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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179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1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79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8권 - 4화

 

 

“……?”

라샤는 자신이 지금 잘못 들었나 싶었다.

“뭐…… 라고?”

“에리카가 제3군의 가르시아 님께 가야 하니까 이왕이면 라샤 네가 동행해주었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나보고 에리카를 호위하라는 거야?”

“이를테면.”

고개를 끄덕이는 위드를 향해 라샤는 단박에 거절했다.

“싫어!”

“어?”

설마하니 라샤가 이렇게까지 단호한 거절을 할 줄은 생각하지 못한 위드는 잠시 멍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언니. 부탁해요.”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 에리카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모습으로 라샤에게 부탁했다.

“제3군이면 키에브 제국의 효엘트 지방까지 가야 하잖아? 거기가 얼마나 먼 곳인데! 왔가 갔다하는 시간만 한 달은 충분히 걸린단 말이야!”

라샤의 불만스런 외침에 티스가 곧바로 반박했다.

“솔직히 한 달은 아니다. 서두르면 20일 안으로 충분히 갔다 올 수 있는 거리라고.”

“그럼 잘 됐네. 그렇게 잘 알고 있는 네가 가면 되겠네!”

잘됐다는 듯 외치는 라샤의 말에 티스가 위드를 바라봤다. 정말로 라샤가 싫다면 자신이 충분히 갔다 올 수 있다는 의미였다.

위드가 멋쩍게 웃었다.

“에리카는 라샤와 꼭! 같이 가고 싶다고 했거든.”

그제야 라샤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와 마찬가지로 몇몇 눈치 빠른 이들도 상황을 파악하고는 피식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런 거였군.”

“큭큭! 이번에는 라샤가 한 방 먹겠는걸?”

“재밌어! 재밌어!”

주변 반응에 위드는 무슨 일인가 싶어 묻고 싶었지만 그보다도 에리카의 말이 한 발 빨랐다.

“라샤 언니. 부탁할게요. 같이 가줘요.”

“그렇다면 나는 더욱더 싫어!”

이미 에리카가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라샤였기에 더욱더 그녀를 호위해 효엘트 지방까지 갈 수 없었다.

“정말로 가지 않을 거야?”

위드의 물음에 라샤는 당연하다는 듯 곧바로 대답했다.

“물론이지!”

절대로 마음을 바꾸지 않을 듯한 라샤의 음성에 위드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라샤가 갈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지. 부단장님.”

위드의 부름에 오브라이언이 대답하며 그를 바라봤다.

“당분간 불사조 기사단을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예?”

오브라이언은 물론이고, 막사 안에 모여 있던 모든 이들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모두를 대변하듯 오브라이언이 묻자 위드가 간단하게 대답했다.

“제가 직접 에리카와 함께 효엘트 지방을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이 기회에 가르시아 님을 뵙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위드의 말에 라샤가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리며 에리카를 바라봤다. 그녀가 웃고 있었다. 그리고 음성은 들리지 않게 입모양으로만 말했다.

“고마워요.”

“그렇다면 나도 같이 가!”

라샤의 외침에 위드가 그건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서 아르티엔을 타고 갈 거야. 라샤 너는 갈 수 없어.”

“뭐?!”

단 둘만의 여행!

반드시 막아야만 하는 일이었다.

라샤는 어쩔수 없다는 듯 낮게 이를 갈며 말했다.

“내가 가면 되잖아. 내가 간다고!”

위드의 곁을 떠나기 싫지만 그와 에리카만 다정하게 효엘트 지방으로 떠나게 할 순 없었다.

 

늦은 밤.

에리카는 자신을 찾아온 라샤를 맞이하고 있었다.

“으으으…….”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라샤와 다르게 에리카는 태연하기만 했다.

“내일 일찍 떠나려면 지금이라도 자야죠?”

걱정스럽다 듯 말하는 에리카의 모습에 라샤는 곧바로 코웃음을 쳤다.

“흥!”

“할 말이 있다면 내일 해도 될 것 같은데요?”

졸리다는 듯 하품까지 하는 에리카의 모습에 라샤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내가 그렇게 두려웠어?”

“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에리카에게 라샤는 자신감 가득한 얼굴로 미소까지 지어냈다.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날 지목할 이유가 없잖아?”

“아…….”

알겠다는 듯한 에리카의 얼굴을 보며 라샤가 다시 말했다.

“하긴, 내가 있으면 에리카 네가 조금 힘들기는 하겠지. 아니, 조금이 아니라 아주 많이 힘들겠구나!”

크게 웃음까지 터트리는 라샤의 모습에 에리카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말을 부인하진 않았다.

“맞아요. 라샤 언니를 두고 떠나기엔 불안했어요. 뭐, 사실이니까 인정할게요.”

“그래야겠지!”

네가 인정하지 않으면 어쩌겠냐는 듯한 라샤의 웃음 걸린 얼굴에 에리카는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런데 꼭 지금 가르시아 님께 가야 할 이유라도 있는 거야? 굳이 지금이 아니더라도 괜찮다면 나중에 떠났으면 싶은데?”

에리카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꼭 지금이어야만 해요. 언니도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히면 무엇보다 그것부터 해결해야 하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이런 말은 그렇지만 마법은 검술보다 더 위험해서. 만약, 조금만 잘못된 길로 들어서면 큰 위험에 빠질 수 있거든요.”

에리카가 히덴 가르시아를 찾아가야만 한다는 것에 그 이유가 궁금했던 라샤는 그것이 마법 문제라는 것에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심각한 거야?”

“제 입장에서는 그래요.”

“그러면 언제 돌아오게 될지 모르는 일이잖아?”

“미안해요.”

에리카의 말에 라샤는 당장이라도 울듯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단순하게 효엘트 지방까지 갔다 왔다를 하는 것만으로도 20일이 넘는 시간이 걸리는데 에리카의 마법 문제까지 해결해야 한다면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검술이나 마법이나 어떠한 벽에 부딪히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을 해결하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아주 특별하게 운이 좋으면 그 즉시 해결을 볼 수도 있겠지만 정말로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면 일 년이 넘도록 해결을 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라샤는 불길한 기운이 온 몸을 감싸는 기분이었다.

“서, 설마…… 오래 걸리진 않겠지? 가르시아 님은 대륙에 6명밖에 없는 상급 마법사이시니까 에리카 네 문제를 금방 해결해 주실거야. 그렇지?”

라샤는 에리카의 입에서 ‘그럼요.’ 혹은, ‘그럴 거예요’ 등등의 말을 간절히 원했다. 하지만, 그녀의 바람과 다르게 에리카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스승님께서 제 문제를 쉽게 해결해 주실지는…….”

“…….”

에리카의 말에 라샤는 꿀 먹은 벙어리마냥 아무런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 벌떡 일어났다.

“나 안가!!”

라샤의 외침에 에리카가 담담한 어조로 대꾸했다.

“그럼 위드랑 가죠 뭐.”

“…….”

당장 불이라도 뿜어져 나올 것만 같은 라샤의 눈초리에도 에리카는 태연했다. 결국, 라샤는 힘없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최대한 빨리 해결하도록 해! 한 달을 넘기지 마!”

“저도 노력은 하겠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아요.”

에리카의 대답에 라샤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한 달 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난 혼자서라도 돌아올 거야!”

“언니 마음대로 하세요. 하지만, 만약에 제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때 위드는 아마 언니를 싫어하게 될지도 몰라요.”

“어째서!!”

“그거야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잖아요?”

“이이이…….”

호위를 맡겼으면 그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에리카는 그것을 꼬집어 말한 것이고, 라샤 역시 무슨 뜻인지 잘 알기에 결국 그녀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아아아…….”

깊게 한숨을 내쉬는 라샤의 모습에 에리카는 슬쩍 웃고는 입을 열었다.

“최대한 노력을 할게요.”

“제발 그래줘. 부탁할게.”

문득, 에리카는 어째서 라샤가 이렇게까지 나오는지 궁금했다. 자신 역시도 위드의 곁을 떠나 있는 것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떠나 있는 동안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 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운이 나쁘다면 몇 달을 볼 수 없게 되겠지만 이전에 몇 년을 보지 못했던 것을 떠올리면 충분히 참을 수 있는 일이었다.

에리카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라샤에게 물었다.

“당연한 거잖아!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거라고! 그리고…… 나도 이젠 결혼해야 하는데…….”

얼굴을 붉히는 라샤의 모습에 에리카는 멍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봐야만 했다.

‘결혼이라니…….’

결혼은 혼자 하던가?

위드에게서는 그러한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또, 그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그 첫 번째는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피에나여야만 했다. 그건 에리카 자신 역시도 인정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러한 에리카의 생각을 눈치채고 라샤가 말했다.

“나도 알아. 물론, 위드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그 누구보다 피에나가 먼저겠지. 그래서 더 위드 곁을 떠나 있으면 안 된다는 거야!”

“그게 무슨 말이에요?”

라샤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내가 곁에 있으면서 하루라도 빨리 위드랑 피에나를 결혼시켜야 할 것 아냐. 그래야 그 다음인 내 차례가 오잖아?”

자신이 있어야 결혼을 시킨다는 말보다는 그 다음 차례가 자신임을 너무나 당연시 여기는 라샤의 말에 에리카가 반박했다.

“피에나 다음에 왜 언니죠?”

라샤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건 당연하잖아! 에리카 너, 위드랑 키스 해봤어? 같이 잠 자봤어? 한 이불을 덮고 다정하게 마주보며 달콤한 사랑의 대화를 나눠봤어?”

자랑스럽게 말하는 라샤의 모습에 에리카는 기가 막히다는 듯 소리쳤다.

“거짓말하지 말아요!”

“어머! 거짓말이라니? 나는 있는 사실 그대로를 말했을 뿐이라고. 에리카 너도 분명히 똑똑히 봤잖아? 안 그래?”

당당하게 사실임을 주장하는 라샤의 행동에 에리카는 얼굴까지 붉어져서 반박했다.

“언니가 언제 위드랑 키스를 했어요? 그건 키스가 아니라 엄연히 일방적인 뽀뽀일 뿐이잖아요! 뽀뽀랑 키스는 완전히 다르다고요! 그리고, 같이 잠을 잔 것 역시도 언니가 일방적으로 위드가 잘 때 달라붙었을 뿐이잖아요? 또, 사랑의 대화요? 그게 무슨 사랑의 대화에요! 어떤 연인이 사랑의 대화를 인상 쓰면서 해요!”

에리카의 말에 라샤는 가볍게 혀를 찼다. 그리고는 그래서 너는 안된다는 듯 말했다.

“에리카 네 입장에서는 다 부정하고 싶겠지. 하지만, 그건 엄연히 사랑하는 연인들 사이에서만 볼 수 있는 행동들이라고. 그리고 따지고 보면 위드가 나보다 훨씬 강한데 고작 날 막지 못했을까? 그것만 봐도 위드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다고.”

“그건…… 위드가 워낙 착하니까…….”

“어쨌든! 피에나 다음은 나라는 것만 알고 있으면 돼.”

“절대 인정 못해요!”

“하루라도 빨리 인정해놓는 편이 좋을 텐데?”

“누가 할 소리를!”

라샤와 에리카는 그렇게 한참동안 서로를 노려보다 지쳐 잠이 들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날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나 효엘트 지방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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