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1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9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1화
11화 생존을 위한 방법(3)
뿌우우우! 뿌우!
잠결에 들려온 기상나팔소리.
몽롱하던 정신이 각성제라도 맞은 것처럼 꿈속에서 대번에 현실로 끌려 나오는 느낌이다.
“기상! 기상하라!”
불침번을 서던 선임병이 막사의 문을 열고 들어와 고함을 질러 댄다.
“웃차!”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담요를 개고서 군복으로 갈아입었다.
여기까지는 얼마 전과 똑같은 일상이다. 그러나 오늘부터는 좀 다르다.
검대를 허리에 두르고 롱소드를 고리에 걸었다. 그리고 단창을 챙겼다.
“제기랄! 아침부터 이게 뭔 지랄이야.”
“그러게? 인원 점검만 하면 됐지. 갑자기 훈련은 무슨…….”
선임병들이 툴툴거리면서 무기를 챙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반갑다.
근력 훈련도 중요하지만, 실전에서 사용하는 기술을 수련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니까.
하루의 대부분을 삽질과 곡괭이질로만 사용하는 건 좀 아깝잖아?
내공 수련 시간이 부족해서 와공(臥功 : 누워서 내공을 모으는 수련)으로 보충할 정도니까.
“나가자!”
언제나처럼 병사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고함을 지르는 빈센트.
“우리가 레이놀드 최강 병사다!”
곧바로 크게 소리쳤다.
이곳 세상에서 며칠 생활했다고 이 촌스러운 구호가 이제는 입에 쩍 달라붙는다.
빈센트의 뒤를 쫓아 집합장에 도착해, 오와 열을 맞추고 서서 인원점검을 확인했다.
원래라면 이러고 바로 해산이다. 하지만 빈센트가 목을 가다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신병 투입으로 인한 전체 훈련 명령이 하달되었다. 오전에는 전체 훈련을 실시하고 오후에는 해자 작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집합장이 협소한 관계로 훈련은 성 밖에서 실시한다. 우측부터 뛰어 갓!”
[옛!]
불만은 있을망정 병사들은 빈센트의 명령에 즉각 반응했다.
기본 무장인 단창과 각자의 보조 병기를 휴대하고 달려가는 병사들의 모습은 제법 위압적으로 보인다.
우리가 향하는 곳은 성 뒤편의 넓은 평야.
빈센트의 말대로 성내에 마련된 집합장은 너무 좁다. 그래서 훈련은 꿈도 꿀 수 없다. 개인 수련장으로는 적합하지만 말이다.
무기를 절그럭거리면서 도착한 성 뒤편의 평야는 ‘광활하다’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게 한다.
그나저나 풀이 너무 무성한데 이런 곳에서 훈련이…
“먼저 도착한 병사부터 풀베기 작업에 들어간다. 실시!”
[실시!]
…가능했던 거였다.
창부터 바닥에 내려놓고 허리춤의 롱소드를 뽑았다.
풀을 벨 수 있는 건 날붙이 병기를 가진 병사들의 몫이다.
두 자루의 쇠몽둥이를 보조무기로 사용하는 리올트나, 보조무기로 활을 사용하는 그레골은 열외다.
짧은 창날로 풀을 베는 건 어리석은 짓이니까.
풀을 베는 작업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보조무기를 소지한 선임병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으니까.
나름 훈련하기 좋은 넓은 공간이 금세 만들어졌다.
“정렬하라! 언제까지 풀만 베고 있을 셈인가! 정렬하라!”
굵직한 음성이 고막을 괴롭힌다.
빈센트의 음성이 아니라, 2중대장인 맥스의 음성이었다.
기본 무장인 단창을 지닌 건 같지만, 그의 보조무기는 워해머다. 단창보다 몇 배나 무겁고 파괴적인 병기.
그런 걸 사용하는 인간의 몸집이 평범하길 바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리올트보다 조금 더 큰 키에 온몸이 근육으로 뒤덮여 있다. 어지간한 기사와 싸워도 지지 않을 거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
그럼에도 2중대장을 맡은 건 빈센트에게 패했기 때문이다.
결론은…
어쨌든 괴물이라는 얘기다.
지금의 나에게는 말이다.
풀을 베던 작업을 관두고 단창을 놓아두었던 곳으로 이동했다.
선임병들이 풀을 베는 사이, 보조 무기가 없거나 이제 갓 들어온 신병들은 베어 놓은 풀을 치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계속 왔다 갔다 해야 하기에 어쩌면 저 일이 더 성가신 작업일 듯싶다. 물론 짬밥이 풍부하신 그레골이나 리올트 같은 선임병들은 한가롭게 몸이나 풀고 있었지만.
“서둘러라! 언제까지 뭉개고 있을 셈인가!”
드디어 빈센트의 음성이 들려온다.
훈련을 시작해야 할 시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성에서부터 짐 마차가 느릿하게 이동해 오는 게 보인다. 짐 마차에는 기다란 나무 막대가 가득 실려 있다.
아마도 오늘 훈련에 사용할 물건인 듯 보인다.
“꾸물거리지 말고 훈련 대형으로 정렬해!”
이크!
빈센트 최고 선임병의 음성에 날이 서 있다.
단창의 끝을 하늘로 향하게 쥐고서 빠르게 달렸다. 다른 사람이 창날에 다치는 것을 방비하기 위한 이동 수칙이다.
만약 허술하게 단창을 쥐고서 이동한다면…
“이런 개자식!”
퍼억!
“커헉!”
“이런 빌어먹을 꼬맹이 자식! 그동안 뭘 배웠어? 누가 창을 그따위로 쥐고 다니라고 했나! 싸우기도 전에 아군부터 죽일 셈이냐!”
“죄, 죄송합니다!”
저 앞에서 선임병에게 발로 짓밟히는 신병처럼 험한 꼴을 당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신병 유입 이후 첫 교육이기에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그러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 역시 신병과 다를 것 없는 신세다. 선임병들에 비하면 까마득하게 짬밥이 부족하니까 말이다.
방울 소리가 나도록 뛰어가 오와 열을 맞춰 섰다. 평소 집합장에서 정렬하는 방식이 아니라 훈련 대형으로 섰다.
훈련 대형이라는 건 단창의 길이보다 1.5배 정도 거리를 벌리고 서는 걸 의미한다.
기본 창술을 수련해야 하기에 다른 사람이 다치지 않게 하려는 의도다.
몇 명의 신병이 더 곡소리가 나게 두들겨 맞고서야 훈련대형이 완성되었다.
“이제부터 제국 기본 창술을 실시한다. 신병들도 충분히 배웠을 것으로 믿는다. 설마 그걸 까먹은 띨방한 놈들은 없겠지? 나의 구령에 맞춰 훈련에 돌입한다. 구호는 ‘박살!’이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빈센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병사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거리를 벌린 탓에 그의 목소리가 작게 들린다. 그렇지만 못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다.
그의 주위에는 2중대장을 비롯해 나름 짬밥 좀 먹었다 하는 선임병들 대여섯 명이 늘어서 있다.
한국의 군대로 따지면 일종의 조교 역할을 하려는 모양이다. 물론 자세가 잘못된 병사를 두들겨 패기 위한 목적이 더 클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제국 창술 준비!”
[박살!]
빈센트의 구령에 맞춰 대열을 갖춘 병사들이 크게 소리치고 자세를 잡았다.
물론 나 역시 ‘제국 기본 창술’의 자세로 섰다.
딱히 자세라고 할 것도 없다.
창대 끝에 한 뼘 정도 여유를 두고서 오른손으로 쥐고 왼손으로 창대 중앙을 잡고서 전방을 겨누는 게 전부니까.
“하나!”
[박살!]
빈센트의 구령에 왼발을 반 보정도 앞으로 뻗으면서 창을 쭉 뻗었다.
“대기!”
[박살!]
빈센트의 명령에 병사들이 크게 소리쳤다.
그의 구령에 대꾸할 수 있는 건 오직 ‘박살’뿐.
대기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이제껏 앞쪽에 서 있던 선임병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건들거리지!”
“박살!”
“다리에 힘이 빠졌잖아! 똑바로 못하나!”
“박살!”
“창끝이 흔들린다! 수전증 있나!”
“박살!”
선임병들이 병사들의 자세를 지적하면서 돌아다닌다.
내가 선 줄의 담당 선임병은 그레골.
어째 불안하다.
아무리 뒤끝 없는 척해도 내가 저 인간의 어금니를 해먹었다. 감정의 찌꺼기가 남지 않을 수 없을 터.
그래서 더 바짝 긴장해서 찌르던 자세를 유지했다.
“왜 이렇게 비실거려? 그래서 적이 죽겠냐! 똑바로 안 하지?”
“박살!”
바로 나의 앞쪽에 선 병사를 주먹으로 후려치면서 고통을 선사하는 그레골.
그래, 동요하지 말자!
나름 최선을 다해서 육체의 단련을 해왔다. 앞으로도 계속 단련을 멈추지 않을 테고 말이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강하다!
내 앞의 병사가 몇 번이나 비틀거리는 것을 보면서 이를 악물었다.
마침내 자세 교정을 끝내고 나에게 다가오는 그레골.
“눈깔 굴리지!”
“박살!”
재빨리 시선을 창 끝에 고정하고 크게 소리쳤다.
“좋은 자세다!”
“박살!”
한 대 얻어맞을 각오를 하면서 대답했는데 그레골이 스윽 지나쳐 간다.
응?
그냥 가?
진짜 뒤끝 없는 인간이었어?
하긴 내가 자세 하나는 또 끝내준다. 무려 60년을 수련으로 보내온 나니까.
이런 초보적인 찌르기 자세는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잘해낸다. 근력도 어느 정도 붙은 상황이라서 창끝도 흔들리지 않는다.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그레골의 눈에 나의 자세가 흠잡을 곳이 없게 보였으면 일단은 성공한 셈이다.
“바로!”
[박살!]
“둘!”
[박살!]
빈센트의 외침이 연달아 들려왔다.
와 나!
저 인간 그렇게 안 봤는데 무지하게 잔인하다.
바로 자세를 하기가 무섭게 두 번째 자세를 시킨다. 쉴 틈 따윈 주지 않겠다는 얘기다.
제국 기본 창술의 두 번째 동작은 창대 끝으로 가상의 적을 올려 친 다음에 창날을 수평으로 휘둘러 베는 동작이다.
“둘!”
[박살!]
연속 동작이어서인지, 빈센트가 다시 소리친다.
기본자세로 전환하는 ‘바로’ 구령을 과감하게 생략한 얍삽한 명령.
그럼에도 병사들은 당황하지 않고 연속으로 두 번째 동작을 해냈다.
물론,
“정신 안 차리지!”
“박살!”
“춤 추냐? 놀러 왔어?”
“바, 박살!”
이제 겨우 군 생활을 시작한 신병들은 버벅거릴 수밖에 없었다.
일부러 신병들이 실수하길 바란 게 틀림없다.
나야 뭐… 윌슨의 기억으로 제국 기본 창술과 선임병들이 어떤 식으로 신병을 길들이는지 알기에 속지 않았다.
“둘!”
[박살!]
이어지는 빈센트의 새로운 구령에 병사들이 악을 썼다.
당연하게도 신병들을 타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은근히 살 떨린다.
정작 맞아보면 별것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은근히 긴장되는 걸 막을 수 없다.
“셋!”
[박살!]
체중을 지탱하던 오른발을 먼저 움직여 땅을 밟고 왼발을 멀리 내디디면서 힘차게 창을 뻗었다.
이 동작이 바로 ‘제국 기본 창술’의 세 번째 동작이자 마지막 동작이다.
세 가지 동작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창술.
병사들이 복잡한 명령을 이해하지 못할까 봐서 탄생한 창술이다.
사방에서 곡소리가 난다.
세 번째 동작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신병들에 대한 구타가 자행되고 있는 거였다.
모든 동작은 거리가 생명이다. 전체 병사가 한 몸처럼 움직여야 의미가 있다.
제멋대로 앞서나가면 대열이 망가진다. 그래서 동작마다 전체 병사가 하나처럼 움직여야 한다.
그것이 제국 창술이 추구하는 바였고, 선임병들이 신병들을 두들겨 패는 이유다.
“바로! 창술 훈련을 끝내기로 한다! 아침 식사 후 장창 집단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니 이탈하는 일이 없도록!”
[박살!]
대답하는 병사들의 목소리가 이제는 거의 악에 받쳐 괴성을 지르는 수준으로 바뀌어 있다.
“헉, 헉…….”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체력 단련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해산!”
“박사알!”
하지만 힘차게 대답하면서 달렸다.
가장 먼저 배식을 받으려면 뛰어야 한다.
조교 역할을 하던 선임병들은 벌써 두 명의 중대장 몫까지 배식을 받아 걸어가는 상황.
필사적으로 뛰어가 마침내 간이 배식대 앞에 설 수 있었다.
“휘유! 먼지 나잖아!”
배식을 담당하는 마일런이 빵과 물이 담긴 작은 가죽 주머니를 내밀면서 투덜거렸다.
“헉, 헉… 죄송합니다.”
꾸벅 사과부터 하고 빵과 물을 받았다.
내 뒤로 병사들이 우르르 달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으적!
거무튀튀한 빵을 씹었다.
역시나 맛이 없다.
그럼에도 기를 쓰고 가장 먼저 빵을 받으러 온 것은 기다리는 게 싫어서다.
군복 주머니에서 육포를 꺼내 빵과 함께 먹었다. 최대한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는 게 효율적인 영양분 흡수에 도움이 된다.
빨리 받아서 천천히 먹기 위해서 기를 쓰고 달려와 음식을 받은 거다.
짬밥이 높아지면 얘기는 좀 달라지겠지만, 현재로썬 이 방법밖에 없다.
아무렇게나 철푸덕 자리를 잡고 앉아 음식을 먹으면서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었다.
주어진 물을 모두 마시고 마일런에게 가죽 주머니를 돌려주었다.
“잘 먹었습니다!”
정신없이 바쁜 터라 마일런이 받아 주지도 않는 인사를 해 주고는, 허리춤의 검대에 매달린 롱소드를 손에 쥐었다.
철컥!
남들이 식사하는 사이에 무공을 점검할 시간이다.
강해지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노력하는 것만이 최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