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55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1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55화
55화 그러면, 그렇지(2)
“퉤!”
황성을 빠져나오면서 남들 모르게 바닥에 침을 뱉었다.
참 꼬여도 더럽게 꼬였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쉬지도 않고 황성을 찾아간 거다.
잠도 안 자고 찾아갔건만, 도착하자마자 다시 출발하는 황당한 상황이 날 기다릴 줄이야!.
“잭슨이라고 했나?”
말고삐를 잡고 나오면서 뒤따르는 병사 녀석에게 물었다.
스텔론 남작이 길잡이라면서 데려온 놈이다.
“네! 그렇습니다!”
그래,
여기서도 계급이 깡패다.
나도 평민 출신이지만, 기사의 신분이라 녀석이 나한테 깍듯하게 대하는 거다.
“바쁜가?”
“아닙니다!”
“그럼 하루 쉬었다가 출발하지.”
이대로는 억울해서라도 그냥은 못 간다.
“…네?”
“놀다가 내일 출발하자는 얘기다. 우리 애들이 많이 지쳤어.”
나는 턱짓으로 뒤쪽을 가리켰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잭슨.
순간적으로 녀석에게 집중되는 부하들의 시선.
마치 그럴 수 없다고 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살벌한 기운을 마구 뿌려 대고 있었다.
자식들,
이럴 땐 참 잘 통한단 말이지.
“아, 알겠습니다. 단장님!”
잭슨이 재빨리 원래대로 고개를 돌리고는 식은땀을 흘린다.
“그러니까, 한 가지만 묻지.”
“말씀하십시오.”
“여기서 가장 괜찮은 곳을 알고 있나?”
“무, 물론입니다.”
“안내해.”
“아, 앞장서겠습니다.”
잭슨이 눈치를 보면서 황성 앞의 대로를 빠져나와 오른쪽으로 몸을 틀었다.
“우리 부하들은 술과 여자가 괜찮은 곳을 좋아해.”
어째 녀석이 가려는 방향의 분위기가 맹탕 느낌이라 혹시나 하는 생각에 넌지시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반대쪽입니다.”
“그래.”
역시나 말하길 잘했다.
이 녀석은 우리가 정상(?)으로 보이나?
뭐, 그렇게 봐준다면 나야 성공한 셈이지만.
***
잭슨이 안내한 곳은 황성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어차피 내일이나 출발할 생각이었기에 조금 멀리 왔어도 상관없긴 하다.
점심을 먹기에도 이른 시간이니까.
“우와아! 단장님! 이렇게 큰 여관은 처음 봅니다!”
“흠, 흠… 시안! 촌티 내지 말자. 우리.”
“허험! 험! 네! 단장님.”
시안이 뒤늦게 무게를 잡는다.
그러나…
“끝내준다!”
“우와아! 여기 대체 뭐야? 건물이 엄청 높아!”
“우리가 이런 곳에서 논다는 거야?”
.
.
.
시안 녀석만 촌놈이 아니라는 걸 깜빡 잊었다.
이제껏 보아 왔던 건물들과 달리 규모가 크다는 건 알겠다. 그러니 부하들이 놀라워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다.
한국에 살던 시절에 수없이 많은 빌딩을 보아온 몸이다. 이런 정도에 놀랄 이유가 없단 말이지.
이거, 도저히 쪽 팔려서 안 되겠다.
“모두 진정하라! 정렬!”
정신을 차리라는 의미에서 크게 소리쳤다.
[정렬!]
촌티를 줄줄 흘리면서 호들갑을 떨던 부하들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열을 맞췄다.
“잭슨!”
“네! 단장님!”
내가 정색을 하자, 우리를 이끌고 온 잭슨 녀석도 긴장해서 부동자세로 대답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돼냐?”
“…….”
긴장했던 잭슨이 멍한 얼굴로 날 바라본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나 역시 촌놈인 건 마찬가지거든.
이번 기회에 배워둘 생각이다.
일단 잭슨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서 말이다.
“기다리십시오. 제가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토마스!”
잭슨에게 대답하고서 레이놀드 출신의 기사 중에서 가장 막내를 불렀다.
“네! 단장님!”
“잭슨을 따라가서 배우도록.”
물론 내가 할 생각은 없다.
부하 놈들 뒀다가 어디에 쓰겠어?
잠시 뒤에 두 녀석이 점원으로 보이는 어린 녀석을 데리고 나왔다.
어린 녀석은 나의 투구에 붉은 깃털이 장식된 것을 보고는 쪼르르 달려왔다.
“점심과 저녁을 제공하고 일 인당 방을 배정하면 6골드, 두 명에 방 하나를 배정하면 4골드입니다. 말 먹이와 마구간 사용은 별도로…….”
“그만! 15골드 주지. 술을 마음껏 주는 조건으로 대답은?”
나는 어린 점원의 말을 자르고 주머니에서 금화 15개를 꺼냈다.
이제껏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온 부하들을 위해서라도 이 정도 지출은 해주는 게 마땅하다.
돈이라면 아공간에 넘쳐 나는 중이니까.
산적 놈들을 털면서 오히려 더 늘어난 기분도 들고……
“최상의 서비스로 모시겠습니다.”
점원 녀석은 입이 귀에 걸려 내게서 금화를 받았다.
각 방을 준 이유?
뻔하다.
부하 녀석들이 너무 오래 굶었(?)다.
잠시 후 안으로 들어간 점원 녀석이 다른 사람들을 우르르 데리고 나왔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려 150개의 객실이 준비되어 있다는 얘기잖아?
“자! 몇 분은 마구간에 말을 같이 넣어 주세요. 도와주셔야 빨리 일이 끝납니다. 기사님들 안으로 들어가세요. 안내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어서 들어가세요.”
점원은 신이 나서 떠들어 댔다.
나는 말고삐를 잡아끌면서 칼립 녀석에게 눈을 부라렸다.
“적당히 해라? 너 때문에 짐말들이 어기적거리잖아.”
“푸르륵! 푸륵!”
칼립이 나의 눈을 피하면서 딴청을 부린다.
이 녀석은 너무 밝힌다.
전투마들이 외롭지(?) 않게 짐을 끄는 말을 암말로 구했다. 그러나 다른 전투마들은 짐말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바로 칼립 녀석 때문이다.
어찌나 욕심이 많고 정력이 왕성한지, 암말 두 마리를 혼자 차지하고야 말았다.
발정 난 암말은 위험하다?
칼립에겐 안 통한다.
녀석은 우람한 몸체는 물론, 얼굴 자체가 무기(?)니까.
암말이 발정하지 않아도 덮치는 놈이라니…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 자식도 대단한 놈이다.
보통의 말은 발정기 때만 눈이 뒤집히는 게 정상 아닌가?
“흐흐흐… 제국의 언니들은 어떨지 모르겠어.”
“어떻긴 뭐가 어때, 다 똑같지.”
“뭐야, 별로라는 거야?”
“아니? 똑같이 죽여준다는 거지.”
.
.
.
칼립뿐만 아니라, 부하들도 발정기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나도!
***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어지간해서는 지치지 않을 정도로 육체를 단련한 몸이다.
그럼에도 번식 예행연습(?)을 비롯해서 야릇한 일을 마칠 때면 호흡이 딸린다.
“고마웠어요. 기사님~♡.”
엄청난 미녀가 옷을 입으면서 윙크를 날린다.
눈이 휙 돌아갈 정도의 미녀다.
하지만 지금은 다 귀찮다.
현자 타임이 와버렸으니까.
“그래요. 즐거웠어요.”
그저 손을 흔들어 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인사다.
나는 파김치가 되어서 헥헥 거리는 데, 정작 여자는 쌩쌩한 모습으로 테이블에 놓아둔 돈을 챙겨서 걸어 나간다.
어쩌면 저 여자… 나보다 강한 건지도 모르겠다.
컨디션 좋을 때 또다시 붙어(?) 본다고 해도, 저 여자처럼 쌩쌩하게 움직일 자신이 없다.
무림 세상에서 사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어린아이와 늙은이 그리고 여자를 조심하라던가?
확실히 여자는 나보다 강(?)해……
충동적으로 욕구를 해결한 뒤에는 이렇게 허탈감에 시달리게 된다.
몸이 축 늘어지는 느낌은 덤이다.
실제로도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묵직하다.
그런데 신경은 또 날카롭게 곤두서는 기분이다.
에이 씨!
계속 이렇게 무기력하게 누워 있을 순 없다!
육체의 피로 따위야 가벼운 운기행공만으로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말씀!
몸을 일으켜 가부좌를 틀고 단전의 기운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씨앙…….”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주 난리가 났다.
단전의 기운을 일깨우는 순간에 육체의 감각이 활성화되면서 들려오는 엄청난 신음과 가쁜 숨소리.
어떻게 한 놈도 빼놓지 않고 여자와 뒹굴 수가 있는 건지…
심란해서 도저히 운기행공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다.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겠는데, 아는 놈들의 목소리라 끔찍한 상상이 생겨난다. 청각을 끊고 운공하기는 꺼림칙하고 말이다.
내공을 운용하는데 누가 와서 건드리면 골치 아프잖아?
썩을!
부하들 때문에 오늘 이 여관의 지반이 1센티미터 이상은 내려앉을 듯싶다.
점심 먹자마자 다들 방구석에 처박힌다 싶더니……
윽!
남 말할 때가 아니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나저나 이 여관 대단하다. 150명이나 되는 여자를 섭외할 수 있다니 말이다.
할 수 없다.
술이나 한 잔 마셔야겠다. 어둑어둑해지고 있으니 술 마시긴 딱 좋은 시간이다.
부하들이 생각해 준답시고 2층에 방을 잡아준 덕에 한 계단만 내려가면 주점이다.
아공간의 자리도 비는데 이 기회에 맥주도 좀 사둘까?
그래,
나쁘지 않은 생각 같다.
전쟁이 벌어지면 몸을 빼기도 쉽지 않을 테니까.
그런 잡스러운 생각을 하면서 내려가자, 오전에 내게서 돈을 받아간 점원이 나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는다.
“기사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녀석이 쪼르르 달려와 입안의 혀처럼 군다.
“안주로 먹을 만한 음식과 맥주를 가져와라.”
“네, 창가 자리로 안내할게요. 이쪽으로 오세요.”
점원이 굽실거리면서 자리로 안내했다.
이미 술값을 미리 계산한 탓에 계산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모자라면 어련히 알아서 더 달라고 하겠지.
창밖을 지나는 사람들과 경치를 바라보는데, 점원이 쟁반 가득 음식을 담아 온다.
커다란 잔에 거품이 버글대는 맥주까지 함께 말이다.
“서비스가 좋구나.”
“어? 안주는 서비스 아닌데요?”
“……?”
녀석이 눈을 동그랗게 뜨는 것에 내가 더 놀랐다.
“술값만 계산하셨잖아요. 안주는 별도입니다.”
“…잘났다.”
“맛있게 드십시오!”
녀석이 쾌활한 음성으로 인사를 꾸벅하고 물러난다.
대단하다, 대단해!
술값이랬다고 진짜 술값만 생각했다는 거잖아?
어쩐지 순순히 15골드에 퉁 친다 싶더라 했다.
그래… 부하들 마셔대는 술값이 어마어마할 테니, 이해하는 게 맞겠다.
술이나 마시자.
“캬하!”
땀을 많이 흘린(?) 상태라 그런지 커다란 잔이었음에도 원샷으로 끝장냈다.
“어이! 여기 한잔 더!”
“네! 기사님!”
점원 녀석의 대답을 들으면서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려는데, 건장한 체구의 사내와 왜소한 체구의 샌님 같은 사내가 주점 안으로 들어왔다.
건장한 체구의 사내에게서 풍기는 마나의 기운 때문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이다.
거의 나와 엇비슷한 수준의 기운을 몸에 간직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기운 자체의 순도는 나와 비할 바가 아니었지만 말이다.
“공자님, 이쪽에 앉으시지요.”
“…….”
건장한 사내가 나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는다.
샌님처럼 보이는 어린 녀석이 순순히 지시를 따르는 모습이 조금 이상하다.
나름 실력자로 보이는 건장한 사내가 ‘공자’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범상치 않은 신분인 듯싶다. 그런데 저렇게나 수동적으로 행동한다는 게 묘하다.
“맥주 가져왔습니다. 기사님!”
점원 녀석이 상념을 끊어 놓았다.
상관없는 일이다.
사내놈들 따위는 맥주 한 잔의 가치도 없는 관심거리니까.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바깥 풍경을 지켜보는 게 더 즐거운 일이다.
관심을 껐음에도 두 사내의 음성이 내 귀에 파고든다.
굳이 신경 쓴 것은 아니었지만, 주점에 손님이 없어서 들을 수밖에 없었다.
술을 마시기엔 이른 시간이라 아직 술을 찾는 사람이 적어서인 듯하다.
“그래도… 갈 거야.”
“공자님, 위험한 곳입니다. 그러다가 다치기라도 하시는 날엔 저희가 곤욕을 치르게 될 겁니다.”
비리비리한 사내가 기죽은 음성을 하고서도 고집을 부리는 듯하다.
“언제까지 짐이 될 순 없어. 나도 남자야.”
“공자님이 남자라는 거 압니다. 그렇지만 굳이 위험한 곳에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 차근차근 경험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거의 애원하다시피 말하는 음성과 말리려는 음성.
조용하니 분위기 좋았었는데 시끄럽게 떠들어 대니 술맛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뱅크스 요새가 어때서 자꾸 이러는지 모르겠어. 조셉도 내가 귀찮은 거야?”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잖습니까!”
우울함이 묻어나는 음성에 뒤이어 화가 난 듯한 음성이 뒤를 따른다.
지금 뭐라고?
뱅크스 요새?
창밖을 바라보던 나의 고개가 빠르게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