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0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화
Prologue
나는 대한민국 육군 병장으로 제대한 평범하고 건장한 남자다.
배운 게 없고, 가진 게 없어서 제대하고 노가다 현장을 전전했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은 삶이라고 위로하며 살았다.
일당 잡부로 시작한 막일이었으나 눈썰미가 좋고 다른 사람보다 힘이 좋아서 현장 소장들한테 인기가 많았지.
하지만 공사 현장에서 늙어 갈 생각을 하니 우울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
그래서 경비 지도사 자격증에 도전했다는 말씀.
젊음은 잠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염병!
시험 당일에 교통사고로 죽을 줄 누가 알았겠어?
“후우…….”
진짜 나오느니 한숨뿐이다.
차라리 교통사고로 깔끔하게 죽기라도 했으면 좀 좋아?
누군가 뺨을 때리는 감각에 눈을 떠보니 뭔가 이상한 거야.
쓸데없이 근엄하게 생긴 할배가 날 깨우더니 동굴에 처박았어.
웃긴 건 한국말이 아니었는데도 내가 알아들었다는 거?
놀랍게도 내가 깨어난 세상은 소설에나 등장하는 무림(武林)이라는 곳이었던 거야.
진의문(眞意門)이라던가?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화딱지가 치밀어 미쳐 버리겠다니까?
빌어먹을 놈의 일인 전승 문파.
당시에 할배 손을 뿌리치고 도망쳤어야 했어.
설마 동굴 입구를 그렇게나 무식하게 커다란 바위로 막아 놓을 줄이야……
뭐 어쩌겠어?
나가려면 죽도록 무공을 배우는 수밖에 없잖아?
할 수 있는 거라곤 무공을 배우는 것 뿐이기도 했고 말이지.
쓰바!
그 짓을 60년이나 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꼬맹이의 몸을 하고 동굴에 갇혔는데, 어느새 머리카락이 백발이 되었을 줄이야!
“흐흐흐…….”
오랜만에 진심으로 웃어 보는 거 알아?
오늘로서 드디어 지긋지긋한 진의문의 내공을 완성했다는 말씀!
나가면 일단 술부터 미친 듯이 마셔 줄 테다.
근사한 음식과 근사한 여자를……
“커허험!”
저절로 헛기침이 나와 버리네, 미친다 진짜.
내가 생각해도 좀 아닌 것 같아.
제대로 써(?)먹지도 못했는데 몸이 늙어버렸거든.
그래, 일단 술과 음식부터!
자! 이제 입구를 막은 지긋지긋한 바위를 해치우는 일만 남았어.
드디어 밖으로 나갈 시간이라는 거다!
“후우읍!”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단전에 쌓인 내공을 모조리 끌어올렸다.
이제껏 나의 자유를 억압한 바위를 단숨에 밀어 버릴 생각이다.
츠즈즈즛!
단전에서 끌어올린 내공이 나의 두 손에서 황홀한 빛을 발한다.
흐흐흐!
이것으로 준비 끝!
바위를 밀기만 하면 지금껏 쌓인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갈 터다.
그래, 난 오늘부터 자유의 몸이 되는 거다.
“이야압!”
강렬한 기합을 내질렀다.
드드드드!
오! 움직인다!
무공을 완성하면 바위를 열 수 있을 거라던 할배 말이 맞았어.
좋아, 이렇게 된 이상!
더 힘을 내는 거다!
“차합!”
우렁찬 기합성과 함께 바위를 옆으로 밀었다.
“으윽!”
눈 부신 빛이 나를 덮쳐 온다.
어째서인지 정신이 아득해는 느낌.
현기증?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야?
백 년 내공을 완성한 내가 현기증 따위를 느낄 이유가 없잖아!
대체 이 강렬한 빛은 뭐지? 도저히 적응되지 않잖아?
고개를 돌렸음에도 눈꺼풀을 뚫고 망막에 파고드는 느낌.
그래, 차라리 빛에 적응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겠어.
.
.
.
눈을 꼭 감고 있는데 누군가 나의 몸을 흔드는 느낌을 받았다.
“윌슨…… 윌스은! $@#%#!”
뭐야?
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던 건가?
윌슨?
날 부른 건가?
그런데 이게 얼마 만에 들어 보는 외국어야?
이름 외에는 대체 뭐라고 지껄이는 건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머리가 묵직해서 멍한 상태라 더 정신없다.
<%#$*^&!>
<#$@!%$# 위험해!>
.
.
.
<막아! 왼쪽이 위험해! 가서 막아!>
<아악! 내 팔! 내 파알!>
놀랍게도 점점 외국어에 불과했던 괴성이 귀에 익숙해진다.
괴로운 비명과 병장기 부닥치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온다.
동굴 밖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던 건가?
시끄러운 소음에 눈을 뜬 순간,
“……!”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중세 시대를 연상케 하는 복장을 한 사람들이 한데 뒤엉켜 싸우고 있었다.
황당한 광경에 어리둥절한 그때,
“윌슨! 이 병신 같은 새꺄! 정신 안 차려?”
뒤에서 들려오는 쌍욕에 고개를 돌렸다.
온몸에 피 칠갑을 한 나이 든 병사가 활시위에 화살을 걸면서 인상을 벅벅 긁고 있었다.
“…….”
이건 또 무슨 상황이래?
1화 인생 뭐 있냐?(1)
당황스럽다!
지긋지긋한 동굴을 벗어나서 마음껏 자유를 누릴 거로 생각했는데……
또다시 다른 세상이라는 게 끔찍하다.
그럼에도 놀라지 않는 건 한차례 경험이 있어서인 듯싶다. 60년 동안 홀로 지내 왔던 까닭에, 오히려 사람의 목소리가 반갑다고나 할까?
비록 비명과 고함, 그리고 욕설뿐인 음성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오래전 한국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던 때도 이랬던 것 같다.
시야가 하얗게 밝아지면서 그 빌어먹을 무림에 떨어졌으니까.
자유라고 생각했는데 또다시 다른 세상에 떨어질 줄이야!
동굴을 빠져나올 때의 하얀빛에 어지러움을 느낀 게 단순한 현기증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크윽!”
무지하게 머리가 아프다.
원래 몸의 주인이 가졌던 기억이 나와 동화를 일으키고 있는 게 틀림없다.
“야 이 새꺄! 정신 안 차려? 놈들이 오고 있어!”
머리를 감싸 쥐고 고통스러워하는데 옆에서 들리는 다급한 음성이 귀를 괴롭힌다.
중년쯤 되어 보이는 사내가 악다구니를 써서 나의 사색을 방해한다.
빈센트라고 했던가?
의식하지 않았음에도 중년 사내의 이름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원래 몸의 주인이 가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이름이다.
저절로 몸이 움찔거린다.
무의식적인 반응인 듯하다.
쓰바!
몸 주인의 마지막 기억이 떠올라 버렸다.
겁에 질려 허둥대다가 어디선가 날아온 무언가에 뒤통수를 얻어맞고 정신을 잃었다.
아마도 소심한 성격 탓에 그 충격으로 심장마비를 일으켜 죽은 모양이다.
무릎을 양손으로 짚고 일어나려 했다. 그런 나의 눈에 앙상한 팔뚝이 인상 깊게 각인된다.
남의 몸에 들어온 이 기분은 정말 괴랄하다.
60년을 함께해왔던 몸뚱이와 모든 게 달라서 움직이는 게 어색하다. 마치 건장한 청년의 몸으로 살아오다가, 한순간에 팔다리만 긴 어린아이의 몸으로 바뀐 듯한 느낌이다.
망할! 이렇게나 약해빠진 몸뚱이라니.
“정신 안 차릴래? 창을 들란 말이다! 멍청한 자식아!”
옆에서 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아 놔!
가뜩이나 머리 복잡해 죽겠는데, 시끄러운 고함을 들으니까 골이 울리는 느낌이다.
웃긴 건 골이 띵한 와중에도 빈센트의 발작적인 고함에, 나도 모르게 바닥에 떨어진 창을 쥐었다는 거?
역시나 나의 의지와는 다른 무의식적인 행동이다.
이건 좀 위험하다.
무림 세상에서는 어린아이의 몸에서 깨어났고 긴박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육체와 동화할 시간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럴 시간적 여유조차 없이 제멋대로 몸이 반응하는 기분이다.
게다가 명령에 즉각 반응하는 이런 현상은……
아주 오래전에 경험해 보았던 기억이 난다.
군대!
상급자의 명령에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염병…….”
소리친 상대를 확인하는 순간에 욕이 절로 나온다.
나의 복장과 빈센트의 복장이 비슷하다는 걸 발견했으니까.
마치 한국에서 살았던 시절, 상병 주임이 내게 튀어 오라고 명령받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
이상한 세상에서 깨어난 것도 골 때리는 상황이다. 그 와중에 하필이면 군바리가 되어 버린 거야?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누구나 끔찍해 한다는 재입대의 꿈이 현실이 되었다는 얘기잖아?
투웅!
“커헉!”
탄력적인 줄이 퉁기는 듯한 소리와 곧바로 이어지는 비명.
온몸의 솜털이 잔뜩 곤두서는 기분이다.
정신을 차리고 비명이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가슴을 움켜쥐고서 핏물을 게워 내며 주저앉는 지저분한 몰골의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살인?
이거 당황스럽다.
인간이 죽어 가는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다.
그럼에도 생각보다 정신적인 충격은 적다. 오랜 시간 혼자 생활하면서 이런 상황도 각오한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론 다른 세상에서 깨어나는 상황을 말하는 게 아니다.
무공을 완성하고 강호에 나갔을 때를 대비해서 살인에 대한 상상을 수백 번도 더했던 것 같다.
단단히 각오했는데 막상 그게 현실이 되고 보니, 인간의 죽음에 덤덤할 수만은 없었다.
자유를 생각하며 동굴을 빠져나왔는데, 세상이 바뀌고 처음으로 보는 광경이 살인 현장이라는 건 유쾌한 기분은 아니니까.
“일어나! 놈들이 온다!”
빈센트가 손에 쥔 활을 내던지고 선 잔뜩 흥분해 소리쳤다.
어느새 그의 손엔 검이 들려 있었다.
검날의 길이가 1미터도 되지 않아 보이는 짧은 검.
그것을 오른손에 쥐고서 방패를 앞세워 전방을 노려보는 빈센트.
“윌슨! 옆으로 와! 빨리!”
“네, 네!”
빈센트의 명령에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옆에 서서 짧은 창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역시나 습관처럼 ‘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일단은 무기부터 점검했다.
저렴하기 짝이 없는 형태로 만들어진 창이다.
현재 내가 깨어난 몸 주인의 키와 엇비슷한 길이의 나무막대에 나뭇잎처럼 생긴 창날이 붙어 있는 게 고작.
“정신 차려! 한 방에 뒈지는 수가 있어!”
빈센트가 전방을 주시하면서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서 으르렁거렸다.
빈센트라는 인간 꽤……
살벌하다.
딱히 강한 사람이라고 느껴지진 않는데 이상하게 함부로 대하기가 꺼림칙하다.
“죽여!”
“돌겨억!”
빈센트라는 사내에 대한 감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앞 방향에서 들리는 살기 짙은 고함 때문이다.
“헙!”
나도 모르게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미친 듯이 달려오는 흉흉한 인상의 사내들.
손에는 핏물이 발려진 흉기를 들고서 눈을 희번덕거리는 중이다.
그들 너머로는 금속으로 만든 갑옷을 입고서 말에 올라 탄 사내들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우웁!”
속이 거북해져서 구역질이 나온다.
인간의 머리가 저토록 어이없이 터져 나가는 걸 직접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무기를 손에 쥔 채로 팔이 썰려 나가는 것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확실히 상상으로만 생각하던 살인과 현실의 살인은 조금 다르다는 생각을 해본다.
“온다!”
빈센트가 짧게 소리쳤다.
코앞에까지 다다른 흉흉한 인상의 사내들.
지금 중요한 건 나와 빈센트를 향해 달려오는 놈들이다. 무려 열 명이 넘는 사내들이 충혈 된 눈으로 뛰어 오는 중이다.
우리 쪽에도 엇비슷한 숫자의 사람이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문제는 나다!
상대에 비하자면 형편없는 육체를 지녔다.
건장한 체구의 인간들이 돌진해 오고 있으니 위축되는 기분이다.
“망할…….”
거지 같은 상황에 욕부터 나온다.
60년을 동굴에 처박혀서 하나의 검법과 신법, 그리고 권법 하나와 내공만 주야장천 수련했다.
동굴 속에 나 외엔 아무도 없었다. 오랜 수련을 거쳤으나 실전 경험이라곤 없다.
이 약해빠진 몸으로 제대로 싸울 수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그래!
내공!
일단 내공이라도……
“…….”
빌어먹을!
내공이 느껴지지 않는다.
몸이 바뀌면서 내공까지 모조리 사라진 게 틀림없다.
“이야야아!”
괴성을 지르면서 달려드는 흉흉한 인상의 사내들.
몸이 떨려온다.
내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다.
몸 주인의 무의식이 그렇게 시키는 거다. 무림에서의 경험대로라면 하룻밤 정도는 지나야 무의식적인 반응이 사라질 거다.
하지만 지금은 한가하게 잠이나 잘 상황이 못 된다.
손에 쥔 창대를 꽉 움켜잡았다.
그렇다고 내가 순순히 당할 것 같아?
“찔러!”
“으아아아!”
익숙한 빈센트의 명령에 괴성을 질렀다.
놈이 달려드는 타이밍에 맞춰 두 손으로 쥔 단창을 있는 힘껏 쭉 밀었다.
퍼걱!
손바닥을 타고 느껴지는 묵직한 반발력.
“끄으…….”
“……!”
제대로 먹혔다.
멍청한 자식!
복부를 훤히 내놓고 덤벼들면 내가 도망이라도 칠 줄 알았어?
내가 사람의 몸에 날붙이 무기를 쑤셔 박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그러나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죽어!”
일부러 크게 소리쳤다.
복부에 창날이 박힌 사내가 움직일 때마다 고스란히 창대에 전해진다.
살을 헤집는 느낌은 필설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괴랄하다.
그래서 찜찜함을 떨치기 위해서 소리친 것에 불과하다.
“크흡!”
“헉!”
헛바람을 들이켜고 말았다.
복부에 창날을 박은 놈이 이를 악물고 핏물이 흥건한 검을 치켜드는 것에 놀라 버렸으니까.
그래서 창대를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콰득!
“더흑!”
사내가 신음을 흘리면서 치켜들었던 검을 놓치는 게 눈에 들어왔다.
“큭!”
죽음을 거부하던 상대가 생기를 잃고 늘어지는 순간에 창대가 급격히 무거워졌다.
첫 살인에 대한 감상을 느낄 사이도 없이, 창 자루를 놓고 옆으로 몸을 날려야만 했다.
바웅!
둔탁하고도 섬뜩한 파공음이 머리 위로 지나쳐간다.
하마터면 목이 날아갔을 아찔한 상황.
또 다른 적군이 저항하던 아군의 목을 쳐 내고서 나를 공격한 것이다.
“이 자식이!”
헛손질한 것이 분했던지 다시금 칼을 치켜드는 사내.
상어의 이빨처럼 톱날로 이루어진 칼날이 무시무시하게 생겼다. 저런 걸 맞았다간 빨간약을 바르는 정도로 끝나지 않겠지?
알 게 뭐야?
안 맞았으면 그걸로 된 거다!
놈이 다시 검을 휘두르기 전에 턱주가리를 날려야……
이런 제기랄!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기분 더러운 재입대 후 곧바로 사망 테크 트리를 타게 생겼다.
일어나려던 것을 포기하고 다시금 옆으로 몸을 날렸다.
파웅!
“쥐새끼 같은 자식!”
두 번이나 헛손질한 사내가 욕설을 퍼부으며 다시 방향을 바꿔 쫓아 왔다.
망할!
그럼 순순히 칼에 맞아줘야 한다는 거야?
감금당한 60년의 세월이 억울해서라도 그렇게는 못하겠다!
운 좋게도 한 자루의 검이 눈에 뜨였다. 조금 전 내가 단창으로 복부를 찔러 죽인 사내의 검이다.
발견하기 무섭게 검을 손에 쥐고서 한쪽 무릎을 세운 자세로 덮쳐오는 사내를 맞이했다.
“죽어 이 새꺄!”
단번에 썰어 버릴 기세로 검을 내리찍는 사내.
잔뜩 충혈 된 눈으로 고함을 지르는데 살벌하기 짝이 없다.
순순히 죽어 줄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눈 뜨자마자 죽어 버리려고 60년을 동굴에서 푹 썩은 건 아니니까.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는 단순한 공격 따위!
부실한 몸이긴 해도 60년을 검술에 매진한 나다.
이건 억울해서라도 당해 줄 수 없는 종류의 공격이다.
내리쳐오는 검의 궤적을 바꿀 생각이다. 그런 다음에 상대의 빈틈을 노리면 나의 승리가 될 터다.
“차앗!”
기합성을 터트리면서 내리쳐오는 상대의 검을 걷어 내듯 쳐 내……
투캉!
…… 기는 개뿔!
“와악!”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밀렸다.
큭!
상대의 공격을 받아 내지도 못할 만큼 열악한 근력이라니!
공격을 튕겨 내기는커녕 형편없이 바닥에 패대기쳐지고 말았다.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꼬르륵……
배에서 소리가 난다.
아직 밥도 못 먹은 거였나?
젠장, 이렇게 된 바에야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을 테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났든 뭐든, 동굴 밖이라는 사실이 내겐 더없이 소중하다.
먹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데!
공복(?) 상태로 죽어 줄까 보냐!
억울한 생각에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몸을 일으켰다. 단순히 몸을 일으키는 것을 뛰어넘어서 사내에게 뛰어들었다.
파앗!
“엇! 이 자식이?”
사내가 당황했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고 했다.
상대의 힘이 나보다 강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
먼저 치고 들어가는 게 정답이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 망설이고 자시고 할 틈도 없다.
“하압!”
기합성부터 내질렀다.
살아야겠다는 본능이 시키는 괴성.
공격받기 전에 먼저 공격해야 생존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이런!”
나의 돌진에 사내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사내가 치켜든 톱니 형태의 검이 부담스럽지만, 위축되면 위험하다.
약한 육체 능력은 상대의 공격을 예측하는 것으로 공백을 메우면 그만.
어떻게든 상대를 나의 공격권 안에 넣어야 한다.
으득!
이를 꽉 다물었다.
머리 전체에 이 갈리는 소리가 가득 차버리는 느낌이다. 빠르게 내려오는 상대의 검에 맞서 상체를 낮췄다.
그래서 방해 없이 조금 더 상대의 품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
퍽!
어깨에 전해지는 묵직한 감촉.
검을 내려친 사내의 두 손이 나의 어깨를 강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파고드는 게 조금만 늦었어도 손 대신 칼날을 어깨로 받아야 했을 거다.
충격을 감내하면서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스거걱!
질긴 가죽을 갈라내는 듯한 느낌이 손아귀를 타고 전해진다.
“커헉!”
사내의 괴로운 신음이 나의 머리 위에서 들려온다.
망설일 틈이 없다.
곧바로 몸을 날렸다.
상대를 죽음에 이르게 할 만한 상처가 아니라는 걸 알기에 일단 피하고 보았다.
그대로 지나치면서 몸을 회전시켰다.
인사하듯 상체를 숙인 상태로 손에 쥔 검을 휘둘렀다.
검이 반원의 궤적을 만들면서 막 몸을 돌리는 사내의 정강이를 후려쳤다.
쩌억!
“으아악!”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인다.
그러나 공격을 멈출 수는 없다. 상대의 손에 아직도 무기가 쥐어진 이상 위험한 존재다.
검을 휘두르느라 무너진 자세에서 상체를 앞으로 내밀었다. 체중을 실어서 어깨로 상대를 들이받았다.
뻐억!
“크흡!”
사내가 답답한 신음을 흘리면서 절룩절룩 물러났다.
검을 휘두르기 딱 좋은 거리.
바닥에 가라앉은 검의 손잡이를 있는 힘껏 움켜쥐고서 그대로 올려쳤다.
빠각!
턱뼈가 부서지는 감각이 검의 손잡이를 타고서 전해졌다. 급격하게 생기를 잃어가면서 뒤로 쓰러지는 사내.
“휘유…….”
상대의 몰골을 확인하면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슴에 덧대 입은 가죽 갑옷이 쩍 벌어진 채로 핏물이 흘러나온다. 정강이를 공격당해 허연 뼈가 비죽 튀어나오고 턱뼈가 부서져 죽었다.
끔찍한 죽음이 아닐 수 없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두 명이나 죽이다니……
오랜 세월에 걸쳐 무공에만 매진한 평정심이 아니었다면 혼란에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망할 놈의 몸뚱이!
짧은 시간 동안 벌어진 전투였으나, 그것만으로도 무리한 것인지 팔다리에 경련이 일어난다.
하지만 귓가에 파고드는 다급한 음성에 거짓말처럼 떨림이 멈췄다.
“윌슨! 윌스은! 도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