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6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9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6화
16화 결단이 필요한 때(2)
지긋지긋한 자식들!
거의 30여 분이나 음담패설을 하다가 무거운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얼마나 노골적으로 상황을 묘사하던지……
사타구니가 묵직해져 버리고 말았다.
나쁜 자식!
이왕 얘기할 거면 끝까지 다 하고 가던가!
결정적인 순간에 딱 끊고 가는 건 대체 무슨 심보야?
아쉬운(?)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척후병 녀석의 얘기가 흥미진진했다. 얘기꾼으로 나서도 굶어 죽지는 않을 것 같은 말솜씨였다.
그렇다고 마저 얘기하라고 붙잡을 순 없잖아?
놈들이 떠나갔다는 건 알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밖의 상황을 알 수 없으니 대기하는 수밖에 없다.
딱히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혹시라도 떠나 간 척하고서 자리를 지키고 있을지 모르니까.
궁금해도 지금은 꾹 참아야 할 때다.
쉬이익!
탁!
그렇게 숨을 죽이며 20분이 넘게 흐르고서야 화살이 날아와 나무에 박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무 위에 몸을 숨긴 아군 경계병이 상황 종료를 화살로 알린 것이다.
화살이 꽂히는 것을 신호 삼아, 참호 밖으로 슬쩍 고개를 내밀었다.
예상대로 주변엔 아무도 없다. 슬그머니 참호 밖으로 빠져나오자, 다른 병사들도 하나둘씩 밖으로 나왔다.
자연스럽게 대열을 만드는 병사들.
가장 뒤에 있던 기사들이 신속하게 나와 가장 앞쪽에 섰다.
젠장!
운도 지지리 없다.
방금 훈련을 마쳤는데 실전 상황에 돌입하다니……
그래도 대략 한 시간을 넘게 쉬었다는 게 다행이다. 비록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쉬었다는 게 아쉬운 감은 있지만.
아련하게 들려오는 소음.
한두 명이 움직여서 일어나는 소리가 아닌 게 확실하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전장에서 갑작스럽게 깨어났을 때와는 다른 느낌의 흥분감이 전신에 휘몰아친다.
가장 선두에 나와서 몸을 돌리고 선 디올커 기사단장.
훈련할 때도 그랬지만, 지금의 모습은 더욱 분위기가 살벌하다.
기회는 단 한 번.
실패한다면 다음은 없다.
실전을 위해서 이제껏 질리도록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한 것이다.
디올커 기사단장이 기사들과 병사들을 훑어보면서 자신의 장비를 매만졌다.
그의 행동이 의미하는 건 한가지.
각자 자신의 장비를 점검하라는 의미다.
조금 전에 훈련을 마쳤기에 장비 상태는 문제없이 착용하고 있다.
두 자루의 단창과 각자의 보조 병기.
그리고 활.
병기를 내주었을 보클란의 구겨진 얼굴을 상상하게 된다. 정말 아낌없이 병사를 무장시켜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거하게 투자해 준 성의를 봐서라도 실패는 용납되지 않는다.
디올커 기사단장이 병사들의 상태를 확인했는지, 고개를 한 차례 끄덕였다.
몸을 돌리고서 힘차게 앞으로 팔을 뻗으며 달리는 디올커 기사단장.
아무런 기합이나 함성조차 없었지만, 기사들과 병사들이 그 뒤를 따라 신속하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실전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조금 전보다 속도가 훨씬 더 빨랐다. 빠르게 뒤로 밀려나는 나무들.
<진격하라!>
<와아아아아!>
제이든 영지 소속 병사의 것이 분명한 진격의 함성이 점차 선명하게 들려온다.
목표로 했던 절벽 사이의 대로에 접어든 것이 분명하다. 이동해 오는 속도가 빠르지 않은 게 분명하다. 놈들이 함성을 지르고 있으나 소리의 크기가 높아지지 않는다.
척후병이 수색을 게을리 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척후병을 운용하는 시기가 적절했음을 알 수 있다. 척후병이 돌아가고 난 뒤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테일 산맥의 대로에 제이든 영지병이 진입했으니까 말이다.
사사삭! 사사사삭!
다리를 최소한의 높이로 들어서 뛰어가는 방식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혹시라도 적이 눈치챌까 봐서 채택한 달리기 방법이다.
상체는 최대한 숙여서 노출의 위험을 줄였다. 단창과 같은 주 무기와 보조 병기 또한 손으로 잡아서 소리가 발생하지 않게 신경 썼다. 끈으로 묶어서 몸에 최대한 밀착시켰음에도 말이다.
“허억, 헉…….”
마침내 목표로 한 지점에 도착한 나와 다른 병사들은 숨을 헐떡였다.
그러나 쉴 수 없다.
재빨리 삽을 뽑아서 칼로 ‘X’자 표시를 해둔 나무 근처에 다가가 땅을 파기 시작했다.
신속하게 땅을 팠으나 서두르지는 않는다. 혹시라도 땅에 파묻힌 상자와 삽자루가 부닥치면서 큰 소리가 날 위험성도 있으니까.
이러려고 열심히 삽질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삽질에 관해서는 내가 최고라서 이 임무가 떨어진 것이다.
젠장!
척후병 놈들이 그렇게 설렁설렁 보고 갈 줄 알았으면 얕게 묻어 두는 건데, 씨앙!
마침내 상자의 뚜껑이 나타났다.
서둘러 흙을 걷어 내고 뚜껑을 열었다.
자기 재질로 이루어진 항아리가 가득 들어 있다. 모두 기름이 들어 있는 항아리들이다.
항아리를 꺼내어 대기 중인 병사들에게 골고루 나눠 주었다. 공성 병기를 무력화할 무기다.
다 나눠 주고서 마지막 항아리는 위에 씌워진 가죽 뚜껑을 벗겨냈다.
시커먼 기름이 모습을 드러냈다.
항아리를 지급 받지 않은 병사들이 다가와 천을 감은 화살촉을 적셔댄다.
이제껏 훈련했던 대로 신속하게 그리고 차근차근 일련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기사들 또한 각자 롱소드를 쥐고서 납작 엎드려 있다. 저들의 임무는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일이다. 가장 위험한 일을 할 사람들이다.
<오늘로서 레이놀드 영지는 우리의 것이다!>
<우리의 것이다! 가자! 가자아!>
절벽 아래에서 이제는 제법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온다.
슬슬 싸울 시간이 다가올 모양이다.
입안이 바싹 마르는 기분이다. 기습에 성공한다면 레이놀드 영지가 승리할 확률이 대폭 상승한다.
승리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지지는 않게 될 것이다. 어쩌면 여세를 몰아 제이든 영지를 도모할지도 모를 일이다.
“……!”
납작 엎드린 디올커 기사단장이 손바닥을 뒤로 내보였다.
대기하라는 의미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빈센트에게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불을 준비하라는 뜻이 맞을 것이다.
빈센트는 이제껏 허리춤에 지니고 있던 작은 통을 꺼냈다. 그 안에는 새끼손가락 굵기의 밧줄이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불씨가 오래가도록 처리한 밧줄인 듯 싶었다. 그는 주변에 흩어진 마른 풀들을 모아, 밧줄과 같은 것을 대고서 입김을 살살 불었다.
작은 연기와 함께 불이 생겨나자, 내가 마개를 뜯어 놓은 항아리에 불붙은 나뭇가지 하나를 가져다 대었다.
시커먼 기름에 불길이 일어났다.
“……!”
때를 같이해 디올커 기사단장이 손짓으로 명령을 내렸다.
그의 손짓에 병사들이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신속하게 움직였다.
기름 먹인 천을 감은 화살에 불을 붙이는 병사들.
그리고 몇 명의 병사들은 절벽 근처로 다가가 아름드리나무에 한 명씩 섰다.
명령에 따라 나도 불붙은 항아리를 들고서 절벽 근처로 이동했다.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바퀴가 달린 이상하게 생긴 물건이 네 개나 된다. 저게 트레뷔셰라는 물건인가?
아니, 뭔가 다르다.
영화 같은 데서 보면 트레뷔셰라는 건 엄청나게 컸다. 그에 반해 말이 끌고 오는 건 크기가 작다.
아마도 캐터펄트라는 게 저걸 말하는 모양이다.
위력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굳이 궁금하지는 않다.
우리가 불태워 버릴 거니까.
고개를 돌려 우리 병사들을 다시금 둘러보았다. 혹시라도 적의 숫자에 겁을 먹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서다.
항아리를 든 병사들이 긴장한 듯 혀로 입술을 축여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제이든 영주님께 영광을!”
[영광을!]
드드드드……
적 병사들의 음성이 또렷하게 들린다.
나와 병사들의 눈이 디올커 기사단장을 향했다. 그의 명령을 기다리기 위함이다.
긴장감에 목이 바싹 마르는 기분이다.
슬그머니 들리는 디올커 기사단장의 손.
활짝 펴진 상태다.
아직 공격하지 말라는 의미가 배어 나오는 손동작.
디올커 기사단장의 손가락이 가늘게 떨리는 게 눈에 보였다. 이제 곧 공격 명령이 떨어질 거라는 예고와 같은 움직임이라고 보면 맞겠다.
이제 곧 영지를 그리고 나를 위협하는 적을 공격한다는 생각에 흥분감이 일어난다.
마침내 디올커 기사단장의 손바닥이 주먹으로 바뀐다.
콰득!
소리라곤 전혀 없었지만, 환청처럼 나의 귀에는 주먹 쥐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최면이라도 걸린 듯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병사들.
불붙은 화살을 시위에 건 채로 일어나는 또 다른 병사들.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다.
뜨겁지 않게 불붙은 항아리의 밑부분을 받치고 일어났다.
1중대 병사들이 손에 쥔 항아리를 일제히 던졌다. 그 흔한 기합조차 없다.
슈슈슉! 슈슉!
기름이 가득 든 항아리가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갔다.
나는 다른 병사들보다 한 박자 늦게 불붙은 기름 항아리를 던졌다.
항아리에서 기름이 흘러나오면서 불꽃이 퍼져 나간다. 그것은 마치 전설에 등장하는 불꽃의 새가 날개를 활짝 펼치는 듯한 모습과도 같았다.
퍼버버벅! 퍼버벅!
항아리가 캐터펄트와 각종 공성 병기에 부닥쳐 깨졌다.
그 검은 기름 위에 착지하듯 내려앉는 불꽃을 담은 항아리.
거기에 더해 불붙은 화살이 기름을 덮어쓴 공성 병기에 틀어박혔다.
“적이다!”
“불! 불을 꺼라! 공성 병기를 보호하라!”
“적을 공격하라!”
난데없는 공격에 제이든 영지병이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우리의 위치는 놈들이 어찌할 수 없는 곳에 있다. 거기에 더해 우리는 두 번째 공격을 시도하는 중이다.
“차앗!”
“이야압!”
쿵! 쿠궁! 쿵!
가까운 곳에서 묵직한 충돌음이 연속으로 튀어나왔다.
절벽 방향으로 미리 손을 써둔 아름드리나무에 끼워둔 고임목을 둔기로 후려치는 소리다.
나무의 무게가 무거워서 단박에 고임목이 빠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병사들은 필사적으로 고임목을 후려쳤다.
콰드드득! 꽈득! 콰드득!
“우와아악! 피, 피해에!”
“적을 공격하라! 활을 쏘란 말이다!”
“나무가 떨어진다!”
공격을 명령하는 기사보다 경악에 물든 병사들의 비명이 훨씬 더 컸다.
쿠구궁! 쿠궁!
열댓 그루의 거대한 나무가 절벽 아래로 떨어져 기사들과 병사들 사이를 가로막았다.
운이 없는 병사들은 나무에 깔려 죽었으며, 공성 병기가 거대한 나무에 깔려 불이 붙은 채 파괴되었다.
아군 병사들은 자신의 임무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것에 기뻐할 틈이 없었다.
재빨리 몸을 돌려 뒤로 물러났다.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서 아무렇게나 바닥에 깔아 놓은 바위를 집어 들기 위함이다.
“레이놀드 기사단은 나를 따르라!”
디올커 기사단장이 으르렁거리듯이 나직한 음성으로 명령을 내렸다.
자신들이 기사단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대로 절벽에 몸을 날리는 디올커 기사단장과 기사들이었다.
일부러 다른 절벽보다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곳에 자리 잡은 이유가 금세 드러났다.
달리는 듯 미끄러지면서 절벽 밑으로 내려가는 기사들.
거대한 나무 때문에 병사들과 격리된 기사들을 공격하려고 과감하게 행동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와 1중대는 맡은 바 작업에 충실할 뿐이다. 흩어진 바위들을 주워와 밑으로 집어 던졌다.
바위에 맞아도 좋고 맞지 않아도 좋다.
놈들에게 공포심을 심어 주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다.
꺼지지 않는 불과 바위 세례에 혼비백산한 제이든 영지의 병사들은 오합지졸로 변했다.
“화살을 준비하라!”
뒤이어 들려온 빈센트의 명령.
기사단이 빠져나간 이상, 병사들의 지휘는 그의 몫이다.
항아리와 바위를 던지던 1중대의 병사들이 활에 화살을 재어 절벽 밑으로 겨누었다.
상대편도 화살을 쏘아 올리긴 하지만, 중구난방으로 날아오는 화살 따위에 겁먹을 1중대의 병사들이 아니다.
“쏴라!”
빈센트의 명령에 병사들은 일제히 시위를 놓았다.
아래로 향하는 화살은 중력의 힘까지 받아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제이든 영지의 병사들이 화살에 맞아 처참한 비명을 질러 댄다.
잔인한 광경이 분명하다.
그러나 한가하게 저들이 불쌍하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는다.
적이니까.
나의 생명을 위협하니까.
그러니까 너희가 죽는 거다!
살아남는 놈은 다시 무기를 들고서 적이 되어 우리 앞에 나올 것이다.
너희가 죽어야 하는 이유다!
전의를 상실해 가는 적병의 모습이 느껴졌지만, 화살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화살을 쏘는 게 익숙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다.
마지막 화살을 시위에 거는 순간,
“빈센트 님! 기사들이 위험합니다!”
쓰바……
어쩐지 뭔가 일이 쉽게 풀린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