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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7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5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7화

7화 노가다의 진수를 보여 주마(1)

 

 

 

 

 

성 내부의 집합장에 지난 전투에서 살아남은 병사들이 전원 집합했다.

앞에는 언제나 처럼 빈센트가 병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병기 대신에 삽이 들려 있다는 게 평상시와 다른 점이었다.

 

“오늘부터 성 주변에 해자를 파내는 작업을 할 것이다. 알겠나!”

 

[예!]

 

빈센트의 말을 들은 병사들이 일제히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막일해 본 적이 없다는 건 안다. 하지만 지금은 영지민에게만 일을 맡길 수 없는 상황이다. 영지전이 코앞이니 우리도 발 벗고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불만을 품지 않도록!”

 

[예! 알겠습니다.]

 

대답은 칼같이 했으나 병사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귀찮아하는 기색이 가득하다.

 

“어째 군대는 여기나 거기나 다 똑같네…….”

 

손에 쥔 삽을 내려다보고서 입맛을 다셨다.

한국의 군대에 있을 때도 총보다 삽을 들었던 시간이 더 많았다는 게 떠오른다.

총은 녹슬고 삽은 빛난다고 우스갯소리로 툴툴거리던 기억이 떠오른다.

원래는 헌병대에 배속되었다가 대형 사고를 터트리는 바람에, 병장 때 공병대에 전출되었던 입맛 더러운 기억 말이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심하긴 심했다.

음주 단속을 나가서 술을 퍼마셨으니 할 말이 없긴 하다. 그러나 같이 근무 나간 소대장이 꼬셔서 마셨을 뿐이다.

그랬는데 소대장은 놔두고 나만 군기 교육장에 보내는 건 대체……

쫄다구 녀석한테 군기 교육을 받는데 정말 쪽 팔려 죽는 줄 알았다.

그래서,

군기 교육이 끝나고 순찰 근무에 나갔다가 홧김에 지나가던 소위 놈을 두들겨 패버렸다. 장교들한테 쌓였던 짜증을 엉뚱한 놈한테 풀어 버린 거라고나 할까?

그 사건으로 공병대에 전출되어 아주 죽을 똥을 쌌다. 전직 헌병이라는 이유로 얼마나 갈굼을 당했던지……

아무튼, 그때 질리도록 삽질을 해댄 것 같다. 제대하고서도 노가다 현장에서 삽질 잘한다고 칭찬을 받았을 정도니까.

삽질이라면 자신 있는 종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동네 삽은 뭔가 좀 묘하다.

손잡이가 없다?

삽날에 자루만 길게 달렸다.

이런 삽은 불편한데?

삽질이 제대로 되려나 모르겠다.

 

“자! 가장 왼쪽 줄부터 성 밖으로 나간다!”

 

묘하게 생긴 삽자루를 놓고 고민하는 사이, 빈센트가 명령을 내렸다.

나는 동료들이 밖으로 나가는 줄에서 빠져나왔다.

 

“윌슨! 넌 왜 안 나가는 거냐!”

 

그러자 곧바로 빈센트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삽을 수리하고 싶습니다!”

 

“그래? 어서 무기고에서 수리받고 작업장으로 가도록!”

 

“네! 알겠습니다.”

 

어디가 망가졌는지 물어볼 줄 알았는데 빈센트가 쿨하게 넘어간다.

승낙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삽을 들고서 무기고를 향해 뛰었다. 군기 든 척하는 걸 생활화하는 게 빠르게 군바리들과 융화되는 지름길이다.

오!

확실히 몸에 활력이 느껴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공을 연마한 첫날에 단전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번 경험해 본 일이라서 그랬는지 생각보다 빨리 완성해냈다.

물론 아주 쉬웠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기(氣)의 농도가 짙어서 과도하게 기운을 받아들인 탓이다. 위험한 고비는 있었지만, 이만하면 수월하게 단전을 만든 셈이다.

비록 이제 겨우 내공 수련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뿐이긴 하다. 그럼에도 육체가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도 이전과 달리 조금은 팔과 다리에 힘이 붙은 느낌이다.

다른 병사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근력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더 연장이 중요하다.

지금의 삽으로는 남들 만큼은 커녕 삽질 자체도 하기 힘들 거다.

 

땅! 따앙! 따당!

 

무기고에 다다르자 망치질 소리가 나를 먼저 반긴다.

 

“보클란 아저씨!”

 

“응? 윌슨? 무슨 일이지?”

 

망치질을 멈춘 보클란이 의아한 얼굴로 나를 돌아본다.

 

“삽을 좀 손 봐 주십시오.”

 

“뭐야? 멀쩡한데 뭘 해달라는 거냐?”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보클란.

그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도 이해된다. 여기 세상의 사람들이 보기엔 자루만 길게 만들어 놓은 삽이 당연하게 여겨질 테니까.

하지만 나는 아니다.

지금의 삽 모양은 글러 먹었다.

 

“여기쯤에서 자루를 잘라 주시고 한 뼘 정도 나무토막을 잘라서 가로로 고정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삽 끝을 바닥에 대고서 삽자루의 2/3 부근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럼 떨어지지 않게 못을 박아야겠네?”

 

“네!”

 

“좋아, 2브론즈!”

 

“네?”

 

돈을 달라는 보클란의 말에 나는 황당해지고 말았다.

갑자기 뭔 소리야?

왜 돈을?

 

“못도 쇠로 만든다. 윌슨.”

 

“…네.”

 

뭐라 반박할 말이 없다.

이렇게까지 해서 내가 삽질을 해야 하는 건가?

진짜 자괴감이 들어 버린다.

그래, 치사해서 준다, 줘!

 

“여기요.”

 

허리춤의 가죽 주머니에서 구리 동전 두 개를 내밀었다.

돈주머니를 막사에 두고 다닐 수 없으니 지금처럼 휴대하고 다니는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 돈이 많지 않으니 주머니가 불편하지는 않다.

나중에 돈이 많아진다면 상단에 맡겨 두어야겠지만 말이다.

 

“이 정도로 잘라 내면 되지?”

 

“딱 좋습니다.”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아까 내가 대충 짚어 준 곳인데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눈썰미는 좋은 편인 듯싶다.

마음 씀씀이가 눈썰미만큼 좋았으면 좋으련만……

슥슥 톱질을 하고서 내가 원하던 대로 잘라 낸 삽자루의 끝에, 한 뼘 길이의 나무토막을 두 개의 못으로 고정해 주었다.

한국의 노가다 현장에서 사용하던 삽의 손잡이 형태가 아니라, ‘T’자 형태의 손잡이다.

이 정도만 되어도 만족이다.

 

“감사합니다.”

 

돈 주고 한 일이라 딱히 고맙지는 않지만, 말이라도 그렇게 했다.

혹시 알아?

좋은 모습을 계속 보여 주면 언젠가 선심 쓰는 날도 있겠지.

 

“그래, 가봐라!”

 

땅! 따앙! 땅!

 

기대한 내가 바보다.

삽을 완성하고는 나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고 다시 망치질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한때는 옆집에 살던 인간이 조금 너무한 거 아니요?

속으로 툴툴대면서 삽을 어깨에 걸치고 무기고를 나섰다. 볼품없긴 하지만, 어쨌든 현대식(?) 삽을 완성했다.

뛰는 시늉만 하면서 성문에 도착하니 두 명의 병사 중에 하나가 손을 흔든다.

 

“여어! 윌슨! 수고해.”

 

그레골이 알은체를 해 왔다.

아직 나한테 얻어맞은 상처가 얼굴에 고스란히 남았다. 어금니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음에도 내게 손을 흔든다.

참 어지간히 신경이 굵은 놈이다.

나 같으면 말도 걸기 싫어질 것 같은데 말이다. 이곳 세상의 보편적인 가치관이 나의 상식과는 살짝 어긋난 듯한 기분이다.

 

“고생하십시오! 그레골 님!”

 

군기 든 척하면서 대답하고는 성문을 나섰다.

현대로 따지면 일종의 위병소 근무를 서는 거다. 중노동을 하느니 성문 경비를 맡는 게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

 

“윌슨! 이쪽으로 와라!”

 

빈센트가 열심히 삽질하다가 나를 발견하고 소리친다.

 

“네! 빈센트 님!”

 

크게 대답하고서 그의 곁으로 가자, 빈센트가 눈살을 찌푸렸다.

 

“삽이 왜 그렇게 생겼어?”

 

“이게 편할 거 같아서 고쳐왔습니다.”

 

“뭐 상관없겠지. 이쪽부터 파라.”

 

어깨를 으쓱한 그가 손으로 파다만 땅을 가리켰다.

자!

슬슬 실력을 발휘해 볼까?

삽 등의 한쪽에 왼발을 얹어서 체중을 실어 바닥에 꽂았다.

 

푹!

 

지렛대의 원리와 체중을 이용해 삽의 손잡이를 지그시 눌렀다. 땅에 박힌 삽날이 상당량의 흙덩이를 파냈다.

 

“웃차!”

 

굽혔던 무릎을 펴고 상체를 틀면서 손잡이를 잡은 오른손을 내리눌렀다. 일련의 과정을 거친 뒤에 삽자루를 쥔 왼손을 몸쪽으로 잡아당겼다.

잡아당긴 힘을 살리면서 상체를 틀어 삽을 뻗는다.

 

휘익!

 

흙더미가 덩어리진 채로 날아갔다.

일련의 과정이 한 동작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노가다는 요령이다.

무식하게 힘으로만 하려고 하면 얼마 못 가서 퍼지게 된다.

 

푹! 스윽! 투두둑!

푹! 스윽! 투두둑!

 

일정한 리듬을 만들면서 삽질을 이어 갔다.

최소한의 힘을 사용하기에 약한 근력으로도 이런 일이 가능하다.

하지만 확실한 요령으로 삽질하고 있음에도 몸에 무리가 오는 것만은 틀림없다. 그만큼 지금의 몸은 허약하기 짝이 없었으니까.

몸에서 생겨나는 경련을 오히려 즐기기로 했다.

어차피 육체의 단련은 필요한 상황.

단전을 형성했으니 신진대사가 빨라져 근육의 피로가 이전보다는 빨리 풀린다. 요령에 의한 삽질이라고 해도 육체단련에 도움이 되는 것만은 확실하다.

 

“휴식! 휴시익!”

 

옆에서 들려오는 빈센트의 커다란 고함.

그제야 삽질을 멈추고 이마에 흐른 땀을 손등으로 닦았다.

몸에서 후끈 열이 오른다. 삽질하면서 근육이 잔뜩 팽창한 상태다. 물론 워낙 볼품없는 몸이라 티가 잘 안 나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제부턴 달라질 예정이다.

약해빠진 몸뚱이로 있을 생각은 없으니까.

단전을 완성한 지금 근육이 회복되는 속도가 빨라진다. 근육이 찢어지고 아물면서 크기가 커지는 게 상식.

비록 좁쌀만한 크기의 단전이지만, 내공이 있다는 것은 육체의 단련에 더욱 유리하게 작용한다.

 

꼬르륵!

 

물론 신진대사가 빨라진 탓에 쉽게 허기가 진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내공을 더 쌓는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몸에 영양이 필요한 시기.

그래서 반가웠다.

휴식 시간이라는 말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윌슨의 기억 속에 작업할 때면 간식을 먹을 수 있었다는 게 떠올랐으니까.

과연 예상했던 것처럼 몇 명의 사람들이 작은 수레를 하나씩 끌고 나타났다.

고기였으면 좋겠지만, 아예 상상도 하지 않았다.

삼 일이라는 시간 동안 고기가 나왔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쉽긴 했으나 지금은 뭐가 되었든 먹어야 한다.

 

“여어, 꼬맹아! 생각보다 대단한데?”

 

빈센트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면서 엄지를 척 세웠다.

나의 삽질에 놀란 모양이다.

훗!

삽질만 공사 현장에서 3년을 한 몸이다.

몸이 받쳐줬으면 더 끝장나게 삽질할 수 있었다. 이런 정도에 놀라다니 나중에 제대로 된 삽질을 보면 기절할 기세다.

참나……

확실히 오랜 시간 혼자 지내온 게 외롭긴 무지하게 외로웠던 가 보다.

겨우 삽질을 칭찬받았다고 이렇게 어깨가 으쓱해지다니 말이다.

 

“자! 자! 먹고들 하십시오.”

 

숨을 고르는데 지저분한 옷을 입은 사내가 다가오더니 감자와 가죽 주머니를 내민다.

역시나 이런 수준일 줄 알았다.

험한 일을 시키면서 겨우 감자라니……

이럴 땐 그저 걸쭉한 막걸리가 제격인데 말이지.

시장이 반찬이라고 속으로는 투덜거렸지만, 서둘러 감자를 입에 넣었다.

 

“천천히 먹어라, 체하겠다. 꼬맹아.”

 

“웁, 웁! 알겠습…… 니다!”

 

빈센트가 희미하게 웃으면서 한마디 툭 던진다.

귀찮아도 착실하게 대답해 주었다. 군기 든 척하는 건 때와 장소를 가리면 안 되는 법이다.

거 젠장……

먹는데 말을 시키고 지랄이야!

몸을 혹사하고 난 뒤라서 그런지 감자에 불과한 음식이지만, 꿀맛처럼 느껴진다.

 

“빈센트 님!”

 

막 두 번째 감자를 입에 넣으려는데 리올트가 인상을 쓰면서 다가왔다.

 

“왜? 문제가 생겼나?”

 

감자 껍질을 벗기던 빈센트가 하던 일을 멈추고 물었다.

 

“제가 맡은 지역의 땅이 단단해서 곡괭이가 잘 안 들어갑니다.”

 

곤란한 얼굴을 한 채 뒷머리를 긁적이는 리올트.

곡괭이질을 힘으로만 하니 어렵지.

요령이 없으면 몸이 고생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이들은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되어 영주가 데려다 키운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레이놀드 영지의 성을 처음 짓기 시작할 때 이들은 꼬맹이들이었다고 한다.

삽질과 같은 거친 일을 해본 적이 없으니 힘들어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다.

땀으로 범벅되어 있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기는 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하다.

더군다나 빈센트의 입에서 나올 말이 무엇인지 알기에 더 우습다.

 

“안 들어가긴 뭐가 안 들어가? 까라면 까는 거지, 안 돼? 안 되긴 뭐가 안 돼? 자식이 빠져 가지고…….”

 

빈센트가 몸을 일으키면서 핀잔을 주었다.

역시나 예상했던 얘기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진짜 때려죽여도 곡괭이가 안 들어갑니다. 작업이 너무 느리다는 거 아닙니까. 이래서 언제 해자를 팝니까?”

 

리올트가 앓는 소리를 냈다.

 

“시끄러워 따라와! 윌슨 너도.”

 

“네! 빈센트 님!”

 

혼자 가면 좋으련만 굳이 나까지 부른다.

그가 내 직속 선임병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이럴 땐 그저 군소리 없이 따라가는 수밖에 없겠다.

물론 감자를 꾸역꾸역 입에 넣고 가죽 주머니의 물을 마셔대면서 말이다.

두 사람을 따라 도착한 곳에선 병사들이 파김치가 되어 헥헥 대고 있었다.

상당히 힘들었는지 감자를 그대로 놔두고 숨만 헐떡이는 게 좀 안 되어 보이긴 하다.

 

“새끼들이 빠져 가지고, 드럽게 힘든척하고 자빠졌네.”

 

빈센트가 입맛을 다시면서 병사들을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바닥에 놓인 곡괭이를 집어 들고는 목을 이리저리 꺾었다.

 

“내가 해봐서 곡괭이가 잘 들어가면 한 따가리 할 줄 알아라, 자식들아!”

 

다른 땅과 확연히 다른 색을 띤 땅을 바라보면서 숨을 고르는 빈센트.

 

“차압!”

 

우렁찬 기합 소리와 함께 곡괭이를 힘껏 내리찍었다.

 

틱!

 

그러나 삑사리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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