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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58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8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58화

58화 머리는 장식이냐?(1)

 

 

 

 

 

“충! 레이놀드 영지군 소속 윌슨이 사령관님을 뵙습니다.”

 

수차례나 사기(?)를 당한 끝에 이제야 뱅크스 요새를 책임지는 에릭 휴스턴 백작을 만나서 보고하는 중이다.

한국의 군대처럼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보고하지는 않는다. 그저 인사하는 정도라고나 할까?

휴스턴 백작은 양쪽 끝이 말려 올라간 듯한 콧수염을 길렀다. 다부진 체격에 눈매가 부리부리하다.

한 성깔 하게 생겼다는 의미다.

 

“기사가 20명에 병사가 130명이라… 상당한 전력을 끌고 왔군. 잘 와줬네.”

 

휴스턴 백작이 내가 준 서류를 검토하고는 손을 내민다.

가볍게 손을 내밀어 악수하고서 부동자세를 잡았다. 군기 든 척하는 건 어디서나 통하는 법이니까.

 

“감사합니다!”

 

“뱅크스 요새는 보다시피 작은 성이라네. 성 외부에 막사를 설치해야 할 걸세. 그나마도 전투가 벌어지면 성 안으로 들어와서 지내야 할 테지.”

 

휴스턴 백작이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에도 군기가 바짝 든 모습을 보였다.

쓸데없이 토 다는 것만큼 귀찮은 부하가 없으니까.

 

“시원시원해서 좋군. 오느라 힘들었을 테니 가서 쉬게.”

 

“감사합니다!”

 

우렁차게 대답하고서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말이 집무실이지 그저 테이블과 의자 몇 개가 전부인 공간이다.

 

“끝났어요?”

 

대기하고 있던 코너가 상기된 얼굴로 물어본다.

 

“들어가 봐.”

 

나는 엄지손가락으로 등 뒤를 가리켰다.

녀석 역시 휴스턴 백작에게 보고를 올려야 한다.

데리고 온 병력이라고 해야 고작 열 명의 기사가 전부였지만 말이다.

솔직히 저 녀석이 이번 전쟁에 무슨 도움이 될까 싶기는 하다.

주제에 마법사란다.

며칠 전에 술을 마시면서 녀석이 하는 말을 들었다.

3서클 마법사.

할 줄 아는 공격마법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머뭇거리면서 뒷머리만 긁적이는 게 대답의 전부였다.

내 손에 죽은 벡티드라는 녀석의 마법도 직접 눈으로 보았다. 같잖은 화살 하나 만드는데 죽을 똥을 싸던 모습.

지랄도 참 가지가지다.

그 지랄할 시간에 차라리 직접 활시위를 당기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마법이라면 불쌍한(?) 리치 녀석이 제대로 된 놈이었다.

지하 공간 속에서 뿜어져 나오던 화염과 마법의 화살들…

최소한 그 정도는 되어야 마법사라고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아무튼,

저기 코너라는 녀석의 주특기는 인챈트와 스크롤 마법이라나?

위력적인 마법을 실제로 즉석에서 사용할 수는 없는 몸이라고 했다.

대체 뭘 믿고 이곳 뱅커스 요새까지 꾸역꾸역 찾아온 것인지 이유를 모르겠다.

용기는 가상하나 실제 전투원이 아니라면 그저 귀찮은 짐이 될 뿐이다.

아 몰라!

막사부터 세워야 오늘 잠을 잘 수 있을 터다.

집무실이 있는 층을 내려오면서 뱅크스 요새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는 이곳에서 지내야 한다.

이곳은 지나치게 황량한 곳이다.

뱅크스 요새를 중심으로 양쪽에 날개를 펴듯 성벽이 세워져 있다.

프레하 제국이 위치한 성벽 너머로는 길이 쭉 뻗어 있다. 사용한 지 워낙 오래되어 잡풀이 잔뜩 자라 있기는 하다. 듬성듬성 나무까지 자라나 있을 정도.

얼마나 오래도록 사용하지 않았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다.

하긴…

이제껏 제국 전쟁이 벌어질 때마다 뱅크스 요새로 적이 몰려 오긴 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규모로 몰려온 경우는 고작 두 번이란다.

다만, 두 번 다 이곳을 지키던 병력은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다는 건 좀 으스스하다. 두 번의 전투에서 크로아 백작과 네르바 자작의 지원에 힘입어 방어에 성공했다는 건 더 으스스하다.

궤멸 직전이 되지 않는 이상은 외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였으니까 말이다.

한마디로 더럽게 꼬였다는 거다.

억지로 지금의 상황을 좋게 보라고 한다면…

살아남는다면!

제국 전쟁이 끝날 때까지 버텨낼 수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공로를 세울 수 있다는 정도가 되겠다.

 

“이곳으로 적병이 왕창 넘어올 때 얘기겠지.”

 

잔뜩 풀이 자란 성벽 너머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역시나 혼잣말하는 버릇은 일부러 의식하지 않는 이상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

 

“네?”

 

성벽 너머를 바라보는데 누군가 뒤에서 말을 걸어온다.

 

“벌써 보고를 끝낸 거냐?”

 

“보고할 것도 없으니까요.”

 

어느새 등 뒤로 다가온 코너가 나를 따라 성벽 너머에 시선을 던지면서 대답했다.

녀석의 얼굴이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어 있다.

왜 이러는지 안다.

녀석은 아버지인 모리스 공작과 형제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뱅크스 요새로 자원한 것이다.

프레하 제국군이 뱅크스 요새로 진격하지 않는다면 의미 없는 일에 불과해진다.

만약 프레하 제국군의 일부가 이곳 뱅크스 요새로 진격해 온다면?

내 옆에서 실실 웃고 있는 녀석이… 그때 가서도 웃을 수 있을까?

피가 튀고 살이 갈라지는…

내장이 여기저기 흩어지고 절단된 팔다리가 나뒹구는 끔찍함을 견딜 수 있을까?

이 순진한 놈은 아마도 견디기 어려울 거다.

 

“훗!”

 

“응? 왜 웃죠?”

 

“귀여워서 그런다.”

 

“저와 동갑이라면서요?”

 

녀석이 가볍게 인상을 찌푸린다.

 

“넌 왜 말을 안 놓는데?”

 

“저보다 나이가 많아 보여서 말을 놓기가 좀 그러네요.”

 

“…….”

 

이 자식,

묘한 방법으로 사람의 성질을 건드린다.

 

“그래, 나 노안이다.”

 

“그, 그런 뜻이 아니라…….”

 

코너가 당황했는지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그래, 내 주변에 이런 녀석이 하나쯤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생각해 보니, 내 주변을 가득 채운 녀석들은 살인을 밥 먹듯이 저질렀던 흉악한 녀석들뿐이다.

그리고 무식…

잠깐!

 

“너 똑똑하냐?”

 

“저요?”

 

“여기 너 말고 누가 있는데?”

 

“음… 남한테 멍청하단 소리는 안 들어요.”

 

“증명해 봐.”

 

“…어떻게요?”

 

코너가 나를 바라보며 눈을 껌뻑거린다.

윽!

그건 생각해 보지 않았다.

무식한 녀석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어느새 나도 모르게 무식함에 물들어 버린 모양이다.

똑똑한 걸 증명해 보라고 말하다니…

 

“마법사라고 했지?”

 

“네, 인챈트 마법과 스크롤 마법은 자신 있어요. 직접적인 마법은 좀 어렵지만요.”

 

천진난만하게 웃는 녀석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살벌한 세상에서… 그것도 나이 스물이나 되도록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 게 놀랍다.

그나저나 인첸트 마법과 스크롤 마법이라…

녀석의 말로는 인첸트 마법이라는 것이 물건에 마법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스크롤 마법은 특수하게 처리한 종이에 일회성 마법을 부여하는 걸 말하는 것이고.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를 것 같기도 하다.

전쟁에서 판도를 바꿀 수 있을 만한 병기가 뭐가 있을까?

전차?

비행기?

에이…

꼴랑 3서클 마법사한텐 무리겠지?

나중에 생각하자 나중에!

지금은 막사부터 설치하라고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게 먼저다.

 

“나중에 보자. 막사부터 세워야 하거든.”

 

“저, 저기! 윌슨!”

 

계단을 내려가려는데 코너가 나를 부른다.

 

“또 왜?”

 

“우리 것도 좀 부탁해요. 우리 기사들은 그런 거 할 줄 모르거든요.”

 

“…가지가지 한다.”

 

기가 막혀서 쓰게 입맛을 다셨다.

어째 제대로 혹 덩이를 달고 온 모양이다.

 

***

 

윌슨 일행이 뱅크스 요새에 도착한 그 시각,

엘튼 제국 황성에선 귀족들이 모여 심각한 얼굴로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

‘전쟁의 관’이라 부르는 전쟁 대책 회의실에 후끈한 열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모리스 공작이 한쪽 눈썹을 꿈틀거리면서 으르렁거리는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

뱅크스 요새로 자신의 아들을 보냈다는 게 기가 막혔다.

 

“자제분의 열정에 굴복했을 뿐입니다. 제가 강요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 알아 두십시오.”

 

이디오트 공작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내 아들이오!”

 

“아들이 셋이나 있지 않습니까? 모리스 공작께서 뱅크스 요새로 아들을 보냈다는 걸 알면 병사들도 더욱 용기를 낼 것입니다.”

 

분노해 소리치는 모리스 공작에게 이디오트 공작은 난색을 드러냈다.

하마터면 ‘서자 따위에 너무 과민반응하는 거 아닙니까?’라는 말을 할 뻔했다.

대외적으로 모리스 공작이 둘째 아들인 ‘코너 모리스’를 박대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렇게나 과민반응을 보일 줄은 이디오트 공작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원래라면 아무 일도 아니었을 문제다.

그러나 프레하 제국에서 뱅크스 요새로 2만 명에 이르는 병력을 나눠 보냈다는 게 문제가 되었다.

 

‘귀찮게 되었군.’

 

이디오트 공작은 입맛이 썼다.

어린 녀석이 하도 뱅크스 요새로 보내달라고 징징거려서 보내놓은 것이다. 설마 무슨 일이 있으랴 싶었던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결정적으로 모리스 공작과 서자인 코너 모리스의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은 걸 알고 있기도 했고 말이다.

그러나 설마가 사람 잡았다.

프레하 제국에서 뱅크스 요새를 비롯해 세 곳의 관문을 전부 공략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

게다가 모리스 공작이 코너 모리스를 보낸 것에 이렇게 길길이 날뛸 거라고는 더욱 예상하지 못했고.

 

“그러는 이디오트 공작은 어째서 아들을 전장에 내보내지 않은 것이오!”

 

“저는 하나뿐이잖습니까!”

 

“으으으… 아무튼, 당장 코너를 데려오시오!”

 

졸지에 할 말을 잃은 모리스 공작이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말했다.

후회막심이었다.

본처와 본처 소생의 아들들이 반발할까 두려워 일부러 코너를 냉정하게 대한 것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했다.

숫기라고는 눈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찾아볼 수 없는 둘째 녀석이 전쟁터라니…

모리스 공작의 입장에서는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었다.

 

‘알리나! 내 그대의 마지막 소원을 어떻게든 지킬 것이오!’

 

코너를 낳다가 숨을 거둔 둘째 아내의 이름을 속으로 부르면서 모리스 공작이 눈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불가능합니다!”

 

“어째서 불가능하다는 겁니까!”

 

“코너, 그 녀석이 통신 마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돌아오지 않으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 그리고 통신 마법을 담당할 마법사 전력도 부족하다는 점 알아주십시오.”

 

이디오트 공작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로서도 방법이 없는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시오! 녀석이 내 말을 들을 것 같소?”

 

“…….”

 

[…….]

 

순식간에 정적이 흘렀다.

말을 해 놓고서도 모리스 공작 또한 멍해지고 말았다.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아들을 다른 사람더러 끌고 오라고 한 격이었으니까 말이다.

 

“험, 험! 모리스 공작,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내 그렇지 않아도 혹시나 해서, 뱅크스 요새에 기사 20명을 코너의 호위로 붙여 두었습니다.”

 

이디오트 공작은 홧김에 끼워 넣은 레이놀드 영지의 기사들을 떠올리고서 그렇게 말했다.

 

“정말입니까?”

 

“물론입니다. 직접 확인해 보시면 아실 일을 제가 왜 거짓으로 전하겠습니까.”

 

“험, 험! 그거, 참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이왕 도움을 주실 바엔, 뱅크스 요새에 병력을 더 보내 주시면 좋겠소이다.”

 

“아니 될 말입니다. 그리되면 이제껏 구상한 전략이 모조리 틀어지게 됩니다.”

 

한 발짝 물러나는 모리스 공작의 태도에 이디오트 공작도 조금은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정녕 안 되겠소이까?”

 

모리스 공작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거 뜻하지 않게 모리스 공작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게 되었구나.’

 

이디오트 공작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온건파의 수장인 모리스 공작의 반발 때문에 전쟁을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엉뚱한 일로 인하여 정적(政敵)이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이니, 자신에게 판이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건 기회였다.

 

“모리스 공작, 그리도 아들을 걱정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내가 후방의 병력을 빼서라도 뱅크스 요새를 증원하도록 하겠소이다.”

 

“진정이시오?”

 

“물론입니다. 어찌 이런 일로 내가 장난질을 치겠소이까.”

 

“감사하오. 내 믿겠소이다. 험, 험! 그럼 우리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도록 하십시다. 이거 개인적인 일로 주책을 부렸소이다. 허허허!”

 

모리스 공작은 머쓱한 얼굴로 귀족들을 둘러보면서 너털웃음을 흘렸다.

 

‘이 망할 놈의 자식, 자이언트 기사단을 제멋대로 끌고 전장에 참가해? 돌아오기만 하면 내 이놈의 다리 몽댕이를 분질러 놓고 말 테다.’

 

겉으로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가출한 코너를 씹어 대는 모리스 공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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