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20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5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20화
20화 그래, 바로 이 맛이야!(3)
어쩌면 지금 세상에서 죽으면 또 다른 세상에서 깨어날지도 모른다.
두 번이나 그래 왔던 것처럼.
하지만 확신할 수 없다.
.
.
.
다른 세상에서 또 깨어났는데 사람이 아니라면?
뭐……
말하는 개가 되거나 고양이가 되어 사는 것도 신기하겠지.
두 번이나 그랬던 것처럼 지금의 기억을 가지고 깨어난다면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겠다.
그런데 누가 장담할 수 있지?
일단 난 장담할 수 없다.
미쳤다고 죽어?
멋지게 살아보는 거다.
내가 어디에 있든 세상의 주인공은 나다.
정말 빈센트가 기사가 되어 나타난다면 이건 기회다. 나라고 신분이 승격하는 기회를 잡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그리고 자신감도 있다.
내공을 더 쌓고 무공을 마음먹은 대로 발휘할 수만 있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내가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신분 상승 수단은.
바로 힘이니까!
더 노력하고 더 강해지는 것만이 주인공으로 이 세상을 살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일 터다.
그러기 위해선 익숙해져야 한다.
살인이라는 비인간적인 행위에 대해서 말이다.
지금보다 더……
죄책감 따윈 잠시 묻어 두는 거다.
왼손으로 롱소드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차가운 감촉이 오히려 나의 심장을 뜨겁게 달군다.
“기사들이 온다! 모두 동작 그만! 정렬해!”
리올트가 막사의 문 너머로 고개를 틀다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철컹! 철컹! 철컹!
쇳소리가 점점 막사 근처로 다가온다.
묵직하게 들리는 발걸음 소리 하나는 참 근사하다.
병사 나부랭이들이 기사가 오고 있으니 긴장하는 것도 당연한 노릇.
나 또한 막사 안에서 부동자세를 하고 있으니 기사라는 존재가 무섭긴 무섭다.
철커덩!
막사 앞에서 멈추는 기사들.
“킥!”
선두의 기사가 걸음을 멈추고는 웃음을 흘린다.
어째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음성…….
“빈센트 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기사의 허리춤에 매달린 검이 너무나 익숙했기 때문에 용기를 내본 것이다.
달칵!
“확실히 윌슨 자식은 눈치가 빨라.”
투구의 덮개를 열면서 환하게 웃는 빈센트.
“와아! 빈센트 님!”
리올트가 금세 부동자세를 풀고 환호했다.
“리올트 이 자식아! 나도 기사다!”
그레골이 투구의 덮개를 열고 뻐겨 댔다.
“이런 썅! 네깟 새끼가 무슨 기사야? 염병하고 자빠졌네! 와하하하!”
리올트가 걸쭉하게 욕설을 흘리면서도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질투가 날 텐데도 저렇게 쾌활하게 웃을 수 있다니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나저나 영주라는 사람……
괜찮은 인간인 듯싶다. 진짜로 병사를 기사의 지위로 승격시킬 줄이야.
약간 어색한 감은 있지만, 갑옷도 그사이 병사들의 체형에 맞게 수리해 놓은 모양이다. 물론 완벽하게 수리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 전투를 하기에는 무리가 없어 보일 정도는 된다.
부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좋아!
나라고 공을 세우지 말란 법도 없잖아?
이거 이 세계에 와서 강해지겠다는 목표 외에도, 오랜만에 의욕을 자극하는 일이 생겨 버린다.
역시나 롤 모델을 빈센트 최고 선임병으로 삼아야 하겠다.
그런 생각으로 쳐다보는데 딱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나를 보고는 빙그레 웃는 빈센트.
하지만 이내 정색하고는 발을 들어 바닥을 찍었다.
쿠웅!
쇳소리와 섞여 묘한 소리가 크게 흘러나왔다.
키득거리던 그레골과 리올트마저도 자세를 바로 하고 긴장했다.
“중대 발표가 있겠다. 모두 주목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막사가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로 병사들이 소리쳤다.
전시 상황이라서 그런지 더 군기가 바짝 든 느낌이다.
“보다시피 선임병들이 기사가 되면서 지휘체계에 공백이 생겼다. 전시 상황인 만큼 지휘체계의 확립은 중요한 문제다. 리올트!”
“네! 빈센트 기사님!”
힘찬 대답과 함께 한 걸음 앞으로 나오는 리올트.
평소의 건들건들한 모습과 달리 제대로 각을 잡고 행동했다.
“리올트가 이제부터 2중대장을 맡는다. 그리고 오늘부터 네가 최고 선임병의 위치에 선다. 알겠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목이 찢어지라 소리치는 리올트.
최고 선임병의 위치라는 건 기사와 엇비슷한 대우를 받는 자리다. 물론 기사와 비교해서 월봉 차이는 크지만, 기분만큼은 상당히 좋을 거다.
병사를 모두 아우르는 자리니까.
어쩌면 이번에 기사가 된 이들보다 훨씬 나을 수도 있다. 빈센트를 비롯한 기사들은 기사단의 막내에 불과할 뿐이니까 말이다.
왜 그런 말이 있잖아?
용 꼬리보다 뱀 대가리가 낫다는……
최고의 위치에 있다가 막내 생활을 하려면 조금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거 기사가 되는 건 생각을 조금 더 해봐야겠는데?
“1중대는 윌슨이 중대장을 맡는다!”
“네, 알겠…… 네?”
딴생각하는데 내 이름을 불러서 무심코 대답하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지금 뭘 하라고?
내가 1중대를 맡으라고?
대체 지금 무슨 소릴 들은 거지?
“말도 안 됩니다!”
맞아!
말도 안 되지.
잠깐!
그런 얘기는 해도 내가 해야 맞다.
어떤 인간이……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인간이 있었다.
1중대장을 맡으라는 건 나도 좀 아니다 싶은데, 이거 기분 나빠서라도 중대장을 하고 싶어진다.
“시안, 뭐가 문제지?”
“윌슨은 이제 겨우 신병 딱지를 뗀 녀석입니다. 햇병아리 같은 놈을 상관으로 모시라는 건 너무 하잖습니까.”
시안은 얼굴이 벌게진 채로 입술을 씰룩였다.
이거 진짜 기분 나쁘다.
내가 중대장 하겠다고 빡빡 우긴 것도 아닌데 왜 저렇게 쌍심지를 켜고 노려보고 지랄이야.
아니면 아닌 거지 굳이 이놈 저놈 할 필요가 있나?
염병!
막 끓어오르기 일보 직전까지 화가 나는 순간에 빈센트가 입을 열었다.
“윌슨은 이번 기습 작전에서 많은 공을 세웠다. 척후병에게 발각되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녀석의 참호 덕분이었고, 우리가 무사히 퇴각할 수 있었던 것도 윌슨의 결단력 있는 판단 때문이었다. 내 말이 틀렸나? 대답하라 시안.”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눈썹을 찡그리면서 대답하는 시안.
쪼잔한 자식이다.
부정하지는 않지만 인정하지도 않겠다는 뜻이 분명하다.
이거 화가 나서라도 중대장 자리를 꼭 꿰차고 싶어진다.
근데… 이런 분위기 낯설지가 않다.
헌병대에서 사고치고 공병대로 전출 갔을 때 지금과 비슷한 경험한 적이 있다. 병사들의 반응이 딱 시안이라는 놈과 비슷했던 기억이 난다.
어째 군 생활이 반복되는 느낌인 건 착각이겠지?
아무튼,
시안이라는 인간이 씩씩대는 꼴을 보니 배알이 꼴려서 못 참겠다.
저 인간 그렇게 안 봤는데 참 웃긴다.
어째 자기가 중대장의 자리에 앉을 줄 알았다는 표정인 것 같다.
뭐……
리올트가 2중대장을 맡으면 가장 짬밥이 많으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아주 개소리는 아니긴 하겠지.
근데 말이다.
개소리 때문에 내가 화나 버렸어.
“빈센트 님.”
“응? 윌슨,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빈센트가 시안 때문에 생긴 짜증을 가라앉히고 물었다.
“제가 중대장을 맡는 건 확정된 겁니까?”
일단 확인부터 받는 게 먼저다.
뭔가 사고를 칠 땐 뒤가 튼튼해야 안전한 법이니까.
“영주님께서 허락하셨다. 원래 2중대장의 자리에 앉혀야 맞는데, 2중대는 네가 의지할 만한 사람이 없어서 말이다.”
빈센트가 빙그레 웃는다.
뺑이 치고 군 생활한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윗사람에게 인정받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
“그럼 이 문제는 중대장인 제가 해결해도 되겠습니까.”
“윌슨, 네가?”
빈센트가 놀랍다는 듯 눈을 크게 뜬다.
그럴 만도 하겠다.
이제껏 고분고분 말 잘 듣는 쫄다구로 생각하고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아마도 못 미더운 것이겠지.
“빈센트 님, 맡겨 두시죠. 저 녀석 생각보다 지독한 구석이 있습니다.”
“아… 그렇군.”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그레골이 한마디 거들자,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는 빈센트.
이제야 내가 그레골과 대차게 싸움질을 벌였다는 걸 기억한 모양이다.
“좋아, 윌슨 네게 맡기마. 내가 책임질 테니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좋다.”
“감사합니다.”
군기가 팍팍 들어간 척 군례를 올렸다.
빈센트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확인하고서 가슴에 붙인 주먹을 떼고 몸을 돌렸다.
“시안 선임병님 외에도 제가 중대장이 되는 것에 반대하시는 분 또 계십니까?”
일부러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최대한 만만하게 보여서 불만 있는 사람이 편하게 개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거다.
“나도 반대한다, 윌슨.”
“네, 이해합니다. 프레스카 님. 또 다른 분 계십니까?”
작은 키에 약간 통통한 프레스카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역시나 입가에 미소를 물고서 병사들을 둘러보았다.
이젠 없는 건가?
슬슬……
“약한 녀석을 중대장으로 둘 순 없어.”
“네, 이해합니다. 페트릭 님.”
역시나 마지막에 나타나는 인간이 꼭 있다.
패트릭이라는 병사였는데, 나보다 키가 조금 더 크고 근육질의 사람이다.
한쪽 눈을 잃어 안대를 하고 있는데 그래서 더 인상이 험악하게 보인다. 물론 강한 축에 속하는 사람이긴 하다.
만약 내가 중대장이 되지 않았다면 시안과 쌍벽을 이루는 짬밥의 사람.
물론 실력 면에서도 병사 중에서 상위에 속하기도 하고 말이다.
“더 없으십니까?”
확인 사살 하는 차원에서 막사에 정렬한 병사들에게 한 번 더 물었다.
“…없다.”
정렬한 병사 중에 하나가 마지못해 대답한다.
그래, 내 앞에 나온 세 사람이 문제라는 거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시작하긴 뭘 시작…….”
마지막에 불만을 드러낸 패트릭이 하나밖에 없는 눈을 찌푸리며 대꾸하려 했다.
그러나 이미 나는 빠르게 쇄도하는 중이다.
가슴 아래에 붙여 둔 주먹을 비틀면서 패트릭의 사각 턱을 노리고 쭉 뻗었다.
빠각!
“아욱! 이런 개…….”
역시 덩치답게 패트릭의 맷집이 좋다.
자식, 뒈질까 봐 힘을 빼고 친 걸 모르네.
주먹을 거두면서 발로 패트릭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빡!
“컥!”
답답한 신음을 흘리면서 상체를 숙이는 패트릭.
좋아!
때리기 딱 좋은 높이다.
그대로 어퍼컷을 올려쳤다.
쿠당탕!
패트릭의 하나밖에 없는 눈동자의 초점이 풀리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어퍼컷처럼 보이지만 엄연한 무공이다.
진룡권법(眞龍拳法)의 다섯 번째 초식이다. 제대로 내공을 담는다면 머릿속의 뇌를 곤죽으로 만들어 버리는 위력을 발휘했을 거다. 비록 쥐꼬리만한 내공을 쌓았다고는 해도 말이다.
그래서 약하게 손을 썼다.
싸가지 없다고 해서 부하 놈을 죽일 순 없잖아?
“아하하하! 역시 윌슨 저 자식은 얍삽하다니까!”
“큭! 기술입니다! 기술!”
뒤에서 그레골이 낄낄거리는 소리에 항의했다.
그러나 눈은 시안과 프레스카를 바라보는 중이다.
“이런 개자식!”
“비겁한 새끼!”
무슨 상황인지 이제야 깨달았는지 두 녀석이 눈을 부라린다.
“놀고 있네.”
싱겁게 웃어 주었다.
두 놈이 같이 덤비려는 주제에 나한테 할 소리는 아니지 않니?
“다리 몽댕이를 분질러 주마.”
“너 이 새끼! 머리통 깨질 줄 알아!”
시안과 프레스카 녀석들이 거의 동시에 욕설을 지껄이며 이를 갈았다.
“잡소리 그만 떨고 덤벼.”
녀석들을 향해 검지를 까딱였다.
“이잇!”
“망할 자식!”
놈들이 험악하게 인상을 구기면서 달려들었다.
나를 얕보고 있었던 주제에 둘이 동시에 몸을 날려온다.
시안의 주먹을 흘려보내면서 왼손으로는 프레스카의 주먹을 손바닥으로 받아 냈다.
프레스카의 주먹을 왼손으로 받아 내면서 발생한 힘을 이용해 오른 주먹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휘두른 주먹은, 나를 공격하느라 자세가 무너진 시안의 복부에 꽂혔다.
퍼엉!
가죽 북 터지는 소리가 난다.
진룡권법의 세 번째 초식인 포월격(砲月擊)의 수법을 사용한 탓이다.
물론 죽을까 봐서 내공은 배제한 상태로 때렸다.
시안을 두들겨 패면서 일어난 반발력을 동력원 삼아, 다리에 힘을 주면서 상체를 비틀었다. 오른 주먹을 붙잡힌 프레스카가 다급하게 왼 주먹으로 나를 공격하려 한다.
잡았던 그의 오른 주먹을 슬쩍 놓았다가 곧장 손바닥으로 밀쳤다.
텁!
“커헙!”
주먹을 휘두르려던 프레스카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게 발경(發勁)이라는 거다, 자식아!
“자! 또 불만 있는 놈?”
[…… ]
세 놈을 순식간에 때려눕힌 탓인지 병사들은 나의 말투가 바뀌었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좋아 불만이 없는 걸로 알고…… 중대장으로서 첫 명령이다!”
[네, 넷!]
바짝 얼어서 대답하는 병사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대가리 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