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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38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5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38화

38화 불쌍한 녀석(2)

 

 

 

 

 

파바밧!

 

녀석들이 따라오지 못하게 전력을 다해서 경공을 발휘했다.

어설프게 거리를 두었다간 녀석들까지 같이 가겠다고 할지 모르니까.

음…

그것보다는 들어가지 못하게 말리려고 난리를 피울 터다.

하지만 나는 꼭 안에 들어가서 뭐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

저녁인 데다가 빛이 들지 않는 절벽 사이의 협곡이라 무척이나 어둡다. 하지만 내공의 도움을 받아 이동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안으로 더 들어가자, 뒤에서 들려오던 발걸음 소리가 멈춘다.

 

<무사히 돌아오십시오! 중대장니임~!>

 

드디어 쫓아오길 포기했는지 티오 녀석의 음성이 아련하게 들려온다.

그래 사고 치지 않고 돌아오마.

마음 놓고 5분 정도 달렸을까?

어둠의 끝에 다다르는 순간,

 

“윽!”

 

갑자기 밝은 빛이 두 눈을 자극했다.

이거 어째 불안하다.

다른 세상에서 깨어날 때마다 꼭 이런 식으로 눈 부신 빛이 날 괴롭혔으니까 말이다.

불안한 와중에도 기감을 넓혔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다행히 주변에 인기척은 없었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듯한 느낌도 없어서 일단은 안심할 수 있었다.

하긴…

당시 죽음을 맞이했던 무림에서는 나이가 많기는 했다.

죽음이 머지않았다는 걸 어느 정도는 예감하기도 했었고 말이다. 그래서 동굴을 나서면 술과 맛난 음식을 먹고 죽을 수 있기를 소망했었던 거기도 하다.

지금은 팔팔한 몸.

우울한 과거는 더 생각하지 말자.

 

<으음… 오빠… 저 어때요~♡>

 

귀에 들려오는 상큼… 아니, 야릇한 음성.

눈이 밝은 빛에 적응되는 동안에 여러 여자의 음성이 들려온다. 하나같이 100미터 달리기쯤은 가뿐하게 뛰고 온 듯한 힘겨운 음성.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다.

 

“오……!”

 

절로 감탄이 튀어나온다.

엄청난 미모를 지닌,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폭발적인 몸매의 여자들이 나체로 난리를 피우고 있다!

하지만 속지 않는다.

기감으로 살펴보았을 때, 근방에는 생명체가 존재치 않는다. 그렇다는 것은 눈앞의 미녀들이 실체가 아니라는 얘기다.

첫 관문부터 이렇게나 위협적인(?) 함정을 파 놓다니…

이곳의 주인은 분명 남자일 거다.

수컷을 너무 잘 안다.

나 역시도 기감으로 주변을 탐색하지 않았더라면 눈이 돌아갔을 지도 모를 일이다.

흠, 흠!

근데 이거 성차별 아닌가?

남자만 죽이겠다는 심보잖아?

됐고!

아무튼, 생동감 하나는 확실하다.

한국에서 AV에 단련(?)되지 않았더라면 큰일…

잠깐!

이거 괜찮은데?

눈앞의 여자들은 마법으로 움직이는 걸 터다.

나중에 여유 좀 되면 실력 있는 마법사들 데려다가 AV 사업을 해도 성공할 수 있을 듯…

심지어 VR(Virtual Reality : 가상현실)이잖아!

 

“후우우우!”

 

가빠지려는 호흡부터 골랐다.

침착!

침착해야 한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몇 번의 심호흡 끝에 마음의 평정은 찾았는데, 내 의지대로 가라앉지 않는 신체 부위(?)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무언가 이상한 기운이 내 눈을 뒤덮은 느낌이다. 아마도 눈 부신 빛이 망막을 파고들면서 변화가 일어난 게 아닌가 싶다.

단전의 마나를 얼굴 근처에 집중하면서 눈을 감았다.

 

팅!

 

그러자 귀와 눈두덩 부근에서 약간의 소음이 일어났다.

이제껏 들려온 여자들이 므흣한 신음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그리고 눈과 귀에 상쾌한 느낌이 든다.

아마도 마법적인 무언가가 나의 눈과 귀를 조작한 게 틀림없었다.

벡티드 마법사를 겪으면서 마법은 우습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제대로 된 마법에 당해 보니 그런 생각이 싹 달아난다.

 

“……웨엑!”

 

토악질이 절로 나온다.

여자들이 있던 자리에는 괴상하게 생긴 식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식물 주제에 날카로운 이가 잔뜩 돋아난 커다란 입이 달렸다.

침과 같은 액체를 흘리고 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역겹다는 생각이 드는 외형이다.

주위에는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두개골과 뼈다귀가 흩어져 있다.

멋모르고 다가갔으면 저 괴상하게 생긴 놈한테 물렸을… 아니, 물린다기보다는 삼켜졌을 거라고 보는 게 맞겠다.

괴상하게 생긴 식물이 한두 마리가 아니다. 절벽을 따라 주욱 이어져서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러면 다시 돌아올 때 헷갈릴 수도 있겠다. 미리 표시해놓고 이동하는 게 안전할 것 같다.

 

“……!”

 

고개를 돌린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내가 들어온 입구가 감쪽같이 사라졌으니 놀랄 수밖에.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몸을 돌려 절벽을 더듬는 순간,

 

“아!”

 

손이 절벽을 뚫고 쑥 들어간다.

눈속임 마법이 틀림없다.

아까 보았던 여자들이 나한테 적용된 마법이라면, 입구가 사라진 것은 절벽 자체에 걸린 마법인 듯하다.

그러니 여자들의 환상이 사라진 뒤에도 입구가 보이지 않는 걸 거다.

길을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표시는 확실하게 해두는 편이 낫겠다.

롱소드를 뽑으면서 거대한 입을 가진 식물 근처로 다가갔다.

 

스륵!

 

“……!”

 

순간 움찔했다.

거대한 입을 가진 식물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으니까.

혹시나 몰라서 바닥에 떨어진 돌멩이 하나를 집어 식물 근처에 던져 보았다.

 

툭!

콰각!

 

“쓰바…….”

 

돌멩이가 떨진 곳의 땅바닥을 커다란 입으로 덮치는 거대 식물의 모습에 심장이 떨린다.

아마도 땅바닥의 진동을 감지하고서 공격하는 듯하다. 움직이지 못한다 뿐이지 저 정도면 맹수나 다름없다.

살 떨리지만, 그렇다고 입구에서 되돌아가는 건 사나이 자존심 문제다.

걸어가면서 발생하는 진동을 감지하고서 공격하는 거라면 내게도 방법이 있다.

 

“후읍!”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단전의 내공을 다리에 보냈다.

잔뜩 자세를 웅크렸다가 체중을 지탱하는 오른발에 내공을 폭발시켰다.

 

콰앙!

 

비룡보법(飛龍步法), 토룡출세(土龍出世)!

내공이 폭발하는 힘으로 목표와 나의 거리를 순식간에 압축하는 수법.

 

“키릭?”

 

강한 진동 때문에 거대 식물이 혼란스러워하는 걸 보면서 롱소드를 가로로 베었다.

 

스컹!

 

대략 인간의 허벅지 굵기만한 줄기를 단박에 베었다.

식물의 거대한 머리와 입에 비하면 우스울 정도로 가느다란 줄기라서 가능한 일.

 

쿠궁!

 

내 몸의 세 배는 됨직한 거대 식물의 입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난리를 피워댄다.

 

텁! 텁! 텁!

 

바닥에 떨어진 거대 식물이 커다란 입을 벌렸다가 다물기를 반복한다.

워어…

물렸으면 많이 아팠겠다.

몇 번 더 입질하던 거대 식물이 마침내 움직임을 멈췄다.

주변에 흩어진 인간의 뼈로 화살표를 만들어 놓았다. 이러면 길을 잃어버릴 일은 없겠다.

자!

이제 가 볼까?

다리에 내공 집중해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경공을 발휘했다.

 

파바밧!

터더덥! 터덥!

 

무서운 새끼들…

발을 디디는 진동에 반응해 거대 식물이 땅거죽을 물어뜯는 소리가 뒤를 따른다.

하지만 고속으로 이동한 탓에 별다른 위협은 못 느끼겠다.

물론, 놈들 사이를 빠져나왔다고 안심하기엔 일렀다.

 

“크워어!”

 

“취릭!”

 

“쿼허헝!”

 

아주 난리도 아니다.

뭔 놈의 몬스터가 이리도 많은지 모르겠다.

오크에서부터 트롤과 오우거까지 다양한 놈들이 나를 발견하고 괴성을 지른다.

이렇게나 많은 몬스터가 여기에 몰려 있을 줄이야!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현실로 맞이하는 느낌은 정말 다르다.

몬스터가 저 끔찍한 거대 식물을 뚫고서 협곡을 지나왔다는 건 더 놀랍다.

어쨌거나!

몬스터와 싸울 생각 따윈 눈곱만큼도 없다.

중앙에 세워진 거대한 탑을 목표로 뛰었다.

왜?

몬스터가 탑 주변엔 보이지 않는다는 걸 발견했으니까.

큰마음 먹고 여기까지 왔는데, 탑 구경은 하고 가야 하지 않겠어?

 

“취이익!”

 

작달막한 오크가 녹슨 도끼를 치켜들고서 마주 달려온다.

눈이 돌아가 있다.

아마도 마법적인 어떤 방법에 의해서 이성을 잃는 듯 보인다.

속도를 줄일 필요조차 없다.

이미 오크 따윈 간단하게 해치울 정도의 실력은 넘어섰으니까.

 

스걱!

 

오크의 머리통이 둥실 떠오르는 것을 지나쳐 그대로 달렸다.

 

“크워어억!”

 

오우거 하나가 괴성을 지르며 달려온다.

자식!

혼자 놀아, 인마!

놈을 무시하고 더욱 빨리 달렸다.

 

“케헤헥!”

 

“취리릭! 취릭!”

.

.

.

 

사방에서 몬스터가 나를 노리고 달려든다.

하나같이 눈이 정상은 아니다. 애초에 몬스터의 눈깔이 정상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일일이 반응할 필요가 없다.

그저 가로막는 놈들을 베고 지나갈 뿐.

 

“크훠엉!”

 

오크를 학살하면서 달려가는 데 거대한 덩치의 오우거가 앞을 가로막는다.

점심때 오크 마을에서 싸웠던 놈보다 더 우람한 덩치를 지닌 놈이다.

내공이 남아돈다면… 아니, 내공이 남아돌아도 싸울 필요가 없다.

싸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죽음의 대지’라는 곳의 유일한 건물인 탑에 들어가는 게 우선이니까.

지면에 발이 닿기가 무섭게 옆으로 밀어 찼다.

 

파앙!

 

흙먼지가 튀어 오르면서 달려가던 방향이 바뀐다.

사선으로 몸을 날리면서 걸리적거리는 오크를 마구 베었다.

 

츠가가각!

 

추진력을 잃고 몸이 가라앉으면서 다시 발바닥이 땅에 땋는다.

곧바로 발바닥에 내공을 퍼부어 폭발을 일으켰다.

 

파앙!

 

거대 식물을 공격할 때 사용했던 토룡출세(土龍出世)다.

급속도로 주변의 사물이 밀려나면서 몸이 앞으로 쏘아진다.

 

“크워억!”

 

취에엑!”

.

.

.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몬스터들의 울부짖음.

 

“후우!”

 

전방낙법으로 바닥에 착지하면서 이마에 흐른 땀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예상했던 대로다.

몬스터들은 으르렁거리기만 할 뿐 일정 거리에 서서 접근하지 못한다.

들어오고는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없어서 화가 난다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만약 놈들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더라면 조금 고생할 뻔했다.

물론 단순하게 예상한 것이 아니라, 거의 확신하긴 했다.

저런 무식하고 멍청한 녀석들이 탑에 들어오면 무슨 짓을 하겠어?

보물이 되었건 뭐가 되었건 박살 낼 게 뻔하잖아?

결정적으로 기껏 설치한 함정이 몬스터 때문에 망가질 수도 있는 일이고 말이지.

탑을 세운 놈이 바보가 아니라면 몬스터가 안으로 들어오는 걸 막으려 했을 게 틀림없잖아?

 

“워어!”

 

막상 도착해서 탑을 바라보니 무지하게 높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탑을 높게 세운 건지 모르겠다. 이런 탑을 건설하려면, 못해도 수백 명쯤은 추락사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어쨌거나 이제 몬스터의 위협에서는 벗어났으니, 소진된 내공부터 보충해야겠다.

안에 뭐가 있을지 모르니 일단은 가부좌부터 틀고 앉았다.

 

츠즈즈즈!

 

오!

확실히 ‘죽음의 대지’ 안에 들어오니 이질적인 기운이 더욱 강하다.

잠깐의 운기만으로 금세 소진된 내공이 가득 찬다.

이거 틈틈이 운기해가면서 살펴봐야겠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간 곳이라니 위험하면 언제든 미련없이 나가야…

 

“뭐가 이렇게 많아?”

 

탑의 입구를 향해 가는데, 인간의 유골이 그득하다.

녹슨 갑옷과 더불어 병기들도 간간이 보인다. 놀라운 것은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녹슬지 않은 갑옷과 병기들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대체 얼마나 위험한 곳이라는 거야?

호기심을 견딜 수 없어서 들어오긴 했지만, 이거 좀 으스스하다.

갑옷을 하나 챙겨 입을까 하다가 포기했다.

오랜 세월에도 녹슬지 않을 정도면 대단한 보물이라고 봐도 되겠다.

그러나 멀쩡한 갑옷은 척 보기에도 나의 몸과 맞지 않는 크기다. 더군다나 뭐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판이다. 현재로썬 몸을 가볍게 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든다.

대신에 검을 한 자루 챙겼다.

제법 무게 중심도 잘 잡혀 있는 검이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날에 이조차 나가지 않았다.

화려한 장식조차 없어서 더 마음에 든다.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수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쩌면 ‘죽음의 대지’라는 곳의 진정한 보물은, 탐험에 도전하다가 죽은 사람들의 물건들이 아닐까?

이거 흥미가 생긴다.

한가락 한다는 사람들이 안에 들어갔을 건 뻔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훌륭한 물건들을 더 챙길 수도 있다는 얘기 아니겠어?

유골들이 융단처럼 깔린 계단을 올라 탑의 입구 앞에 섰다.

어째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오싹한 한기(寒氣)가 안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기분이다.

문제는 한기가 함께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이질적인 기운의 농도가 더욱 짙게 흘러나온다는 점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안에 발을 들였다.

유골이 가득한 바깥과 달리 탑의 일 층 내부는 깨끗하다.

밖에 유골이 쌓여 있어 긴장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긴장을 풀면서 안도하려는 순간이었다.

 

철컥! 철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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