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28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1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28화
28화 합병의 후유증(3)
“아욱! 뭐, 뭐야!”
“커헉! 마틴! 지금 뭐하는 거냐!”
“으윽! 인마! 미쳤어?”
자리에서 겨우 일어난 기사들이 볼멘 소리했다.
각각 옆구리와 뒤통수를 감싸 쥐고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 마틴이 자신들을 공격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기에 무방비 상태로 얻어맞은 것이다.
“이 자식들아! 중대장은 기사와 동급의 지위에 놓겠다는 영주님의 말씀 잊었어? 어서 사과해! 윌슨 중대장, 이거 미안하게 됐습니다.”
“아, 예…….”
마틴이 기사들을 두들겨 패고서 손을 내밀자, 윌슨은 얼떨떨한 얼굴로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마틴! 뭐하자는 거야!”
다혈질인 비비토가 눈을 부라렸다.
윌슨에게 얻어맞은 것만으로도 눈이 뒤집힐 노릇이다. 그런데 동료의 손에 기습까지 당하니 현기증이 날 정도로 화가 치밀었다.
“여기 윌슨 중대장이 말에 탄 제이든 남작을 상대로 승리한 사람이다.”
마틴이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치욕스러운 사건이라 일부러 숨겨왔던 얘기였기에, 그의 음성에는 힘이 빠져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고 있어!”
비비토가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이제껏 제이든 남작의 죽음을 병사들의 집단 공격에 당했기 때문이라고 믿었던 그였다.
갑자기 눈앞의 밉살스러운 병사가 홀로 제이든 남작을 상대해서 승리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럼 세 놈이 비무장인 윌슨 중대장한테 무기까지 사용하고서도 깨진 건 말이 되고?”
“…….”
“…….”
“…….”
마틴이 혀를 끌끌 차면서 비아냥대자, 세 명의 기사가 입을 꾹 다물고 눈만 껌벅 거렸다.
생각해 보니 뭔가 싸한 기분이 들었다.
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고작 병사 하나 때문에 자신들이 잔뜩 흥분하고 있었다.
심지어 비무장인 병사한테 롱소드를 뽑아 휘두르기까지 했다. 어쩌면 그게 본능적인 위기감 때문이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뜨악한 얼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우라질!”
최초 윌슨에게 시비를 걸었던 프레드의 얼굴은 더욱 처참해졌다.
아침에 자신을 건드린 중대장 놈이라는 걸 알고서 일부러 시비를 걸었던 것이다.
기사들과 같이 회의실에 참석한다고, 마치 자기도 기사인 것처럼 딴생각이나 하면서 걸었다는 게 같잖았다.
게다가 레이놀드 영주가 중대장들에게 기사와 동등한 지위를 약속했다는 것도 배알이 꼴렸다.
가뜩이나 주군을 잃고서 어쩔 수 없이 레이놀드 남작에게 고개를 숙인 자신들.
주눅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병사 놈까지 자신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자신이 모시던 제이든 남작에게 정당한 대결에서 승리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자신을 포함해서 세 명이나 되는 기사를 맨손으로 상대해 거꾸러뜨렸으니까.
“윌슨 중대장, 제 동료 녀석들인데 술김에 객기를 조금 부린 모양이요. 화를 푸시고 이쯤에서 그만해 주시면 고맙겠소.”
“아, 예…….”
윌슨이 돌변한 상황에 어리둥절한 얼굴로 대답했다.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기사가 이렇게 저자세로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당황하기는 시비를 걸었던 세 명의 기사 역시 마찬가지.
평소 기사에 대한 자긍심에 똘똘 뭉친 모습을 보이던 마틴의 돌발 행동이 적응되지 않았다.
마틴이 저런 모습을 보였던 대상은 오직 한 명.
‘베이커 단장님 앞에서만 보이던 모습이잖아?’
기사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그랬다.
제이든 영지 소속의 기사였던 시절 기사단장인 ‘베이커 마커’에게만 보였던 모습이다.
오직 실력으로만 사람을 대하는 마틴이었기에 세 기사는 윌슨을 다시 보아야 했다.
그리고 곰곰이 싸우던 상황을 되새겼다.
‘강하다!’
결론은 너무나 쉽게 나왔다.
만약 자신이 윌슨과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롱소드로 무장한 기사 셋을 맨손으로 해치울 수 있었을까?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제야 마틴의 저자세가 이해되었다.
세 명의 기사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면서 마른침을 삼켰다. 서로의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마틴과 아는 사이라고 진작 말했으면 좋았잖소! 이거 우리가 미안하오.”
“이해하시오. 우리가 술이 좀 지나쳤던 것 같소.”
“하하하! 내가 사과하는 의미로 거하게 쏘겠소!”
세 명의 기사가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었다.
말도 안 되는 얘기를 지껄이면서 윌슨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아, 뭐 괜찮습니다. 사나이라면 그럴 수도 있는 일 아닙니까.”
윌슨은 태도가 돌변한 기사들에게 일일이 악수해 주면서 사과를 받아들였다.
기사단과 앙숙으로 지내는 것보다야 서로 어울리며 지내는 게 좋긴 하니까 말이다.
비록 사과하는 이유가 부실해 보였으나, 사나이 자존심 때문에 핑계를 만들었을 거라고 이해했다.
“자, 자! 앉으시오. 오늘 내 주점의 술이란 술은 죄다 마셔 없애게 해줄 테니!”
처음 시비를 걸었던 프레드가 윌슨의 손을 잡아끌어 자신들이 앉았던 테이블로 끌고 갔다.
“아, 저는 일이…….”
윌슨이 곤란한 얼굴로 말끝을 흐렸다.
자신의 멋진 모습에 눈으로 하트를 뿅뿅 보내는 스잔과 거사(?)를 치를 역사적인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레드는 막무가내로 윌슨의 팔을 잡아끌었다.
“와하하하! 아오. 계집이야 같이 한잔하고서 즐겨도 늦지 않잖소. 어이! 윌슨 중대장과 한잔 할 테니까, 딴 놈한테 꼬리 치지 말고 대기해!”
프레드가 실버 동전을 꺼내 스잔에게 손가락으로 튕겨 보냈다.
“네, 기다리고 있을게요. 멋진 오빠~♡.”
용케 놓치지 않고 동전을 받아 낸 스잔이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
그제야 안심한 윌슨이 자리에 앉았다.
“그럼 조금만 마시도록 하겠습니다.”
“자, 자! 여기 맥주 다섯 잔 새로 가져오고 안주 좀 아무거나 근사한 걸로 푸짐하게 내와 봐!”
프레드가 언제 시비를 걸었느냐는 듯 호탕하게 웃으면서 술과 음식을 주문했다.
***
“으으음…….”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다.
대체 얼마나 마셨던 거지?
그냥 맥주만 마셨으면 좋으련만, 맥주가 바닥나서 다른 술을 시켜 마시는 바람에 숙취가 아주 끝장이다.
잠깐!
결국, 술만 마시다가 볼 장 다 본 거냐?
억울하다!
이번엔 기필코 반로환동(?)의 기쁨을 마음껏 누려 보려고 했는데 또 꼬여 버렸다.
어쩔 수 없지.
다음을 노리는 수밖에 없겠다.
근데,
대체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뭉클!
“……!”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데 손아귀에 낯선, 그러면서도 익숙한 감촉이 전해진다.
설마……
“우우웅… 저 힘들어요. 좀 더 자게 해주세요.”
옆에서 들리는 여자의 음성.
눈을 번쩍 떴다.
이런!
스잔이 나의 옆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잠투정을 부리고 있다.
띄엄띄엄 이어지는 기억들.
잔뜩 술에 취해서 스잔의 부축을 받았던 게 떠오른다. 네 명의 기사들이 제멋대로 비틀거리면서 손을 흔들어 주던 기억도……
그리고 방에 들어와 스잔의 옷을 벗기고 키스를 퍼부었던 상황까지 띄엄띄엄 떠오른다.
하지만 그 뒤부터는 거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저기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어제 우리…….”
나는 말끝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대놓고 ‘우리 어제 섹스했어요?’라고 묻기에는 내 얼굴이 그렇게 두껍지가 않으니까.
오래 살기는 했어도 그냥 무공만 배우다 늙어 간 것뿐이다. 여자와 대화해 본 경험이 많지도 않다.
“우웅… 너무해요. 어젠 진짜 죽는지 알았단 말이에요. 네 번이나… 아이… 짐승…….”
나른한 음성으로 칭얼거리는 스잔.
네 번?
내가 네 번이나 했다고?
그런데 왜 기억이 없지?
이 빌어먹을 놈의 알코올성 치매 같으니!
기억은 안 나지만 분명 스잔과 거하게 일을 벌였다는 건 알겠다. 침대 밑에 잔뜩 구겨진 천 뭉치가 너덧 개나 돌아다닌다.
그리고 은은하게 풍기는 밤꽃향……
제길!
또 기억에도 없는 황홀한 일(?)을 했단 말인가!
그래,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저기 스잔!”
뿌우우우! 뿌우우!
아련하게 들려오는 기상나팔 소리.
“……!”
젠장!
다 글렀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바닥에 아무렇게나 흩어진 군복을 집어 들었다.
점호가 시작되기 전까지 돌아가야 한다.
외박에서 복귀할 때 성문을 지키는 경비병에게 복귀 신고를 해야 한다.
아쉽지만 지금은 빨리 돌아가야만 할 때였다.
서둘러야 한다.
“멋진 오빠… 또 오실 거죠?”
제길!
알몸의 스잔이 내게 애교를 부린다.
“반드시 옵니다!”
영주님께 보고할 때와 거의 비슷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어머! 깜짝이야. 다음엔 더 근사하게 서비스해 드릴게요. 또 봐요. 멋진 오빠~♡.”
사람 애간장을 다 녹여 버리는 스잔의 나른한 음성.
정말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대체!
왜!
어째서 결정적인 순간에 자꾸 필름이 끊기느냔 말이다!
억울해서라도 다음엔 반드시 기억하고 말 테다.
아니, 술은 입에도 대지 않을 거다.
망할!
생각해 보니 굳이 술을 마시느니 마느니 따질 게 아니다.
조금만 내공이 깊었어도 술기운 따윈 내공을 운용해서 날려 버리면 그만이었을 터다.
이렇게 된 이상 더욱 내공 수련에 박차를 가해야겠다.
내공의 힘으로 술기운을 날려 보낼 수준이 되면, 술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 불상사는 없어지겠지!
좋아!
오늘부터 더 열심히 수련해 버릴 테다!
“스잔 부탁이 있어요.”
“우웅… 뭔데요. 멋진 오빠?”
“다리 좀 벌려 주실 수 있어요? 구경 좀…….”
제길!
어떻게 생겼는지 까먹을 판이라고!
“아유… 밝힘증 걸린 멋진 짐승 오빠 같으니… 자요~♡”
으윽!
괘, 괜히 보여달라고 했다.
도저히 걸어갈 수가…….
이건 못 참겠다!
에라 이!
좀 늦으면 어때!
내가 중대장이야! 중대장!
***
레이놀드 성 뒤편의 평야.
풀을 베고서 연병장으로 사용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제이든 영지로 발령 나간 빈센트 기사가 처음 이곳을 연병장으로 사용한 뒤로 쭉 애용하는 중이다.
풀이 허리 어름까지 자라 있던 곳은 이제 흙먼지가 폴폴 날린다.
병사들이 매일같이 밟아대면서 바닥을 구르는 바람에 풀이 자랄 수 없을 만큼 다져진 탓이다.
“똑바로 합니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겠습니다. 아홉 번! 몇 번?”
[박살! 아홉 번!]
“좋습니다. 마지막 구령은 생략합니다. 팔 회 실시!”
[박살!]
병사들이 크게 대답하면서 ‘PT 체조 6번 발벌려 뛰기’를 실시한다.
[하나!]
[둘!]
.
.
.
“여덟!”
[우우우……]
언제나 그렇듯 정신 못 차리는 녀석이 꼭 한두 명은 나온다.
구령을 붙이지 않은 나머지 병사들이 실수한 병사에게 나직하게 야유를 보낸다.
이 재미에 조교 짓을 하는 거 아니겠어?
지난번 외박에서 쌓인 욕구불만(?)을 이렇게 신병을 굴리면서 푸는 중이다.
그날은 결국 하다(?) 말았다.
나팔 소리 때문에 조급해져서 그런지 제대로 느낌(?)이 안 와서다.
어쨌든 뭔가 했다는 게 중요하잖아?
덕분에 내공 수련에 전념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다.
술 때문에 기억을 잃는 불상사를 없애야 한다.
분명 다리는 후들거리는데 기억은 전혀 나지 않는 억울함이라는 건 정말……
자!
실수한 녀석이 나왔으니 조금 더 빡세게 굴려 보도록 할까?
“중대장님! 일과 끝낼 시간입니다.”
음흉하게 웃고 있는데, 곁에서 신병의 행동을 감시하던 시안이 태클을 걸어온다.
“쳇! 할 수 없지.”
아쉽지만 이만 끝을 내기는 해야 할 듯하다.
그나저나 신병 녀석들 몰라보게 체력이 좋아졌다. 처음 PT체조를 실시할 때만 해도 금방 허덕대던 놈들이었다. 그런데 겨우 보름 만에 정예병들과 맞먹는 체력을 보여 준다.
뭐 체력이 좋아졌다기보다는 깡다구가 좋아졌다고 보는 게 맞겠지만.
“이만 오후 훈련을 마친다. 내일은 최종 점검을 할 테니 철저히 준비하도록 알겠나!”
[박살!]
“좋아! 해산!”
[해사안!]
병사들이 기쁨에 겨워 크게 소리친다.
녀석들……
당장 훈련이 끝났다고 좋아하는 마음은 알겠다.
그러나 내일 최종 점검이 끝난 뒤에 본격적으로 실전에 투입된다는 걸 알고나 있는 건지 모르겠다.
자식들아,
이렇게까지 굴렸는데 맥없이 죽지만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