 

“오는군.”

루스티 히에브는 프레타 성을 향해 다가오는 병사들을 바라봤다. 저들 중에 위드 카일러가 있을 것이다. 그가 누구인지 지금은 알 수 없다.

“보석은 빛나는 법이니 곧 알게 되겠지.”

위드 카일러에 대한 이야기와 대략적인 인상착의는 알고 있지만 애써 찾을 필요가 없었다. 위드 카일러라면, 자신의 자리를 빼앗아간 인물이라면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분명히 하도록 하지.”

루스티 히에브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나, 그리고 위드 카일러. 오늘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는다.”

 

***

“모든 힘의 근원이여, 하늘과 땅을 스쳐가는 자유로운 바람이여, 지금 그대의 힘을 빌려 내 앞의 적을 상대하려 하니 그대의 힘을 보여라! 라이트닝 월(Lightning Wall)!!”

더블 마법진에 그 효과가 상승하여 펼쳐진 라이트닝 월은 성벽 앞, 해자에 모여 있던 몬스터들을 정면에 펼쳐졌다.

라이트닝 월 같은 경우는 지속성이 굉장히 뛰어난 마법 중의 하나이다. 때문에 그 효과는 같은 5클래스 마법 중 다소 떨어진다 할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경우에서는 아주 효과적이었다.

몬스터들이 저마다 괴성을 내지르며 앞으로 뛰쳐나왔다. 그 중 일부는 몸이 검게 타버려 더 이상 움직이지도 못했다.

뛰쳐나오는 몬스터들을 향해서 20명의 마법사들이 각자 마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들의 공통점이라면 어느 특정 몬스터를 노린 마법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노린 범위 마법이라는 것이다.

“모든 힘의 근원이여, 지옥의 불길마저도 잠재울 수 있는 차가움이여, 지금 그대의 힘을 빌려 내 앞의 적을 상대하려 하니 그대의 힘을 보여라! 프로즌 오브(Frozen Obe)!!”

거대한 얼음의 구체가 몬스터들을 향해서 날아갔다. 날아가는 구체에서 파생된 얼음 조각들이 몬스터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는데 그 위력이 대단했다. 프로즌 오브는 5클래스 마법 중에서도 그 파괴력이 가장 뛰어나다 할 수 있지만 마나의 소모가 극심하기에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에리카!”

슈란츠 그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에리카를 바라봤다. 5클래스에 오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그녀가 다른 마법들을 제쳐두고 프로즌 오브를 사용한 것은 무리가 있는 행동이었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대답을 하는 에리카의 얼굴은 벌써 하얗게 질려 있었다. 마나의 소모도 극심했지만 정신적으로 큰 피로감을 받았다는 반증이다.

“다른 마법들도 많은데 왜 하필 프로즌 오브를 사용한 것이냐?”

질책하듯 묻는 슈란츠 그린. 에리카는 손가락으로 몬스터들을 향해 말을 모는 불사조 기사단을 가리켰다. 특히, 그녀의 눈은 위드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저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습니다.”

“마나를 회복하도록 해라. 프로즌 오브 한 번 쓰고 전투를 끝낼 수는 없지 않느냐?”

슈란츠 그린의 말에 에리카가 빙긋 웃었다.

“예.”

“그럼 어디 나도 한 번 실력을 발휘해 볼까?”

에리카를 향해 눈을 찡긋거린 슈란츠 그린은 곧이어 5클래스 마법인 워터 스트라이크를 무려 다섯 개나 만들어 냈다.

콰가가가가강!!

므우우우우우!!

미노타우로스 한 마리가 갑작스럽게 솟아 오른 워터 스크라이크에 상체를 꿰뚫리며 하늘로 튕겨져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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