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54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3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54화
54화 그러면, 그렇지(1)
“기사단장님께 군례!”
[충!]
열두 명의 기사와 31명의 병사가 내게 군례를 올린다.
분위기 참 상큼하다.
산적 놈들을 정규군으로 바꾸느라 고생은 좀 했지만, 군복으로 갈아입히고 창을 지급하니 그럴싸하다.
기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몸에 맞춰서 제작한 갑옷(실제로는 양산형 갑옷을 수리한 것에 불과하다.)을 모두 착용한 상태다.
흉갑 중앙에는 방패 안에 포효하는 푸른 사자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병사들의 군복 역시 마찬가지다.
가슴팍에 푸른 사자가 그려진 방패문양을 새겼다.
바로 시에트 기사단을 상징하는 문양인 동시에 레이놀드 남작가의 상징이다.
나 역시 갑옷을 입은 상태다.
리치에게서 받은(받은 셈 치자.) 7개의 갑옷 중에서 가장 표준적인 형태의 갑옷을 골라 입었다.
당연하게도 흉갑에 기사단 마크는 젝무어 영지의 대장간에 부탁했다.
명품임을 알아본 대장장이가 탐욕을 드러냈지만, 곁에서 작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엉뚱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리치 녀석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갑옷이다. 무려 세 가지나 되는 마법이 걸려 있으니, 돈을 주고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는 보물이다.
대장장인 녀석에겐 도색만 맡겼기에 마법 옵션을 알아내지는 못했겠지만.
이런 고가의 갑옷이 입소문 나면 그것도 웃기잖아?
촌구석에서 올라온 주제에 고가의 갑옷을 지니고 있다면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낼 터다.
그래서 대장장이한테 오직 도색만 하라고 부탁한 거다.
어쨌거나 복장을 통일해 놓으니 정예기사, 그리고 정예병이 된듯한 기분이 든다.
“너희가 자랑스럽다. 우리의 시작은 비록 초라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 더욱 규모를 늘려 갈 것이다.”
칼립에 올라타고서 기사와 병사들에게 말했다.
부하 기사들은 제법 괜찮은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 마나를 수련하면서 자연스레 기운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병사시절의 모습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그것은 새로 받아들인 병사들도 마찬가지다.
끊임없는 갈굼과 협박, 그리고 회유를 통해 녀석들을 병사로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무려 삼일이나 공들였으니 나름 과감한 투자를 한 셈이다.
아직 기사들의 마상 전투 능력이 부족한 듯하지만, 그건 이동하는 동안에 지속적으로 훈련할 생각이다. 병사들의 훈련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어떠냐! 우리 좀 근사하지 않아?”
나는 녀석들을 바라보면서 약간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기사와 병사들이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쳐다본다.
녀석들의 입가에 점점 미소가 번진다. 자신들의 모습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나 역시 만족스럽다.
돈을 쓴 보람이 느껴지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병사들의 뒤에 두 마리의 말이 끄는 보급 마차까지 있다. 그야말로 제대로 갖춘 군 조직의 느낌이 팍팍 생겨난다.
거기에 더해 나의 아공간에는 추가로 육포를 비롯한 마른 음식과 커다란 물통이 들어 있다.
일종의 휴대용 보급 창고라고 할까?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를 일이다. 미리 준비해서 나쁠 건 없다. 아공간에서는 음식이나 물이 상하지 않으니 준비할 수 있을 때 팍팍 준비해 두었다.
덕분에 돈이 좀 들었지만, 그래 봐야 티도 안 나는 수준이다.
확실히 주머니가 넉넉하면 모든 일이 순조롭다는 걸 느낀다.
“자! 출발이다!”
기분이 좋아져서 크게 소리치고는 말머리를 돌렸다.
***
엘튼 제국의 수도 엘토른.
인구 120만 명의 거대 도시로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제국을 가로지르는 웅장한 크리센 대하(大河)를 등지고 지어진 엘튼 제국의 황성.
황성 내부는 제국의 이름에 걸맞게 웅장한 건축물로 구성되어 있었다.
황제가 기거하는 중앙 건축물을 기점으로 오른편에 지어진 석조 건물.
‘전쟁의 관’이라 이름이 붙은 곳으로 전쟁과 관련한 대소사를 논하는 곳이다.
프레하 제국이 선전포고를 해오는 바람에 ‘전쟁의 관’에서는 귀족들이 모여 전쟁을 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특히 강경파의 수장인 ‘파르젠 이디오트’ 공작은 밀려드는 서류에 골치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래서 작전 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나와서 밀린 서류를 검토하는 중이다.
‘정신이 하나도 없군. 이러다가 서류에 깔려 죽을 수도 있겠어.’
그는 자금을 요구하는 서류에 사인하면서 왼손 검지와 엄지로 양쪽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저기… 이디오트 공작 각하.”
얼굴을 찌푸리면서 서류를 처리하던 이디오트 공작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스텔론 남작, 무슨 일인가?”
“레이놀드 남작의 기사단이 도착하였습니다. 배치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그것을 여쭈러 왔습니다.”
스텔론 남작이 마른침을 삼키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디오트 공작이 얼마나 바쁘게 일하는지 아는 터라, 이런 사소한 일까지 물어봐야 하는 게 미안했던 것이다.
‘큭… 화가 나셨군.’
그는 이디오트 공작의 눈과 마주치자 사색이 되었다.
애초부터 날카로운 인상인 데다가, 그렇지 않아도 작은 눈을 매섭게 뜨고 자신을 노려보니 심장이 뜨끔했다.
“레이놀드 영지라면 변방의 작은 영지가 아닌가! 그들이 보내온 기사단이라고 해봐야 얼마나 된다고 그런 것까지 내게 물어보나?”
“그게… 20명의 기사와 130명의 병사를 끌고 왔습니다.”
“뭣이?”
면박을 주던 이디오트 공작이 살짝 당황하고 말았다.
변방의 남작 따위가 보낼만한 병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20명의 기사라면 변방에서는 거의 모든 전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잠깐! 레이놀드 영지라고 했나?”
“네, 그렇습니다. 공작 각하.”
“…제이든 남작이 패했다는 얘기가 되겠군.”
스텔론 남작의 얘기에서 이상한 점을 찾아내고 이디오트 공작이 한숨을 쉬듯이 중얼거렸다.
어쩐지 자금이 좀 빈다 싶었다.
매월 100골드씩 보내던 제이든 남작이다.
그래서 영지전을 승인해 달라는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었다. 승리할 자신이 있다고 했으며, 영지전에 승리하면 두 배 이상의 뒷돈을 매월 주겠다는 제안을 해왔으니까.
‘어울리지 않은 전력을 보내왔다는 건, 제이든 영지를 꿀꺽했다는 의미일 테지. 멍청한 제이든 남작!’
“…무능력자였어.”
이디오트 공작이 쓰게 웃었다.
“네?”
“아! 자네한테 한 얘기가 아닐세. 레이놀드 남작의 병력은 뱅크스 요새로 보내도록.”
“그곳은…….”
“보내게.”
“알겠습니다.”
이디오트 공작이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젓자, 스텔론 남작이 황송한 얼굴로 고개를 꾸뻑 숙였다.
***
제국은 확실히 달라도 다르다.
이제껏 보아 왔던 영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규모였다.
엘토른에 도착해 황성까지 이동하는 데에도 세 시간은 걸린 듯하다.
황성에 도착해 제국 전쟁의 소집령을 받았다고 알린 게 벌써 두 시간이 지났다.
늦장 부린다고 할까 봐서, 잠도 안 자고 새벽에 도착해 알렸는데도 말이다.
“단장님, 진짜 무지하게 넓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역시나 시안 녀석이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말을 걸어온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나도 인정하는 바이다.
말로만 들어 봤지 황성이라는 곳은 처음 와본다. 두 번의 전생을 통틀어서 말이다.
“그래 넓다, 됐냐?”
“흐흐흐… 제가 황성에도 와보고 성공했습니다.”
시안은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면서 촌놈 티를 팍팍 냈다.
“그만 두리번거리고 애들 단속 잘해. 교육은 확실히 해놓은 거 맞지?”
“물론입니다. 제가 누굽니까?”
잇몸을 드러내며 어깨에 잔뜩 힘을 주는 시안.
녀석의 거만한 듯한 태도에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아닌 게 아니라, 새로 맞아들인 병사들이 군기가 바짝 들었다.
제국까지 오는 동안에 실전훈련을 겸해서 산적들을 소탕하고 다녔다.
평판이 좋은 산적은 부하로 데려오고 질 나쁜 놈들은 확실하게 제거했다. 실전 훈련을 겸해서 실시한 일이기도 하다.
순순히 밑으로 들어오지 않았던 것은 당연한 노릇.
그래서 두목 녀석들을 기사로 받아들였다.
일종의 볼모인 셈이다.
물론 기사가 된 녀석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기는 하다. 단순한 볼모가 아니라, 실제로도 기사와 똑같은 대우를 해주었으니까 말이다.
생각보다 산적 집단은 많지 않았다는 건 아쉬웠다.
그래도 나름의 성과가 있어서 병사들을 130명까지 늘릴 수 있었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이만한 규모라면 제국 전쟁에서도 상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꽤 부유하다는 남작 영지의 병력과 엇비슷한 숫자니까 말이다.
최소한 소모품 취급당할 일은 없을 거로 생각한다. 애초에 무시 받지 않으려고 기사와 병사의 숫자를 늘린 것이니까 말이다.
“정말 더럽게 굼뜨네.”
슬슬 짜증이 생겨나서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우리가 도착했다고 알렸는데 두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다는 건 기분 나쁘다.
설마…
상위 부대에 사열식 같은 걸 하고서 대기해야 한다는 건 아니겠지?
에이…
그럴 거였으면 벌써 누군가 넌지시 알려 줬을 거다.
“프레스카는 화장실 간다더니 왜 안 와?”
지루한 기다림 때문에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가 기사의 숫자가 비는 걸 발견하고서 말했다.
당연하게도 그새를 못 참고 옆에서 알짱대는 시안 녀석에게 하는 말이다.
“저기 오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시안이 손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과연 거기에는 갑옷을 입고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놈이 있었다. 가슴에 레이놀드 영지의 문양을 새겼으니 의심할 여지도 없다.
굳이 얼굴을 가리는 투구까지 뭐하러 쓰고 다니는 것인지…
저렇게나 갑옷을 입는 게 좋은가?
“어딜 그렇게 돌아다녀?”
다가오는 프레스카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작은 건(?) 몰라도 큰일을 보려면 병사까지 데리고 다녀야 하는 게 기사다.
특정 부위(?)의 갑옷을 벗으려면 혼자서는 어려우니까.
녀석이 병사를 데리고 움직이지 않았다는 건 작은 거였다는 의미.
그럼에도 한 시간이 넘도록 사라졌다가 이제야 나타난 것이다.
“하하하! 어딜 다녀오기는 어딜 다녀왔겠습니까? 정보 수집을 다녀왔습니다.”
투구 덮개를 올리면서 넉살 좋게 웃는 프레스카.
생각해 보니 이 녀석 때문에 갑옷을 맞추는 데 오래 걸렸던 일이 떠오른다.
몸이 뚱뚱해서 표준 갑옷에 상당한 변형이 필요했었다.
아니,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어쨌거나 녀석의 친화력은 나도 인정하는 바다.
처음 보는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고민 상담까지 해줄 정도로 미친 친화력을 발휘하는 놈이다.
그런 녀석이 뭔가를 알아 왔다니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황성… 아니, 제국의 수도 엘토른에 도착하고선 우린 그저 촌놈에 불과하다.
정보를 입수할 경로를 알지 못하니 답답한 건 어쩔 수 없는 일.
그저 황성에 도착하면 모든 일이 알아서 해결될 거로 생각했다.
연줄도… 그렇다고 아는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없었으니까.
녀석이 뭔가를 알아 왔다니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무슨 얘긴데?”
“제가 알아볼 소식이 뭐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이번 제국 전쟁에 관련된 소식이죠.”
실실 웃으면서 다가온 프레스카가 뻐기듯이 몸을 흐느적거린다.
“뜸들이지 말고 말해 봐.”
“당연히 알려 드려야죠. 이번 전쟁은 낙관적이라고 합니다. 프레하 제국의 ‘모르간 드 오를레앙’ 대공이 총사령관으로 참전한다고 하는데 우리와는 상관없는 얘깁니다.”
“그래서?”
“오를레앙 대공은 단순 무식하기로 소문난 인물이랍니다. 적당히 시간만 끌어 주면, 보급 문제로 알아서 후퇴할 확률이 높다고들 합니다.”
“다행이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과 달리 나는 녀석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녀석의 말이 아니라, 녀석이 가져온 얘기를 신뢰하지 않는 거다.
제국 내에서 그런 식으로 소문났다는 건 병사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술책일 수 있다.
소문을 100% 신뢰하기엔 믿음이 안 간다. 생각보다 복잡한 세계에서 살아온 탓에 소문을 그대로 믿기가 어렵다.
단순 무식한 놈이 대공이라는 높은 위치에 올랐고, 국운(國運)을 좌우하는 전쟁에 총사령관으로 앉힌다?
개소리 쩐다.
“그리고 배치 문젠데 말입니다. 딱 한군데 빼고는 거리가 가깝다고 합니다. 배급도 끝내준다고 합니다.”
“거기가 어딘데?”
“뱅크스라고 하던가? 아무튼, 험지에 위치한 관문 같은 곳이랍니다.”
녀석의 말을 듣는데 누군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는 모습을 발견했다.
“응? 어서 뒤로 가라! 아까 그 귀족이 온다.”
서둘러 프레스카를 뒤로 물러나게 했다.
그래도 상급 부대의 명령을 전하러 오는 사람인데, 내가 맞아주는 게 예의다.
거기에 더해서 상대는 제국의 귀족이니까.
“스텔론 남작님을 뵙습니다.”
다가오는 귀족을 향해 가볍게 군례를 올렸다.
나의 직속상관도 아니니, 이 정도면 크게 예의를 지켜 준 셈이다.
“윌슨… 단장, 여기 명령서요.”
스텔론 남작이 서류를 내밀었다.
제길!
내가 더러워서라도 꼭 이번 전쟁에서 공을 세워 ‘성’이라는 것을 받아야겠다.
스텔론 남작이 내 이름을 머뭇거리면서 부르는 게 무슨 뜻인지 안다. ‘성’도 하사받지 못한 허울뿐인 기사라는 생각에서 일 것이다.
“안내는 이 친구가 할 거요. 나는 바빠서 이만 가보겠소.”
“살펴 가십시오.”
스텔론 남작이 몸을 돌리는 것을 확인하고서 남겨진 병사에게 시선을 던졌다.
“제국군 정찰대 소속 잭슨입니다.”
제법 노련하게 생긴 병사가 군례를 올린다.
손바닥을 들어 대충 인사를 받아 주고 스텔론 남작이 내민 서류를 읽어 내려갔다.
“쓰바…….”
서류를 읽다가 신음처럼 욕을 하고야 말았다.
‘발령’이라고 적힌 곳에 ‘뱅크스 관문 요새’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아까 프레스카가 했던 얘기를 떠올려보면, 뱅크스라는 곳이 버려지는 패라는 의미였으니까.
망할 놈의 머피의 법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