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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53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2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53화

53화 판은 크게 키워야 제 맛(3)

 

 

 

 

 

“다시 정렬합니다!”

 

거리의 약장수를 닮은 카랑카랑한 음성이 젝무어 영지 앞 들판을 채웠다.

시안이다.

꼭 한 번 내가 하는 짓을 흉내 내보고 싶었다나?

30명에 이르는 산적들이 녀석의 명령에 미친 듯이 튀어 다니는 게 꼭 제철 만난 메뚜기 떼를 보는 듯하다.

나?

나는 기사 녀석들을 가르치는 중이다.

가르친다기보다는 인간 충전기가 된 느낌이라고나 할까?

파김치가 되어서 검술을 수련하는 기사들의 옆에서 대자연의 기운을 잔뜩 끌어다가 집중해주고 있다.

무림 세계의 방식을 일부 도입해 수련하는 거다.

육체를 한계까지 혹사해야 감각이 예민해진다는 사부의 가르침을 그대로 하는 중이다.

이런 방법으로도 벌써 부하들 대부분이 마나를 깨우쳤다.

주변에 이렇게나 마나가 풍부한데도 기사들은 잘 느끼지 못한다.

어쩌면 너무 익숙해서 느끼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무감각해진 마나의 실체를 깨닫게 하려면, 마나의 농도를 극단적으로 높이는 게 답이다. 무림 세계의 사부도 그런 식으로 날 가르쳤으니까.

마지막까지 마나를 깨우치지 못하고 남은 기사는 토마스와 티오다.

토마스 녀석이야 아직 어리고 다른 정예 경기병대원의 땜빵으로 온 녀석이라 이해가 된다.

그러나 티오 녀석은 의외다.

고참이랄 수 있는 군 생활을 한 녀석이 설마 아직도 마나를 깨우치지 못할 줄이야.

내가 기사 제조기가 된 듯한 느낌이 드는 건 단지 기분 탓이겠지?

하긴……

이런 짓이 가능한 것도 녀석들이 기본적으로 몸에 마나를 쌓은 상태라서 가능한 거다.

물론, 지쳐 쓰러질 때까지 뺑뺑이를 돌리는 걸 감당할 기사 놈들은 없기는 하겠다.

이들이 기본적으로 아직 병사의 때를 벗지 못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정상적인 기사들이었다면 격렬하게 반발하고도 남았다.

까라면 무조건 까고 보는 병사 시절의 기질이 도움이 된 것이다.

마나를 쉽게 느낄 수 있게 온몸의 힘이 다 빠지도록 굴러야 한다. 그런 걸 보통의 기사들은 말도 안 된다며 명령에 따르진 않았을 터다.

부하들이 칼같이 나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도 어쩌면 재능이라고 봐야겠다.

중요한 건,

부하들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인 다른 기사들과 시작점부터가 다르다. 고농도의 마나를 받아들여 각자의 개성에 맞게 마나 로드를 개척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무림의 무공 체계와 비하면……

아니, 이곳 세상의 수련법은 무공 체계라고 말하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어쨌든 마나로드를 확실히 개척했다는 것만으로도 빠르게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

대자연의 기운을 정제하는 과정을 거치는 나와 달리, 이곳 세상의 기사들은 얼떨결에 마나를 받아들이게 된 존재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효율이 엉망이다.

물론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가면 얘기는 또 달라질 테지만 말이다.

대략 지금의 나 정도 수준?

아마도 이쪽 세상의 기사들이 변화를 겪는 시점이 될 거다.

이쪽 세계들의 말로는 상급 소드 익스퍼트.

상급 소드 익스퍼트에서 소드 마스터의 경지로 넘어가는 사람은 극소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운 이유가,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잡스러운 마나 때문이니까.

 

“좋아! 잘하고 있다.”

 

나는 티오와 토마스에게 마나를 몰아주면서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녀석들이 힘에 부쳐 바들바들 떠는 게 안쓰러울 정도다.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마나를 집중해 녀석들의 주변에 모아주는 게 고작이다.

내가 배운 무공과는 궤를 달리하는 수련법이다.

무식하게만 보이는 수련이지만, 부하들이 이런 방법으로 내공을… 아니 마나를 몸에 쌓을 수 있다는 게 더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공에 대한 나의 상식선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으니까 말이다.

이들에게 내공을 집중하는 게 나로서도 도움이 된다. 내공의 운용을 좀 더 정교하게 다루는 훈련이라고 보면 맞겠다.

 

“……!”

 

밀도를 높인 대자연의 기운에 변화가 생긴 것이 감지된다.

비틀거리는 몸으로 검을 내리치던 자세 그대로 티오가 황홀한 얼굴을 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집중해 두었던 대자연의 기운이 녀석에게로 흘러들어 간다.

드디어 녀석이 마나를 느끼고 몸에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뒤이어 토마스 역시 마나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점차 인위적으로 밀도를 높였던 마나의 통제권을 조금씩 줄여나갔다.

이제부터는 스스로가 대자연의 기운을 끌어 쓸 수 있게 자생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됐어.”

 

티오와 토마스의 주변에 집중된 대자연의 기운에 대한 제어를 풀었다.

그럼에도 둘은 주변의 마나를 받아들이면서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걸로 된 거다.

음……

생각보다 각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듯하다.

이곳 세상의 사람들은 전부 이들처럼 쉽게 마나를 각성하는 것일까?

새로 받아들인 놈들도 마나를 각성하게 하는 건……

아니다.

신뢰하기 어려운 놈들한테 섣불리 힘을 줄 순 없는 노릇이다.

결정적으로 기사가 된 부하들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강해진 다음에나 생각해 볼 문제다.

이번에 밑으로 들어온 산적들을 통제하려면 기존의 부하들이 강해야 하니까.

의적으로 활동했다고는 해도 어쨌든 산적이다.

귀족이나 부유한 사람으로 보이면 서슴없이 날붙이 무기를 휘두르던 놈들.

아무리 의도가 좋았다고 해도 살인과 협박을 주업으로 삼았던 놈들이다. 현재의 부하들이 놈들을 압도할 수준이 되기 전까지는 일단 보류다.

결정적으로 자질이 보이는 놈이 극소수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바닥을 박박 기어 다니는 산적들을 바라보았다.

 

“똑바로 합니다. 원위치!”

 

[원위치이!]

 

시안의 명령에 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산적들.

꼴통 삼인방이 지시를 내리고 몇 명의 기사들이 요령을 피우는 산적들을 구타하고 있다.

저들을 통제하는 건 나에 대한 공포다.

신뢰할 수 없는 이들을 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그래서 공포의 힘을 기사단에게 나누어 주는 작업의 일환으로 시에트 기사단에게 놈들을 맡긴 거다.

 

“그, 그마안… 더 이상은,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아…….”

 

산적 출신의 신입 병사 하나가 앓는 소리를 해댄다.

 

“허억, 헉! 약한 소리 집어치워!”

 

같이 구르던 산적 두목인 제이콥이 성난 음성으로 소리쳤다.

 

[크흡! 으으으…… ]

 

그러자 산적들이 앓는 소리를 냈다.

 

“히, 힘들 내라! 우리는, 허억, 헉! 우리는 자랑스러운 뮬란트 의적이다!”

 

보기 딱했던지 부두목이었던 와그너가 산적들을 달래듯이 소리친다.

 

[으아아아!]

 

어기적대던 나머지 산적 녀석들이 한목소리로 고함을 지른다.

어째 두목인 제이콥보다 부두목인 와그너의 말이 더 잘 먹히는 듯하다.

분명 감동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나와 시에트 기사단 입장에서는 좋지 않다.

내 밑으로 취직한 놈들이다. 이전 직장(?)을 못 잊어 하는 건 조금 기분 더럽다.

아니, 위험하다.

이제는 한 식구가 되었는데, 별도의 유대감을 갖는다는 건 좋지 않다.

결속력을 끊어 줄 필요가 있다.

지금 녀석들이 보이는 결속력은 오로지 나에게 집중되어야만 한다.

마나의 향기에 푹 젖어든 티오와 토마스를 뒤로하고 제이콥을 향해 걸어갔다.

 

“우리가 어떤 놈들인지 똑똑히…….”

 

흐느적거리면서 고함을 지르려는 제이콥의 머리채를 와락 움켜쥐었다.

 

“아악!”

 

비명을 지르는 제이콥에게 살기를 뿌려 댔다.

 

“계속 싸가지 없이 주댕이를 함부로 놀릴 거야? 이빨을 몽땅 털어 줄까?”

 

“으으으…….”

 

벌벌 떨면서 앓는 소리를 내는 제이콥.

녀석의 머리채를 쥐고 땅바닥에 질질 끌었다.

 

“아, 안 돼!”

 

내가 다가가자 흐느적거리면서 바닥에 쓰러진 채 뒤로 물러나는 와그너.

눈치 빠른 놈이다.

무엇 때문에 내가 접근하는지 아는 듯하다.

엉덩이를 질질 끌면서 뒤로 물러나는 와그너의 머리채도 마저 움켜쥐었다.

 

우둑!

 

“끄으!”

 

놈은 머리채를 움켜쥔 나의 손을 붙들며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상관하지 않았다. 두 녀석을 질질 끌면서 교육장을 빠져나갔다.

 

“시안!”

 

“네! 단장님!”

 

“더 빡 세게 굴려! 딴생각 안 나게!”

 

“알겠습니다.”

 

시안의 대답을 들으면서 두 놈의 머리채를 더욱 힘껏 잡았다.

 

“아악!”

 

“놔주십시오! 놔주십시오!”

 

어쭙잖은 결속력을 보인 대가가 크다는 사실을 산적들에게 각인시켜 줘야 한다.

버둥거리는 녀석들을 끌고 가서 한쪽에 패대기쳤다.

 

우당탕탕!

 

“아욱! 왜, 왜 또 이러시는 겁니까!”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두 녀석.

제이콥은 두려워하는 와중에도 반항적이었고, 와그너는 극도의 저자세로 나왔다.

성격이 확실하게 갈리는 두 놈이다.

두목은 제이콥이지만, 실질적으로 산적을 이끈 것은 와그너인 듯싶다.

놈들을 제압하는 과정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기는 했다. 시안이 직접 시행하는 교육(?) 중에도 특성이 드러났다고나 할까?

자꾸 산적 시절의 결속력을 일깨우는 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

그래야 놈들이 온전하게 나의 밑으로 들어올 수 있을 테니까.

 

“일단 가볍게 가볼까?”

 

잇몸이 드러나도록 웃어 주면서 녀석들의 몸을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 댔다.

 

“무슨… 끄아아악!”

 

“아, 안 돼에에에! 크아아아아!”

 

두 녀석은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얼굴에 퍼런 혈관이 툭툭 튀어나와 징그럽게 보인다. 분근착골의 수법이 제대로 먹혔을 때 일어나는 반응이다.

소금 뿌린 지렁이처럼 마구 꿈틀대면서 괴성을 지르는 제이콥과 와그너.

 

“참 좋은 날씨지?”

 

녀석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느긋하게 물었다.

 

“끄어! 커헉! 끄으으으!”

 

“사, 살려! 살려 주십… 크어어어어…….”

 

하지만 두 녀석은 날씨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바닥에 쓰러진 커다란 나무에 앉아 화창한 날씨를 감상할 뿐이다.

특정한 상황에서는 살벌한 말투와 욕지거리보다 느긋한 행동과 부드러운 목소리가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 말이다.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는 놈들은 나의 느긋한 태도가 두려울 것이다. 언제쯤 고통에서 해방해줄지 가늠할 수가 없을 테니까.

자신들을 죽게 내버려 둘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지독한 고통과 맞물려 정신을 나약하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대신에 공포가 느슨해진 머릿속의 빈자리를 채워 갈 것이다.

거기에 더해 나머지 산적들에 대한 교육도 겸한다.

비록 시안이 산적들을 굴리고 있지만, 놈들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하곤 한다.

두목과 부두목이 처절하게 망가지는 모습을 다시 한 번 그들의 뇌리에 틀어박힐 것이다.

자신들을 보호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기다린다.

여기 두 놈과 산적들의 눈에 절망이 스밀 때까지.

시간은 나의 편.

산적들은 날 잔인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벌인 일이다.

시작하지 않았다면 몰라도 이미 일은 저지른 다음이다. 판을 벌였으면 제대로 할 생각이다.

 

“꺼억! 억! 꺽!”

 

“그륵! 그르르르…….”

 

이런!

잠시 딴생각하는 동안에 두 녀석이 괴상한 소리를 낸다.

 

파바밧!

 

빠르게 손을 움직여 녀석들의 몸에 심어 둔 내공을 중화시켜 주었다.

 

“헉, 헉! 허헉!”

 

“그, 그만! 헉, 헉! 제발 크흑… 제발 부탁드립니다.”

 

역시나 둘의 반응이 상반된다.

부두목이었던 와그너는 내가 주는, 나로 하여금 비롯된 분근착골의 고통에 굴복했다.

그러나 제이콥은 아니다.

굴복했다기보다는 자포자기한 느낌?

이놈은 집중 관리가 필요하겠다.

 

“와그너!”

 

“헉, 헉! 네!”

 

“앞으로 네 녀석이 병사들을 이끈다.”

 

“…네?”

 

고통 때문에 녹초가 된 와중에도 와그너가 눈을 크게 떴다.

놈이 병사를 이끄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하에 내린 결정이다.

 

“말도 안 돼!”

 

“‘안 돼’라고 했나?”

 

살기를 일으켜 반항하는 제이콥에게 집중했다.

 

“으으으… 마, 말도 안 됩…… 니다.”

 

부릅 뜬 제이콥의 눈이 점점 밑으로 내려간다.

 

“제이콥!”

 

“네! 네!”

 

“나의 12번째 기사가 되어라.”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제이콥이 얼떨떨한 얼굴로 말끝을 흐린다.

갑자기 기사가 되라고 해서 당황했나?

이 녀석은 병사보다 기사가 어울린다. 병사들의 지휘를 맡기기가 어려운 놈이다.

머리보다는 가슴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놈이니까.

‘시에트 기사단’은 급조한 조직이다.

구성원은 어차피 내가 정한다.

급조해서 만든 대신에 내 마음대로 인원을 정할 수 있다는 게 유일한 특권.

 

“나의 기사가 되라고 했다.”

 

“하지만…….”

 

“‘하지만’ 따윈 없다. 기사가 되고 싶지 않은가?”

 

이 녀석은 반드시 기사가 되어야 한다.

가까이 두고서 집중관리 하려면 항상 내가 관찰할 수 있는 거리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기사로 삼으려는 것이다.

 

“진심이십니까?”

 

제이콥이 얼떨떨한 얼굴을 하고서도 감동한 기색을 드러낸다.

뭐야?

이 녀석 기사가 되고 싶었던 거였나?

이러면 좀 얘기가 쉽겠다.

 

“거짓말 따윈 하지 않는다. 기사가 되고 싶다면 한쪽 무릎을 꿇어라!”

 

녀석에게 힘 있는 음성으로 말했다.

 

“끄응!”

 

제이콥이 힘겨워하면서도 기어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

 

분위기는 잔뜩 잡았으나 정작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기사 서임을 어떻게 했더라?

어휴……

책을 사놓고서도 정작 읽지 않았다.

레이놀드 남작이 내게 했던 기사 서임식도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쫘악!

 

“커헉!”

 

싸대기를 맞았다는 것.

 

“제이콥! 이것으로 너는! 어쨌든 나의 기사다!”

 

멋지게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이 자식 그거 한 대 맞았다고 기절해 버렸다.

생각보다 손에 힘이 조금 들어갔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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