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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56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1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56화

56화 그러면, 그렇지(3)

 

 

 

 

 

나와 부하들이 배속될 장소도 뱅크스 요새다.

두 사내의 입에서 익숙한 이름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저절로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다만,

조셉이라는 기사와 눈이 딱 마주쳤다는 것은 좀 에러다.

에이 씨!

어째 일이 터질 것 같다.

녀석의 볼 살이 바르르 떨리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이래서 수컷들이 술 마실 때면 시선 처리에 신중해야 한다. 술에 취하지 않더라도, 술집에서 만큼은 눈이 마주치면 이상한 심리가 발동하게 된다.

먼저 시선을 피하는 놈이 진 거라는 이상한 심리.

당연하게도 난 녀석의 눈을 피할 이유가 없다. 내 눈으로 내가 보겠다는데 뭐가 어때서?

이건 사나이 자존심 문제라고!

 

“왜 우릴 쳐다보는 것인가.”

 

조셉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에서도 차가운 냉기가 돈다.

 

“뱅크스 요새라는 얘기가 나와서 관심이 생겼을 뿐이야.”

 

녀석의 눈을 피하지 않고 천천히 대답했다.

남들이 이런 식으로 눈싸움하다가 시비가 붙으면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면 이게 또 지랄이다. 꿇리는 느낌 정말 싫거든.

 

“남의 얘기를 엿듣다니, 예의가 없는 사람이군.”

 

드르륵!

 

시선이 마주친 상태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조셉.

의자가 뒤로 밀려나면서 듣기 싫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조, 조셉! 그만둬.”

 

“공자님, 이건 자존심이 달린 문제입니다. 그만둘 수 없습니다.”

 

비실비실한 어린 녀석이 말렸지만, 조셉이란 녀석의 눈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게 느껴진다.

나와 한판 붙고 싶다는 눈빛이 분명하다.

녀석의 눈을 피하지 않으면서 반쯤 남은 맥주 털어 마셨다.

싸움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분위기를 보니 저기 앉은 두 녀석도 뱅크스 요새라는 곳에 갈 모양이니까 말이다.

동료가 될 녀석들의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겠지.

 

탁!

 

술잔을 내려놓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녀석에게 다가갔다.

 

“주먹? 검? 어느 쪽으로 하고 싶나?”

 

다가오는 나에게 녀석이 허리춤의 검대에 매달린 롱소드의 손잡이를 건드리면서 묻는다.

 

“남자는 주먹이지.”

 

놈에게 씨익 웃어 주면서 주먹을 들었다.

 

“겁쟁이군.”

 

녀석이 도발이랍시고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마음대로 생각해. 밖으로 나가지?”

 

나는 턱짓으로 뒷문을 가리켰다.

여관 뒤쪽에는 마구간과 창고를 비롯해서 제법 널따란 공간이 있다는 것을 보아두었기 때문이다.

 

“저기… 그만두시면 안 될까요?”

 

비실비실한 어린 녀석이 당황한 얼굴로 내게 말을 걸었다.

 

“훗! 겁쟁이 소리까지 듣고서 그만두면 뭐가 되겠나?”

 

어린 녀석에게 코웃음을 쳤다.

대단한 귀족 가문의 아들 같지만, 편하게 대답했다.

귀족가의 아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귀족인 것만은 아니니까.

나도 성을 하사받지 못했을 뿐이지 준남작의 신분이다. 비록 평민도 아닌, 그렇다고 귀족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라서 그렇지.

 

“공자님께 무례하다!”

 

“누군지도 모르는데 무례는 개뿔… 따라오기나 해.”

 

“큭! 건방진 놈! 후회하게 해주마.”

 

조셉이 눈을 가늘게 뜨고서 이를 갈아댄다.

 

“알았으니까, 나가지.”

 

녀석의 말에 대충 대꾸해 주고는 뒷문을 향해 걸어갔다.

뒷문으로 나와 자리를 잡고서 허리춤에 검대를 풀었다. 그러자 조셉 역시 나를 노려보면서 검대를 풀어 창고 옆에 기대어 놓았다.

 

“지금이라도 그만두면…….”

 

비실비실한 어린 녀석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중얼거린다.

그러나 나와 조셉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그만두기에는 감정이 폭발한 상황이었으니까.

 

“내가 왜 주먹으로 싸우자고 했는지 아나?”

 

“검을 무서워하나?”

 

조셉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비웃음을 던졌다.

 

“아니?”

 

“그럼 뭔가?”

 

“실컷 두들겨 팰 수가 없거든.”

 

“…….”

 

몸을 풀던 조셉의 움직임이 그대로 굳어졌다.

금이 가듯 녀석의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붉게 달아올랐다.

 

“네놈은… 그 말을 책임져야 할 거야.”

 

내게 삿대질하면서 눈을 부라리는 조셉.

그러는 사이 내공을 끌어올려 바닥을 차고 몸을 날렸다.

 

파밧!

퍼억!

 

“큭!”

 

“오! 용케 피했네?”

 

놀리듯이 말했지만, 한 걸음 옆으로 이동했다.

 

파앙!

 

놈의 어깨 근육이 꿈틀거리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반응이 빨라서 조금 놀랐다.

몸에 쌓은 마나의 질과 상관없이 육체적인 능력을 높이는 효과는 비슷하다는 건가?

이건 좋은 기회다.

그동안 마나를 쌓은 기사와 제대로 붙어 본 적이 없었다.

깡촌에 불과한 레이놀드 영지에선 쓸 만한 기사라곤 몇 명 안 되니까.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도, 병사로 쓸 만한 부하를 구하느라 다른 기사에겐 관심도 없었고 말이다.

제대로 수련한 기사들의 능력을 확인할 좋은 기회라고나 할까?

실제 전쟁에서 맞닥뜨릴 기사의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느껴 볼 차례다.

그래서 검의 대결을 피한 것이기도 하다.

먼저 기사라는 존재의 움직임에 익숙해져야 했으니까.

이번 주먹은 그저 조셉의 맷집을 가늠해 보기 위한 공격이었을 뿐.

 

“덤벼봐.”

 

손가락 끝을 까딱이면서 조셉을 도발했다.

단순한 도발이지만, 지금 순간에선 가장 적절하다.

선제공격을 당한 건 녀석이니까.

 

“턱을 날려 주지!”

 

반격이 실패로 돌아갔음에도 조셉의 투기는 더 높아졌다.

 

“흐아압!”

 

기합성을 지르면서 달려드는 녀석이 주먹을 뻗어 온다.

 

“……!”

 

놀랍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이 자식! 피하기만 할 셈인 거냐!”

 

“그게 할 수 있는 전부인가?”

 

기가 막혀서 허탈한 음성으로 물어보았다.

이건 느려도 너무 느리다.

맞아주고 싶어도 맞아줄 수 없을 만큼 뻔하디뻔한 공격.

공격하기 전에 이미 근육의 움직임이 공격 수단과 공격 방향을 친절하게 알려 준다.

허초!

그러니까 일종의 속임수마저 없는 정직한 공격이다.

어째서?

어째서 이따위 공격밖에 할 수 없는 거지?

 

“죽여 버리겠어!”

 

황당함에 멍하게 서 있는데, 조셉이 전력을 다해 달려와 주먹을 휘둘러 왔다.

상체를 슬쩍 뒤로 젖혀서 녀석의 공격을 손쉽게 피했다. 주먹을 휘두르면서 생겨난 바람이 뒤늦게 나의 안면을 스치고 지나간다.

 

“이 봐!”

 

“큭! 쥐새끼 같은 놈!”

 

어지간히 분했는지 이를 득득 갈아댄다.

내가 너무 했다.

생각해 보니 이곳의 기사들은 전문적으로 권법과 같은 걸 수련하지 않는다는 게 떠올랐다.

물론 검술을 보조하는 형태로 발과 주먹을 쓰기는 한다. 하지만 말 그대로 보조하는 정도지 전문적으로 권법을 익히지는 않는다.

무기를 잃었을 경우에도 투구를 사용해 공격할 정도로 뭔가를 손에 들고 싸우는 데 집중하는 식이니까.

 

“차라리 검으로 승부 하는 게 낫겠어.”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대로 싸움을 이어 간다는 건 의미가 없다.

마치 어린아이와 싸우는 느낌이다. 그래서 녀석에게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그래! 좋다!”

 

조셉이 씩씩거리면서 창고 옆에 세워둔 검을 뽑았다.

과연!

검을 쥐는 순간 녀석의 자세와 기세가 달라졌다.

이제야 조금 싸워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뭐하는가! 검을 들어라!”

 

“물론이지.”

 

나 역시 헤로드 소드를 뽑았다.

아무렇게나 ‘죽음의 대지’에서 뒹굴고 다니던 검이지만 내가 애용하는 검이다.

 

“받아라!”

 

내가 검을 쥐기 무섭게 조셉이 덤벼들었다.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아니, 화가 났다기보다는 살기가 드러나고 있다.

나를 죽이겠다는 마이너스한 감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러나 놈의 눈은 냉정하다.

차갑게 미쳐 있다는 의미다.

제 정신으로 사람을 죽이려면 반쯤 미쳐 있어야 가능하니까.

문제는,

미치면 효과적인 공격을 할 수 없다.

무기를 다루려면 죄책감 없이 인간의 목을 잘라낼 정도의 냉혹함이 필요하다.

기사들은 전문적으로 그렇게 감정을 조율하는 방법을 수련하는 사람들이다.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

녀석의 위협적인 기세에 휩쓸릴 이유가 없다.

놈의 칼날이 하단을 찌르는 척하다가 가슴으로 급격히 궤도를 바꾸는 것을 발견했다.

롱소드가 그려 나가는 궤적에 헤로드 소드를 슬쩍 끼워 넣었다.

 

카앙!

 

“빌어먹을!”

 

공격에 실패하자 조셉이 와락 인상을 구긴다.

다시금 롱소드를 움켜쥐고서 빠르게 스텝을 밟는다.

주먹으로 싸울 때보다 공격의 패턴이 다양해졌다는 건 인정하겠다.

나름 거리를 좁히며 간격을 조절하는 스텝까지 살아나는 건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하지만 부족하다.

 

“이게 전부?”

 

심장을 노리는 롱소드를 가볍게 쳐내면서 다시 한 번 같은 질문을 던졌다.

속임수랍시고 사용하는 수법에 한숨이 나온다.

너무 뻔한 수법이라서 속아주고 싶어도 속아줄 수가 없다.

근육의 움직임이 너무 훤하게 보인다.

무림에 있을 시절, 사부가 진룡검법을 가르치면서 검을 쥐는 자세까지 꼼꼼히 지적했었다.

근육의 움직임을 상대가 알아채기 어렵게 하려는 의미에서다. 심지어 몸에 착용하는 무복마저도 넉넉하게 입되 너풀거리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간접적인 기억일 뿐이지만, 사부의 얘기가 맞다.

싸우면서도 상대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기니, 이제야 사부가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알겠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조셉이 왜 뻔히 읽히는 공격을 하는 것인지도 알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셉의 단순한 움직임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갑옷!

갑옷을 입는다면 근육의 움직임쯤은 가려지게 될 거다.

그래서 이렇게 단순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계속 지켜보면서 검을 섞어보았으나, 녀석의 공격 방식에 변화는 생기지 않았다.

아무래도 실전 예행연습은 여기까지인 듯하다.

상대하는 녀석이 너무 지쳐 보인다.

나도 은근슬쩍 숨을 거칠게 쉬었다. 혼자 너무 튀는 건 그렇잖아?

 

“크아압!”

 

“차아!”

 

조셉이 비명 같은 기합성을 내지르는 걸 따라서 나도 기합을 터트렸다.

놈의 롱소드와 정면으로 충돌시켰다.

 

카강!

기기긱! 끼긱!

 

롱소드에는 푸른빛의 마나 블레이드가 맺혀 있다.

쇠가 갈리는 소리가 난다.

 

“허억, 헉! 허억!”

 

“후욱! 훅! 훕!”

 

일부러 숨 가쁜 척 연기했다.

시비를 걸긴 했지만, 이 녀석 역시 뱅크스 요새에 배정된 전력이다.

앞으로 같이 지내야 한다는 얘기다.

이쯤에서 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겠다.

 

“헉, 허억, 헉! 맨손일 때와 달라! 대, 대단하군!”

 

숨을 헐떡이면서 녀석이 좋아할 만한 대량의 MSG 대사를 뿌려 댔다.

 

“훅! 후욱! 그쪽도 만만치 않아!”

 

조셉이 롱소드를 잡은 손에 힘을 잔뜩 주면서 미소를 짓는다.

단순한 자식!

좋아 죽겠단다.

 

“이쯤에서 그만두는 건 어떤가? 손이 떨려서 말이야.”

 

녀석의 손이 바르르 떨리는 것을 확인하고서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큽! 호탕한 친구였군. 사실은 나도 힘에 부치던 참이라네.”

 

어느새 조셉의 얼굴도 풀려 있었다.

싸움을 시작하던 초반엔 그렇게나 살벌하게 소리치던 녀석이 말이다.

 

“그만하지.”

 

“좋아.”

 

투각!

 

녀석의 대답을 듣는 것과 동시에 롱소드를 밀어내면서 뒤로 물러났다.

 

“좋은 경험이었어. 사과하는 의미에서 내가 한잔 사겠네.”

 

검대를 찾아 허리에 두르면서 조셉에게 말했다.

 

“그거 괜찮은 생각이야! 공자님! 어쩌시겠습니까?”

 

“다행이네요. 저는 찬성이에요.”

 

비실비실한 어린놈이 꼭 여자애처럼 말하면서 환하게 웃는다.

이 녀석은 정체가 뭐지?

근육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몸을 하고서도 은은하게 묘한 기운이 흘러나온다.

 

“공자님, 감사합니다. 이봐! 자네 때문에 땀을 많이 흘렸더니, 목이 마르는군. 각오하게.”

 

“코가 삐뚤어지게 살 테니, 마음껏 마셔도 돼. 그런데 이 분은 누구신가?”

 

녀석에게 눈길을 돌리고 웃으면서 물었다.

이번에는 그래도 예의를 갖춰서 말했다. 이상한 기운을 풍기는 어린놈의 정체가 궁금했으니까.

 

“하하하! 모리스 공작님의 둘째 공자님일세.”

 

“아! 이거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아까와 달리, 비리비리한 녀석에게 슬쩍 고개를 숙여 주었다.

어정쩡한 귀족의 자제가 아니라는 것쯤은, 조셉 정도의 실력자가 따라다니는 걸 보고서 눈치 채기는 했다. 그러나 제국에 둘밖에 없다는 공작가의 아들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거 괜찮은 줄을 잡은 셈인가?

그렇다면 돈을 아낄 이유가 없지!

연줄은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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