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3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3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3화
13화 투철한 군인 정신(2)
들이마시는 호흡에 외부의 기운을 끌어오고 내보내는 호흡에 혼탁한 기운을 뱉어낸다.
이제는 내 개인 공간처럼 되어 버린 레이놀드 성의 베스티언(Bastion)에서 내공을 수련하는 중이다.
내공을 수련하면서 활발해진 신진대사 덕분에 망가진 근육이 빠르게 회복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깨알만하던 단전이 이제는 그래도 쌀알 정도의 크기가 된 느낌이다.
아직 무공을 발휘할 정도의 수준에 이르지는 않았다. 무림보다 마나의 농도가 짙은 곳이긴 하다. 그럼에도 성장이 느린 건 이유가 있다.
불순한 기운 역시 풍부하기에 걸러내는데 투자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거기에 더해서 육포와 같은 가공식품을 섭취하면서 몸에 탁기가 쌓인다.
조금 더 성취가 높아지면 해결될 문제이기는 하다.
비유하자면,
현재의 내공 수준으로 탁기를 정화하는 건, 면봉으로 방바닥을 물걸레질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보면 맞겠다.
내공이 일정 수준에 오르면 탁기를 제거하는 일련의 과정이 단축될 터.
지금은 이것으로 만족하는 수밖에 없다.
나쁜 상황은 아니다.
이전의 무림 세상에서는 단전을 형성하는 것만 1년이 걸렸을 정도였다.
현재의 수련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다고 보는 게 맞다.
단지 성에 안 차서 문제일 뿐이지만.
중요 부위(?)의 건강을 되찾은 건 좋은데 백 년 내공을 쌓고 있다가 없어지니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원래 사람의 욕심이라는 게 끝이 없는 거잖아?
“후우우…….”
길게 숨을 내쉬면서 수련을 마무리했다.
체감할 순 없지만, 어쨌든 어제보다는 분명 내공이 더 늘었을 거다.
가뿐해진 몸으로 진룡권법을 1초식부터 9초식까지 점검해 보았다.
내공이 부족해 위력을 발휘할 순 없다는 건 안다. 그러나 내공의 힘으로 신체의 유연성이 좋아져 일부 초식은 사용할 수 있을 듯싶다.
오직 위력적인 타격에만 초점을 둔 권법이다.
특히 육체 능력으로 상대에게 타격을 주는 발경(發勁)과 같은 수법이 결정타가 부족한 나에게 안성맞춤이다.
익숙해진다면 상대와 나의 주먹에 약간의 공간만 있어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게 될 거다.
물론 숙달한다는 가정하에 그렇다는 얘기다.
후진 몸뚱이라서 그런지 성취감만큼은 충실하게 느낄 수 있다는 건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할까?
“후우우우!”
한차례 수련을 마치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베스티언에 뚫린 공간으로 영지 밖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적에게 화살을 쏘기 위해서 만들어 둔 공간이라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마을의 풍경도 제법 운치 있다.
저녁을 준비하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에서 평화로운 시골 마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는 듯하다.
이런 곳이 전쟁에 휩쓸리면 어떤 모습이 될지 잘 상상이 되질 않는다.
하여간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제이든 남작이라는 사람은 상당한 재력가라고 들었는데, 왜 레이놀드 영지까지 넘보는 건지……
있는 놈들이 더 하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모양이다.
망할!
전쟁이 벌어지기 전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좋겠는데, 바란다고 해서 이루어질 일도 아닌 상황.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준비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겠다.
이젠 싸울 만한 최소한의 몸을 완성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
여느 때와 똑같은 아침.
그리고 여느 때와 똑같이 영주 집무실에는 레이놀드 남작과 가신들이 회의를 위해서 모여 있었다.
“제이든 남작이 영지전을 선포했소.”
영주 집무실이 무너지지나 않을까 걱정될 만큼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레이놀드 남작이 말했다.
“결국은…….”
바레이가 차마 뒷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영지전이 확실시되었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그렇지만 막상 현실이 되고 보니 머리가 복잡해지는 걸 어쩔 수 없었다.
“체인드 경!”
“네! 영주님! 제이든 남작은 기사 전력 30명과 400명의 병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50~100명 사이의 용병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근거는 무엇입니까.”
“제이든 영지의 용병 길드가 당분간 의뢰를 받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제이든 영지에서 활동하는 용병의 숫자는 대략 30명입니다.”
기사단장인 디올커가 딱딱한 어조로 보고서를 읽어 내려갔다.
그러자 레이놀드 남작이 고개를 갸웃했다. 제이든 영지의 용병 숫자가 맞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숫자가 맞지 않는 듯 합니다만?”
“우리 레이놀드에서 생활하던 용병들이 모두 제이든 영지로 넘어갔습니다. 물론 레이놀드 용병지부를 버려둔 채로 말입니다.”
“비열한 것들…….”
빠드득!
두 사람의 얘기를 듣던 바레이가 분노해 이를 갈았다.
이제껏 자신의 영지에서 생활하던 용병들이 한꺼번에 등을 돌릴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내 온 정을 봐서라도 최소한 제이든 남작의 편에 서지는 않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영지전 소식을 접하기가 무섭게 레이놀드 영지를 떠날 줄이야……
“바레이 서기관, 화낼 일이 아닙니다. 용병들이야 원래 그런 존재들이 아닙니까. 화내기보다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레이놀드 남작은 바레이를 진정시켰다.
물론 차분하게 말하는 그의 얼굴도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화가 났지만 애써 냉정함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영주님께서도 심기가 좋지 않으실 텐데 내가 너무 흥분했구나.’
바레이가 애써 분노를 삼키고 침착함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화가 날 사람은 레이놀드 남작일 거라는 걸 새삼 깨달은 것이다.
“죄송합니다. 영주님.”
“괜찮습니다. 화를 내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다만 지금은 대책을 세울 때입니다. 그런 다음에 화를 내도 늦지 않습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제이든 영지가 언제 출병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아! 미안합니다. 제가 그 얘기를 빼먹고 있었군요. 일주일 뒤에 영지전을 벌이겠다고 적혀 있습니다.”
레이놀드 남작은 자신 또한 흥분했다는 것을 깨닫고 겸연쩍은 얼굴로 대답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제이든 남작이 욕심 많은 인물이기는 해도 감히 제국의 법령을 어길 담력은 없을 겁니다. 약속은 지킬 겁니다.”
“공성 병기를 제작하느라 시간이 필요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습니다.”
“으음…….”
바레이가 침음성을 흘렸다.
공성 병기는 기술자를 데리고 출병하여 현지에서 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제이든 영지와 레이놀드 영지는 약간의 무리를 한다면 하루 정도 행군하면 도착할 거리.
그러니 애초에 공성 병기를 제작해서 출병할 속셈인 듯했다. 공성 병기와 같이 커다란 물건을 만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사실이니까.
제이든 영지가 얼마나 레이놀드 영지를 탐내는지 이것으로 확실하게 되었다. 아니, 말도 안 될 이유로 무리하게 영지전을 신청한 것에서부터 훤히 드러난 사실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모르기는 해도 윗선에 엄청난 뒷돈을 먹였을 거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번 영지전이 승인된 것으로 보아, 강경파에서 제이든 남작을 밀어줄 생각인 듯 보입니다. 우리가 살아남는 방법은 오직 승리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레이놀드 남작이 착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억지에 가까운 이유를 들어 신청한 영지전이다. 그런데도 제국에서 영지전을 인정했다는 건 의미하는 바가 크다.
제국 내에서 강경파의 입지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었다.
온건파에 속하는 레이놀드 영지에 대한 공격을 허락할 정도면 말이다.
“영주님, 제가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오! 체인드 경! 기탄없이 의견을 내놓아주시길 바랍니다.”
레이놀드 남작이 기꺼운 얼굴로 말했다.
기사단장인 ‘디올커 체인드’가 이번 영지전의 핵심이다. 그런 인물이 의견을 내겠다고 하니 기대감이 생기는 건 당연한 노릇이었다.
“적의 공성 병기를 파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공성 병기가 망가진다면 제이든 남작이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입니다.”
디올커가 레이놀드 남작과 나머지 가신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체인드 경은 혹시… 제이든 영지군을 요격할 생각이신 겁니까?”
레이놀드 남작은 그의 의견을 듣기가 무섭게 질문을 던졌다.
영지에 도착한 다음에 공성 병기를 파괴하는 건 위험부담이 크다.
공성전에 돌입한 상태에서 적의 공성 병기를 파괴하려면 레이놀드 성의 전 병력이 투입되어야 가능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레이놀드 남작은 디올커가 내놓은 의견이 요격을 말하는 거라고 결론지었다.
“맞습니다. 우리 레이놀드의 병력이 열세인 만큼, 요격으로 적의 수를 줄여 놓는 편이 좋습니다.”
“하지만 기습은 영지전을 벌이는 상황에선 좀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제이든 기사단의 항의가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 전쟁에서 승리하면 됩니다.”
“…….”
깔끔하게 결론을 내리는 디올커의 말에 레이놀드 남작은 일순간 할 말을 잃었다.
“어차피 이번 전쟁에 패하면 끝입니다. 기사도를 지키면서 싸워 이길 상대가 아닙니다. 기사도는 잠시 내려놓을 작정입니다.”
디올커가 정색하면서 의지를 불태웠다.
영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기사도를 운운하는 건 사치에 불과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지킬 영주가 지켜야 할 영지가 있어야 기사도 존재하는 법이니까.
“요격에 성공하면 상대는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타격을 받을 겁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저들은 괴로운 공성전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체인드 경의 결단에 본 영주는 감동하였습니다. 제가 힘이 닿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뒤는 걱정하지 마시고 승리를 안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레이놀드 남작은 자신의 기사가 각오를 다지는 모습에 감동하고 말았다.
자신을 위해서,
영지를 위해서 기사의 자부심을 꺾겠다는 거였으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 다들 체인드 경의 각오를 들으셨을 겁니다. 우리 모두 합심하여 이번 위기를 극복해 나가봅시다!”
[영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실 겁니다.]
가신들이 화답하듯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급작스럽게 상황이 벌어질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집합장에서 아침 인원 점검을 하려고 모였다가, 은빛으로 번쩍이는 완전무장한 기사의 등장해 상황이 돌변했다. 그러고는 완전 군장을 하라는 명령을 받고서 곧바로 행군을 시작했다.
무려 5시간을 강행군해서야 목적지점에 도착했을 정도로 상당한 거리를 이동해야만 했다.
테일(Tail) 산맥이라는 곳이다.
산맥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을 만한 지형은 아니다.
야트막한 산이 길게 늘어져 있어 그런 이름이 붙은 모양이다. 그게 아니라면 일종의 애칭일 수도 있겠고.
테일 산맥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레이놀드 영지와 가까운 쪽의 키가 높은 나무를 반쯤 베어 놓는 일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으로 일이 진행되는 기분이다. 중세의 전투라고 하면 기사단과 기사단이 무식하게 돌진하는 그런 걸 생각했다.
실제로 처음 이 세상에서 깨어났을 때, 적병과 무식하게 치고받는 싸움을 했으니까 말이다.
오늘 하루를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뺑이 쳤다’라는 말로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겠다.
아직 저녁을 먹기엔 이른 시간.
남는 시간을 이용해서 병사들은 쉴 곳을 만드는 중이다. 앞으로 5일은 이곳에서 생활해야 하기에 임시지만 잠자리는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이 자식들……
야전의 기본이 안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