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51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2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51화
51화 판은 크게 키워야 제 맛(1)
“단장님, 뜸 들이지 말고 그냥 속 시원히 얘기하시죠?”
역시나 시안 녀석의 반응이 가장 빠르다.
저 자식은 희한한 놈이다.
눈치가 빠른 것 같은데, 어떤 때는 무신경한 놈처럼 행동한다.
그동안 관찰한 결과를 놓고 봤을 때,
시안 저놈에 대한 나의 결론은 하나다.
즉흥적인 인간.
아쉬운 게 있을 땐 입안의 혀처럼 굴다가도 제 기분에 안 맞으면 제멋대로 행동한다.
저 성격은 맞아도 고쳐지지 않는다.
죽어야 고쳐질 성격이라고나 할까?
두들겨 패고 굴려도 딱 그때뿐인 놈이다. 더 놔뒀다가는 두통이 몰려올 게 뻔하다.
“며칠 후면 갑옷이 나올 거다. 그럼 제법 괜찮은 기사단처럼 보이겠지?”
“뭐… 그렇겠죠?”
시안 녀석이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이 자식,
갑옷 맞출 때는 그렇게 좋다고 입이 찢어지라 웃더니……
그래!
받을 거 다 받았으니까 감흥이 없다, 이거냐?
“기사단만 있으면 뭐해? 뒤를 받쳐줄 병사가 있어야 진짜 기사단이지, 그럴싸하게 병사들 데리고 가면 중앙 귀족들도 우릴 쉽게 보진 않을 거다. 안 그러냐?”
“그렇기는 한데… 병사가 없잖습니까.”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시안.
역시나 녀석이 나의 말을 맞받아 친다.
언젠가부터 부하들을 대표하는 것처럼 자리를 잡은 녀석이다.
주둥이 놀리는 솜씨만큼 전투 능력도 화려하기에 다른 부하들이 인정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지켜보는 내 입장에서는 웃음밖에 안 나오는 실력이지만 말이다. 당연히 ‘기사’라는 위치에 놓고 봤을 때 그렇다는 의미다.
그것도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다.
내가 보았던 기사라고 해 봐야 레이놀드 영지와 제이든 영지의 기사가 전부였으니까.
제국 전쟁을 치를 기사라면, 적어도 제이든 영지에 파견된 글란트 정도는 되어야 내 수준에서 합격점을 줄 수 있겠다.
글란트 정도 수준의 기사들이 내 뒤를 받쳐줘야 제국 전쟁에서 위력적인 전투를 벌일 수 있지 않겠어?
어차피 조만한 해결할 수 있을 듯하지만……
아무튼,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일단 대가리 수를 늘려야 어디 가서도 대접을 받는 법.
궁금해 죽으려고 하는 부하 녀석들을 한 차례 둘러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에 얘기했던 것처럼 우리가 공을 세워 귀족이 되고 영지를 얻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을 것이다. 그렇지?”
[물론입니다!]
“그러려면 우리가 기사가 되어 제국 전쟁에 참가해야 한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꼴을 봐라. 칼받이나 되지 않으면 다행인 숫자야. 훌륭한 갑옷과 훌륭한 말을 타고 간다고 해도…….”
일부러 말끝을 흐렸다.
상황의 심각성을 부하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제국의 전쟁이라면 어마어마한 숫자의 기사와 병사들이 모일 터다.
겨우 12명에 불과한 우리는 제국군의 숫자 중에서 일부에 불과한 존재감 밖에 발휘할 수 없을 거다.
이왕에 싸워야 한다면 폼 나게 멋지게, 그리고 제대로 싸우고 싶다.
나와 부하들이 어떤 위협에서도 꿋꿋하게 흔들리지 않는 위치에 설 때까지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뻔한 얘기 그만하시고,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어차피 저나 이놈들이나 머리가 나빠서 못 알아듣습니다.”
“…….”
시안 자식!
하여간 분위기 깨는데 뭐 있다.
생각하기 싫어하는 것을 ‘머리가 나쁘다’라는 말로 표현하다니!
으음……
생각이란 걸 할 수 없게 너무 빡 세게 굴린 내 잘못이기도 하겠다.
“병사를 모으자는 얘기다.”
“…네?”
“뭘 놀라고 그래? 널린 게 병사들이잖아?”
멍한 얼굴로 되묻는 시안에게 잇몸을 드러내며 웃어 주었다.
궁금해 죽겠지?
근데 설명해 줘도 또 엉뚱한 소리만 할 거잖아?
“됐고! 병사를 모으려면 일단 네놈들 실력부터 키우는 게 우선이다. 그런 의미에서 꼴통 삼 형제! 앞으로!”
나는 으스스한 얼굴을 하고서 시안을 비롯한 세 놈을 불렀다.
그나마 녀석들의 실력이 이 중에서 가장 낫다. 가장 먼저 시범 케이스로 녀석들에게 마나를 느낄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꼴통 삼인방의 각성(?)을 본보기 삼아 다른 부하들이 희망을 얻게 될 터.
“나머지는 각자 기본 검술을 수련하도록!”
[예! 단장님!]
부하들의 우렁찬 대답을 들으면서 꼴통 삼인방을 향해 싱그러운(?) 미소를 지어 주었다.
불안한 눈빛을 하는 꼴통 삼인방에게 한차례 눈을 맞춰 주고, 손가락으로 들판 끝에 외로이 서 있는 나무를 가리켰다.
“오리걸음으로 저 나무를 찍고 와라, 선착순 한 명!”
“아니! 단장님! 갑자기 이러시…….”
“늦는 놈은 왕복 세 번이다.”
시안이 볼멘소리하려 했으나, 말을 끊고 빠르게 명령했다.
“우와악!”
녀석이 뜨악해서 오리걸음으로 나무를 향해 뛰듯이 걸어갔다.
프레스카와 페트릭은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무를 향해 가고 있었으니까.
***
다각, 다각, 다각……
말을 타고서 느긋하게 산을 넘어가는 중이다.
제국으로 이동하려면 반드시 지나쳐 가야 하는 곳.
제국 전쟁의 소집령은 아직 두 달 가까이 남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곳을 지나가는 이유?
이동로를 숙지하기 위해서?
아무리 시간이 남아돌아도 한가하게 그런 짓이나 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단장님, 대체 뭘 하시려는 겁니까?”
곁에서 시안이 툴툴거린다.
“뭐겠냐?”
“에이 씨!”
“지금 반항하는 거냐?”
시안이 짜증을 부리는 것에 기가 막혀 눈을 흘겼다.
확실히 이 녀석은 신경이 굵다.
낮 동안에 그렇게 뺑뺑이를 굴렸는데도 기가 죽지 않는다. 어떤 의미에서 봤을 때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기가 죽을 만도 할 텐데 전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박박 기어 다닐 때는 죽겠다고 엄살을 떨어 대기는 하지만 말이다.
뭐……
신 나게 굴린 덕분에 시안을 비롯한 꼴통 삼인방은 드디어 마나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건 좋은 소식이다.
어쩌면 마나를 깨우치면서 자신감이 붙은 것일 수도 있겠다.
한계까지 힘을 쏟아 내게 하고서 마나 수련을 하게 한 결과다.
놈들이 내려치기를 하면서 허우적댈 때 대자연의 기운을 주변에 밀집해 주었다.
그때 보였던 녀석들의 표정이란……
한차례 마나를 느끼게 해주었으니, 나머지는 녀석들의 몫이다.
다른 부하들도 이런 식으로 차근차근 마나를 느끼게 해줄 생각이다.
아직 제국 소집령에 응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았다. 이동하는 동안에 상당한 발전을 할 것이다.
비록 대단한 경지에 오르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쓸 만한 놈들이 되어 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물론 그런 나의 평가와는 다르게, 하는 행동은 여전히 거친 병사와 다를 바 없다는 게 문제라서 그렇지.
“누가 반항한다는 겁니까?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잖습니까. 갑옷도 입지 말라고 하시고선 계속 이동만 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이 옷은 대체 뭡니까?”
시안이 자신의 옷을 잡아당기면서 혀를 찼다.
우리는 현재 화려한 복장을 하고서 말을 모는 중이다.
마치 돈 좀 있는 동네 양아치들이 여행에 나선듯한 모습과 같은 행색이라고 보면 맞겠다.
“다 이유가 있어서다. 슬슬 마중 나올 때가 된 듯한데…….”
“누굴 만나기로 한 겁니까?”
시안이 눈을 껌뻑거리면서 날 쳐다본다.
“우리 쫄다구가 될 놈들을 만나러 왔지.”
나는 콧잔등이 구겨지도록 웃어 주었다.
사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산의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느껴졌던 인기척이다.
아직은 나의 부하가 아니지만, 예비 부하 녀석들이 뿌려 대는 살기가 제법이다.
살기가 제대로 여물지 못했다는 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말이다.
“쫄다구? 정말 우리 밑으로 들어오겠다는 놈들이 있었습니까?”
“물론이지.”
“낮에 만났으면 좋았잖습니까.”
“부하 될 놈들이 수줍음을 많이 타거든. 응? 이제야 인사할 마음이 생겼나 보네?”
시안의 말에 대답하다가 고개를 돌렸다.
“네?”
멍하게 대답하던 시안의 얼굴에 긴장감이 번졌다.
슈슈슈슉!
어둠을 가르고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려왔으니까.
<멈춰라!>
“단장님! 설마… 아니죠?”
“맞을걸?”
더듬거리면서 말하는 시안에게 환하게 웃어 주었다.
그러는 사이, 파공음을 뿌리던 화살이 말을 몰아가려던 앞길에 박혀 들었다.
파바박!
“제 정신이십니까?”
잠자코 따라오던 페트릭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부하들이 좀 거칠지? 많은 대화가 필요할 거야.”
산에서 내려오는 산적들을 바라보면서 빙그레 웃었다.
페트릭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안다.
그렇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병사를 모집할 수 없는 상황.
백수(?)를 취직시켜 주는 게 우리가 병사를 손쉽게 모집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황당해 하는 꼴통 삼인방을 환한 웃음으로 안심(?)시키는 사이, 산적들이 우리를 에워쌌다.
“여어! 어디로 가는 길이신가?”
산적의 우두머리쯤으로 보이는 사내가, 어깨에 주먹만한 쇠공이 달린 모닝스타를 올려 둔 채로 말을 걸어왔다.
건들거리는 폼을 보아서는 이런 일에 상당히 익숙한 듯 느껴진다.
일단 녀석들의 숫자가 마음에 든다.
대략 30명쯤?
이 정도 숫자면 12명의 기사단이 이끌고 가는 병사의 숫자로는 나쁘지 않다.
부족하긴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
모닝스타를 어깨에 걸치고서 건들거리는 녀석이 귀엽게 보이기까지 하다.
그래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주었다.
“널 만나러 왔지.”
“나?”
“그래, 너!”
의아해 하는 산적 두목에게 검지를 뻗어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희한한 녀석이군. 일단 말에서 내려 주실까?”
“좋지.”
두목의 말에 대답해 주고는 꼴통 삼인방에게 가볍게 손짓했다.
요구에 순순히 따르라는 의미다.
물론 내가 먼저 말에서 내리는 것으로 손짓의 의미를 가르쳐 주기는 했다.
“이왕이면 무기도 내려놓았으면 좋겠어. 가능해?”
“물론이지. 아! 너희는 됐어.”
두목에게 대답하다가 꼴통 삼인방에게 경고했다.
“응? 어째서지?”
내가 하는 말이 의아했던지 두목이 눈을 껌뻑거린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허리춤의 검대를 풀면서 두목 녀석의 말을 가볍게 씹어 주었다.
“내가 먼저 물었어.”
“그게 중요해? 내 질문이 더 중요할 텐데?”
검대를 바닥에 던지면서 싱긋 웃었다.
그러자 두목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눈살을 찌푸린다.
“그래, 좋아! 뭘 물어보고 싶은 거지?”
“취직할 생각 있나?”
“…취직?”
“몸뚱이 멀쩡한 놈이 이런 짓이나 하면서 사는 거 쪽 팔리지 않아?”
진심(?)을 담아 녀석에게 물었다.
“그건 네가 상관할 문제가 아니다.”
두목의 얼굴이 싸늘해진다.
너무 정곡을 찔렀는지도 모르겠다.
가뜩이나 취업난에 시달리는 놈인데, 내 말이 비웃는 것으로 들렸으려나?
“자존심을 건드렸다면 미안해. 그렇다면 질문을 바꾸도록 하지.”
“또 헛소리하면 머리통을 빠개 주겠어.”
두목이 어깨에 얹은 모닝스타를 달싹거리면서 위협적으로 말했다.
“괜찮은 일자리가 있는데, 일해 볼 생각 있어?”
“…….”
놈이 멍한 얼굴로 날 쳐다본다.
응?
이 녀석 흔들리는 것 같다.
그렇지.
이렇게 몸 건강한 놈이 남의 등이나 치고 사는 거 솔직히 쓰레기스럽잖아?
“미친 자식!”
두목 녀석이 갑자기 인상을 바꾸면서 손에 쥔 모닝스타를 치켜들었다.
단순히 그냥 화가 난 거였냐?
그렇다면…
한 걸음 다가가면서 그대로 주먹을 내질렀다.
빠악!
“컥…….”
모닝스타를 휘두르려던 두목이 답답한 신음을 흘렸다.
이것 봐라?
제법 맷집이 괜찮다.
더 마음에 든다.
그래서 보너스로 턱을 후려쳤다.
빠각!
대번에 눈이 돌아가면서 쓰러지는 산적 두목.
멍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산적들.
내가 이런 짓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는 표정들이다.
“아… 미리 말을 안 한 게 있는데… 네 놈들 강제 취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