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49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8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49화
49화 할 땐 확실하게(3)
“숫놈 켄타우로스가 일반 말과 그렇고 그런 걸 해서 새끼를 낳아도 켄타우로스가 탄생합니다.”
“뭐 그렇겠죠.”
알 턱이 없는 사실이지만, 일단 호응해 주었다.
그나저나 놀라운 얘기다.
종(種)이 다른데도 그게 가능하다는 건가?
유전학적으로 원칙에 위배되는…
에이 씨!
여긴 한국이 아니잖아!
이곳 세상에 사는 인간이 그렇다는데 따지면 뭐해?
애초에 켄타우로스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부터 설명할 방법도 없는 마당에 유전학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다.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는 수밖에 없겠다.
우리 두 사람의 얘기를 듣는 다른 사람들도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바에야…
“저 녀석은 어미가 켄타우로스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말의 모습을 하고 태어난 겁니다. 씨를 내린 놈이 야생마였으니까요. 켄타우로스의 특질은 이어받았을 테고요.”
“진짭니까?”
“제가 거짓말을 해서 뭐하겠습니까?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겁니다. 무리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암컷 켄타우로스에게서 데려왔습니다.”
브랜든이 나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대답했다.
마치 ‘나는 진실만을 말하고 있어!’라고 시위하듯 그렇게.
오히려 그래서 더 의심이 든다.
“암컷 켄타우로스는 어쨌습니까?”
“그대로 두고 나왔습니다. 저 녀석을 데리고 나오는 것도 생각보다 힘들었거든요.”
“…….”
이거 더 의심스럽다.
“푸르륵! 푸륵!”
때마침 울타리 안에서 들리는 켄타우로스 혼혈마의 투레질 소리.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돌아다니는 놈을 보니 더욱 탐이 난다.
그러나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믿고서 덥석 구매를 결정하기엔 찜찜하다. 덤터기를 쓰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까.
“녀석을 데리고 나오는데, 정작 켄타우로스 암컷은 놔두고 왔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의심스러운 마음에 눈을 가늘게 뜨고 물어보았다.
암컷 켄타우로스가 더 비싸게 거래될 것이라는 건 바보도 알 수 있는 일이니까.
결정적으로 켄타우로스가 뭐가 아쉬워서 야생마 따위와 교배(?)를 한단 말인가!
멀쩡한 수컷 켄타우로스를 놔두고 왜, 굳이?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브랜든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자 브랜든이 피식 웃었다.
“암컷 켄타우로스는 지독한 추녀였습니다. 오죽했으면 제가 마비침을 사용해서 사로잡고서도 그냥 놔두고 왔겠습니까? 안 그래, 톰슨?”
“우욱!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토 쏠려. 내가 살다 살다 그렇게 못생긴 암컷 켄타우로스는 처음이야. 묶여 있던 수컷 야생마가 어땠는지 기억나나?”
“기억나지. 숫말이 불쌍해 보인다는 생각이 든 건 처음이었어. 오죽했으면 그냥 풀어 줬겠나?”
“망할 것 같으니! 야생마를 자위도구로 사용하다니…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해도 그건 좀 잔인하잖아? 어우… 속 느글거려.”
톰슨이 질색한 얼굴로 헛구역질하는 시늉을 해 보인다.
음…
두 사람의 대화를 들어 보니 대충 상황이 파악된다.
그러니까, 외모 때문에 켄타우로스 무리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한 암컷 켄타우로스가 발정을 이기지 못하고 수컷 야생마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얘기다.
그 결과물이 바로 울타리 안에서 성질을 부리는 놈이라는 거.
대체 암컷 켄타우로스가 얼마나 못생겼기에 사내들이 포획하고도 버리고 왔다는 건지 잘 상상이 가질 않는다.
하지만 대화하는 두 사내의 표정만으로도 굳이 물어보고 싶지가 않다.
더 얘기를 들었다가는 귀가 썩을지도…
아무튼,
두 사람의 얘기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울타리 안에서 거드름을 피우는 혼혈마가 똑똑하다는 점이다.
외형은 비록 일반적인 말과 똑같지만 켄타우로스의 형질은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뜻이다.
이제야 조금은 의문이 풀린다.
녀석이 나의 말에 반응한 것 같은 모습을 보였던 게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래, 결정했다.
저기 울타리 안에서 날 야리꾸리한 눈으로 노려보는 놈을 내가 데려가기로 말이다.
“저 말을 얼마에 파시겠습니까?”
“네? 하지만 아직 길들이지도 않았…….”
브랜든에게 말했지만, 정작 대답한 것은 톰슨이라는 사람이었다.
“하, 하하! 톰슨! 자네가 왜 나서? 내 손님이란 말일세.”
“끄응… 뭐 자네가 알아서 해.”
톰슨이 불편한 얼굴로 물러났다.
저 아저씨의 태도를 보니, 양심은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제껏 한 얘기가 대부분 사실이라는 의미가 되겠다.
뭐 아니면 말고.
어쨌든 울타리 안에 있는 말이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고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증명되기도 했으니, 진짜 켄타우로스의 혼혈이 아니라도 상관없겠다.
물론 80% 이상의 확률로 켄타우로스의 혼혈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긴 하다.
“얼마면 파시겠습니까.”
“20골드 정도면 만족합니다.”
브랜든이 실실 웃으면서 흥정을 걸어온다.
개소리다.
아까 톰슨이란 사람의 얘기처럼 길들이는 것조차 실패한 말이다.
20골드면 완벽하게 훈련된 기사용 전투마의 가격이다. 그것도 한창 전성기의 말일 때 해당하는 가격이다.
켄타우로스의 혈통이 강제(?)로 섞였다는 특수 옵션이 붙긴 했지만, 그럼에도 20골드는 터무니없는 가격이다.
“당장 탈 수 있다면 20골드를 드리지요.”
“…….”
간단한 질문에 브랜든이 울타리 안의 혼혈마에 시선을 던졌다가 한숨을 내쉰다.
혼혈마를 길들이는 것에 실패하고서도 미련이 남았다는 증거다.
전투마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훈련이 되었더라면 20골드가 아니라 100골드를 불러도 손색이 없는 혼혈마다.
하지만 치명적인 흠이 있는 이상 불가능한 가격인 것도 사실이다.
흠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혼혈마를 사려는 이유?
간단하다.
길들일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흥정부터다.
아직 혼혈마의 가격이 제대로 책정되지 않았으니 흥정 또한 가능하다.
내게 유리한 쪽으로 말이다.
원래 거래라는 건 아쉬운 쪽이 손해를 보는 법이거든.
지금의 난…
아쉬울 게 하나도 없는 몸이지.
“그럼… 얼마 정도에 저 녀석을 데려가시고 싶은지요.”
브랜든이 착잡한 얼굴로 묻는다.
이것으로 주도권은 나한테 넘어왔다.
슬슬 염장 좀 질러보실까?
“10골드?”
“데려가십시오.”
브랜든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
씁!
그렇게 단박에 OK 해버리면 내 기분은 뭐가 돼?
“화끈 하시군요.”
“주인이 나타났을 때 팔아치우는 게 최고죠. 손님 말씀처럼 저놈을 길들이려다가는 치료비가 더 나올 것 같습니다. 지난 석 달 동안 저나 톰슨 저 친구가 몇 번이나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브랜든이 개운하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시원시원하게 거래가 성사된 것은 좋은데, 어째 영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자! 여기 있습니다.”
돈주머니에서 10개의 금화를 꺼내 브랜든에게 건넸다.
기분이 좋든 찜찜하든 거래는 거래니까.
“감사합니다. 마구는 서비스로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채우는 건 좀…….”
겸연쩍은 얼굴로 미안해 하는 브랜든.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그런 짓을 시킬 순 없는 일이다.
“이해합니다. 제가 직접 마구를 채우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굵은 나무 몽둥이가 서너 개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대답하는 브랜든의 얼굴이 살짝 굳는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보인다. 내가 몽둥이로 혼혈마를 두들겨 팰 거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럼에도 브랜든은 군소리 없이 창고 안으로 들어가 마구와 굵은 몽둥이 세 개를 들고 나왔다.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데려가려면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해 바랍니다.”
“…그러십시오.”
브랜든이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자!
그럼 슬슬 작업(?)하러 가보실까?
넘겨받은 마구를 어깨에 걸치고 세 개의 몽둥이는 겨드랑이에 끼웠다.
아직 준비할 게 하나 더 있다.
바닥에 떨어진 주먹만한 돌멩이 두 개를 주워들었다.
“히히힝!”
혼혈마가 벌써 눈치를 채고선 경계하듯 울어댄다.
울타리를 가볍게 밟고 올라가 단번에 뛰어넘었다. 놈에게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행동이다.
일반 사람이 울타리를 넘으려면 나처럼 간단한 동작으로 뛰어넘을 수 없으니까.
“푸륵! 푸르륵!”
놈이 나와 시선을 맞추면서 전신의 근육을 꿈틀거린다.
확실히 저놈은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것 같다.
내가 브랜든과 흥정할 때부터 녀석이 나를 흘끔거리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도 혼혈마는 내가 돈을 냈다는 걸 아는 것처럼 오직 나만을 노려본다.
울타리 밖에 이제껏 놈을 괴롭히던 브랜든과 톰슨이 있음에도 상관하지 않는다.
정당한 대가를 치렀으니, 놈이 진짜로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것인지 아닌지 알아봐야겠다.
인간에게 붙들려 와서 시달리는 석 달 동안에 말을 알아듣게 된 것일까?
아니면 애초에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던 놈일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직접 확인해 보면 될 일이다.
“후히히힝!”
철컹! 철커덩!
놈이 거칠게 울부짖으면서 난동을 피운다.
내가 다가오지 못하게 위협을 가하는 거라는 의도가 확연히 느껴진다.
혼혈마의 목을 구속한 금속링과 거기에 이어진 쇠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낸다.
난동을 부리는 혼혈마의 앞에 서서 마구와 몽둥이, 그리고 두 개의 돌멩이를 내려놓았다.
“푸륵! 푸르릅! 히히히힝!”
혼혈마가 앞발을 들고서 다시 한 번 위협을 가해 온다.
그런 모습을 브랜든과 톰슨이 울타리에 팔을 걸치고 바라보고 있다.
마치 ‘네깟 게 우리도 길들이지 못한 놈을 무슨 수로 길들여?’라고 얘기하는 듯 느껴진다.
다시 혼혈마와 눈을 맞추고 빙그레 웃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 잘 들어.”
“푸릅! 푸르륵!”
사람을 대하듯이 말했지만, 혼혈마는 험악하게 투레질을 하면서 앞발을 마구 내젓는다.
만약 쇠사슬이 아니었더라면 놈이 내게 덤벼들어 마구 짓밟으려 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했더라도 별로 위협은 되지 않았을 일이긴 하다.
오우거와도 맞짱을 떴던 나다.
지금처럼 40년의 내공을 쌓았을 때가 아니라, 가까스로 이류 무인 수준에 접어들었을 때도 오우거와 맞짱을 떴다.
당시보다 더욱 강해진 지금에 와서 혼혈마 따위에게 겁먹을 내가 아니다.
바닥에 놓인 굵은 몽둥이 하나를 집어 들었다.
“히히힝…….”
발광하던 혼혈마의 울음이 묘하게 바뀐다.
이거 확실히 수상한 놈이다.
내가 몽둥이로 두들겨 팰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한 것인가?
놈의 눈이 교활하게 이리저리 흔들리는 걸 보면, 나의 방심을 유도하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디서 잔머리를!
때리려고 다가가면 그 틈을 노려 나를 공격하려고 마음먹은 듯하다.
그러나 나는 놈에게 접근하지 않는다. 그저 몽둥이를 놈에게 보여 줄 뿐이다.
“잘 봐라. 네 놈의 다리보다 굵은 몽둥이다.”
나는 녀석이 볼 수 있게 몽둥이를 들었다.
그러고는 양손으로 각각 몽둥이의 끝을 잡았다. 내공을 끌어올려 그대로 몽둥이를 꺾었다.
와작!
“히힝! 히히히힝! 푸르륵!”
놈의 울음소리가 묘하게 떨려 나온다.
당황한 느낌이라고 할까?
그렇지만 기가 꺾인 것 같지는 않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녀석이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게 맞는지 불확실 해진 느낌이다.
그래서 또 하나의 몽둥이를 집어 들었다.
“이건 방금 부러진 몽둥이보다 조금 더 굵다. 그지? 어떻게 되는지 잘 봐라.”
놈과 시선을 맞추면서 빨래를 짜듯이 몽둥이를 비틀었다.
우두두둑! 콰자작!
“히… 힝? 히히힝! 푸륵!”
혼혈마의 울음이 급격하게 흔들리는 느낌이다.
일반 짐승이 자신의 눈앞에서 몽둥이가 부러졌다고 이런 반응을 보이지는 않잖아?
당장 내가 타던 전투마도 눈앞에서 이런 짓을 하면 심드렁해 하니까 말이다.
이것 봐라?
“네 놈의 다리뼈가 더 단단하다고 생각되면 반항해도 상관없다. 내가 그쪽으로 가기 전에, 이것도 좀 봐줘야겠다.”
나는 바닥에 놓인 주먹만한 돌멩이 두 개를 각각 양손에 집어 들고, 혼혈마를 향해 썩은 미소를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