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93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9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93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8권 - 18화
루카는 잔뜩 화가 나서 욕을 퍼부으려고 했지만, 커닝이 곁에서 그를 말리고 있었다. 가일은 후바와 함께 들이라는 듯 혀를 차며 코노 왕국군 전체를 비웃었다.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오랜 침묵을 깨고 밀레르노 백작이 위드에게 말했다.
“무엇입니까?”
“이 전략전술이 옳다고 판단하십니까?”
“틀리지 않을 것이라 자신합니다.”
“3백의 기사단으로 4만의 몬스터를 물리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십니까? 3만의 병력이 3백의 기사단보다도 못하다 생각하십니까?”
“3백의 기사단으로 4만의 몬스터를 물리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또한, 3만의 병력과 3백의 기사단이 맞붙으면 3백이 기사단이 패할 겁니다.”
밀레르노 백작이 눈을 찌푸렸다.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공작님의 말대로라면 이 전략전술은 완전히 잘못된 것 아닙니까? 그런데 틀리지 않을 것이라 자신한단 말입니까?”
“그럼 제가 묻겠습니다. 이 전략전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맞습니까?”
밀레르노 백작보다도 코노 왕국 지휘관들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소란스러운 그들의 음성에 오브라이언이 천천히 검을 뽑았다. 그리고는 소드 마스터만이 내보일 수 있는 강력한 마나를 검에 불어 넣었다.
오브라이언의 행동은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그 효과는 확실했다. 백 마디의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훨씬 크다는 것을 제대로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부단장님.”
“죄송합니다.”
오브라이언은 위드를 향해 고개를 숙여 사과하곤, 검을 도로 집어넣었다. 하지만, 그의 차가운 얼굴은 여전했다.
“언제나 이런 식으로 일을 추진하시는 겁니까?”
밀레르노 백작의 비난에 위드가 반박했다.
“코노 왕국의 귀족들은 언제나 위아래도 없이 나섭니까?”
“…….”
“…….”
위드와 밀레르노 백작은 말없이 시선을 마주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기 싸움. 결국, 먼저 물러난 사람은 밀레르노 백작이었다.
“이 전략전술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그 하나가 3백의 불사조 기사단이 전력으로 몬스터들을 상대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3만의 우리 코노 왕국군이 4만의 몬스터들을 유인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잘 못 짚어 냈습니까?”
위드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정확합니다. 3만의 병사들이 몬스터들을 유인하면 그 틈을 노리고 불사조 기사단이 전력공격을 펼칠 것입니다.”
“3만의 우리 코노 왕국군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것 같습니다만?”
“왜 그런 생각을 하십니까?”
“전략전술이 그렇지 않습니까.”
“이상하군요. 우리가 연합군과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이러한 전략전술을 몇 번이나 펼친 적이 있습니다. 그럼 그때도 우리는 연합군의 병사들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고 여긴 것입니까?”
“…….”
밀레르노 백작은 순간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단순한 유인이 아닙니다. 이 전술의 핵심은 3만의 병사들을 최대한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에 있습니다. 정면으로 맞붙으면 과연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그건 전투를 해봐야 아는 것 아닙니까?”
위드는 냉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1만의 병사도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우리 코노 왕국군을 어떻게 보고 그런 말을 하는 것입니까!”
“백작님 우리가 저런 소리까지 들을 이유가 무엇입니까!”
또 다시 코노 왕국 지휘관들이 잔뜩 흥분해 소리쳤다.
“1만? 2, 3천명이라도 살아남으면 다행이겠지.”
순간 정적을 만들어 버리는 차가운 음성이 막사 안을 맴돌았다. 그 주인공은 샤프였다.
코노 왕국과 엘프 숲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또한, 이미 샤프가 엘프 왕의 직계 후손으로 다음 대 엘프 왕이 될 몸이라는 것을 알기에 코노 왕국 지휘관들은 하고 싶은 말을 참아야만 했다.
“앞서 말을 했듯이 이번 전투에서 그 능력을 몸으로 보여주면 됩니다. 그렇다면 이번 일에 대해 사과를 함은 물론, 이후의 전투는 백작님이 만족할만한 전략전술만을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어떤가요?”
위드의 말에 밀레르노 백작은 다른 코노 왕국 지휘관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결의에 찬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행운을 빌죠.”
밀레르노 백작은 싸늘하게 위드를 노려보다 몸을 홱! 돌려 막사를 빠져나가버렸다. 그러자 나머지 코노 왕국 지휘관들도 우르르 막사를 빠져나갔다. 막사를 빠져나가는 그들의 얼굴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이래서 말로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루카의 말에 가일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지들 생각이 얼마나 멍청했는지 절실하게 깨닫게 될 겁니다!”
“저들이 저렇게 나온다 하더라도 병사들이 최소한의 피해만을 입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하네. 이 전쟁은 이제 시작이네. 서로 감정만 앞세우면 절대 우리의 목적을 이룰 수 없으니까.”
바스틱 백작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공작님, 밀레르노 백작이 이후로 고분고분 말을 따를까요?”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던데요?”
위드는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번 기회에 우리의 힘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맞습니다! 그러고 보면 처음부터 연합군은 우리가 몬스터들의 기습을 당해 많은 병력을 잃었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젠장! 이번에 저 빌어먹을 놈들에게 한 방 먹여서 확실하게 우리 코노 왕국군의 힘이 한 수 위라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밀레르노 백작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네들의 말대로 연합군은 우리를 무시하고 있네. 그러니 이번에 힘을 내서 우리의 힘을 제대로 보여줄 필요가 있지.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이네. 자네들도 겪었듯이 몬스터들의 힘은 결코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야. 이번에는 그 수도 우리보다 월등히 많으니 섣부르게 행동해서는 안 되네. 각 병과 지휘관들에게 이번 전투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알려주고, 전투에 있어서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시키도록.”
“알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이번에 우리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게 될 것입니다!”
***
전투가 벌어졌다.
300명의 기사단은 4만의 몬스터들을 향해 거침없이 달렸다. 너무나 무모해 보여서 미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몬스터를 향해 달려 나가는 불사조 기사단.
눈곱만큼의 망설임 없이 땅을 박차고 나아가는 불사조 기사단을 보는 3만 명의 코노 왕국군의 병사들은 저마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곁에 있는 동료에게 이게 지금 꿈이냐고, 내가 보고 있는 게 현실이냐고, 달려 나가는 불사조 기사단 앞에 숲의 나무처럼 바글바글한 몬스터들이 살아 숨 쉬고 있냐고 물었다.
불사조 기사단의 우렁찬 고함소리!
두려움을 쫓기 위해 있는 힘껏 울부짖는 말.
흉폭하게 뱉어내는 몬스터의 괴성!
이 소리들이 뒤엉키자 병사들은 그제야 자신이 보고 있는 장면이 환상도, 꿈도, 착시도 아닌 현실이며, 사실이라는 것을 똑똑히 알 수 있었다.
300명이라지만 불사조 기사단은 정예 중의 정예다. 처음에는 그저 그런 기사들로 이뤄진 기사단이었지만 위드가 단장이 되고, 오브라이언이 부단장이 되면서 그들의 실력은 눈부실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레켄 영지 수복 마지막 전투에서는 연합군의 그 어떤 기사단도 불사조 기사단의 활약을 따라오지 못했을 정도였다.
불사조 기사단 개개인의 실력이 늘었기 때문일까?
물론, 불사조 기사단 개개인의 실력이 늘어난 것도 이유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들이 강해질 수 있었던 것은 단장인 위드부터 시작해서 부단장, 각 부대의 대장, 소대장들이 몸을 아끼지 않고 앞장서서 전투에 임하며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단결력 때문이다.
위드의 실력은 말할 것도 없었으며, 오브라이언은 대륙에 얼마 없는 소드 마스터 중의 한 사람이다. 거기에 임시라고 하지만 1대 대장인 아일린은 소드 마스터에 근접한 프라디아 대륙 최고의 여검사다. 거기에 백전노장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가스파, 루카, 커닝까지 그야 말로 대륙 그 어딜 가더라도 이들만큼 화려한 지휘관들은 없을 것이다.
본래 불사조 기사단은 총원이 400명이다. 하지만, 전투를 치루며 100명이 죽음을 맞이했다. 전부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대부분의 희생자들은 그 실력이 떨어지는 이들로 냉정하게 말해 걸러진 것이다.
불사조 기사단은 말 그래도 불사조다.
죽지 않는 불사조!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불사조 기사단은 당당하게 살아남았다. 세 겹, 네 겹의 몬스터들의 포위 속에서도 빠져 나오는 불사조 기사단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기사단의 단결력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여실 없이 증명을 해준다.
“좌우 날개 대형!!”
“좌우 날개 대형!!”
좌측과 우측으로 퍼져나가며 마치 한 마리의 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만들어 내는 불사조 기사단.
“창 대형으로 쾌속 질주!!”
“창 대형으로 쾌속 질주!!”
이번에는 좌우 날개가 가운데로 모이더니 하나의 창이 되어 빠르게 몬스터들 사이를 뚫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퍼퍼퍼퍽!!
슈악! 슈악-! 슈아아악-!!
꾸이이익! 꾸익! 꾸이익!!
케에에-! 케에에엑!!
한 자루의 창이 되어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는 불사조 기사단에 오크부터 시작해 고블린, 트롤, 리저드맨, 고르곤까지 변변한 대항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사정없이 튕겨져 나갔다.
므우우우우우우!!
크와아아아악!!
거침없이 몬스터들을 휩쓸고 질주하는 불사조 기사단을 향해서 미노타우로스와 오우거들이 빠르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가장 선두에서 쉬지 않고 검을 휘두르던 위드가 재빨리 외쳤다.
“작전명 실버!!”
“작전명 실버!!”
위드의 외침을 오브라이언이 외치고 뒤이어 각 부대 대장들이 크게 외쳤다. 빠르게 질주하던 불사조 기사단은 순식간에 둥그런 방패 대형을 만들어 냈다.
“블링크!”
위드가 가장 먼저 블링크를 펼쳐 좌측에서 달려오는 오우거의 바로 코앞까지 이동했다.
크와아아악!
오우거는 놀람의 괴성을 내질렀고, 곧바로 양팔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보다도 빠른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태양 빛마저도 갈라버리는 은빛이었다.
번- 쩍!
오우거는 왕방울만한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무슨 일이 일어난 지 모르겠다는 듯 위드를 바라봤다. 그리고 괴성을 내지르려고 입을 벌리는 순간!
스으- 아악!
오우거의 몸이 정확하게 반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뒤늦게 핏물이 흥건하게 바닥을 적셔나갔다. 오우거를 너무나도 간단하게 처치한 위드는 어느새 또 다른 오우거를 베어넘기고 있었다.
절대자!
블링크를 사용하며 눈에 보이는 오우거를 모조리 베어 넘기는 위드는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 서 있었다. 블링크라는 마법만 없었어도, 최소한 트랜트 아머를 3차까지 성장시키지만 못했어도 그는 충분히 인간다웠을 것이다.
“…….”
“저, 저게 정말 우리와 같은 인간이란 말입니까?”
“말도 안 돼…….”
“세상에 어떻게 인간이 오우거를 저렇게 쉽게 죽일 수 있단 말입니까? 아무리 소드 마스터라 하더라도 저렇게는 할 수 없습니다!”
멀리서 위드의 모습을 바라보는 코노 왕국 지휘관들은 불사조 기사단이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 나갈 때보다도 더욱 놀란 얼굴로 서 있었다.
“카일러 공작도 대단하지만 불사조 기사단 전체의 힘은 정말로 상상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희생자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 겁니까? 이건 어디 가서 사실대로 말해도 믿어줄지 의문입니다!”
그들의 말처럼 불사조 기사단은 단! 한 명도 희생자를 내지 않고 있었다. 몇몇 단원들의 몸엔 크고, 작은 상처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목숨을 잃은 자가 없다는 것은 정말로 믿기지 않는 또 하나의 사실이었다.
“도대체 이 많은 사실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300명이 마치 한 몸이 되어 움직이고 있소. 그것이 바로 저들의 최대 강점이오.”
밀레르노 백작은 눈조차 깜빡거리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 300명이나 되는 기사들이 하나가 되어 저렇게 움직일 수 있는지 의문스러울 뿐이었다.
전투를 많이 하면 되는 걸까?
밀레르노 백작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단순하게 전투를 많이 한다고 해서 저러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불사조 기사단과 같은 기사단은 수십 개나 존재할 것이다. 대륙에서 제 아무리 이름이 높은 기사단이라 하더라도 단결력에서 만큼은 불사조 기사단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헉! 저, 저게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