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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3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3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3화

3화 인생 뭐 있냐?(3)

 

 

 

 

 

정말 미친 듯이 웃었다.

반로환동이 별거냐?

어쨌든 결과는 같잖아?

강호의 고수란 인간들도 이래서 그렇게 아등바등 반로환동에 도전했던 건지 모른다.

겉으로는 현묘한 도를 깨우치기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결국은 색기 발랄한 아침의 텐트를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쓸데가 있거나 말거나 항상 준비(?)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건 좋은 거다.

이제 불행 끝, 행복 시작인 셈인가?

 

“……하하하!”

 

빠악!

 

“아욱!”

 

뒤통수의 강한 충격과 함께 눈에서 별이 반짝거린다.

 

“미친놈처럼 쳐 웃고 지랄이야? 얼른 담요부터 개! 늦겠다!”

 

“에이 씨!”

 

좋던 기분이 망가져 툴툴거렸다.

빈센트가 나의 뒤통수를 때린 거였다.

화가 나지는 않는다. 동굴 벽과 혼자 일인이역을 하던 생활보다 몇 만 배쯤 행복하다.

오랜만에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어서인지, 지금처럼 핀잔을 받아도 좋다.

고독한 사색의 시간이 길었지만, 말투는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

아니, 일부러 바꾸지 않는다고 하는 게 맞겠다.

이렇게 다른 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니까.

 

“흐흐흐…….”

 

“……미쳤냐?”

 

막 화를 내려던 빈센트가 나의 앙증(?)맞은 웃음에 기가 막힌다는 얼굴을 했다.

얻어맞은 건 약간 기분 나쁘지만, 금세 기분이 풀린다.

반로환동(?)을 한 마당에 고작 뒤통수 한 대 얻어맞았다고 화를 내는 건 너무 쪼잔한 느낌이니까.

까짓거!

훌훌 털고 일어나 담요를 갰다.

65년 전에는 일상과 같았던 일이어서 그런지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담요가 접힌다.

곱게 갠 담요를 내 자리……

훗!

이젠 자연스럽게 윌슨이라는 존재를 받아들이게 된 건가?

기억이 밀려와 밤새도록 뒤척이긴 했지만, 이제는 머리가 맑아졌다.

몸은 약해도 다른 건 튼튼(?)해서 조금 마음이 놓인다.

어쨌든 ‘젊음’이라는 건 좋은 거다.

나 같은 경우엔 특히나 지금 상황이 나쁘지 않다.

아무도 없는 동굴에서 무려 60년을 홀로 지냈다. 무공이 높아지고 내공만 쌓았을 뿐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었을 때에도 지식이나 경륜과 같은 게 생기지 않았다.

단순히 몸만 늙어 버렸을 따름이다.

대화할 사람이 없었고 경험할 새로운 일이 없었으니까.

한국에서의 나보다 나이가 어린 윌슨의 몸이지만, 이제야 내 정신연령과 어울리는 삶을 찾은 셈이다.

어차피 한국에서도 고아로 자랐다. 그 탓에 딱히 인연을 맺었다고 할 만한 사람도 없었으니……

 

“흐흐흐!”

 

담요를 자리에 놓으려다가 다시 한 번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톱날 형태의 칼날을 가진 검과 숏소드(Short Sword)라 부르는 검, 그리고 롱소드(Long Sword) 한 자루.

어제 나의 손에 목숨을 잃은 용병들의 물건이다. 거기에 더해서 녀석들이 지녔던 은화도 챙겼다.

이른바 보너스(Bonus)라 부르는 일종의 관례라던가?

자신이 죽인 적군에게서 전리품을 챙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물론 반은 영주에게 상납해야겠지만, 검을 얻었다는 건 정예병이 되었다는 의미.

한국으로 치면 이제 이등병 신세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면 맞겠다.

 

퍽!

 

“아욱! 에이, 진짜!”

 

또다시 강렬한 통증이 뒤통수에 밀려와 왈칵 짜증을 냈다.

반로환동(?)으로 얻은 기쁨이 고통에 굴복할 정도. 이번엔 아까보다 더 강한 힘으로 뒤통수를 얻어맞았으니까.

 

“인마! 그만 실실거리고 빨리빨리 안 움직여?”

 

빈센트가 군복을 입으면서 버럭 소리쳤다.

아!

너무 감상에 젖었다.

늦으면 찍히는 건 이곳 세상도 다르지 않을 터.

서둘러 군복…… 이걸 군복이라 불러야 할지 감이 안 잡히지만.

어쨌든 후다닥 군복을 입고서 신발을 신었다.

제길!

이 끔찍한 착용감.

전리품으로 생긴 돈은 신발을 사는 데 먼저 써야 할 판이다.

 

“나가자!”

 

막사 내부를 훑어본 빈센트가 병사들의 복장 상태를 확인하고는 버럭 고함을 질렀다.

 

[우리가 레이놀드 최강 병사다!]

 

막사의 문을 열고 나가면서 병사들이 한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오호!”

 

빈센트의 등을 보고 달리면서 탄성을 흘렸다.

막사의 최고 선임병이 빈센트라는 걸 떠올릴 수 있었다. 어째 칼질 좀 한다 싶더니 나름 베테랑급 병사였던 거다.

하긴 중대장의 위치에 있는 몸이니 병사 중에 최고의 위치에 있는 몸이다.

저런 인간이 내 직속이라는 게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어차피 날 윌슨으로 인식한 상황이다.

어리바리하고 반쯤 덜떨어진……

이거 내가 날 평가하는 건데 좀 심하다.

하지만 사실이 그런 거라 부정할 수 없다. 윌슨의 기억에 의하면 전장에 나서기 전부터 빈센트에게 잔소리를 들었다. 죽지 않으려면 눈 번쩍 뜨고 정신 바짝 차리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 몸의 원래 주인은 황당하게 죽었다. 빈센트가 정신 차리라고 뒤통수를 갈겼는데, 그 충격에 심장마비로 죽었으니까.

아마도 전쟁 역사상 가장 찌질한 죽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 약한 자식 같으니……

내가 대신 멋지게 살아줄 테니, 미련을 버리고 성불하길 바란다.

 

“정렬! 정려얼!”

 

두 개의 막사에서 병사들이 뛰어 나오자, 역시나 빈센트가 앞으로 나가서 소리를 지른다.

그야말로 병사 전체에서 최고 선임병이라는 얘기다.

나도 눈치껏 자리를 잡고 대열에 섰다. 이런 건 눈치로 서는 거다. 정해진 자리도 없고.

어제의 전투로 죽거나 중상자를 제외하고, 빈센트까지 82명의 병사가 정렬했다.

이거 궁금하다.

한국에서 군 생활하던 때의 아침 점호와 비슷하게 진행되는 중이다.

여기서도 애국가를 부르고 알통 구보 같은 걸 하려나?

새록새록 오래전에 해 보았던 군 생활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군 생활을 하던 당시에는 그렇게나 지겨웠었는데……

오랜만이라서 그런 걸까?

티는 내지 않았지만, 예전의 기억이 떠올라 살짝 흥분한 것도 사실이다.

 

“해산! 해사안!”

 

[해산!]

 

빈센트가 크게 소리치자 병사들이 복명복창하면서 흩어진다.

뭐야?

이게 점호 끝?

그저 사람 숫자만 세고 끝나는 거냐?

어째 배신당한 기분이 든다.

아!

진짜 멍청했다.

윌슨의 기억을 더듬었으면 알았을 일인데 말이다.

앞으로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윌슨의 기억을 뒤져 이곳 세상을 알아가는 게 좋을 듯싶다.

물론, 무림에서 수련했던 무공을 되찾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싸우게 될 때를 대비해야 한다. 어제처럼 꼴사납게 이리저리 쫓겨 다닐 순 없다.

잠깐!

 

“…….”

 

나 어제 사람을 셋이나 죽였잖아?

그런데 세 자루의 검이 생겼다고 좋아하다니……

너무 쉽게 적응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어쩌면 무림 세계에서 보냈던 60년의 세월이 급격한 감정의 변화를 막아주는 걸 수도 있겠고 말이다.

아! 몰라!

일단 계획을 세워 보자면,

단전을 형성하는 게 최우선이다.

그리고 검술을 지금의 몸에 맞게 다시 수련해야 한다. 지금의 몸은 이전 세상에서 수련만 하다가 죽은 몸과 다르다.

팔다리가 훨씬 길다. 이전에 진의문에서 수련했던 무공을 가다듬어야 한다.

검의 형태도 다르고 무게도 다르다. 그나마 가장 손에 익숙한 것이 롱소드라는 서양식 검이다.

몸이 달라진 만큼 이전의 수련으로 익숙한 공격 범위를 수정해야 한다. 어제 전투에서 헤맸던 이유가 몸이 달라진 때문이기도 하다.

가장 큰 이유는 약해빠진 육체와 내공의 부재 때문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충격적인 하루.

어제 눈을 뜨자마자 겪었던 전투에 대한 감상이다.

다시는 무력하게 두 눈 멀뚱히 뜨고서 공격을 피하는 상황은 피하고 싶다.

내가!

나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

강해지지 않으면 어제 내 손에 죽은 놈들처럼 순식간에 고깃덩이로 변할 테니까.

 

“어이!”

 

해산 명령이 떨어진 연병장(?)을 어슬렁거리면서 걸어가는데 누군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친다.

고개를 들어 상대를 확인하고선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그레골.

내가 자리 잡은 육체의 주인 윌슨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인간이다.

윌슨의 기억 속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차지한……

개자식이다!

 

“부르셨습니까?”

 

“불렀으니까, 대답했겠지! 빨리 안 튀어 와?”

 

눈을 부라리는 그레골.

생각 같아선 확 한 대 후려치고 싶다. 그러나 지금의 몸으로는 내가 불리한 것도 사실이다.

계급이 깡패라고 순순히 말을 듣지 않으면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레이놀드 영지의 병사 사이에서 이 몸의 주인인 윌슨이란 놈은……

군 생활 부적응자.

한국의 군대에서 흔히 말하는 ‘고문관’이라는 존재다.

안타깝게도.

그래서 뛰었다.

무지하게 열심히 뛰는 척 연기하면서 말이다.

군대는 원래 쇼(Show)니까!

 

“너 지금 집합장에서 뭐하냐?”

 

그레골이 띠꺼운 얼굴로 묻는다.

집합장이라는 건 아마도 연병장을 말하는 걸 거다. 하긴 연병장이라고 부르기에는 무척 작은 것도 사실이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생각?”

 

“그렇습니다.”

 

비아냥거리는 그레골의 말에도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군기든 척을 해주는 편이 쓸데없는 트집을 잡히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

대한민국 육군 병장 출신의 군기 든 척하는 연기는 언제나 잘 먹히는 법이거든.

 

따악!

 

“아욱!”

 

“같잖게 군기 든 척하지 마, 자식아!”

 

제길!

연기하는 데 실패한 모양이다.

머리통에 꿀밤을 얻어맞으니 눈물이 찔끔 나온다. 내공으로 몸을 보호했다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텐데……

울컥 화가 치민다.

진짜 선임병이란 걸 감안하지 않았다면 턱을 날려 버리고 싶다.

그래도 다시 차렷 자세를 했다.

어설프게 아픈척했다가는 더한 괴롭힘을 당할 게 분명하다. 윌슨의 기억 속에서 그레골은 상대하기 싫은 사람 중의 하나다.

윌슨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즐기는 가학적인 인간.

더욱 군기든 척 연기할 필요가 있다.

 

“네깟 놈이 생각이란 걸 했다고? 지금 날 웃겨 주려는 거냐?”

 

그러나 내게 돌아온 건 모멸감이 들게 하는 그레골의 비웃음이었다.

 

“그렇습니다!”

 

“생각! 생각이라고? 응? 응?”

 

나름 군기 든 척하면서 크게 대답했으나, 그레골은 검지로 나의 관자놀이 부근을 기분 나쁘게 밀어댄다.

이런 개자식을 봤나!

 

“…네! 어제 일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인상 썼냐?”

 

그레골이 인상을 굳혔다.

망할!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린 모양이다.

 

“아닙니다!”

 

재빨리 고개까지 흔들면서 대답했다.

아무 이유 없이 갈궈대니 솔직히 기분은 더럽다.

 

“이 새끼 봐라? 인상 쓰는 거 맞네. 왜? 기분 나빠? 응? 그런 거야?”

 

“아닙…… 니다.”

 

최대한 얼굴을 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통하지 않겠다는 건 그레골의 얼굴을 보고서 알 수 있었다. 말을 길게 늘이는 바람에 기분이 나쁘다는 걸 드러낸 것이 되고 말았다.

 

“잘하면 한 대 치겠다? 어제 몇 놈 골로 보내니까, 눈에 뵈는 게 없어졌어? 그런 거야?”

 

그레골이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주먹으로 나의 볼을 건드린다.

 

툭, 툭, 툭!

 

이 자식은 적당히라는 게 뭔지 모르는 놈이 분명하다.

아니!

애초에 윌슨이라는 한심한 놈이 멍청한 짓을 반복한 탓이기도 하다. 이렇게까지 무시당하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행동한 거였으니까.

그러니 아니꼽다는 얼굴로 기분 나쁜 주먹질을 하는 그레골도 미안한 마음 따윈 전혀 없는 것일 테고 말이다.

 

“…….”

 

도를 넘어선 그레골의 행동에 화를 참느라 대답할 타이밍을 놓치는 실수를 해버렸다.

 

“내 말을 씹어? 뭐야? 진짜 치고 싶다는 거야? 이거 웃기는 새끼네. 남자 대 남자로 한 번 붙어 볼까? 그럴까?”

 

툭! 툭! 퍽!

 

주먹으로 얼굴을 치는 강도가 이젠 거의 때리는 수준으로 변하는 중이다.

이래서야 대답할 틈도 없다.

얼마나 몸이 약해 빠졌는지, 고작 몇 대 맞았다고 아찔하게 현기증이 일어날 정도다.

또다시 그레골이 주먹을 날리려고 자세를 잡는다.

이번엔 팔을 내뻗는 힘으로만 치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레골의 주먹이 어깨너머로 잔뜩 젖혀 있었으니까.

이 자식이 보자 보자 하니까 너무 지나치잖아?

한 걸음 앞으로 나가면서 눈을 부릅떴다.

 

“아쭈?”

 

그레골이 재밌다는 듯 무시하는 듯한 소리를 내면서 주먹을 휘두르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먼저다.

다가서는 것과 동시에 이마로 상대의 콧잔등을 들이받았다.

 

으적!

 

“어억! 이 새끼가!”

 

“그래, 한판 붙자 염병할 자식아!”

 

코를 움켜쥐고 뒤로 물러나는 그레골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망할!

날 고문관으로 보았다면 제대로 꼴통 짓을 해주마!

인생 뭐 있냐?

진짜, 더러워서 못 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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