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41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9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41화
41화 불쌍한 녀석(5)
진짜로 탑의 벽이 쇳덩이로 되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망할 또라이 자식!
어떻게 탑 전체를 쇳덩이로 지을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거지?
이제 어쩌면 좋냐…
“하아아… 미치겠네.”
절로 한숨이 나온다.
탑에 깔려 죽지 않은 건 다행인데, 이래서야 죽음의 시기가 늦춰진 것밖에 의미가 없다.
이렇게 우울하게 혼자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건가?
빌어먹을!
이렇게 궁상맞게 죽을 순 없다!
하는 데까지 해보는 거다.
있는 대로 내공을 퍼부어 검기를 형성한다면, 쇳덩이로 만든 벽이라도 파낼 수 있을 터다.
시간이 조금… 아니, 많이 걸리겠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다.
고무적인 사실 한 가지는,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던 이질적인 기운이 다시금 나를 유혹한다는 점.
내공이 빠르게 회복되는 만큼 해볼 만하다.
넋 놓고 음식과 물이 떨어질 때까지 멍 때리는 건 바보 같잖아?
좋아!
이왕에 하려면 조금이라도 약해 보이는 부분을 공략하는 게 좋겠다.
어디가 좋을…
“……!”
뭐야?
열쇠 구멍?
이렇게 무식한 짓을 해 놓고 문이었다고 주장하고 싶은 거냐?
정말이라면 여길 만든 놈은 진짜 개또라이 맞다.
어쨌든 이번만큼은 고맙다, 또라이 자식아!
지하가 무너지는 와중에도 호주머니에 챙겨 두었던 열쇠를 꺼냈다.
자세히 살피지 않았더라면 발견조차 하지 못했을 열쇠 구멍에 황금 열쇠를 넣고 돌렸다.
철컥!
잠금장치가 풀리는 감촉과 함께 황금빛 열쇠가 흡수되듯 탑의 외벽에 흡수된다.
서, 설마…
열쇠만 잡아먹고 끝?
희망이 생겼다가 박탈당하는 기분에 불안한 얼굴로 벽을 쳐다보는데,
드드드드……
밋밋하던 쇳덩이 외벽에 실금이 생기면서 천천히 벽의 일부가 밀려들어 간다.
“고맙다, 썅!”
정말 고맙다, 살려 줘서!
혹시나 모를 위험에 대비해서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텅!
“……!”
커다란 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내가 들어왔던 문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드드드드……
다시금 시작된 진동.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냐!
기이이잉!
“우웃!”
하마터면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이런 느낌은…
“엘리베이터냐?”
황당해서 나도 모르게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대답할 사람이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랬다. 지금의 느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서 위로 올라갈 때와 비슷하다.
분명 내가 들어온 쇳덩이로 만든 탑이 지하 공간을 묵사발 내고 주저앉았었는데…
이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쿠구궁!
얼떨떨해 하는 사이, 충격과 함께 탑의 움직임이 멈췄다.
뭔가 또 새로운 변화가 있을까 봐서 눈치를 보며 기다렸다. 하지만 기다려도 이렇다 할 만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제 슬슬 움직여도 되려나?
“……!”
위로 향하는 계단을 살피던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왠지 익숙한 느낌이다.
계단 앞에 서서 일단 함정이 있는지 그것부터 살폈다.
캉, 캉!
롱소드로 계단을 두들겨 보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무런 기관이나 마법적인 함정도 작동하지 않는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위로 올라갔다.
“여긴…….”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어째서 익숙한 기분이 드는가 했더니, 이제껏 경험했던 지하 공간과 똑같은 구조였다.
물론 처음부터 똑같다는 의미가 아니다.
대략 지하 공간의 후반 부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위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바뀌어 있다는 사실만 빼고 말이다.
금방 제작한 듯한 병기와 갑옷이 사방에 진열되어 있다.
지하 관문을 통과하면서 몇 차례나 반복적으로 보았던 갑옷과 병기다.
여기에서도 물건을 만지면 벽에서 드릴 같은 게 튀어나오려나?
으음!
직접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다.
롱소드로 진열된 갑옷을 건드렸다. 하지만 아무런 함정도 발동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 번 더 아까보다 힘을 주어 건드렸다.
혹시나 모르니까.
텅!
소리가 나도록 건드렸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다.
“오! 안심해도 된다는 거냐?”
내 질문을 받아줄 사람은 없지만, 소리 내어 말했다.
혹시나 누군가 내 말을 듣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아예 없는 건 또 아니었다.
이렇게 끔찍한 함정을 만들어 놓은 놈이 살아 있지 말라는 법도 없잖아?
흑마법사라고 하면 보통은 리치를 연상하게 되니까.
자신의 영혼과 피와 살을 담보로 영원한 생명을 얻는 대신에 뼈다귀로 살아야 한다는 그런 존재 말이다.
예전에 읽었던 소설들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하던 존재라 의심스럽기도 했다. 이곳 역시 흑마법사가 살던 곳이라고 했으니까.
진열된 갑옷과 병기들 앞으로 다가갔다.
일단 갑옷은 관심 밖이다. 왠지 무거워 보일 것 같았으니까.
내가 관심을 보인 건 수수하게 생긴 한 자루의 검이다.
아니 검이라기보다는 도(刀)의 형태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칼등이 휘어지지는 않았다.
검의 형태에 한쪽에만 날이 서 있다. 검 끝에서 한 뼘 정도까지 양쪽에 날이 서 있다. 찌르기 공격에서 위력을 발휘할 것은 당연한 노릇.
한 손으로도 두 손으로도 잡을 수 있는 형태의 손잡이가 마음에 든다.
진열대에 놓인 검을 집어 들었다.
순간,
“큽!”
나도 모르게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츠즛! 치릭! 치리릭!
“커헙!”
검에서 스파크가 일어나 팔부터 시작해 전신에 퍼져 나간다.
진짜 너무하잖아!
이런 식으로 함정을 파 놓은 거였냐?
“끄으으으…….”
이가 득득 갈린다.
급한 대로 단전의 내공을 일으켜 맞섰다.
하지만 몸에 흐르는 스파크를 튕겨 낼 수 없었다. 고통스러워서 검을 잡은 손을 펴려고 했다.
그러나 감전 현상으로 근육이 오그라들어, 오히려 검의 손잡이를 더욱 꽉 움켜쥐는 꼴이다.
전신을 뒤덮은 스파크가 더욱 강해진다.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고통스럽다.
“빌어먹으을!”
몸속을 헤집는 강렬한 통증에 욕이 절로 나온다.
그렇게 뇌까지 태워 버릴 듯한 고통의 시간이 지났을 때, 나는 그대로 바닥에 뻗어 버렸다.
“허억, 헉… 헉…….”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망할!
이럴 줄 알았으면 만지지 말 걸 그랬다.
함부로 병기를 만지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인 모양이다.
고통 때문에 아직도 몸이 욱신거리는 느낌이지만, 애써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내게 고통을 주었던 검을 다시 진열대에 올렸다.
“어?”
검을 내려놓던 나는 바보처럼 당혹성을 흘렸다.
손바닥에 콩알만한 붉은 점이 생겨나 있었기 때문이다.
아, 몰라!
검에서 생겨난 전기 때문에 물집이 잡혔던 거겠지 뭐.
일단 얌전히 있던 자리에 놔둘 테니, 적당히 하자 개또라이 변태 자식아!
속으로 툴툴거리면서 계단으로 향했다.
괜히 다른 거 건드렸다가는 또 전기구이 오징어가 될 판이니까.
당연하게도 일단 안전 확보가 우선이다.
계단에 별다른 장치가 없는 걸 눈으로 확인했지만, 믿을 수가 있어야지?
뒤늦게 발동하는 함정도 상당했었기에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게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다.
안전하다고 판단하고서 계단에 올라섰다.
거의 계단의 막바지쯤 올라왔을 때쯤, 손바닥이 간지러워 자꾸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오른손의 롱소드를 왼손에 바꿔 쥐고 내려다보는데,
“……!”
빛이 난다?
정확히 말하자면 손바닥의 붉은 점에서 희미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
왼손가락으로 긁어도 간지러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건 또 무슨 일…….”
주먹을 쥐면 좀 나아지려나 싶어서 힘을 준 순간,
“헉!”
입이 떡 벌어졌다.
주먹을 움켜쥐기 무섭게 검(劍)이 생겨났다.
조금 전에 진열대에 고이 모셔두고 왔던 바로 그 검이다.
뭐지?
혹시 지금 상황은… 말로만 들었던 주인인식 어쩌고 하는 마법검이라는 건가?
“이거 내가 챙긴 거 아니다? 알지?”
변명하듯 혼자 중얼거리고선 롱소드를 바닥에 내려놓고 방금 얻은 검을 검집에 넣었다.
물론 탑에 들어오기 전에 발견한 검은 오른손에 쥐었다. 좋은 걸 버릴 순 없으니까.
이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말씀.
롱소드를 놔두고 남은 계단을 마저 걸어 올라갔다.
역시나 익숙한 장소다.
지하 관문의 맨 마지막 층과 똑같은 형태였다.
제단 형태의 계단이 있고, 하나의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다.
다른 점은 한 가지.
“재미있게 놀더군.”
마법사의 복장을 한 해골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는 거.
“…….”
진짜 입이 방정이다.
아니…
이 경우엔 방정맞은 생각이 그대로 실현된 것인가?
말하는 해골.
그건 리치라는 얘기가 되겠다.
제대로 똥 밟은 것 같다.
“젠장! 포기할 거 같아?”
검을 고쳐 쥐고 리치 녀석에게 겨눴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억울해서라도 곱게 죽어 줄 순 없다.
“검을 내려!”
해골 녀석이 검지… 아니, 검지 뼈를 좌우로 까딱거린다.
“웃기지 마!”
“싸울 생각 없다. 어차피 잠시 뒤면 난 사라질 테니까.”
“믿으라고?”
“안 믿으면 어쩔 건데?”
“…….”
저 자식 할 말 없게 만든다.
분위기로 봐서는 녀석의 말대로 싸울 생각이 없어 보인다.
“44개의 관문을 뚫고 올 녀석은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관문을 운만으로 해결할 줄은 더더욱 몰랐다.”
“운이 아니거든?”
이거 기분 나쁘다.
나름 온갖 잔머리를 굴려서 겨우겨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데 말이다.
“뭐가 되었건 상관없다. 나도 지겨워하던 참이었으니까. 이젠 좀 누군가 관문을 돌파하고 올라와 주길 바라고 있었다.”
“어째서지?”
“너도 한 천 년쯤 살아 봐라, 사는 게 얼마나 지겨운지 알게 될 거다.”
“오래 살면 좋은 거 아니야?”
자식이 아주 배가 불렀다.
남들은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지 못해서 안달인데 말이다.
“훗!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리치가 코웃음을 치고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다.
리치의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찌릿찌릿한 기운.
날 안심시켜 놓고 이제야 본격적으로 싸우겠다는 거였냐?
다시금 몸을 긴장시키고서 검을 들었다. 상대가 될지 안 될지 몰라도 싸움이란 건 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쓰바!
이제껏 돌파한 관문들이 하필이면 또 머릿속에 떠오른다.
금속조차 녹여 버리는 화염 마법과 거대한 탑조차 무너뜨렸다가 다시 원상복구 해대는 엄청난 능력.
그런 놈과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썩을!
그래, 까짓거!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싸워 보는 거다.
필살의 각오로 다시 싸울 자세를 잡는 사이, 놈은 자신의 로브 자락을 두 손으로 각각 나눠 잡았다.
전신의 근육을 팽팽하게 긴장시켰다.
마법이 날아온다면 할 수 있는 한 최고로 보법을 발휘해서 피한 다음, 역습을 가하는 수밖에 없겠다.
집중하고 또 집중해야 한다.
마법이란 게 언제 발동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니까.
그런데 잠깐!
목을 베면 놈이 죽을까?
갑자기 찾아든 의문 때문에 혼란스럽다.
긴장감으로 인하여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몰라 씨앙!
일단 해보는 거다!
공격을 기다리는데 드디어 리치의 두 손이 로브를 좌우로 펼쳤다.
스슥!
“……?”
어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의아한 얼굴로 리치 녀석을 바라보았다.
로브 자락 안에는 녀석의 알몸… 아니 앙상한 뼈다귀만 보일 뿐이다.
“뭐냐?”
“없다.”
나의 질문에 짧게 대답하는 리치.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뭐가?”
“소중한 것… 살아도 사는 게 아니더라.”
“…….”
놈이 뭘 말하는지 알 것 같다.
그래서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잠시 뭐라 할 말을 못 찾고 멍한 사이, 리치 녀석은 테이블에 팔꿈치를 대고서 맨질맨질 한 해골을 감싸 쥐며 괴로워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슬그머니 눈치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혹시 총각… 이었냐?”
“크흡! 크흐흑…….”
“…미안.”
이번 질문은 내가 생각해도 너무 잔인했다.