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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37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6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37화

37화 불쌍한 녀석(1)

 

 

 

 

 

이상한 생각이 든다.

정말 절벽 틈에서 흘러나오는 이질적인 기운을 아무도 느끼지 못하는 것인가?

그래서 더 세밀하게 사람들을 관찰했다.

 

“홀트 경, 혹시 흑마법과 같은 기운은 느껴지는 게 없습니까?”

 

레이놀드 남작이 절벽의 틈을 바라보면서 지나가듯 묻는다.

웃!

그래, 나도 궁금하다.

비록 허접한 마법사라는 건 트롤과 전투에서 확실하게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마법사다.

마나와 친숙한 존재이니만큼 지금 내가 느끼는 이질적인 기운을 감지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심각한 얼굴로 눈을 감은 채 무언가에 집중하는 벡티드.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영주님.”

 

“그렇습니까? 정말 이상하군요. 보기엔 전혀 위험하지 않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영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절벽 사이에 생겨난 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는 벡티드 마법사를 살폈다.

그가 정말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는지 관찰하는 거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척 연기하는 게 아닌듯하다. 탐욕이라든지 뭔가 숨긴다든지 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내친김에 호위기사와 나머지 기사들의 얼굴도 살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서는 아무런 동요나 무언가 감지한 듯한 표정을 찾을 수 없었다.

평소처럼 영주의 호위에 집중하는 모습만 보일 뿐이다.

큭!

‘죽음의 대지’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을 정말 나만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 틈으로 오크들이 튀어나와서 마을까지 꾸몄다는 얘긴데…….”

 

“오크의 번식력은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렇게 커다란 마을을 형성하고 있었다는 게 의외지만, 토벌했으니 안심하셔도 좋을 듯합니다. 다 영주님의 뛰어난 판단력 덕분입니다.”

 

영주의 혼잣말에도 벡티드가 아부를 늘어놓았다.

입안의 혀처럼 굴면서 살살거리는 게… 진짜 꼴 보기 싫다. 저렇게 살살거리는 모습 뒤에, 금광을 꿀꺽 삼키려는 음흉한 모습이 숨겨져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시는 몬스터가 밖으로 나오지 않게 입구를 봉쇄해 버리는 게 좋을 듯합니다.”

 

절벽의 틈을 바라보면서 영주가 한 마디 툭 던졌다.

 

“훌륭하신 생각입니다. 그리하면 앞으로 몬스터 때문에 곤란을 겪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밉다고 했던가?

순간적으로 마법사 벡티드의 뒤통수를 후려갈기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쓰바!

미친 영주 같으니!

자기가 할 거 아니라고 막 던지는 모습에 치가 떨린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보인다.

흙과 나무와 같은 것으로 몬스터가 나오지 못하게 틈을 채우겠다는 의미.

사람 하나 지나갈 정도의 폭이라고 해도, 그걸 흙과 나무와 같은 것으로 채우려면 무지하게 고생해야 할 게 뻔하다.

오크뿐만 아니라, 오우거와 같은 대형 몬스터를 막으려면 높이, 그리고 두텁게 흙과 나무를 쌓아야 할 거다.

대체 어느 세월에!

그렇지 않아도 오크와 싸우면서 병사들의 희생이 있었는데, 조금 너무하는 거 아닌가?

아니…

우리 영주가 원래 이랬나?

영지민과 병사들을 끔찍하게 아끼던 사람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다.

왠지 몬스터 토벌에 나서면서 사람이 달라진 듯한 느낌이다.

 

“우선 본대로 돌아가서 병사들을 재정비하고 함께 오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윌슨 중대장!”

 

“예! 영주님!”

 

이름이 듣는 순간, 자동으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불만은 있으나 티 내지 않는다.

군인이 가져야 할 최고 덕목이다.

한쪽 무릎을 꿇고서 차분히 영주가 할 말을 기다렸다.

 

“자네는 본대가 올 때까지 이곳을 지키게. 저 틈으로 몬스터가 한 마리도 빠져나오지 못하게 해야 하네.”

 

“영주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한차례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고개를 들었을 때에는 미련없이 몸을 돌리는 영주의 뒷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아…

진짜 사람이 변했네, 사람이 변했어.

전에는 어깨도 두들겨 주면서 빈말이래도 고생하라고 했던 거 같은데 말이다.

됐다.

전투 후유증 일 수도 있으니까.

매일 같이 성 안에서만 지내던 사람이다. 직접 전쟁을 경험하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바람에 스트레스를 받은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겠다.

 

“썩을!”

 

멀어지는 영주 일행을 보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병사들을 이끌고 여기에 오려면, 아무리 빨라도 내일 오후나 되어야 할 터다.

오크의 사체를 정리하고 오우거와 트롤의 부산물을 챙기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말이다.

어제의 전투로 병사가 스무 명 가까이 희생되고 기사 하나를 잃었으며 기사단장도 의식불명이다.

게다가 정찰을 이유로 우리도 빠졌으니 일손이 부족하긴 할 터다.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시간만 죽이고 있으라는 얘기.

에라이!

그래, 어차피 명령은 떨어졌다.

싫으나 좋으나 본대가 올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겠다.

 

“모두 들었지? 한 놈씩 경계 근무에 투입되고 두 시간마다 교대한다.”

 

손으로 절벽의 틈새를 가리켰다.

 

[예, 중대장님!]

 

병사들의 대답을 들으면서 이제껏 작업한 바람막이로 이동했다.

할 것도 없는데 내공이나 수련할 생각이었다.

물론 성에서 수련할 때처럼 완전히 마음 푹 놓고 수련할 순 없다. 누군가 날 건드리는 불상사가 일어났다가는 주화입마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

효율은 나쁘지만 노느니 개 패는 심정으로 수련하려는 것이다.

병사 녀석들도 알아서 순번을 정하고는 각자 휴식을 취한다.

천천히 숨을 고르고 단전에 의식을 집중했다.

대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여 단전으로 인도…

 

“……!”

 

…할 수가 없었다.

이질적인 기운이 대자연의 기운에 섞여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부족한 내공을 보충할 목적으로 운기에 들어간 것뿐이다. 그런데 유입되는 기운이 너무 강하다.

이건 곤란하다.

신경을 분산해 가면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유입량이니까.

아예 운기를 하지 않거나 제대로 운기하는 수밖에 없다.

 

“티오!”

 

“예, 중대장님.”

 

곁에 드러누운 티오를 불렀다.

녀석이라면 내 말을 칼같이 따르는 놈이니 믿을 만하다.

 

“지금부터 누가 날 건드리지 못하게 해줘야겠다. 잠깐이면 돼.”

 

“건드리지만 않으면 됩니까?”

 

“어지간하면 큰소리 내지 않는 게 좋다.”

 

“혹시… 마나를 수련하시려는 겁니까?”

 

티오가 놀랍다는 듯 묻는다.

고위 기사들이나 하는 마나 수련법을 내가 알고 있다는 게 놀랍다는 뜻일 거다.

어차피 내가 마나를 지녔다는 걸 숨길 이유도 없고 숨길 필요도 없는 일이다.

이미 오우거와 트롤을 상대하면서 다들 내 능력을 본 상태니까.

그래서 티오 녀석도 잠깐 놀랐으나 이내 수긍하는 표정이다. 아마도 상급 소드 익스퍼트쯤 되어야 명상과 같은 방법으로 마나를 수련한다는 걸 몰랐기에 수긍하는 걸 거다.

알았더라면 더 놀랐을 테지.

 

“맞아. 잠시면 된다.”

 

“알겠습니다. 다른 녀석들에게도 주의하라 하겠습니다.”

 

“고맙다.”

 

“걱정하지 마시고 수련 하십시오. 일이 생기면 말씀드리겠습니다.”

 

티오가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에 모여서 키득대는 병사들에게 걸어간다.

알아서 행동하는 것도 그렇고 내게 충성심을 보이는 것도 그렇고, 꼴통 삼인방 다음으로 믿음이 가는 녀석이다.

딱히 우선순위를 두는 게 의미가 있는 건지는 몰라도 말이다.

녀석이 병사들에게 말을 걸자, 나와 거리를 두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좋아, 눈치껏 조용히 해준다니 마음이 놓인다.

가부좌를 틀고서 본격적으로 운기에 들어갔다.

 

스스스슷!

 

굉장하다!

백회혈이 찌릿할 정도로 대자연의 기운에 섞여 들어오는 이질적인 기운.

기혈이 따끔거릴 정도로 거칠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단전에 안착하는 순간, 뿌듯한 충만감이 전신을 휘감는다.

이 기운은 마치 앙탈 부리는 성난 고양이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온전히 품에 안기 전까지 마구 몸부림치는 그런 느낌.

단전에 기운을 받아들일수록 전신에 힘이 솟는 것만 같다.

 

“후우우우!”

 

길게 숨을 내쉬고서 감았던 눈을 떴다.

겨우 몇 호흡만으로 단전을 가득 채우다니… 놀람을 넘어서 경이롭기까지 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움켜쥐었다.

 

우드득!

 

뼈마디 부닥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흘러나온다.

몸이 더 강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힘!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 기운이 흘러나오는 곳은…

절벽 너머 ‘죽음의 대지’.

수많은 모험가와 원정대가 단 한 명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는 악명 높은 장소다.

위험한 곳이라는 건 알지만, 호기심이 생긴다.

어쩌면 ‘죽음의 대지’가 날 부르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나에게만 이런 기운을 뿌려댈 이유가 없잖아?

착각?

그래 단순히 착각일 수 있겠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건 본능과도 같은 거니까.

좋은 의미의 특별함이든 나쁜 의미의 특별함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아무튼,

마나에 민감한 기사들과 마법사 벡티드도 느끼지 못한 기운을 나만 느낀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착각이고 뭐고 궁금해 미치겠다.

대체 절벽 너머에 뭐가 있는지 그게 미치도록 궁금하다.

조금 전 내가 받아들인 기운을 뿌려 대는 게 과연 무엇일까?

어째서 내게만 이런 힘을 나누어 주는 거지?

 

“중대장님?”

 

“아? 아! 그래, 괜찮아. 티오.”

 

내가 멍하고 있는 게 불안했던지, 어느새 티오 녀석이 다가와 말을 건다.

힘에 취해 잠시 주변을 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젠 괜찮다. 수고했다.”

 

“별말씀을.”

 

빙그레 웃는 티오 녀석의 어깨를 한 차례 두들겨 주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주변에 떠도는 이질적인 기운.

조금 전에 운기를 통해 받아들였던 것과 같은 성질의 것이다.

손으로 만져질 듯 확연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단전에 이질적인 기운을 받아들인 탓에 친숙해져서인지도 모르겠다.

주변에 떠도는 이질적인 기운이 제멋대로 나의 몸에 스며든다.

미치겠다.

한 번 몸에 받아들였다고 너무 친한 척하는 거 아니니?

음…

내일 영주가 본대를 이끌고 온다면 ‘죽음의 대지’로 통하는 틈을 막겠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다시는 안에 들어갈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아니 들어갈 수 있다고 해도 내가 언제 다시 이곳을 찾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영지에 매인 몸이다.

장기 휴가가 있다면 혹시나 또 모를까, 이 주일에 한 번 있는 외박으로는 여기에 도착조차 못 하겠지.

그러면…

그렇게 되면…

 

“미치겠군.”

 

어느새 나는 ‘죽음의 대지’에 들어갈 이유를 만들어 내고 있다.

도저히 궁금해서 못 참겠다.

그래, 안에 뭐가 있는지 그것만 보고 오는 거다.

위험할 것 같으면 미련없이 되돌아오면 그뿐이니까.

이렇게 매력적인 기운을 뿌려 대는 게 대체 무엇인지 확인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 안 되겠다.

그래, 결심했다.

사나이가 결심했으면 행동하는 거다.

 

스윽!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어? 중대장님, 어디 가십니까?”

 

곁에 앉아 있던 티오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자식,

마치 어미 새를 바라보는 새끼 새를 닮았다.

녀석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고서 환하게 웃어 주었다.

 

“잠깐 다녀오마.”

 

“네! 중대장님!”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면서 툴툴거리듯 대답한다.

녀석을 뒤로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어, 어? 어딜 가십니까!”

 

당황한 음성으로 소리치는 티오.

그러자 나머지 병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쏠린다.

 

“어딜 가십니까!”

 

“중대장님!”

 

“위험합니다!”

 

병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놀란 얼굴로 내게 소리친다.

 

“금방 다녀올게. 영주님한테는 비밀이다?”

 

절벽의 틈 앞에 서서 검지를 입술에 대고서 장난스럽게 말하고는 그대로 경공을 발휘했다.

 

파앙!

 

“중대장님! 중대장니임!”

 

티오 녀석의 절규를 뒤로하고 절벽의 틈새로 파고들었다.

미안하다, 자식들아.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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