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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44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0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44화

44화 나를 위한 선물?(1)

 

 

 

 

 

오랜만에 막사에 누우니 오히려 잠이 오지 않는다.

피곤하지 않아서?

아니다.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라, 마법사 때문이다.

마치 거지에게 적선하듯 돈주머니를 건네던 순간의 모멸감이 떠올라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다.

무늬만 마법사 자식이…

진짜 마법사라면 ‘죽음의 대지’에서 보았던 리치처럼 살 떨리도록 위력적인 마법을 사용하는 게 당연하잖아?

벡티드라는 마법사 놈은 온 힘을 다해서 만든 게, 고작 한 발의 화살이었다. 그것도 트롤에게 아무런 위력도 발휘하지 못한 얼치기 마법.

그런 놈이 마법사랍시고 대우받는 것도 모자라서 영주님과 동급인 척 행동하는 건 못 봐줄 노릇이다.

아니,

놈의 마법 능력이 후져도 상관없기는 하다.

기껏 고생하고 온 나와 병사들을 바라보던 그 지저분한 눈빛이 떠올라 화가 난다.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서 안 되겠다.

바람이나 좀 쐬고 오는 게 나을 것 같다.

차라리 내공 수련을 하는 게 낫겠다. 좁아터진 성에서 바람을 쐰다는 것도 우스우니까.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데,

 

“헛! 중대장님.”

 

벽에 등을 기대어 졸던 녀석이 화들짝 놀라 자세를 가다듬는다.

 

“신경 쓰지 말고 근무 서. 잠깐 나갔다 올 테니까.”

 

불침번을 서는 녀석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 주고서 지나쳐 갔다.

중대장 짬밥이다.

내가 잠시 나가겠다는데 가로막을 놈은 없다.

 

“예, 알겠습니다. 다녀오십시오.”

 

쫄다구의 대답을 들으면서 문을 열었다.

찬 바람을 맞으니 조금은 흥분이 가라앉는 기분이다.

잠자기는 틀렸다.

어지간히 피곤하지 않으면 며칠 정도는 밤을 새워도 끄떡없는 몸이기도 하고 말이다.

내공 수련이나 하면서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게 훨씬 영양가 있는 일이다.

 

“……!”

 

그러나 잠시 수련을 뒤로 미뤄야 할 것 같다.

누군가 영주가 사는 거처에서 나오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 거라면 나도 별생각 없이 넘어갔을 거다.

하지만 놈의 정체가 문제다.

바로 마법사 벡티드.

오늘 나로 하여금 잠 못 드는 밤을 선사한 장본인.

재빨리 몸을 숨겼다.

호오!

이거 봐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걷는 것을 보니, 뭔가 수상한 냄새가 폴폴 풍긴다.

잠도 오지 않는데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다.

그래,

너 때문에 잠을 못 자게 되었으니까, 날 좀 재미있게 해 줘야겠어, 벡티드 마법사 양반.

기척을 죽여 마법사 벡티드의 뒤를 따랐다.

놈이 향하는 곳은 기사들의 숙소였다.

누굴 만나려는 것인지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기사 숙소에는 누군가가 나와서 벡티드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얘기를 나누는가 싶어서 귀에 내공을 집중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홀트 경.>

 

<베이론 경,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같이 가시지요.>

 

간단한 말을 마치고서는 두 사람이 이동했다.

뭔가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줄 알았는데 너무 짧은 대화다.

하지만 오히려 잘 됐다.

놈들이 가려는 곳이 어딘지 대충 짐작이 간다.

내가 몬스터 토벌전에 나가 있는 동안에 금광을 개발하고 있었을 게 분명하다.

놈들은 오늘 그곳에 가려는 것인가?

일단 따라가 봐야겠다.

두 인간이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는 모습에서 나는 쾌재를 불렀다.

자꾸 주변을 살피는 모습을 보니, 놈들은 금광이라는 곳에 가려는 게 확실한 듯하다.

이거 잘하면 재정문제로 스트레스 받는 영주님한테 근사한 선물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이 방향은…

어째 느낌이 쎄하다.

제길!

녀석들이 마구간에서 말을 끌고 나온다.

비겁하게 말을 타고 나갈 생각을 하다니!

사나이답게 걸어가면 안 되겠냐?

 

***

 

지독한 자식들…

잠시도 쉬지 않고 무려 30분을 넘게 말을 몰고 야산으로만 달렸다.

그것도 전 속력으로 말이다.

정말 쫓아가느라 죽는 줄 알았다.

그렇다고 티 나게 나도 말을 타고 뒤쫓을 순 없잖아?

‘죽음의 대지’에서 내공 증진이 이루어졌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중간에 놓칠 뻔했다.

물론 워낙 야심한 시각이라 주의를 기울이면 어떻게든 찾기는 할 수 있을 터다.

그렇지만 놈들이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을 타이밍을 놓칠 확률이 높아진다.

놈들이 말에서 내리는 것을 보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소모된 내공도 보충할 겸 바닥에 엎드려 주변을 살폈다. 평범해 보이는 야산이다.

원래라면 나무와 풀이 우거져야 할 테지만, 인위적으로 주변을 바꿔놓은 형태였다.

동굴이 뚫렸고 앞에는 평탄화 작업을 거쳐 몇 채의 건물도 지어져 있다.

커다란 건물에는 여러 명의 인기척이 느껴진다. 숨소리가 고른 것으로 보아 잠에 빠져든 모양이다.

동굴 안에서 희미한 불빛이 흘러나온다.

마법사 벡티드와 기사 햄크스가 안에 들어간 것을 확인했다. 대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이면서 귀에 내공을 보냈다.

알아들을 수 없었던 말소리가 그제야 내가 들을 만한 소리로 바뀐다.

 

<포이안, 수고했다.>

 

<아닙니다. 조금만 더 금을 캔다면 목표량을 달성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포이안이라는 녀석, 실천력 하나는 인정할 만하다.

진짜로 기사를 때려치우고 여기서 금을 캐고 있었다니 말이다.

그나저나 목표량?

음…

이 자식들은 영지를 떠나 평생 떵떵거리며 살고 싶다고 했었지?

모르긴 몰라도 상당한 금을 모았다는 얘기가 되겠다.

 

<베이론 경, 욕심은 그만 부려야 할 듯합니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으나, 언제까지 들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영지를 뜨는 게 안전할 듯합니다.>

 

<하지만 매장량이 아직도 무궁무진하다고 합니다. 조금만 더 모으면……>

 

<좋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자칫 이곳이 발각된다면 빈손으로 도망자 신세가 될 수 있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원래는 병사들이 영지에 돌아오기 전에 철수하는 게 우리의 계획이었습니다.>

 

<으음……>

 

마법사 벡티드의 말에 햄크스가 나직하게 앓는 소리를 낸다.

이거 다시 봤다.

마법 실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 무지하게 영리하다. 영리하다기보다는 절제할 줄 안다고 보는 게 더 어울리겠다.

놈의 말처럼 내가 영지로 귀환하기 전에 도망쳤다면 완전범죄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 잠들지 못한 게 운이 좋았다고 봐야 하나?

 

<좋습니다. 그럼 이틀 후에 정리하고 뜨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포이안!>

 

<네, 단장님.>

 

<인부들은 확실하게 처리하는 것 잊지 말게.>

 

<물론입니다.>

 

확실히 행동이 빠른 놈들이다.

그런데…

인부들을 처리해?

죽여서 입을 막겠다는 얘기인가?

자식들이 아주 사악하네…

 

<홀트 경, 한 가지 걱정되는 게 있습니다.>

 

<어떤 부분이 걱정입니까.>

 

<금괴를 옮기려면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야 하는데… 반드시 레이놀드 성 부근을 거쳐야 하니 그게 걱정입니다.>

 

<그거라면 제게 맡겨 두십시오. 다 방법을 생각해 놓았습니다.>

 

벡티드의 음성이 어쩐지 야비하게 느껴진다.

 

<방법이라면 어떤……>

 

<제법 귀한 마법 물품을 사용해서 영주를 잠시 현혹해 놓고 있소이다. 나머지는 영지에 돌아가서 얘기했으면 합니다. 며칠 잠을 설쳤더니 피곤합니다.>

 

에이 씨!

사람 궁금하게 해놓고 거기서 말을 끊으면 어쩌자는 거야?

영주를 현혹해?

그런 게 가능하다는 게 놀랍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귀를 기울였지만, 통상적인 대화를 나눌 뿐이다.

동굴 특유의 울리는 듯한 발걸음 소리가 커지면서 두 사람이 밖으로 나온다.

새끼들…

아주 입이 찢어진다, 찢어져.

놈들이 사라지는 걸 보면서도 난 움직이지 않았다.

이미 알 거 다 알았는데 굳이 뒤를 따라갈 필요도 없다.

어제 나한테 재수 없게 굴었던 마법사 놈한테 제대로 엿을 먹여 줄 기횐가?

동굴 안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은 하나.

포이안이라고 했던가?

제이든 영지 출신의 찌질했던 기사 놈.

평소에도 나를 보던 눈빛이 지저분했던 놈으로 기억한다. 내가 병사 주제에 동급의 대우를 받는다는 걸 띠꺼워 했던 놈이다.

건방진 자식!

그래, 오늘 겸사겸사 버릇 좀 고쳐줘야겠다.

 

‘크로노스!’

 

촤르르륵!

 

전신에 갑옷이 뒤덮이면서 온몸을 조이는 감촉이 기분 좋다.

근데 색이 좀 마음에 안 든다.

색상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는데?

이왕이면 빨간색?

아이언맨 느낌 팍팍 살려서?

됐다.

다른 세상까지 와서 짝퉁질 하는 건, 쪽 팔리니까.

검은색으로 하는 게 좋겠다.

갑옷을 해체하고 다시 검은색 갑옷으로 입었다. 디자인은 그대로 놔두고 말이다.

이 갑옷의 좋은 점?

금속으로 만든 갑옷임에도 불구하고, 걸어갈 때 금속성이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 와중에도 육체와 갑옷 사이에 적당한 공간이 있어서 충격을 흡수한다. 직접적인 타격에도 강하다는 건 최고의 장점이다.

 

<흐흐흐…… 이게 다 얼마야?>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에 들려오는 음침한 음성.

동굴의 중간 지점에 만든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창고처럼 만든 곳이었는데 그다지 넓지는 않았다.

누렇게 반짝이는 금괴를 쓰다듬는 녀석의 뒷모습에 나 또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엄청난 양의 금괴가 쌓여 있다.

1킬로그램 단위로 만든 금괴가 적어도 100개 이상은 되어 보인다.

돈으로 따지면 대체 얼마야…

겨우 한 달 조금 넘는 사이에 이렇게 많은 금을 채굴했다고?

 

“이것만 있으면 구차하게 남 밑에 있을 이유가 없어. 난 이제 부자야! 흐흐흐흐…….”

 

“대신에 감옥에서 살겠지.”

 

“……!”

 

금괴를 쓰다듬으면서 웃음을 흘리던 포이안의 움직임이 그대로 멈췄다.

 

“아주 좋군. 아주 좋아.”

 

이런 젠장!

그럴듯하게 말하려고 했는데, 어째 악당처럼 얘기하고 말았다.

엄청난 양의 금괴를 보니 나도 모르게 본심이 튀어나온 모양이다.

 

“누, 누구냐!”

 

“그게 나한테 할 소리냐? 얼굴 가린 거 안 보여?”

 

꼭 이런 놈들이 있다.

대체 왜 이런 걸 물어보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일부러 투구까지 쓴 사람의 성의를 봐서라도 정체를 묻는 건 실례라는 걸 모르나?

 

“죽여 버리겠다!”

 

촤앙!

 

비아냥거리는 게 싫었던지 녀석이 검을 뽑는다.

이 자식 바본가?

갑옷을 입은 상대와 싸우면 자신이 불리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는 걸 수도 있겠다.

귀여운 녀석.

검에 마나조차 제대로 담지 못하는 놈이 까분다.

 

“까불지 말고 얌전히 검을 놓으면 목숨만은 살려 주마.”

 

별 위협도 되지 않는 놈이라 검조차 뽑지 않고서 말했다.

 

“웃기지 마라!”

 

포이안이 검 자루를 강하게 잡으면 씹어뱉듯이 말했다.

딱히 웃기려고 했던 건 아닌데…

재미 포인트가 남다른 놈인 모양이다.

 

“형이 좀 바빠서 그러는데, 적당히 해라. 응?”

 

나름 녀석을 타이르려 했다.

 

“죽엇!”

 

그러나 녀석은 남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스타일인 모양이다.

검을 앞세워 달려드는데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져 있다. 그래 일단 까부는 걸 좀 받아 줘야겠다.

무력감을 느낀 다음에는 순순히 말을 듣겠지.

새로 얻은 갑옷의 성능도 실험할 겸 녀석의 공격을 받아보기로 했다.

리치 녀석이 마지막으로 만든 걸작품이라고 하니 이런 정도의 공격은 우습게 막아 내야 정상일 거다.

그래도 만약에 대비해서 내공을 끌어올렸다.

갑옷을 내공으로 보강하는 게 아니라, 갑옷 안에 입은 군복과 피부에 내공을 집중했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혹시라도 갑옷이 뚫리면 곤란하니까.

포이안이 검 끝으로 나의 갑옷을 찔러 들어왔다. 허접한 실력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사라고 기본기가 충실하다.

찌르기 공격을 선택한 것을 보면 말이다.

 

터엉!

처걱!

 

이런 미친!

녀석의 검이 갑옷에 맞아 부러졌다.

 

“끄으으으…….”

 

포이안이 눈을 부릅뜬 채로 피를 게워 낸다.

하필이면 부러진 검날이 튕기면서 그의 목에 틀어박힌 거다.

 

“야! 야!”

 

“쿨럭! 그르르륵…….”

 

기침과 함께 입에서 피를 토하던 포이안이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면서 무너져 내렸다.

뭐 이런 황당한 경우가 다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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