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32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5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32화
32화 몬스터 토벌(3)
하마터면 소리 내어 욕을 할 뻔했다.
오크들이 마을을 건설해 놓고 있다. 이러니 밖에 돌아다니는 놈들이 없었을 수밖에 없었을 거다.
그동안 정찰하면서 몬스터가 안 보인다 했더니 죄다 여기에 모여 있다.
놀라운 건,
오크 놈들이 트롤을 가축처럼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몇 마리의 고블린이 커다란 감옥에 갇혀서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아마도 인간 세상의 돼지처럼 가축으로서 키워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고블린의 살이 통통하게 오르면 잡아먹을 생각인가?
조직적으로 생활한다는 건 사냥하는 놈들이 따로 있다는 의미가 되겠다. 사냥 조직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겠다.
우리에 갇힌 고블린의 숫자로 보아 아직 사냥할 정도로 음식이 부족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사냥하는 놈들과 마주치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어제 오늘 레이놀드 영지 병의 운이 좋았다고 보아야겠다.
대체 몇 마리야……
못해도 5~6백 마리는 가뿐하게 넘어갈 듯싶다.
저렇게 많은 오크가 레이놀드 영지와 겨우 하루 거리에서 마을을 구축하고 있었다는 게 놀랍다.
분지 중앙에 자리 잡은 오크 마을의 외곽이 어수선하게 보인다.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마을을 확장하고 있는 듯 느껴진다.
오크의 특성이 빠른 번식 속도라고 했다.
놈들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레이놀드 영지가 위험해질 게 뻔하다.
그런데 중앙의 저 큰 건물은 뭔지 모르겠다.
오크 주제에 건물을 지었다는 것도 놀랍긴 하다. 게다가 저 건물은 비상식적으로 크다.
오크 족장이라도 사는 건가?
하여간 인간이나 오크나 높은 자리에 있으면 다른 놈보다 큰데 살고 싶은 건 본능인 것 같다.
어쨌든 이 사실을 본대에 알려야 한다.
인간과 비슷한 습성을 지닌 놈들인 데다가 먹이만 풍부하면 급속도로 수가 불어나는 놈들.
오늘 놈들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위험할 수 있겠다.
스슥! 스스슥!
위치를 파악하면서 조심스럽게 빠져나왔다.
경계를 서는 오크 몇 놈이 보이지만, 은밀하게 이동하는 나를 발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지형지물을 최대한 이용하고 낮은 포복을 섞어가면서 이동하는 데 발각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
놈들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신중하게 이동하고서야 제대로 달렸다.
부하 녀석들이 말을 한쪽에 몰아 놓고서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르친 보람이 느껴지는 녀석들이다.
굳이 얘기하지 않았음에도 알아서 은신하고 있으니 말이다.
“무슨 일입니까. 중대장님.”
티오 녀석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궁금해 하는 와중에도 목소리를 잔뜩 낮춘다. 나 역시 나직한 음성으로 녀석에게 대답해 주었다.
“대략 600미터 떨어진 곳에 오크의 마을을 발견했다. 숫자는 대략 5~600마리.”
[!]
병사들이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한다.
그럴 만도 하다.
레이놀드 영지에서 몬스터 토벌을 위해서 꾸린 병력은 기사 10명에 나까지 포함해서 병사 102명.
우리 병력보다 6배에 이르는 오크가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니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산술적인 숫자로만 따진다면 오크와 싸운다는 건 말도 안 될 짓이니까.
하지만 그건 나나 여기에 있는 다른 병사들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토마스!”
“예, 중대장님!”
“방금 들은 얘기를 본대에 전달하라.”
“알겠습니다!”
가장 말을 잘 다루는 녀석에게 명령을 내렸다.
구레나룻을 기른 토마스 녀석이 내게 군례를 올리고는 말에 올라타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본대에 소식을 전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여기서 대기한다.”
[예, 중대장님.]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곰곰이 생각했다.
오크 600마리를 상대로 우리가 승리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활과 화살은 충분하고 기름도 충분하다.
어쩌면 우리 측의 피해 없이 공략 가능할 것 같다.
내가 발견한 마을 외에도 다른 마을이 존재한다면 곤란하겠지만 말이다.
어째 좀 싱겁게 전투가 끝날 수도 있겠다.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는데 고만고만한 녀석들이라 굳이 나설 이유는 없게 된 셈인가?
한가하게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인기척이 느껴진다.
잠깐 생각에 빠진 것뿐인데 벌써 한 시간이 넘게 지난 듯싶다. 본대와 한 시간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으니까.
그게 아니라면 본대가 좀 더 행군 속도를 높였을 수도 있겠다.
말을 타고서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레이놀드 영주가 내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옆에는 무표정한 얼굴의 여자 호위기사가 따라온다. 얼굴은 예쁜 것 같은데 항상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살벌한 여자라는 느낌이 든다.
이크!
엉뚱한 생각이나 하고 있을 틈이 없다.
은신하고 있던 장소에서 나와 영주의 앞으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한쪽 무릎을 꿇고서 군례를 올렸다.
“충!”
물론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서 말이다.
“오크 마을이 있다고 하였는가!”
“그렇습니다.”
“나와 체인드 경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게.”
“예, 영주님!”
고개를 조아렸다.
영주가 말에서 내리는 동안에 병사들이 숲에 의자와 탁자를 설치했다.
“가지!”
“예, 영주님!”
레이놀드 영주에게 대답하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디올커 기사단장과 호위기사, 그리고 마법사 벡티드가 그 뒤를 따라갔다.
이틀 전에 보았던 음모(?)를 꾸미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복장의 벡티드.
지금의 모습만 봐서는 영주에게 충성을 다하는 충실한 가신처럼 느껴진다. 그때 당시의 칙칙한 로브가 아니라, 밝은 회색의 로브를 깔끔하게 차려입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자! 앉아서 설명해 보게.”
“예, 영주님!”
궁금증을 잔뜩 품은 얼굴로 명령하는 레이놀드 남작 덕분에 나의 정신은 빠르게 현실로 복귀했다.
야전 탁자 위에는 어느새 종이와 목탄이 놓여 있었다.
“이곳을 기점으로 남서쪽방향에 오크의 마을이 있습니다. 경계를 서는 오크가 이렇게 분포되었으며…….”
내가 본 일들을 종이에 목탄으로 그리면서 나름 성의껏 설명해 나갔다.
영주를 비롯해 탁자에 앉은 사람들이 심각한 얼굴로 나의 얘기를 듣는다.
오크가 5~600마리 정도 된다는 것을 듣고는 살짝 긴장하는 듯했다.
“영주님, 먼저 앞뒤로 불을 놓고 한쪽 입구를 열어 놓는 게 좋겠습니다.”
“살길을 열어 놓고 도망쳐 나오는 오크들을 죽이자는 뜻입니까?”
디올커의 얘기를 들은 레이놀드 남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한 작전이었지만, 가장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맞습니다. 병사들의 피해를 줄이면서 오크를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소신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디올커 기사단장의 말에 마법사 벡티드가 거들고 나섰다.
두 사람의 눈빛을 받아들인 레이놀드 남작이 빙긋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좋소! 그리합시다. 후방은 거리가 있으니 경기병대가 맡아줘야겠네. 경기병대가 불을 지르면 우리도 거기에 맞춰서 불을 지르기로 하지.”
레이놀드 영주가 나를 바라보며 명령을 내렸다.
“네, 영주님의 뜻대로 행하겠습니다.”
어차피 내가 하게 될 거라는 걸 예감하고 있었다.
기사들의 말은 마갑이 씌워져 있어서 속도를 내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니까.
명령을 받았으면 따른다.
그게 병사다.
자리에서 일어나 군례를 올리고서 자리를 벗어났다.
경기병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 말에 올라탔다. 병사들이 나를 따라 말에 올랐다.
“가자!”
나직한 명령에 병사들이 나를 따른다.
일체의 질문도 없다.
기사들이 우릴 쳐다본다. 맥스 기사가 나에게 주먹을 쥐어서 내보인다.
힘내라는 의미일 것이다. 고개를 한 번 끄덕여 주고는 기사들을 지나쳤다.
그러고서 우리가 향한 곳은 보급품 마차다.
“중대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나직한 음성으로 묻는 병사.
보급품을 담당하는 병사로 실제 전투에서는 제외된다. 병사의 복장을 하고 있지만, 병사를 돕는 역할이다.
비전투 요원도 필요한 법이니까.
“영주님께서 오크 마을 뒤쪽에 불을 지르라고 하셨다.”
“두 번째 마차에 실려 있습니다. 여기 불씨 통입니다.”
“고맙다.”
내가 들어야 할 대답은 그것뿐이다.
병사에게서 불씨가 든 통을 받아 들고, 두 번째 마차로 다가가 기름 먹인 천막을 걷었다.
참 많이도 준비했다.
지난번에 사용했던 것처럼 항아리에 기름이 담겼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가죽 주머니에 담겨 있다.
반 정도만 가지고 가는 게 나을 듯싶다.
후방에 불을 지르란다고 달랑 뒤에만 불을 질렀다간 멍청이 소리를 들을 터다.
“모두 5개씩 챙긴다. 목표는 오크 마을 후방! 멀리 돌아가야 하니 떨어뜨리지 않게 단단히 고정해야 할 것이다.”
[네, 중대장님.]
병사들의 대답을 들으면서 가죽 주머니를 챙겼다.
준비는 금방 끝났다.
오크에게 발각당하지 않도록 멀찌감치 돌아서 이동하는 게 유일한 귀찮은 일이었다.
물론 마을 뒤편에 도착해서는 어깨에 가죽 주머니를 매고 오는 건 더 귀찮다.
말이 투레질하는 소리가 오크를 자극할 수 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오크에게 발각당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기름을 뿌린다. 티오!”
“네, 중대장님.”
“너와 나머지 넷은 저기 보이는 나무에서부터 기름을 뿌리면서 오는 거다. 바닥을 적실만큼 충분히 뿌리되 기름이 중간에 끊어지지 않게 주의하도록.”
“명심하겠습니다.”
티오의 대답을 들으면서 몸을 돌렸다.
나머지 반대편은 나와 나머지 네 명의 병사가 작업할 것이다.
자세를 낮추고 가죽 주머니를 맨 채로 이동했다. 멀리에서 병사들이 조심스레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띈다.
제길…
저기까지 우리가 기름을 뿌려야 한다는 얘기가 되겠다.
그래, 이해한다.
녀석들은 맨몸으로 왔고, 우리는 말을 타고 왔으니 조금 손해를 보는 게 맞겠다.
“여기서부터!”
뒤를 따라오는 병사 중 하나를 지목했다.
“네, 중대장님!”
녀석이 대답하고선 어깨에 짊어진 가죽 주머니의 마개를 뽑는다.
시커먼 기름이 콸콸콸 흘러나온다.
지난번 기습전에서 사용했던 것과 같은 공성용 기름이다. 시커먼 색으로 보아 원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식으로 한 명씩 구간을 정해 기름을 뿌리게 했다. 물론 제일 마지막은 나다.
중대장이라면 이래야 맞다.
병사들에게만 일을 떠넘기는 건 성격에 맞지 않는다. 그런 건 한국에서 군 생활할 때 숱하게 겪어 본 일이니까.
내가 싫으면 남도 싫은 법이다.
중대장이 좀 더 어려운 일을 하는 게 병사들에게 신뢰를 심어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러라고 월급도 병사들보다 많이 받는 거잖아?
막 기름을 뿌리려는 그때,
“취익! $@#%.”
멀리서 들려오는 괴상한 소리.
망할!
하필이면 이쪽에 오크란 놈들이 있을 줄이야.
기름을 뿌리면 역한 냄새를 맡고서 다가올지도 모른다. 어깨에 멘 가죽 주머니를 내려놓고서 놈들을 향해 낮은 포복으로 기어갔다.
어차피 조금 있으면 불을 지를 거다. 놈들을 죽이는 편이 훨씬 낫다.
“푸륵! 쿠룩! 쿠루룩! 취릭! 췩!”
“케케켁! 쿠루룩! 쿡쿡!”
놈들의 근처까지 다가갔음에도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괴상한 소리를 낸다.
주변에는 두 오크 외에 다른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게 사방을 살피는 중에도 두 오크의 괴상한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아마도 농담 같은 걸 하고 있는 듯하다.
근데 어째 눈이 꼭……
야한 농담을 할 때의 리올트와 닮았다.
뭐야 이것들?
음담패설을 주고받는 중인가?
엉덩이를 앞뒤로 흔들면서 킥킥대는 걸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게 맞는 것 같다.
염병!
끔찍한 상상을 해버리고 말았어.
짜증을 분노로 바꾸어 엎드린 자세에서 튀어 나갔다. 스프린터가 출발신호를 듣고서 튀어 나가듯 폭발적으로 말이다.
파앗!
“취릭?”
한 놈이 나와 눈을 마주치고서 깜짝 놀란다.
늦었다! 이 자식아!
더러운 상상을 하게 한 죄는 죽음으로 나에게 사죄해줘야겠어!
왼손에 쥔 단창을 놈의 목에 쑤셔 넣고,
퍼걱!
나머지 오크에게 몸을 돌리면서 오른손으로 롱소드를 뽑아 휘둘렀다.
츠각!
둥실 떠오르는 오크의 머리.
좋아!
내가 생각해도 두 개의 동작이 하나처럼 자연스러웠다.
확실히 인간을 죽일 때와는 달리, 약간의 망설임도 생기지 않는다.
생각해 보니…
영지전에서 기사와 싸울 때도 망설임이 없었긴 하다.
뭐… 지금에 와서는 중요한 얘기가 아니다.
가죽 주머니를 들어 기름을 뿌리면서 이동했다. 분지 안의 오크에게 들키지 않도록 자세를 낮추는 것은 필수.
네 개의 가죽 주머니를 사용할 때쯤 부하가 뿌려 둔 기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남은 기름을 모조리 부어 놓고 신속하게 이동했다.
부하 녀석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같이 바닥에 잔뜩 엎드렸다. 시키지 않았음에도 오크에게 발각당하지 않으려는 의도였다는 걸 알 수 있다.
출발하기 전에 보급품을 담당하는 병사에게 받은 불씨 통을 꺼냈다.
뚜껑을 열자 갇혀 있던 연기가 훅 피어오른다.
불씨가 안 꺼진 게 용하다.
예전에 빈센트가 그랬던 것처럼 마른 풀을 모아 밧줄 끝에서 연기를 내는 불씨에 입김을 불었다.
“후우, 후…….”
작은 불이 생겨나면서 금세 기름에 불이 붙었다.
“모두 물러난다.”
[예, 중대장님.]
불이 솟구치면서 뿌려놓은 기름을 따라 불이 퍼져 나간다.
화르르륵!
곧이어 반대편에서도 불길이 솟구쳐 오른다.
이로써 오크들은 독 안에 든 쥐 신세가 되었다.
활활 타오르는 화염 사이로 분지 안의 오크들의 당황한 모습이 보인다.
<$%#!@%! 취륵!>
<퀘에엑! 취륵! 췩!>
.
.
.
마구 소리를 지르며 유일하게 불길이 솟구치지 않은 출구를 향해 앞 다투어 달려가는 오크들의 모습.
그들의 앞에 기사와 병사들이 진을 치고 있을 거라는 건 꿈에도 모를 거다.
“자! 이제 돌아가야…”
본대로 복귀 명령을 내리려는 그때,
[크훠어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