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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23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1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23화

23화 삽질의 위력(3)

 

 

 

 

 

심장이 쿵쾅거린다.

밤새 한숨도 못 잤음에도 피곤하지 않다.

극도의 긴장감 때문이기도 하다.

새벽에 도착해서 한 짓이라고는 오직 삽질뿐이다. 아니 삽질보다 힘들었던 건 땅을 파내고 나온 흙이다.

멀찌감치 갖다버리느라 그게 더 힘들었다.

완벽한 은신을 위해서 지난번과 같이 테일 산맥 초입에 참호를 파놓은 것이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판 것은 아니다. 어차피 안에서 잠을 잘 것도 아니었으니까.

대충 팠다고는 해도 고된 작업이다.

공사 현장에서 쌓은 삽질 내공(?)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정도로 말이다.

 

“온다!”

 

나는 참호 안에 길게 늘어선 병사들에게 들릴까 말까 한 작은 음성으로 말했다.

그런 명령은 좌우 끝까지 신속하게 전달되었다. 반대쪽 입구에 참호를 파고 몸을 숨긴 2중대 병사가 있다. 그들 또한 제이든 영지병의 출현을 알고 있을 거다.

시끄러운 소음과 행군하는 움직임이 이렇게나 땅바닥을 진동하는데 모를 리가 없겠지.

참호를 덮어 흙으로 위장한 두꺼운 천에 덮인 나무판을 슬쩍 들었다. 고개를 옆으로 틀어 최대한 움직임이 발각되지 않도록 하면서 밖을 살폈다.

 

“대기! 놈들이 멈췄다.”

 

나의 명령이 다시금 신속하게 참호 속에서 퍼져 나갔다.

뭔가 얘기를 나누는 듯하더니 기사들이 말을 타고 다가온다. 놈들도 우리처럼 기사들로 척후를 보내려는 모양이다.

이건 좀 얘기가 달라진다.

기사들은 감각이 예민하다.

속이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원래는 병사가 지나가고 놈들의 긴장이 풀어진 틈을 노리려고 했는데······

병사들은 몰라도 기사의 예민한 감각을 속이긴 쉽지 않으리라는 건 뻔하다.

그래서 방패 겸 판자로 참호를 위장해 둔 거다. 척후병이 판자를 밟고 지나갈 수 있게 말이다.

혹시나 하는 기대 따윈 애초에 고려하지 않는 편이 좋다.

기사들이 나무판자를 밟는다면, 발을 덮은 서배튼(Sabbaton) 때문에 소리가 날지도 모를 일.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

.

.

 

옆에 선 프레스카와 패트릭을 번갈아 노려보았다.

 

“그런 건 전달하지 마.”

 

“···네.”

 

“···네.”

 

풀이 죽은 두 녀석에게서 시선을 떼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이거 너무 애들을 밟아 놨더니 쓸데없는 것까지 따라 해서 골치가 아프다.

할 수 없다.

 

“활을 준비해.”

 

“활을 준비해.”

 

“활을 준비해.”

 

.

.

 

명령이 전달되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도 역시 활에 화살을 재었다.

내 솜씨가 개판인 건 스스로 자각하고 있다. 총이었다면 원샷원킬일 텐데······

기사가 충분히 다가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제는 말도 아껴야 하는 단계다.

손짓으로 시안과 프레스카를 가리킨 다음에 바깥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나와 페트릭을 번갈아 가리킨 다음에 오른쪽을 가리켰다.

우리 넷이서 다가오는 기사 둘을 해치우자는 의미다.

근거리에서라면 활로 기사들의 갑옷도 충분히 무력화시킬 수 있을 터다.

안 되면 뭐······ 몸으로 때워야겠지만.

말이 멈추려는 것을 확인하고서 그대로 나무판자를 젖혔다.

 

파바바박!

 

연달아 참호의 덮개가 열리고 1중대 병사들이 일제히 하늘을 향해 비스듬하게 화살을 겨눈다.

하지만 나와 꼴통 삼인방은 아래쪽으로 겨누었다.

 

투두두둥!

투두둥!

 

병사들이 연달아 화살을 날리는 것과 동시에 나와 꼴통 삼인방의 화살이 날아갔다.

 

“준비!”

 

화살을 발사하기 무섭게 소리쳤다.

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제멋대로 화살을 쏘게 될 터다. 화살은 그저 무더기로 날아가야, 제 맛이 아니겠어?

 

“지랄! 시안! 페트릭! 한 놈 맡아! 프레스카 화살 구령 줘!”

 

[네!]

 

서둘러 명령을 내리고 참호 밖으로 튀어나왔다.

화살에 맞은 기사 놈이 멀쩡하다. 화살에 맞아 당황한 듯 보이긴 하지만, 화살이 깊게 박히지 않은 탓이다.

그래, 갑옷을 너무 우습게 보았다는 걸 인정하는 게 맞겠다.

하지만 상대할 만하니까 달려가는 거다.

이 세상의 기사라는 건······ 아니, 이런 시골 영지 기사들의 실력이라는 건 용맹한 병사보다 조금 더 실력이 나은 수준.

튼튼한 갑옷 때문에 상대하기가 쉽진 않지만, 못 싸울 것도 없다. 지난번 기습 전에서도 숫자가 너무 많아서 도망칠 생각을 했던 것뿐이니까.

 

“우와아아아!”

 

“이야아!”

 

시안과 페트릭이 괴성을 지른다.

손에 단창이 들려 있다.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다.

야트막한 언덕이긴 하지만, 그래도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거라 힘이 더 실릴 것이 분명하다.

 

투두두둥!

 

연달아 악기의 현을 퉁기는 소리가 들리면서 화살이 새카맣게 날아간다.

달려가면서 있는 힘껏 단창을 던졌다.

 

쉬웅!

 

파공음을 내면서 날아가는 단창.

슬쩍 옆을 바라보면서 허리춤의 롱소드를 뽑았다.

반대편에서도 일제히 화살을 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투캉! 카가강!

 

내가 던진 단창과 시안과 페트릭이 던진 단창이 기사의 검에 맞아 튕겨 나간다.

그래 예상했던 바다.

갑작스러운 화살 공격도 버틴 놈들이다.

단창 따위에 맞아 죽으면 좀 허무하잖아?

 

“와라!”

 

기사가 나의 복장을 보고는 버럭 고함을 지른다.

아마도 병사의 복장을 하고 있기에 만만하게 보는 건지도 모르겠다.

놈의 검에 흐릿하게 푸른빛이 깃들어 있다.

마나를 사용할 줄 아는 놈인 게 분명하다.

이쪽 세상의 말로 하자면, 이제 막 ‘소드 익스퍼트’에 진입한 수준.

무림으로 따지면 이류 초입 정도의 수준이 되겠다.

정말 자세히 쳐다보지 않으면 푸른빛이 롱소드에 깃들었다는 사실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의 수준이었으니까 말이다.

정직하게 나의 몸통을 노리고 날아오는 롱소드.

일정한 법칙을 따르지 않는 그저 무의식적으로 휘두른 칼질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달려가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서 오른손에 쥔 롱소드로 힘껏 쳐올렸다.

 

투캉!

 

“우웃!”

 

당황한 것이 분명한 기사의 신음성.

달려가는 속도를 그대로 살려서 안면에 발차기를 먹여 주었다.

 

터엉!

 

발바닥에 묵직하게 걸리는 타격감.

달려가던 나의 몸이 순간적으로 멈추는 느낌을 받았다. 쳐올렸던 롱소드의 손잡이를 두 손으로 쥐고서 아래로 내리찍었다.

 

파각!

 

롱소드의 검 끝이 기사의 투구를 쪼개고 들어가 두개골을 박살내는 감촉이 전해진다.

아무렇게나 휘둘러도 검법이 되는 게 우리 진의문 무공의 특징.

하나의 동작이 하나의 초식을 이룬다. 단순하지만 효과적일 수밖에 없는 무공이 바로 진룡검법.

 

와그작!

 

공격할 땐 좋았으나 롱소드를 빼낼 땐 소름 끼친다.

투구를 억지로 망가뜨리면서 검날이 빠져나와야 했으니까 말이다.

 

투두두둥!

 

또 한 번의 활시위 놓는 소리가 들려온다.

머리 위로 지나가는 화살들.

몸을 돌려 나머지 기사를 쳐다봤다.

망할!

그새를 못 참고 페트릭 녀석이 칼에 맞아 피를 질질 흘리고 있다.

바닥에 떨어진 창을 집어서 롱소드를 높이 쳐든 기사를 향해 곧장 내던졌다.

제깟 게 뒤에도 눈이 달리지 않은 이상 근거리에서 던진 단창을 피할 수는 없을 터.

 

터엉!

 

“우욱!”

 

운 좋게도 단창이 투구를 때렸다.

기사가 순간적으로 휘청거리는 것을 놓치지 않고서 시안이 도끼로 상대의 어깨를 내리찍었다.

핏물이 샘솟듯이 왈칵 치밀어 오른다.

 

“크아악!”

 

기사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지만, 시안의 도끼가 투구를 짓뭉갰다.

그것으로 상황은 종료되었다.

 

“돌아가! 어서!”

 

곧바로 소리를 질렀다.

참호로 되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편 2중대의 상황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사망자 없이 두 명의 기사를 해치웠다는 점이다.

그에 반해 건너편 2중대는 서너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듯싶었다.

미친 듯이 참호를 향해 달렸다.

화살이 날아오고 있었으니까!

 

퍼버벅!

 

염병!

조금만 더 빨리 달렸으면 화살에 맞을 뻔했다.

적이 화살의 시위를 당기는 사이 참호로 돌아가는 게 관건이다.

 

“우와아아악!”

 

“빌어먹을 중대장아아!”

 

뒤에서 따라오는 시안과 패트릭이 괴상한 소리를 질러 댄다.

잠깐······

방금 페트릭 녀석이 내 욕한 거 맞지?

그래, 너 전투 끝나고 두고 보자.

군대는 나이가 아니라 계급이라는 얘기가 왜 나왔는지 다시 한 번 뼈에 새겨 주마!

지금은 일단 튀는 게 먼저다.

 

“빨리! 빨리이!”

 

뚱뚱한 프레스카가 위장용으로 사용했던 나무판자로 머리 위를 가린 채 고함을 질러 댄다.

 

슈슈슈슝!

 

“젠자앙!”

 

머리 위에서 들리는 심상치 않은 파공음에 비명처럼 고함을 질렀다.

 

“에라이!”

 

달려가다가 몸을 돌렸다.

그대로 달린다면 화살이 내 몸을 꿰뚫을 것 같았으니까.

흥분감이 전신에 가득 퍼져 나가는 게 느껴진다. 나를 노리고 떨어져 내리는 서너 개의 화살이 눈에 들어왔다.

오른손에 쥔 롱소드를 위로 뻗었다.

멋지게 화살을 쳐낼 필요는 없다.

멋 부리다가 뒈지면 그것도 골 때리니까.

나를 노리는 화살에 롱소드의 검날을 그저 갖다 대는 것만으로도 내리꽂히는 화살의 방향이 바뀐다.

 

투다다닥!

 

무려 네 발의 화살을 방향만 바꾸어 위기를 넘긴다.

 

“뭐해! 뛰어!”

 

뒤따라오던 두 녀석이 입을 헤 벌리고 놀라는 걸 가만두지 않았다.

저러다 머리에 화살 맞으면 또 다른 놈을 데려다가 직속 쫄다구로 만드는 귀찮은 일을 해야 할 터다.

물론 녀석들이 제법 내 마음에 든다는 것도 부정할 순 없는 일이고······

아직 정신 교육이 부족해서 반항하는 경향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몇 미터 남지 않은 거리를 후다닥 달려가 참호 안에 뛰어들었다.

 

파바박!

 

곧 이어서 시안과 페트릭이 참호 안으로 처박히듯 몸을 날렸다.

기다렸다는 듯이 새카맣게 하늘을 덮으면서 날아오는 화살.

만약 우리가 병사들을 둘로 나누지 않았더라면 훨씬 더 많은 화살이 날아왔을 거다.

 

슈슈슈슉!

 

“방패 들어!”

 

[방패 들어!]

 

나무판자에 불과하지만, 방패라는 명칭으로 명령을 내렸다.

 

투다다닥! 투다닥!

 

화살이 나무판자에 박히면서 콩 볶는 소리를 냈다.

 

“화살 준비!”

 

[화살 준비!]

 

“발사!”

 

투두두둥!

 

병사들이 활시위를 놓자 어지럽게 현을 퉁기는 소리가 나면서 오십여 발의 화살이 허공을 가르고 날아갔다.

아련하게 들리는 비명.

우리처럼 참호에 몸을 숨긴 게 아니라서 화살 공격에 지속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중이다.

 

“방패!”

 

[방패!]

 

화살을 발사한 즉시 방어 명령을 내렸다.

역시나 새카맣게 화살이 날아온다. 나무판자로 화살을 방어하고는 다시금 명령을 내렸다.

 

“준비!”

 

[준비!]

 

“발사!”

 

패턴처럼 반복되는 명령.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나나 병사들은 긴장감이 한없이 고조되었다.

화살에 맞으면 전투 능력이 떨어진다.

최악의 경우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방패를 들어 막고 화살을 쏘는 타이밍이 어긋난다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

 

“망할!”

 

방패를 들라고 명령하려다가 버럭 욕설을 터트렸다.

기사들이 대열을 갖추고 돌격할 준비하는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적의 반응이 너무 빠르다!

하지만 놈들은 실수하는 거다.

한꺼번에 몰아쳐도 부족할 판에 기사단을 둘로 나누어서 우리를 상대하려고 하다니.

제대로 뜨거운 맛을 보여 줘야겠다.

 

“장창 준비!”

 

[장창 준비!]

 

명령을 내리자 병사들이 참호 안에서 2.5 미터 가량의 기다란 창을 꺼낸다.

참호의 뒤쪽 벽에 각자가 만들어 놓은 구멍에 창 자루의 끝을 집어넣고 창날을 전방으로 향한 채 빗각으로 세운다.

훈련할 때는 이 짓을 직접 몸으로 했다.

상대의 기마 돌격을 장창 한 자루에 의지해 몸으로 받아 내는 미친 짓을 전술이랍시고 훈련받았다.

하지만 나는 굳이 그런 미친 짓을 할 생각이 없다. 장창을 사용하는 이유가 일종의 바리케이트 역할을 위해서다.

그렇다면 굳이 사람이 직접 받아 낼 필요는 없는 거다. 힘들어도 참호를 만든 이유가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을 위해서다.

 

“방패 준비!”

 

[방패 준비!]

 

기사들이 돌격하기 전에 한 번 더 화살 공격이 쏟아질 것은 뻔한 노릇.

 

슈슈슈슉!

바바바박!

 

예상했던 것처럼 화살이 나무판자에 마구 꽂혔다.

 

두두두두!

 

기사단이 마갑을 입힌 전투마를 타고서 돌진해 온다.

놈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빠르다면 나 역시 준비한 방법이 있다.

 

“레이놀드 기사단이 왔다! 버텨라!”

 

과장되게 기뻐하면서 소리쳤다.

물론 구라다.

적 기사단이 동요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소리친 것에 불과하다.

 

[와아! 기사님들이 오셨다!]

 

기쁨의 함성을 터트리자, 돌진해 오던 기사들이 우리의 함성을 듣고서 눈에 띄게 당황하는 게 느껴진다.

 

“멈추지 마라! 놈들을 해치우고 병사들과 합류한다!”

 

악에 받쳐 고함을 지르는 선두의 기사.

 

“모두 밖으로 나가!”

 

적 기사의 명령에 맞서서 나 역시 크게 소리를 질렀다.

 

[나가라!]

 

병사들이 복명복창하면서 참호 밖으로 나와 뒤로 물러섰다.

그러고는 한쪽 발로 참호에 설치한 장창을 밟고 손에 단창을 쥐었다.

이것으로 우리는 병사가 두 배로 늘어난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덤벼 이 자식들아!”

 

흥분을 참지 못하고 기사들에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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