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31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3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31화
31화 몬스터 토벌(2)
후드를 깊게 눌러쓴 음침한 분위기의 사내가 기사 사이에 섞여 있다.
저런 복장은 이번엔 제이든 영지를 합병하면서 데려온 마법사가 유일하다.
보통은 마법사라고 하면 지팡이를 든 점잖은 노인을 생각하게 된다.
그게 예전 한국에서 게임할 때 선택하는 캐릭터가 그렇게 생겼다. 저런 분위기의 마법사는 흑마법사 혹은 네크로멘서 캐릭터에 더 어울린다.
실제로 벡티드 마법사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항상 영주님의 근처에 붙어 있을 뿐, 밖에는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니까.
전략 회의에도 그는 항상 열외다.
기사들과 문제를 일으키기 싫어서 자발적으로 그렇게 행동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제 맥스 기사가 저 인간을 눈여겨보라고 했는데…….’
살짝 고민된다.
정상적으로 외출한 거라면 상관없겠지만, 지금은 몰래 성을 빠져나온 상태다.
놈의 뒤를 쫓아, 말아?
약간의 갈등이 생겼지만, 결론을 내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시안!”
“네, 중대장님!”
“돈 줄 테니까. 술과 안주를 사서 곧장 막사로 돌아가. 딴 데 샜다가는 경계근무로 밤을 새우게 해줄 테다. 내가 복귀해서 딴 놈들한테 물어볼 거니까. 잘해.”
“바로 복귀… 하겠습니다.”
일부러 으스스하게 말한 보람이 느껴지는 반응이다.
뭐, 진짜 뻘짓하다가 늦으면 반쯤 죽여 놓을 생각이긴 하다.
내가 놈들의 뒤를 쫓겠다고 결정한 것은 마법사 놈들과 같이 있는 기사들 때문이다.
두 기사 중의 하나는 햄크스 베이론.
스포츠 머리를 하고 있으며 갈색 눈에 계란형 얼굴이다. 그럼에도 날카로운 눈매 때문에 매섭게 보이는 인상의 사내.
놈들이 항복하던 당시, 가장 직위가 높았던 기사였기에 기억한다. 순순히 생포 당하긴 했지만, 눈빛이 결코 순종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마에 ‘사고 치겠다!’라고 써놓은 듯한 인간이다. 굳이 맥스 기사의 말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수상한 상황.
“가봐!”
꼴통 삼인방에게 짧게 명령을 내리고 놈들이 사라져 간 방향으로 움직였다.
기사라는 족속은 감각이 예민하다.
당장 나만 하더라도 그러니까.
일반인보다 뛰어난 시력과 청력을 지녔다. 그래서 아까 복잡하게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상황에서도 놈들을 발견할 수 있었던 거고.
물론, 내가 녀석들보다 좀 더 예민한 감각을 지녔기에 먼저 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름 레이놀드 영지 최강 고수라고 믿는 나다.
저런 얼치기 놈들한테 발각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일단 머릿속에서 지운다.
“……!”
놈들이 사라진 방향으로 이동하다가 다시금 몸을 숨겼다.
예상했던 것보다 그들이 얼마 움직이지 않은 까닭이다. 놈들이 힐끗힐끗 뒤를 돌아본다.
뒤가 구리다는 방증이다.
한 사람은 레이놀드 영지의 서기관이며, 나머지 둘은 당당한 기사다.
영지의 마을을 걸어가면서 굳이 뒤를 돌아볼 필요가 없는 신분이다.
누군가 자신들을 따라올까 봐 조심하는 게 틀림없다.
이거 점점 더 수상한데?
놈들이 외곽으로 이동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대체 뭣 때문에 저렇게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건지 모르겠다. 설마 놈들이 레이놀드 영지를 집어삼킬 생각인가?
아니…
그건 내가 생각해도 좀 아닌 것 같다.
이곳 세상은 정당한 귀족의 작위를 얻지 않은 자는 영주가 될 수 없다.
죽은 제이든 남작의 복수를 위해서 벌이는 단순한 반란?
그것 역시 아니다.
지켜본 바에 의하면 제이든 영지 출신의 기사들에게서 그런 충성심 따위는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제이든 영지 출신의 기사 대부분은 레이놀드 영지의 소속이 된 것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꿍꿍이지?
일단 집중하자!
***
지독스럽게도 조심성이 많은 놈들이다.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렇게나 으슥한 곳까지 왔는지 궁금해 죽을 판이다.
놈들이 도착한 곳은 마을 외곽의 허름한 건물.
의외로 용의 주도한 놈들이다.
버려진 창고는 꽉 막힌 공간이 아니었다. 그저 바람만 막아주는 용도일 뿐 건물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누군가 접근한다면 안에서도 밖을 살펴볼 수 있는 무너지기 직전의 건물이다.
하지만 나는 굳이 접근하지 않아도 놈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다.
딴에는 조심한다고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을 선택했을 게 분명하다.
덕분에 주변의 잡음이 들리지 않아서 놈들의 얘기를 듣기가 쉬웠다. 내공을 귀에 집중하면 평소보다 몇 배나 더 작은 소리까지 들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굳이 놈들이 얘기를 나누는 낡은 창고에 접근할 이유가 없었다.
놈들이 들어간 창고와 10미터 가량 떨어진 폐건물에 몸을 숨기고서 귀에 내공을 집중시켰다.
<영주를 토벌 전에 참가하게 하느라 조금 애를 먹었습니다만, 다 잘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베이론 경께서는 믿을 만한 사람을 붙여만 주시면 됩니다.>
마법사인 벡티드의 음성이 희미하게 들려온다.
하고 다니는 꼬락서니와 잘 맞아 떨어지는 음침한 음성이었다.
뭐야?
저 자식이 영주를 토벌 전에 참가하게 꼬드긴 거였어?
<믿을 만한 사람을 레이놀드에서 찾기가 어렵습니다.>
무겁게 들리는 음성은 벡티드가 대화하는 상대인 햄크스 베이론이 틀림없다.
두 사람의 음성이 너무나 나직해서 내공을 귀에 집중했음에도 작게 들린다.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녀석들에게 목소리 좀 크게 내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니까.
더욱 귀에 내공을 집중해서 목소리를 놓치지 않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다.
<이번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계시겠지요?>
<물론입니다. 저도 이번 기회에 모두 정리하고 조용한 곳에서 마음 편하게 살고 싶습니다.>
분위기를 잡는 백티드의 음성에 햄크스가 살짝 들뜬 목소리로 대답한다.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인 건지 모르겠다.
햄크스는 영지전 당시 제이든 기사단의 단장이었다. 지금도 상당한 대우를 받는 걸로 안다.
그런데 모두 정리하고 떠나겠다?
어째 뭔가 대단한 걸 준비하는 것도 같고…….
<믿고 맡길만한 사람이 없다면, 이번 일은 시작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도 아실 겁니다.>
<그래서 이 친구를 데려왔습니다. 홀트 경도 아실 겁니다. 포이안이라고 제 직속 부하였습니다.>
<‘포이안 포튼’입니다. 단장님께 얘기 들었습니다.>
이제껏 조용히 있던 나머지 사람의 음성이 귀에 들어왔다.
<이 친구가 내일 기사의 자리를 내놓고 물러날 것입니다. 제이든 영지에서 사람들을 끌어모아 병사로 위장시키면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겁니다.>
<좋군요. 베이론 경이 책임지고 일을 추진해 주십시오. 레이놀드 영지 소유인만큼 신중을 기해서 처리해야 할 것입니다.>
벡티드의 음성에 기쁨이 묻어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믿고 맡기신 만큼 확실하게 금광을 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금광?
지금 햄크스의 입에서 ‘금광’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이거 맥스 기사가 괜한 의심을 한 게 아닌 모양이다. 생각지도 못한 일을 꾸미고 있을 줄이야…….
세 사람이 계속 얘기를 나누었지만, 시시콜콜한 세부 계획을 세우는 정도였다.
나는 놈들이 사라질 때까지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제껏 신중하게 행동하던 놈들이었기에 혹시나 들킬지도 모른다는 마음에서다.
주변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서야 자리를 떴다.
성으로 돌아와 맥스 기사를 찾아, 놈들이 나누던 대화를 얘기해 주었다.
하지만 그는 몬스터 토벌이 끝나고 상황을 풀어 보자고 말했을 뿐이다.
나야 뭐 보고했으니 그것으로 임무는 끝난 셈이다. 일련의 과정을 마치고 막사에 갔을 땐, 이미 병사들이 음식과 술을 모조리 해치운 다음이었다.
의리 없는 자식들……
그나마 양심은 있었는지 내 몫의 술과 음식은 남겨 두긴 했다.
젠장!
결국은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잠드는 수밖에 없었다.
자자, 자!
자두지 않으면 나만 손해다.
내일부턴 푸르딩딩한 놈들과 싸워야 할 테니까.
***
다각! 다각! 다각!
나와 9명의 경기병은 말을 타고 이동하는 중이다.
일종의 척후… 그러니까 지금과 같은 경우엔 정찰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말이 있으면 편하게 이동할 줄 알았더니, 이런 잡다한 임무를 떠안게 될 줄이야.
왜 일반 병사보다 월급을 더 많이 주는지 이번 기회로 확실하게 알겠다.
물론 나는 기사와 동급이라 3골드의 월급을 받는 병사가 되긴 했지만 말이다.
“너무 한가한 거 아닙니까?”
옆에서 나란히 말을 모는 병사가 묻는다.
티오라는 녀석인데 꼴통 삼인방이 없으니 녀석이 내 옆에서 보좌하는 거다.
꼴통 삼인방에겐 영지에 남아 병사들을 관리하라는 명령을 내려 두었다.
병사 중에서 꼴통 삼인방을 제외하고 녀석이 가장 짬밥이 높아 날 보좌하는 것이다. 단순한 나이로만 계산하면 녀석보다 나이 많은 병사가 더 많다.
뭐…
그렇게 따지면 내가 병사 중에서는 어린 편에 속하긴 한다.
어차피 군대는 계급 사회.
하지만 나이 따윈 계급 앞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실제로 이 세상 자체가 계급 사회이기도 하고 말이다.
망할!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징그럽게 한가하다는 점이다.
분명 레이놀드 성 뒤편에 몬스터가 많다고 하지 않았던가?
레이놀드 남작이 무려 토벌을 결심하게 만들 정도로!
그런데 이렇게 한가해도 되는 건가?
벌써 하루를 행군해 왔는데 그 흔하다는 오크조차 구경하지 못했다.
위험 요소가 없으니 조심해서 이동하자는 애초의 계획은 흐지부지된 상태다.
이제 반나절 정도만 더 가면 ‘죽음의 대지’라는 곳에 도착하게 될 텐데도 이렇게나 평화롭다니.
“몬스터가 없으면 좋잖아.”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고는 계속 말을 몰았다.
맨 뒤에서 쫓아오는 녀석들이 교대로 뒤에서 따라오는 본대에 안전을 확인해주면서 따른다.
저 녀석들이 제일 고생이다.
어쩌겠냐… 막내의 운명인 것을.
진짜 긴장감이라곤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정찰 임무다.
아니, 이 정도면 그냥 말 타고 산책하는 수준으로 보는 게 맞겠다.
너무 평화로운 거 아니니?
그나저나 지금껏 지나온 평야라면 엄청난 농지를 만들 수 있겠다.
영지민이 지금보다 대여섯 배쯤 늘어나도 자체적으로 식량 보급을 해결할 정도로 말이다.
이러다가 우리 레이놀드 영지가 무지하게 발전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벡티드 마법사가 말한 금광까지 영지의 것이 되면……
“엄청나겠는데?”
“네? 잘 못 들었습니다. 중대장님.”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혼잣말 한 거야.”
“네.”
쓸데없이 꼬박꼬박 대답하는 티오.
아직도 무림 세상에서 홀로 지내던 습관 때문에 지금처럼 혼잣말 하는 버릇이 불쑥 튀어나온다.
고쳐야 하는데 잘 고쳐지지 않는 게 문제다.
“……!”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면서 말을 모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멈춰!”
손을 들어 뒤에 따라오는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 ]
녀석들이 끽소리도 하지 않는다.
평소 갈궈댄 보람이 느껴…
아니, 평소 강하게 훈련시킨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분명 이상한 소음을 들었다.
그래서 내공을 귀에 집중시켰다.
<$% 치익! #@!^>
<%$# 쿠엑! $#%#%#…… >
흐릿하게 들려오는 괴상한 소음.
인간의 음성이 아닌 건 확실하다.
그렇다고 짐승의 것은 아니다. 뭔가 체계적인 듯한 느낌이 묻어나는 괴상한 소음이었으니까.
아마도 오크라는 놈들이 아닐까 추측한다.
“모두 대기! 내가 돌아올 때까지 절대 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
[네.]
나직하게 대답하는 병사들.
이제껏 방만하게 행동하던 것과 다르게 얼굴을 굳혀서인지 녀석들도 긴장한 듯한 표정이다.
말에서 내려 병사들을 뒤로하고,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달렸다.
말을 타면 빠르겠지만, 대신에 소음이 생겨나 몬스터를 자극할 수도 있는 일이니까.
롱소드와 단창 한 자루만 휴대하고서 달리는 중이다. 혹시나 모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다.
<%^@#$* 취익!>
<쿠웩! 크훠훡! 쿠룩! 취익!>
점점 대화하는 듯한 몬스터의 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거리가 가까워졌다는 증거다.
기척을 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속도는 줄이지 않았다. 눈은 사방을 빠르게 훑으면서 달렸다.
기억 속에 존재하는 오크는 인간보다 떨어지지만,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경계병을 세워뒀을지도 모르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
높게 자라난 나무 사이로 푸른색의 무언가가 어른거린다.
예상이 맞았다. 놈의 정체는 오크였다. 인간보다 작은 키에 제법 튼실한 상체를 지닌 몬스터.
속도를 줄이면서 자세를 낮췄다.
다행스럽게도 녀석은 나를 발견하지 못한 듯했다. 굳이 놈을 죽일 생각은 없다.
중요한 것은 정찰이다. 놈이 경계심을 갖는다면 다른 오크에게 알릴 것은 뻔할 노릇.
놈이 경계서는 곳을 빙 돌아서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계속 접근했다.
나무가 울창한 숲을 지나자, 넓은 분지가 나왔다.
“…….”
그리고 나는 할 말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