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80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8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80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8권 - 5화
“지금 이대로 버티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질적으로 키에브 제국의 영토는 모두 빼앗겼다고 봐야 옳습니다.”
카르무 리엔의 말에 원탁에 모인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조직적으로 결성된 인간 군대와의 전쟁은 몬스터만으로 힘들었다. 키메라가 있다 하더라도 압도적인 수가 아니었기에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지나면 프라디아 대륙 연합군은 더욱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그게 바로 체계적으로 정비된 인간 군대의 힘입니다. 이대로 계속 몬스터만으로 대응한다면 현재 차지한 것들까지도 잃게 될 것입니다.”
“그렇겠지.”
크루거 아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아직까지도 많은 수의 몬스터가 존재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것들만으로 계속해서 전쟁을 해나갈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이제는 변화를 줘야 할 시기였다.
더 이상의 큰 영토는 필요치 않았다. 그라다 왕국을 통째로 삼켰다고는 하지만 그들을 완벽하게 자국의 국민으로 만들지 못한 상황. 그저 거대한 땅덩어리만 움켜쥐고 있어봐야 좋을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갓 검술을 배운 초보자가 전설의 명검을 쥐고 있는 것과 같았다. 결국은 지키지 못하고 빼앗긴다.
“이제는 시간이 필요할 때로군.”
아무런 말도 없이 잠자코 있던 베논 바이텐이 조용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기에 베논 바이텐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루스티 히에브를 바라봤다.
“계획을 실행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믿음직스런 루스티 히에브의 음성이 방안에 맴돌았다.
베논 바이텐과 루스티 히에브가 주고받은 계획이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어느 누구도 묻지 않았다. 굳이 이 자리에서 묻지 않더라도 곧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Chapter 3 또 다른 변화!
전투를 벌이는 것보다 그것을 준비하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병사들에게 더욱 큰 부담감과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전투를 하기 위해 전쟁 물자를 준비하면서부터 시작되는 팽팽한 긴장감은 전투를 시작하기 직전까지 병사들의 몸과 마음을 지키게 만든다.
어떤 이는 말한다.
전쟁은 사람을 미치게 만들지만 그 준비시간은 피를 말려 서서히 생명을 갈아 먹는다고.
“어서 옮겨!!”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땅에 자국을 남기며 옮겨가는 보우스타와 오나거, 캐터펄트는 대륙 연합군 제5군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너무나도 중요한 전투 병기들이다. 특히, 자체 개발하여 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보우스타는 그들에게 있어서 최대 자랑거리다.
이미 일반적인 화살로는 웬만한 타격을 입힐 수 없는 몬스터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전쟁에 있어서 냉정하게 말해 궁병의 위치는 이미 땅으로 곤두박질 쳐진 상태였다. 그렇다고 어떤 전투에서든 궁병을 제외시킬 수는 없는 노릇. 결국 궁병은 투척병처럼 전투 병기들을 다루기 시작해야만 했다.
육중한 무게의 전투 병기를 이리저리 끌고 다녀야 한다는 단점을 제외하면 궁병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전투 병기를 다루는 것에 불만을 갖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커다란 역할을 담당한다는 자부심이 그들 가슴속에 커다랗게 쌓여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전투 병기가 없다면, 또 그것을 조작할 수 있는 궁병과 투척병들이 없다면 지금까지의 승리 중 절반가량은 없었을 것이다.
“모두 대형을 맞춰라!”
우렁차게 목소리를 높이는 기병 대장들.
기병대장들의 외침에 각각 부대별로 질서정연하게 정렬하는 기병들의 모습은 그 모습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위압감을 자랑하고 있었다.
“매번 하는 말이지만 죽지 마라! 자신의 죽음은 반드시 동료의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알겠습니다!!”
나 하나의 죽음은 동료, 부대 전체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그것이 바로 기병이 기억해야 하는 가장 최우선적인 원칙이다.
어떤 전쟁이든 어떤 병과의 병사들이 중요하지 않겠냐마는 그 중 기병은 특히 중요한 전력이다. 빠른 기동력 단 하나 만으로도 전쟁에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저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말과 하나가 되어 전력으로 공격하는 한 기의 기병 전투력은 중장보병 열에 맞먹을 정도로 대단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수의 기병이 모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기병이란 본래 소수보다 다수로 모였을 적에만 제 역할을 하기에 어떤 전쟁이든 기병의 희생은 최소화 되어야만 한다.
그 외에 경장보병과 중장보병, 방패병과 창병 등이 각각 전투에 앞서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있었다.
“막상 모아 놓고 보니 대단한 수로군.”
가르샤 후작의 말에 니드먼 후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그렇군.”
현재 프라디아 대륙 연합군 제5군의 총 병력은 33만이다. 그 어떤 연합군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은 병력이었다.
“어떻게 분류했나?”
가르샤 후작이 뜬금없이 물었지만 니드먼 후작은 무엇을 묻는 것인지, 어떠한 대답을 해야 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적.”
니드먼 후작의 말에 가르샤 후작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돌아봤다.
“적으로 분류했으면서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고? 장차 자네의 앞길을 막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묻는 가르샤 후작이었다. 그러다 뭔가를 떠올리고는 다시 물었다.
“소문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닌가?”
“차라리 소문으로 무시할 문제였다면 좋겠군.”
현 페르만 왕국에서 그 누구보다 핵심적인 권력을 자랑하는 인물이 바로 니드먼 후작이다. 그런 그가 앞으로 자신의 자리를 넘볼 수 있는 적을 두고도 무능력하게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이 가르샤 후작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동시에 그를 이렇게까지 무능력하게 만드는 존재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었다.
어리다. 그러나 강한 힘을 내면에 지니고 있다. 그 반면, 너무나 조용하다. 마치, 인지하지 않으면 있는지조차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첫 인상이다.
가르샤 후작이 위드 카일러를 만나고 느낀 감정이다. 믿기 힘든 소문을 몰고 다니는 것에 비하면 그 존재감이 상당히 약했다.
그런 그를 니드먼 후작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적으로 분류했다. 그 말의 뜻은 그가 어떤 일을 하던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오직 두 가지 뿐이다.
스스로 자멸할 상대와 거역할 수 없는 힘을 지닌 상대.
위드 카일러는 후자다.
“수도의 상황은 들어서 알고 있겠지?”
가르샤 후작의 물음에 니드먼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의문시 되었던 소문들이 사실로 판명되고, 테오르만 후작이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나섰다.
“늦어도 두, 세 달 안으로 국왕폐하께서 정식으로 선포하실 거네.”
“공작인가?”
니드먼 후작의 물음에 가르샤 후작이 얼굴을 살짝 일그러트렸다.
“아마도 그럴 것이네. 그런데…… 만약, 또 다시 그가 저번과 같은 활약을 한다면…….”
“페르만 왕국 최초의 대공이 등장하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기가 막히다는 듯,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듯 비아냥거리며 말했지만 가르샤 후작의 대답에 니드먼 후작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상황에 따라서는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네.”
“…….”
대공이라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프라디아 대륙 역사상 단 둘 밖에 없었던 대공이 셋으로 변한다. 동시에 제국도 아닌 고작 왕국에서 그 세 번째 대공이 탄생한다.
설령 왕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명령을 내릴 수 없는 위치. 타국에선 왕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위치가 바로 대공이다.
“자네 알고 있나?”
“무엇을 말인가?”
니드먼 후작이 말했다.
“역사상 첫 번째로 대공에 오른 보르막 대공은 당시 대륙 최강의 소드 마스터였네. 두 번째로 대공에 오른 맥케르반 대공 역시도 당시 그 누구도 검을 겨눌 수 없는 최강의 소드 마스터였네. 그런데 그 두 사람 모두 60세가 넘는 나이에 이르러서야 대공에 올랐네. 뭐, 자네도 알겠지만 만약, 알하이머 프라디아가 드래곤 기사단을 창설하지 않고 어느 한 나라에 머물었다면 그 역시 대공의 위치에 올랐었겠지. 그 역시 그럴만한 인물이었으니까.”
가르샤 후작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니드먼 후작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그런데 고작 나이 30살도 되지 않은 그가, 소드 마스터에도 오르지 못한 그가! 대공에 오른다고? 웃기는 일이네! 대공이란 자리는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란 말일세!”
정말로 위드 카일러가 대공에 오른다면 타국에서 페르만 왕국 자체를 비웃을지 모른다. 위드 카일러가 대단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대공에 오를만한 인물은 아니라 생각했다.
대공이라는 자리가 그리도 쉬웠던가?
그렇다면 애초부터 역사상 두 명의 대공밖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수십 명의 대공들이 존재했었어야 했다.
적어도 니드먼 후작은 그렇게 생각했다.
“자네의 말이 맞네. 그가 대공에까지 오른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네.”
가르샤 후작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단순한 시기심이 아니다. 대공이라 함은 대륙 모든 귀족들이 꿈꾸는 동시에 경외하는 위치다.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대단한 인물이 올라야만 하는 자리이다.
소드 마스터에 오르지도 못한 위드 카일러다. 운이 좋아 남들보다 뛰어난 트랜트 아머와 마법 능력을 얻었을 뿐이다. 그런 그가 대공의 위치에 오른다는 것은 니드먼 후작과 가르샤 후작으로서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일이다.
“만약에 말일세.”
니드먼 후작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가르샤 후작은 그의 말이 이어지길 기다렸다.
“만약에 말일세…… 정말로 위드 카일러가 대공에 오른다면…….”
잠시 말을 끊은 니드먼 후작이 흔들리던 눈동자에 힘을 주었다.
“이 나라를 떠나겠네.”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설마하니 이렇게까지 충격적인 발언을 할 줄은 몰랐던 가르샤 후작은 잘게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그 물음에 대답하는 니드먼 후작의 음성은 단호했다.
“진심일세.”
“…….”
가르샤 후작은 침묵하며 머릿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